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호미' 예전에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가꿀 터전이나 날마다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이제는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작가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내 뜨락을 가꾸고 산다고 자부할만큼 약간의 식물을 키워봐서 내 보잘것 없는 뜨락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다.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고 물을 주면서 가꾸는 동안 나의 노력으로 꽃이 핀다면 그 얼마나 큰 행복인지 가꾸어 본 사람은 알것이다.
 
나도 농부의 딸이면서도 호미는 내게 그니 낯익은 농기구가 아니다.아버지는 막내라는 이유로 농사에서 날 제외시켰기에 흙이 좋고 흙내음이 좋고 식물이 좋고 꽃이 좋고 열매가 좋아도 땅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없는 틈틈이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 풀도 뽑아보고 감자도 캐보고 콩도 심어 보고 옆에서 겨우겨우 눈동냥처럼 농사일을 해 보았기에 그나마 지금 나의 뜨락을 가꾸며 살지 싶다.그런 유년의 추억이 있어 흙내음을 좋아하고 식물을 좋아하고 유년의 회귀처럼 그런 생활을 꿈꾸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조금더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큰다면 흙을 밟으며 살고 싶다.나만의 뜨락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도 심고 꽃도 심고 채소도 심고 가꾸며 철마다 피는 꽃들을 바라보며 살고 싶고 열매로 차도 만들고 술도 담고 그 이유로 친구와 여유로운 만남을 가지며 그런 전원의 생활을 꿈꾸지만 꿈처럼 그렇게 잘 가꾸며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아파트 생활에 익숙하여...
 
칠순의 연세에도 작가는 작가만의 뜰을 가꾸며 산다.늘 손에 호미를 들고 풀도 뽑고 채소를 심고 가족과 나누며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처럼 작은행복을 '호미'로 일구며 산다.넘 부러운 삶이다. 그 속에서 글도 쓰고 정말 내가 꿈꾸는 삶인듯 하여 더욱 정감이 가는 글들이다.
 
타샤의 정원은 아니어도 작지만 소박하고 나만의 애정이 듬뿍 담긴 작은 정원이 있다는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 속에서 날마다 호미로 흙을 일구며 흙내음을 맡아가며 계절을 느끼고 바라보며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싶은 로망중에 하나일것이다.그러면서 작은 자연이 변화에도 경이로워 하면서 남이 느끼지 못하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호미'가 주는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책들은 십여권이 넘도록 구매를 해 놓고 사실은 읽어 볼 기회가 없었다.다른 책들을 읽느라 뒤로 미루어졌는데 '호미'란 책도 미리 구매를 해 놓았는데 더 뒤로 미루기 보다는 작가를 만나고 싶어 얼른 집어 들었다. 소박하면서도 우리내 어머니의 삶을 보는것 같아 더 정감이 가면서 다가온 '호미',책과 함께 온 작가가 직접 받았다는 봉숭아씨를 내년에는 나도 내 화단에 심어 꽃을 피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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