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중인 수녀님이 작년에 작고한 친정엄마를 병상에서 더 애타게 그리는 시들마다 구구절절 '엄마'에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 나 있다. 늘 맑고 고운 시어들로 우리 가슴을 적시어 주시던 수녀님속에 있던 '엄마'를 대하니 눈시울이 뜨겁고 목울대가 무언가 콱 막고 있는것처럼 읽는내내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수녀님의 문학적인 기질을 어머님께 많이 물려 받으신것 같다. 어머님의 편지를 접하니 그 연세에 두 수녀님에게 보낸 편지들이 39에 남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4남매를 키우며 그 중에 두 분은 수녀님으로,어머님의 독실한 믿음이 수녀님들께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수녀님의 '엄마'라는 시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엄마의 모든것이 수녀님에게로 전이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와 딸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도 엄마와 헤어질 땐 눈물이 난다 낙엽 타는 노모의 적막한 얼굴과 젖은 목소리를 뒤로 하고 기차를 타면 추수를 끝낸 가을 들판처럼 비어 가는 내 마음 순례자인 어머니가 순례자인 딸을 낳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세상 늘 함께 살고 싶어도 함께 살 수는 없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감싸 주며 꿈에서도 하나 되는 미역빛 그리움이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꽃물든 그리움으로 꽃을 버러 가는 길의 끝에는 꽃을 드신 엄마가 서 계셨어요 - 봄 이야기 중에서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침내 내 안에 그리움이 스며들어 나를 부르고 또 부르시는 단 한 분의 지극한 사랑,어머니 내가 죽어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그리움, 어머니 - 더 생생한 모습으로 중에서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고운 신발은 신지도 못하시고 동네 시장에 가니 모자 가게 주인도 신발 가게 주인도 제게 묻습니다 "할머니는 좀 어떠세요?" "네? 아,네 할머니요? 우리 어머니요? 지난 가을 하늘나라로 나들이 가셨는데요!" 손수 고르신 모자는 방 안에서도 즐겨 쓰셨지만 손수 고르신 고운 신발은 신지도 못하고 맨발로 가신 어머니 그 조그만 발로 타박타박 걸으시던 모습 눈에 선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수녀님의 글들을 읽으며 점점 주름살이 늘어만 가는 친정엄마가 떠 오른다.허리가 굽어도 손이 말을 듣지 않아도 그저 자식 위하여 늘 종종 걸음을 걸으시는 엄마,보따리 보따리 자식에게 싸주어야 마음이 놓이시는 부모님을 글 속에서도 만나는 듯 하다. 부모는 자식을 위하여 내리사랑을 전하고 있지만 자식은 그 사랑이 늘 넘친다며 받기를 거부하고는 부모의 빈자리가 느껴질때 비로소 부모를 찾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좀 더 잘해드려야 하는데,하는 것은 늘 마음뿐이고 나 먼저 챙기지 부모님을 먼저 챙기지는 못하는것 같다. 두 수녀님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기 위해 어버이날에 동분서주하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시며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 드리려 다녔을 수녀님의 어머님,그리곤 보따리에 싸서 기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려 수녀님앞에 사랑의 보따리를 풀러 마음을 전했을 그 따듯함이 녹아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엄마' 는 가슴으로 읽는 시들이다. 수녀님이 빨리 병상에서 털고 일어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녀님이 생각날때 엄마가 그리움으로 부를때 읽으면 좋은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