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발견 1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0
스텐 나돌니 지음, 장혜경 옮김 / 들녘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느리기에 더 많은 것을 발견했던 존 프랭클린...
 
두번의 북극탐험이 실패로 돌아가고 마지막 탐험에서 죽음을 맞이한 존 프랭클린, 그의 편지와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빚은 또 하나의 인간 존 프랭클린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실패를 거듭한 그가 실패를 한 후에 더 유명해진 프랭클린은 소설 처음 시작부터 이야기 하듯 열살까지 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는 어찌보면 바보 같은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어찌하여 북극탐험까지 했을까, 우리처럼 '빨리빨리'에 익숙한 시대에 살았다면 그의 느림은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을 하며 책을 들게 되었다.
 
나 또한 내 성격은 급할기도 하고 다혈질이라 할 수 있어 느리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큰딸과 항상 부딪히며 말썽을 빚기도 한다. 조급함이 없는 딸은 항상 느긋하기에 늘 내 표적이 되곤 한다. 그런 딸과는 시험때라면 더욱 마찰을 빚어 집안에 큰소리가 떠나지 않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딸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고 <느림>에 대하여 좀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성경이나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연구하듯 이제 그는 '속도'를 연구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 자신보다 빠른 사람들을 추월할 날이 올 것이다.....21p
그는 열살까지 공도 제대로 잡지 못하였기에 <속도>에 대하여 배우려 한다. 그런 그는 배를 타고 바다고 나가고 싶어 집을 나가기도 하는데 아버지에게 붙잡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 그가 해군학교에 들어가고 배를 타면서 느림은 자신의 단점이었는데 장점이 되고 만다. 남보다 <신중, 인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빠르다는 다른 동료를 보아도 전쟁에서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안 그는 자신의 장점을 잘 발전시켜 항해에서 자신감을 갖는다.
 
'미스터 프랭클린은 눈이 밝아. 명령을 듣지 않고도 많은 명령을 눈으로 보지. 두꺼운 벽을 꿰뚫고서 말이야.' 149p
일상 생활보다는 바다에서 자신의 장점이 더 적용이 될 수 있어 해군생활이 끝나고 일상에 적응해 보려던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가게 된다.첫번째 북극탐험을 떠나게 되지만 식량이며 그외 장비들이 덜 구비된 상태이고 행운의 여신이 그의 편이 되지 못하였는지 많은 동료들을 잃고 겨우 영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이 실패담은 큰 화제가 되어 그를 평가하는 기준처럼 되었다.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첫번째 결혼에서 딸 엘라를 얻었지만 엘리나의 죽음으로 인하여 다시 그에 맞는 상대라 할 수 있는 제인 그리핀과 재혼을 하여 호주 태즈메니아의 총독으로 가게 되지만 전총독과는 다르게 인간적이고 인격적으로 수감자들을 다루었던 그, 하지만 모함으로 인하여 다시 총독의 길에서 벗어나 그가 가야 할 길은 북극탐험이란 것을 깨달은 그는 동료들을 모집하여 다시 북극탐험에 나선다. 처음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더 많은 식량과 장비를 구비하고 탐험길에 나서는 그에게 또 다른 복병처럼 나선 난관에 부딪혀 그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가 느리다고 했지만 실은 사물을 더 깊이있게 관찰하고 사고하고 인내하고 정확성을 기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었던 듯 싶다. 빠르다고 하여 모두가 좋다는 것보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는 것을 말해주듯 그는 그의 속도에 맡게 인생을 재발견 한 듯 하다. 그가 느리지 않았다면 자신만의 영역에서 훌륭한 항해사가 될 수 있었을까. 남보다 더 도전정신이 뛰어나고 자신의 위치에서 남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했던 존 프랭클린, 스피드시대에 작가는 느림의 사상가인 프랭클린의 삶을 재조명하며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요즘은 빠른 것을 벗어나 먹거리외 많은 것들이 <느림>으로 돌아가고 있다. 빠르다고 결코 좋을 수만 없다는 것을 자신의 삶에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작가가 소설속에 던져 놓은 묵직함에서 찾아내 본다.
 
 
아는 것하고 보는 것은 전혀 달라, 잘 안다는 것과 잘 보는 건 별개의 문제니까.무엇이 존재하는지 단정 짓는 건 더 나빠.화가는 잘 봐야 하는 사람이지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155(1권)
저는 정확성이 예감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요...179(1권)
내가 시계처럼 늦게 간다면 완전히 멎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릴 거야. 그렇다면 난 갓 스물일지도 몰라..47(2권)
지난 세월 나는 내가 현명해질 때까지는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멍청하게 보일 때까지는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해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네. 멍청하게 보일지라도 말이지. 나를 믿게나.. 91(2권)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지요. 빨리 오는 건 다시 빨리 사라집니다. 마차에 앉아 창문을 볼 때처럼 아무것도, 아무도 남는 건 없습니다. 제가 아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110(2권)
나쁜 사람이란 자기한테 맞는 속도를 모르는 사람이란다. 빨라야 할 때 느리고 느려야 할 땐 너무 빠른 거지. 222(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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