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애무
에릭 포토리노 지음, 이상해 옮김 / 아르테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버지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특이한 작가,특이한 소설이라 해서 프랑스 소설이라 특이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편모아래에서 자란 작가의 삶이 소설속에 녹아 났다고 해야하나, 소설은 편부로 어린 아들을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하는 한 남자가 너무 엄마역할에 빠져 들다가 자신도 잃어버리고 자식도 잃어버리는 내용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 과하여 화를 불어온 것이라 해야할까..
 
<문하우젠증후군>인가 하고 소설을 처음 읽으며 궁금증이 생겼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펠릭스는 그룬바크라는 가입자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화제 현장에 가서 그곳에서 살았던 여자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화제현장은 참혹한데 그 현장에서 사라진 아이와 엄마인 여자,그들의 행복했던 한때가 담긴 불타다 남은 사진 조각을 들고 나오는 펠릭스. 그는 3개월전에 아들 콜랭을 뺑소니차에 치여 잃고 말았다.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은 사건이었고 아들을 잃은 악몽이 다 가시기도 전에 이런 사건을 접하게된 그를 보고는 동료들은 쉴 것을 강요한다.
 
마리는 아들 콜랭을 낳은 후 그에게 아들만 남겨놓고 떠났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아들앞에 나타나고 그들은 일주일에 몇 일씩 나누어 아들을 돌보게 된다. 엄마가 없는 사이에 아빠와 함께 살았던 콜랭, '엄마가 보고 싶어..엄마가 보고 싶어' 라고 아들이 말할때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주기 위하여 여장을 하여 완벽한 마리로 재탄생한 펠랙스는 잠자는 시간에 엄마가 되어준다. 마리를 대변할 수 있는 노란머리의 가발과 스펀지공으로 채운 가슴과 털을 가리기 위한 긴 팔옷과 다리에 털을 밀고 원피스를 입고는 여자로 다시 태어나 아들 콜랭에게 엄마를 선사했던 펠릭스는 점점 자신이 그 역할에 빠져들어 간다.
 
자신과 옷장과 자신의 엄마의 옷도 아닌 콜랭의 엄마로 거듭나기 위한 여장에 필요한 옷장이 나란히 놓이게 되고 그는 점점 정체성을 잃어가게 된다. 아버지도 아니면서 엄마도 아닌 존재가 되어가는 펠릭스에게 유아원 원장은 ' 너무 큰 사랑이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 아세요..' 라며 따끔한 충고를 해준다. '나는 실추한 어머니, 두께 없는 아버지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또한 아버지의 아들로 지낸 경험이 없기에 혼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도맡아 하기엔 그에겐 너무 벅찼다. 그도 아버지가 없었기에 아버지의 역할에도 자신이 없었다. 그런 그가 엄마의 역할은 제대로 해 낼 수 있었을까...
 
소설은 편부와 편모, 완전하지 못한 조화롭지 않은 가정을 다루고 있어서인지 독특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읽고 덮고 나면 섬짓하다. 원장의 말처럼 사랑이 과하여 아이를 죽게 만든것일까 생각이 든다. 자신이 전부를 차지하고 있던 아들을 엄마인 마리가 돌아옴으로 하여 그녀에게 빼앗기면서 자신이 모두 누렸던 엄마의 자리도 아버지의 자리도 빼앗기면서 그는 자신의 전부였던 존재를 없앤다. 날은 넌무도 화창하고 좋은데... 마리가 보았던 범인은 남자 였을까 여자 였을까... 그가 여장을 하기 위하여 발랐던 붉은 애무 자국이 확실하게 남는 정말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엄마라는 아빠라는 위치의 그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더 일깨워준 소설이다.
 
나는 옷 몇 벌, 마스카라, 입술에 바르는 '붉은 애무' 립스틱을 도로 챙겼다.......마지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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