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리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도 생각했다.
 
개밥바라기별이란 제목에서 그게 어떤 별일까 했는데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별이다. 샛별, 초승달과 함께 서쪽하늘에 나타나면 '개밥바라기' 작가의 성장기,자신을 찾기 위하여 좌충우돌하며 보낸 시간들은 우연히 만난 막노동꾼에게서 '개밥바라기'라는 말을 들으며 지금은 개밥바라기지만 언젠가는 반짝반짝 빛나는 샛별이 되리라 하는 희망이 있음을 암시해주는 가슴이 따듯한 소설.
 
성장기는 성장통이 있는가보다.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하여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위한 고개를 넘는 아픔은 어느 누구에게나 있는 법,나 또한 지금 두 딸들이 사춘기를 맞아 날마다 싸움아닌 싸움으로 일관되는 삶이라 더욱 이 소설이 와 닿았는지 모른다. 문지방에 발을 딛고 선 아이처럼 실바람에도 흔들릴 듯한 그 시간속에서 자신안에 숨겨진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지금의 작가를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한달만에 집에 돌아오자 이제 다시는 소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ㅡ183p
소설은 베트남전에 참가하기 전,서울에 올라가 가족과 친구를 만나며 지난 시절을 회상하듯 사춘기부터 베트남전에 가기 위하여 열차에 올라타는 시선으로 이어지며 소설은 끝나는데 구성이 약간 피천득의 <인연>을 닮은 듯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화자는 늘 1인칭 '나'이다. 하지만 그 나는 똑같은 이가 아닌 준,인호,정수,선이,미아로 이동하면서 다각도로 보여지는듯 하지만 그들은 친구로 한데 어우러져 작가를 자화상처럼 그려낸 인물 '유준'이라는 인물의 촛점으로 연결지어진다. 그의 친구들 속에서 공부보다는 글쓰기를 택하고 틀에 얽매인 삶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기 위하여 학교를 벗어나 무전여행을 하며 성장통을 거치고 이겨내어 청년이 되는 과정을 거치듯 하는 준과 그의 친구들 그러면서 한 여자를 알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는듯 하였지만 그녀 옆의 친구인 '미아'를 더 닮았던 준.
 
'나는 채 자라나지 못한 중닭이나 어중간하게 커버린 강아지의 껑충하고 볼품없던 꼬락서니를 문득 떠올리고 픽 웃었다.' ㅡ118p
격동의 시간을 삶면서 유치장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막노동꾼 아저씨,그를 따라 전국을 돌며 막노동으로 단련되는 정신과 육체에서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자신으로 거듭난 유준, 어느 순간 삶을 버리려 수면제를 삼겨도 보지만 운명의 끈은 그를 놓아주지 않고 더 단단하게 살게 만든다. 오랜 수감생활이 빚어낸 작품들 '오래된 정원' '심청' '손님' '바리데기', '바리데기'를 통해 어린 독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작가는 <개밥바라기별>이 자신의 문화적 연대기의 기술에서 새로운 표지석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하였다.
 
'나 권투 좋아해요. 사각 링에 딱 갇히면 각자 무지하게 외로울거야.온 세상에 바로 코앞의 적뿐이니까.' -205p
어찌보면 '오래된 정원'의 전 이야기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 '장길산'과 '오래된 정원' '바리데기'를 읽었는데 이 소설은 작가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나는 개밥바라기별의 이미지가 이 소설을 읽은 여러분의 가슴 위에 물기 어린 채로 달려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하는 것처럼 아픔이지만 아픔이 승화되어 좋은 작품들로 나타남이 지금의 '황석영'을 만들어준 자신의 실체를 찾은 시간이라 본다.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맑고 흐린 세상풍파를 다 받아들이는 거야.' ㅡ243p
꼭꼭 숨겨둔 작가 자신의 내면의 비밀창고를 열고나니 무척 빨리 읽어 내려가진다. 막힘없이 읽다보니 내 자신의 지난날도 생각나고 작가가 지난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마구마구 지나치듯 표지의 그림처럼 머무르기도 한다. 희미하면서도 무언가 응시하고 있는 듯한 소년, 그 소년이 바라보던 개밥바라기는 샛별이 되어 빛나는 듯 하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이야기꾼'인것 같다. 무언가 마력이 숨겨져 있는 듯한 그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것을 보면.
 
'뭘 하러 흐리멍텅하게 살겄냐? 죽지 못해 일하고 입에 간신히 풀칠이나 하며 살 바엔, 고생두 신나게 해야 사는 보람이 있잖어.' ㅡ259p
갑자기 그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이 궁금해졌다. 선이,미아,정수,인호 막노동 아저씨.. 지금은 모두 잘 살고 있겠지. 그들도 작가처럼 지난날을 그리며 개밥바라기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장기 단편소설로 황순원의 '소나기'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이 시대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괜찮은 '개밥바라기별'이 성장기 소설의 으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순간일듯 하다. 그의 성장통에 편승하여 오전내내 미소를 살며시 지으며 읽었던 개밥바라기별이 이제 저녁하늘을 바라보면 '개밥바라기' 라고 외칠것 같은 그런 존재로 거듭남과 함께 작가의 혼란의 시간을 아름답게 그려주어 작가에게 고마울뿐,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시작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별을 그려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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