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산중일기는 선답보다는 작가와 독자의 선문답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그의 다른 에세이집 '꽃밭'에서는 가족 특히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듯 하다. 산중일기도 처음엔 크리스찬인 그가 절에 가서 쓴 에세이인가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글 속에 진솔하게 녹아나 있는 진주는 가족인듯 하다.특히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며 부처아닌 부처가 아내라는 이야기,먼 길을 돌아 비로소 자신의 둥지에서 진실을 찾은 듯한 이야기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참사랑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눈에서 멀어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 것은 참우정이 아니다. 참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18p 화두처럼 던져진 말이 고요한 산사의 풍경과 함께 잠시 주저 앉아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린 흔히 눈으로만 보려하지 마음으로 보려하지 않는다.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태이고 진실된 마음은 뒤로 물러난지가 오래되어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곱씹어보게 한다. 하나하나는 불확실 하지만 서로 짝을 맞춰 나가는 동안 차츰 어떤 전체적인 형태가 완성되는,조각난 그림을 맞처 가는 퍼즐게임처럼 나는 '가족'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때그때의 조각난 생활을 맞춰 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인생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퍼즐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58p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중점적인 내용같다. 아니 우리에게 말하려는 핵심은 '가족'의 소중함 같다. 산중일기는 그의 조각난 퍼즐들이 산사에서 하나하나 짝을 맞추어 가면서 '가족'이라는 완성된 실체로 거듭나는 것 같다. 인생을 이젠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라서서 바라 본 뒤안길에 소중한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고 딸이 있고 손주가 있고 그리고 자신이 있는 것을 깨우쳐 가는 정갈한 에세이.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벗을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를 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벗은 만나기 어렵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88p 인생은 어차피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다. 하지만 인생의 길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는 '아내만 한 친구가 없다.' 고 했듯이 내 앞에 심청이가 아침저녁 수발을 들고 오가는데도 나는 공양미 300석을 따로 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 심청이가 누구라도 좋다. 내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의 얼굴이라면 어서 눈을 번쩍 뜨고 그 사람의 눈동자에 지그시 내 눈빛을 맞추고 싶다. - 180p 아내만 한 친구가 없다고 했듯이 반드시 이 부분은 옆지기에게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대목이기도 하다.나 또한 옆에 있는 사람이 늘 함께 할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고 있으니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이다. 더 늦기전에 눈빛을 맞추며 살아야겠다. 산으로 갈 수 없으면 산이 내게 오게 할 수 밖에... 요즘 자주 산을 오르다보니 하루라도 산에 가지 않는 날은 병이 날것만 같은 때가 있다.그런 날은 예전에 산에 다녀온 못 찍은 사진이라도 보며 그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고 작은 꽃들과 눈마주침이라도 한다.그러고 나면 조금 마음이 가라 앉기도 하고 내 안에 산을 들여 놓은것처럼 기분이 좋아질때가 있다.바로 이 책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내 안에 산을 들여 놓는,산중의 조용한 산사에 와서 모든것 내려 놓고 간만의 여유를 즐기는 기분을 준다. 글과 사진이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하지만 고요함이 베어 있는 사진들이 있어 내 안에 산을 들여 놓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ㅡ 친구들이 모두 나보다 훌륭하게 보이는 날, 이날은 꽃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하고 노닌다. - 91p ㅡ 우리는 모두 눈으로 사물을 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쩌면 모두 눈 뜬 장님들일지도 모른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다.마음의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 176p ㅡ 개성을 만드는 것은 화장이 아니다. 옷이 아니다. 색이 아니다. 쌍꺼풀 수술이 아니고 헤어스타일이 아니다.유행이 아니다. 지워지지 않는 개성을 만드는 일은 자신의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일이다. - 211p ㅡ 나를 죽이지 않는 한 모든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굳이 그의 말을 우격다짐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생에는 돌아가는 것보다 당당하게 맞서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그것이 죽음의 공포든 불안의 허망이든. -222p ㅡ 지금 곧바로 집으로 가면 이불을 두르고 신발도 거꾸로 신은채 뛰어나와서 맞는 사람이 있을 걸세.바로 그분이 부처님이라네.. 부처님은 집 안에 있다. - 246p ㅡ 삶은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 296p 나는 요즈음 그만 놀고 친구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내가 살아온 담장 너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거기 지난 삶의 마당에 한 잔의 찻잔이 놓여 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얼마 남지 않은 찻물이 햇살에 반짝이며 한 점의 눈부신 빛을 반사하고 있다. -302p 무언가 자조적인듯 하면서도 자기성찰이 깊게 베인듯한 에세이다.그러면서 덤으로 독자에게 여유를 안겨준다. 일상을 내려 놓고 편안히 앉아 그가 따라 놓은 듯한 찻잔을 집어 들고 그와 함께 차를 마시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가 던진 '화두'를 곱씹어 보면서 내 안의 부처를 찾고 보다 진실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만든다. 산에 가지 않았지만 그가 산을 선물한 기분이다. 그의 에세이 꽃밭엔 김점선 선생님의 그림이 있었다면 '산중일기'에는 사진작가 백종하의 고즈넉하면서도 禪이 담긴 사진이 있어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그의 표지의 말처럼 '나는 삶보다 숭고한 종교도 가족보다 신성한 경전도 알지 못한다.' 이 한마디에 모든것들이 담겨진듯 하다. 가족보다 소중한 것이 또 어디에 있으랴.가족이 있어 그가 새롭게 태어났듯이 가족이 있어 진실된 삶이 되지 않았을까.가족을 한번 더 깊게 성찰할 수 있도록 해준 글이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한 그외 모든것들이 가족으로 비롯하였음을 한번더 생각하게 되고 되돌아 보게 만드는 화두가 된 책 산중일기,여유가 그립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을때 한번 더 읽어볼만한 책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