틱낫한의 마음 한가운데 서서
틱낫한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마음이 따듯해지는 우화라고 하여 갸웃뚱 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한장 한장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이 따듯해진다기 보다 마음이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틱낫한 스님의 이야기는 처음 접하여 읽어보는데 이책에 이야기들은 '화두' 를 던져주듯 한다. 새해 들어서 다른 큰 것을 바라기 보다는 작은것, 그리고 내 주위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살라는 충고처럼 이야기들은 내 마음을 파고든다.
 
옛날옛적 숲속에서.. '시간은 영원속에 머물고 있어.그 영원 속에서 사랑과 사랑하는 대상은 하나가 된다네. 풀잎 하나, 흙덩어리 하나, 나뭇잎 하나, 모두가 그러한 사랑 속에서 하나가 되지..' 작은새의 이야기는 오래전에 쓰여진 이야기 이지만 신비스럽기도 하고 전설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작은 몸으로 숲의 불을 끄려 노력하는 작은 새의 희생을 엿보고는 마음이 착찹해졌다. 남을 좀더 배려하며 사라야 겠다는 생각.
 
키 큰 소나무...'우리가 도를 따르는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이지.명예와 이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 같기도 하다. 자신의 몸에 난 종기를 치료하기 위하여 쿠룽산에 들어가고 작은 사원을 세웠지만 자신은 큰절의 주지가 되기는 했지만 손수 옥수수를 심거나 장작을 패거나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는 그제사 도를 깨우치듯 쿠룽산의 키 큰 소나무 두그루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
 
들꽃 한 묶음..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가보같은 詩가 하나 있다. 그 시속에는 선조들이 논에 감추어둔 보물이 있다고 하여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 시를 풀어보려 했지만 여유가 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빠와 누이만 남은 둘은 열심히 일하여 기와집으로 근하게 집도 새로 짓고 논도 더 많이 늘려 놓았지만 시속에 나오는 보물을 찾지도 풀지도 못했다. 둘은 시를 풀어 보물을 찾기 위해 결혼도 미루고 일에만 열심이다가 오빠가 그 시를 풀기 위해 절에 들어가고 누이 혼자 남아 농사를 짓는다. 삼년의 시간이 흐르고 집에 돌아온 오빠는 누이의 밝은 얼굴을 보고는 뭔가 깨우쳤음을 느낀다. 누이는 오빠가 떠나고 농사일을 혼자하면서 논에 보물이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이 곧 보물이라는 것을 깨우치고는 더 열심히 일했음을 들려준다. '그 땅이 귀한 것은 거기서 쌀이 나오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그 땅이기 때문잉에요.나는 쟁기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물소를 바라 보았어요. 그리고 흰 구름과 뽕나무들을 봤어요. 나는 생각했어요. 쟁기가 귀한 것은 바로 쟁기이기때문이고 물소가 귀한 것은 물소이기 때문이라고.. 흰 구름이 귀한 것도 그것이 흰 구름이기 때문이고, 뽕나무가 귀한 것도 그것이 뽕나무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찾는 것은 우주 안의 모든 존재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가치였어요. 우리도 역시 그러한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요.'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존재들의 가치>를 들려주듯 신비스럽고 전설적인 스님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성으로 굴곡이 많은 베트남 역사와 함께 잘 어우러져 쓰여있다. 질곡의 역사와 함께 한 스님이지만 슬픔을 슬픔으로 보다는 그 슬픔을 승화시키듯 한 이야기들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게 만든다. '마음 한가운데 서서' 무언가 제목처럼 한가지 한가지 이야기를 읽고 나면 마음의 한가운데 선 듯한 평화가 밀려온다. '소년은 산에서 내려왔다'에 보면 전쟁으로 엄마를 잃고 엄마를 찾아 나서다 전쟁의 급류에 휩쓸려 다니듯 우여곡절을 겪는 소녀와 소년을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평화와 사랑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를 내뱉고 싶을 정도다.
 
불교의 색채가 짙은 이야기들이라 종교적으로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종교를 배제하고 읽는다 해도 스님이 던져주는 메세지는 한가지쯤 건져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달에 닿은 대나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에 빗댄 이야기 비슷하기도 하여 낯설음 보다는 친근함으로 읽었다. 이렇듯 낯익은 줄거리와 베트남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지만 읽고 나면 결말이 따듯해 평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 책을 덮고 책표지를 다시 보니 찻잔의 물을 보기 보다는 찻잔을 보면 평화로울 뿐이다 한 말이 이해가 갈 듯 하다. 큰 것을 바라기 보다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라는 마음 다스리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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