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 준다..?
존 어빙의 <일년 동안의 과부 1,2>를 처음 접하고는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그의 수식어가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스스로 지식인이 아닌 이야기를 짓는 목수에 불과하다고 했기에 그가 이 소설을 어떤 방법으로 멋진 소설의 집을 완성할지 기대감에 펼쳐 들었지만 1권만 해도 빡빡한 페이지의 압박(517p,318p), 하지만 그런 압박은 읽다보면 저절로 사라지고 만다. 그가 과연 이 소설에서 말하려 한것은 무엇인지 처음엔 도무지 어색하기만 한 느낌은 점점 그가 만들어 놓은 틀에 나도 모르게 일손을 거들어주는 잡부라도 된듯 그의 소설속을 헤매게 만든다.
소설은 좀 어색한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동화작가 테드와 그의 아내 매리언은 두 아들이 있었는데 아들이 운전하던 차가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며 두 아들은 죽고 술이 취해 뒷자리에 타게 된 테드와 매리언만 살아 남는다. 두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듯 ’루스’라는 딸을 낳지만 매리언은 두 아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그런 그녀에게 테드는 자신의 조수로 쓴다는 명목하에 16살짜리 에디라는 작가지망생을 여름아르바이트 조수로 채용한다.
테드는 작품을 핑계로 많은 여자들과 문란한 생활을 하고 매리언은 작가였지만 결혼과 함께 접었는데 집안에 즐비한 죽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잃어버린 아이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조수로 들어온 16살 에드와 불멸의 사랑을 하게 된다,그때 그녀의 나이 39살. 하지만 그 사랑도 잠깐 자신의 슬픔을 딸인 루스에게 전염시키고 싶지 않아 잃어버린 아들들의 사진과 함께 모두에게서 떠나 36년 동안 그들 앞에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삼십여년이 흐르고 에디도 작가가 되어 매리언과의 지난 사랑을 바탕으로 소설을 발표하지만 그의 소설들은 별볼일 없다. 하지만 루스의 소설들은 그의 아빠인 테드보다도 더 잘나가 어느날 에드가 그녀의 출판회에서 그녀를 소개하게 되어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엄마의 부재로 인하여 루스는 아기를 원하지 않고 결혼조차 미지수인 노처녀나 마찬가지이지만 편집장인 앨런과 좋은 사이로 지낸다. 그러다 유럽으로 출판회를 갔다가 새로운 소설을 구상중에 매춘가를 갔다가 살인을 목격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증거물을 갖게 되어 익명으로 경찰에게 넘기게 된다.
앨런과 결혼후에 그레이엄이라는 아들을 낳게 되지만 앨런이 심장마비로 죽고는 그녀는 <일년 동안 과부>가 된다. 하지만 유럽 출판회에 가서 우연하게 만난 경찰 하리와 재혼하면서 그녀의 과부생활은 막을 내리고 하리와의 행복한 생활을 하며 왜 엄마가 자신을 떠나야 했는지 그리고 죽은 오빠들을 못잊어 했는지 엄마를 이해하게 되면서 지난 시절동안 엄마에게 품었던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그라든다. 자신이 비로소 결혼과 출산 아버지와 전남편의 죽음을 거치면서 엄마와 에디까지 받아 들이는 그녀,소설은 그 긴 시간동안 루스를 통해 그녀와 얽힌 사람들을 튼튼한 재목으로 하여 부서지지 않는 어빙만의 집을 짓는다.
이 소설은 소설속에 또 다른 소설들이 교묘하게 얼키어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테드,매리언,루스,에디 그들은 모두 작가이면서 소설속엔 그들의 작품이 나온다. 별개의 이야기들은 하나로 똘똘뭉쳐 그들의 지난날의 과오를 풀어나간다. 물이 흘러가면서 유유히 모든 것을 포용하듯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들을 세월속에 녹여 더이상의 매듭이 없는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존 어빙 그가 왜 이야기꾼이라 하는지 알것 같은 느낌이 2권부터 재미와 속도를 더하며 전해준다.
좀더 일찍 테드가 딸 루스에게 진실했더라면 엄마인 매리언이 자신을 감추지 말고 당당하게 남편과 루스곁에서 자신의 문제를 풀어 나갔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두 아들의 죽음이 너무도 큰 상처였기에 평생을 잊지 못하고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소설로서 풀어 나간 매리언,여자의 우울증은 그렇게 시작되나 보다. 그런 그녀를 몸과 맘으로 진실되게 받아 주었던 비록 나이는 그녀보다 훨씬 어렸지만 에디의 사랑은 처음엔 잘못된듯 하였지만 오로지 그녀만을 바라보는 진실된 사랑임을,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좀 속된 표현들이 나왔어도 읽고나면 끄덕일 수 밖에.. 매리언과 루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곧 <사랑>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말하고 있는것 같은 이 소설은 작가의 치밀한 구성과 서로다른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작가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전에 본 <공작부인>이란 영화가 생각이 났다. 여자의 아픔을 수수방관하는 남편들로 인해 그 아픔이 얼마나 큰 상처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준듯 하다. 여자의 아픔을 남편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남자와 여자가 너무도 다른듯도 하며서 서로 상생을 하면 결과는 달라진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는 듯 하다. 소설은 처음엔 치부를 들어낸듯 했지만 읽는 동안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준 것 같다.
’네 살때 어머니가 떠났고,하느님은 존재하지 않았으며,아버지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았다. 정의에 관해 말하자면, 아버지는 루스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나눴다는 것이다.... 4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