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회사 생활 5년차- 아니 이제 새해니깐 6년차. 회사 생활에 치이고 사람한테 치이면서 그동안 별로 해보지 않은 고민들이 늘어만 갔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건지, 이 길이 맞는건지... 왜 조금 더 어릴때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일률적으로 모두가 같은 생활을 하던 학교 때와는 달리 어른이 되니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여기 나와는 다른 하지만 내가 쫓아가고 싶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이 있다.  

이 책에서 만화가 선현경씨는 같은 만화가 이우일씨와 그녀의 딸 은서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그려낸다. 읽다보면 뭔 이런 속 편한 사람들이 다 있나 싶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이렇게 사는게 맞는 건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새벽부터 줄서기를 한다는 요즘 현실과는 동 떨어지게 아이가 5학년이 되도록 학원도 안 보내는 엄마. 나 역시 종종 친구들에게 아이는 다 자기 먹고 살건 갖고 태어나는 거야, 그런거 안 시켜도 돼 라고 했다가 구박을 받거나, 너가 낳아봐야 알지 라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저자는 당당하게 만약 아이가 불평을 하거나 부족함을 느끼면 그 때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제목처럼 '느려도 좋아'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소박한 그림체의 만화와 일상 이야기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세상에 이런 가족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TV가 없다거나, 노래를 틀어놓고 다같이 춤을 춘다거나 혹은 앞에서 말한 우리와 다소 다른 교육관과 생각을 지닌 부분도 있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엄마의 건망증,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등등 그냥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고, 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읽을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새해에는 무얼하고,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등등을 머릿속에서 생각하면서 읽고 있었다. (그만큼 편하게 읽어도 좋을 책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서 이 책을 한마디를 던진다.  

"현재가 소중해야 뭐든 소중할 수 있다고. 오늘은 살 수 있어도 내일은 절대 살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사니 조금 더 즐거워진 기분이다. 말이 안통하는 아이를 돌보는 일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남편 취향의 영화를 함께 보는 일도, 냄새나는 고양이들의 화장실을 치우는 일도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한 지금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이 기뻐야 매일매일이 기쁜 것이다." 

내일 당장 회사를 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휴일에도 이거이거 해야지 해놓고선 막상 한 건 없고 집에서 빈둥대다가 내가 뭘했나 싶어서 후회했다. 하지만 집에서 빈둥대는 시간도, 정신없이 빵을 만드는 시간도, 회사에서 불평하는 시간도- 열심히 해야한다. 그리고도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만 하면 된다. 오늘이 행복해야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메시지는 어떻게 보면 명확하다. 지금 인생을 즐길 것.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기가 행복한 길을 찾을 것. 남과 비교하지 말 것.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재미있고, 신선하게 들리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직접 이런 말들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덧 한해가 지나가고 새로운 한해가 다가왔다. 올해는 나도 이들처럼 비틀즈의 노래를 틀엉놓고 정신없이 춤 한번 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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