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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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난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모든 시름은 사라지고 작가에게 빠져 들었다. 20여년이라는 수감생활을 했으면서도 어느 한 곳 어둡거나 닫힌 생각보다는 자연을 대하는 국토와 역사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냥 넘김보다는 생각의 여유를 갖게 만드는,깊은 성찰이 필요한 나무야 나무야,마음에 와 닿았던 글들을 정리해 본다.
 
사람은 그 부모를 닮기보다 그 시대를 더 많이 닮는다고 하였지만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이었습니다. -14p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두려워할 것 없다.우리들이 자루가 되어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29p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이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90p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우상은 사람들을 격려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것은 본질에 있어서 억압이다. -99p
 
무감어수(無鑒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 (鑒於人).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들과의 사업 속에 자신을 세우고 사람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보기를 이 금언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깨동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살아가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128p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 당신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 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84p 
청령포 이곳은 강물 속에 와류와 냉수대가 숨어 있는 음기의 땅이었기에 유배지로 골랐다고 했다.단종 그가 죽고 정순왕후의 여생은 궁중에서 추방당하여 서울 교외의 초막에서 동냥과 염색업으로 한많은 생애를 마쳤다 한다. 그녀의 통곡이 들려오면 마을 여인들도 함께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동정곡을 하였다고 합니다. 핏빛보다 더 진한 자줏빛 물감을 들이며 가난한 한포기 민초로 사라져갑니다. 동정곡을 하던 수 많은 여인들의 마음이나 동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체를 수습했던 영월사람들의 마음을 '충절'이란 낡은 언어로 명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89p 청령포를 읽는 내내 가슴이 무언가에 찔린듯 아팠다.어린나이에 왕좌에 올라 유배와 죽음으로 치닫고 정순왕후마져 험난한 삶을 살다 스러져갔으니 청령포의 아름다움과 단종의 죽음은 너무 극과 극을 이룬다.
 
친구에게 혹은 '당신'이라는 누군가에게 엽서에 쓴  글로 짤막하면서도 가끔 그림과 사진이 곁들여져 더욱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함께 느낄 수 있어 잔잔함이 묻어나던 책이다. 문득 글을 읽으면서 '나무야 나무야'는 어떤 뜻일까 생각해 보았다. 자연.. 꿈나무.. 역사.. 무엇을 대입시켜 보아도 너무 좋다.잠자고 있는 누군가를 부르며 깨우듯이 반복된 제목이 좋다. 잠자는 나무를 깨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우리 국토와 역사가 배경이 된 수필,잔잔한 일깨움이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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