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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마리나 네이멧 지음, 박미경 옮김 / 예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삶은 소중한 거란다, 버리지 말고 다시 살아...
겉표지의 여인의 얼굴은 무언가 할 이야기가 가득 담긴 표정이다. 커다란 눈동자에 금방이라도 독자를 다 담을듯이 바라보는 그 모습이 이 책을 보자마자 빨리 읽고 싶어 병이나듯 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와 <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도 이란의 모습을 글로나마 만났지만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면서도 선이 굵어 잊혀지지 않는 올 해의 책이었는데 이 책인 마리나 역시 이란에서의 삶을 그린 실화이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리다.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이라 그런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생사를 오가는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탈출하여 캐나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녀에겐 묻혀 있던 '에빈'에서의 일을 끄집어 내는 것이 상처를 치유하는 한 방법이었으리라.
공산주의혁명과 이슬람혁명은 결과적으로 독재를 낳았다.
러시아혁명이후 내쫓기듯 이란으로 이주하여 살게 된 그녀는 크리스천으로 이슬람혁명을 겪었고 학교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수학수업을 하기에 수업을 거부하며 교실밖으로 나가게 된 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 수업거부로 시작한 일은 점점 커지고 급기야 정치범으로 '에빈'이라는 형무소에 붙잡혀 들어가게 된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에빈, 죽음의 순간에 알리라는 남자에 의해 종신형으로 감등되어 죽음을 면하게 되지만 알리는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한다. 가족을 볼모로 하여... 할머니의 죽음과 사랑하던 아라시의 죽음은 그녀에게 충격이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녀에겐 가족이지만 냉담하다. 하지만 이슬람인 알리의 가족은 그녀의 가족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따듯함이 있다.살기위해선 결혼을 해야하는 마리나, 알리의 협박같지만 자신이 살기위해 알리와의 결혼을 선택하여 지옥과 같은 에빈과의 생활을 청산하려 하지만 자유를 눈앞에 두고 자신의 집앞에서 반대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알리. 그녀는 다시 에빈으로 돌아가 예전의 끔찍한 생활로 돌아간다.
시린,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못해.우리는 여기 홀로 남겨진거야..
그녀의 울타리가 되어 주던 알리도 죽고 그와의 사이에 가졌던 아이도 유산을 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약간의 모성이 자라나고 그가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안드레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곧 자유의 몸이 될 줄 알았던 에빈의 생활은 끝나지 않고 지속되다가 알리의 부모님의 힘으로 그녀는 그곳을 나오게 될 수 있었다. 알리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녀만을 생각하여 그녀의 부모에게 돌려 보내라고 아버지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자신의 재산도 그녀앞으로 상속을 해 놓는다. 알리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것 같은데 그의 사랑을 진심으로 받아 들이지 못했던 그녀,에빈을 벗어나면서 알리와 결혼하기 위해 이슬람이 되었던 그녀는 다시 안드레와 만나며 크리스천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둘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에빈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지만 이미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곳은 나야. 내게 남겨진 곳이 당신뿐이듯..'
안드레를 만나 자신감을 되찾은 그녀는 자헤단으로 옮겨 새로운 삶을 꾸려간다. 자헤단에서의 3년을 채워 외국비자를 얻을 수 있게 된 그녀는 오빠가 이주해 있는 캐나다로 가기 위해 길을 모색해 보지만 이란을 벗어날 돈이 부족했다. 하지만 다행으로 안드레의 아버지가 투자해 놓은 일이 잘 되어 여비를 마련하여 캐나다행을 이루게 되는 그녀, 그곳에서 그녀는 에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마리나' 를 탄생시킨 것이다. 에빈의 생활은 2년2개월이지만 친구들의 죽음을 직접 겪으면서 그녀 또한 죽음직전까지 가면서까지 겪어야 했던 고통과 혼란, 그 깊은 상처를 어찌 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의 가슴에 맺힌 상처를 모두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숨소리를 들은 것 처럼 '마리나'를 읽는 동안은 나 또한 숨이 멎을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끔찍함... 남자와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히잡과 차도르로 몸과 얼굴과 머리카락을 숨기고 그 안에서 숨쉬어야 하는 여인들.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정치범이 되고 죽음에 까지 이르러야 하는 정말 안타까운 영혼들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름다운 그곳이 종교와 이념으로 갈라져 죽고 죽이고 서로 등을 돌려야 하는 현실이 실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가슴이 아팠는데 이 책이 출간되어 또 다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이제 내게 중요한 건,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거였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무척이나 선이 굵은 소설로 잊혀지지 않는 소설인데 이 책 또한 오래도록 남을 듯 하다. 이렇게 가슴을 울려주는 실화가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되어 나온것도 가슴 아픈데 책이 묻혀 있는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다.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선물도 하고 많이 추천해 주었을텐데 이제부터 마리나를 알려보고 싶다. 그녀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내 작은 힘을 보태고 싶고 그녀가 다 부르지 못한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말하려 했던 자유와 신념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