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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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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쏟아진 찬사에 감히 책을 집어 들기가 망설여졌다.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1위, 그리고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 하여 묵직함에 늦게서야 책을 접하게 되었다. 코맥 매카시는 나로서는 처음으로 접하는 작가라 검색을 먼저 해보고 작가를 좀더 가깝게 느끼고 소설을 읽는것이 더 빨리 이해할듯 하여 알아보니 '은둔작가'이다. 70세의 은둔작가로 어린 아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으며 그의 은둔생활이 이 소설에 많이 묻어난다는 것.
 
많은 리뷰들을 보니 소감도 반반이다.대단하다는 평과 넘 이해하기 힘들고 평보다는 떨어진다는 평들,난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하며 읽다보니 나도 처음엔 평보다는 좋지 않은것 같은데 대단한 상도 받고 성서에 비교가 될까 고개가 저어졌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며 이래서 그랬나 보다 하며 작은 감흥이 일기 시작이다.
 
소설은 대재앙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지구에 아빠라 불리는 남자와 어린 아들이 지독한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 희망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재뿐인 곳에서 먹을 것과 잠자리와 입을 것을 겨우 겨우 찾아 연명하며 길을 따라 무언가 희망을 찾아 가는 이야기다.끊임없이 둘은 짧은 대화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어 가고 그리고 그 대화로 인하여 살아 있음을 느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들이 끌고 다니는 바퀴가 불안정한 카트엔 재로 쑥대밭이 되어 사람이라곤 죽은 시체밖에 없는 곳에서 그래도 남겨진 양식과 그외 생활에 필요한 것들 몇가지를 싣고 길을 따라 이동을 하다가 잠은 인간사냥꾼들을 피하여 숲에서 자거나 숨어서 잔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도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며 또는 사람을 잡아 먹는 사냥꾼들 뿐이다. 어느것 하나 생물이라고는 없는 척박함에서 우연히 만난 개마져 반갑지만 그것 또한 거둘수가 없다.자신들의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기에.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은 두 발의 총알,한 발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간사냥꾼을 쏘아 어린 아들앞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그리고 자신들이 비록 살인을 하였지만 좋은 사람들임을 한번더 되새기며 남은 빈총알자리를 나무총알로 채우는 남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 아들도 남자도 힘겹고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 버겁게만 느껴진다. 그들의 시간엔 희망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남자는 '불을 운반하는 자' 라며 자신들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한 최면을 걸듯 한다. '불' 과연 그들이 불을 운반하였을까..
 
남자는 아들을 지키기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먹을것과 옷가지등을 구하기 위하여 회색의 바다에 있는 움직이지 않는 배에까지 가서 삶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 나오기도 하지만 그들보다 더한 사람이 그들이 구한것들을 훔쳐가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들의 카트를 찾고 상대의 마지막 옷가지들을 벗겨 자신들이 처했던 상황과 똑같게 만드는 남자,어린 아들은 아빠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만 남자는 점점 병들어 가고 급기야 죽음에 이른다. 세상에 혼자 남겨지게 된 아들,그 앞에 나타난 좋은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은 인육을 먹지 않으며 아버지를 숲에 남겨두고 소년을 데리고 자신의 가족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이 소설은 아주 먼 미래에 우리가 만날 어떤 시간들일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성서와 비견되었나보다.노아의 방주처럼 마지막에서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처럼 남자의 죽음은 절망이었지만 다시 희망으로 이어지는 그래도 살만한 지구,작가가 말하려 했던 핵심은 무엇일까.. '길에는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어디에도 살아있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남자와 아들은 그 길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속에 작가의 질문이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작가의 견해일까...아무것도,생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그들은 오직 지난 세월속에 묻혀 버린 것들속에서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취했다. '전에는 우리도 죽음에 관한 얘기를 하곤 했어.하지만 이젠 안 해.왜 그럴까? 모르겠어. 죽음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지.이야기할 게 남지 않은 거야.' 생명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죽음이 먼 미래의 얘기였다면 지금 그들이 처한 현실은 죽음속에 있다. 생명이 사라진 시간과 길...
 
성경과 비견된다고 하여서일까 읽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두통이 온다. 작가가 은둔생활을 하며 지낸 시간들이 녹아 있어서인지 작가를 생각해서일까 맘이 아려오며 그가 살아온 길을 따라 나도 함께 여행을 하듯 느릿느릿 걸었다.반복되는 이야기에 지처가다  어느 순간부터 그 걸음에 속도가 붙으며 빨라진다. 그가 죽음으로 치달으니 그를 구하고 싶어진다. 어린 아들을 위해. '행운이란 이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남자는 거의 매일 밤 어둠 속에 누워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다.' -260p 다른자의 죽음이 행운처럼 느껴지는 현실, 길은 끝이 없다. '매일매일이 거짓말이야.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넌 죽어가고 있어.그건 거짓말이 아니야.' -269p 남자의 삶은 촛불과도 같다.자신을 태워 불밝히며 죽어가지만 희망을 아들에게 전해주는 희생적인 삶. '넌 계속 가야 돼.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 돼.길을 따라가다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괜찮을 거야..' -313p 남자는 죽는 순간에도 소년에게 길을 가다보면 희망이 있을것이라면서 길을 계속 가기를 원한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그들이 지금까지 희망을 찾아왔기에.. 어쩌면 이 소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이란 소설의 전대목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책을 손에서 놓고나니 괜히 걱정이 된다. 소년이 희망을 찾았을까... 그 소년이 대재앙 반대편의 희망의 나라에서 잘 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소설책을 내려 놓았다.하지만 잔영은 오래가 눈을 감으면 검은 길이 쭉 이어져 나타난다. 내겐 작가가 화두를 던진 소설처럼 읽은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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