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공감
안은영 지음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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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일은 하지 마라. 미운 사람은 만나지 마라. 가기 싫은 자리 가지 말고, 먹기 싫은 건 먹지 마라.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은 짧더라.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너 자신한테 먼저 집중하고 살아라." (중략) “그렇게 살아도 될까 ? 그래도 그게 잘 안 돼.” (중략) “그래도 된다.” 라고 말해주는 나직하고 따뜻한 엄마의 대꾸. (p122-p124)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정말 너무 너무 힘들었다. 벌써 만 5년을 채운 회사생활은 지지부진하고 재미없었으며, 설상가상으로 아래 윗 사람들이 모두 바뀌면서 일은 많았다. 거기다가 새로온 상사는 전사에서 악명을 떨치는 그런 분으로 항상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를 살아야했다. 처음부터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던 나는 하루에도 12번도 더 마음이 바뀌면서 이 조직을 떠나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고, 짧막짧막하게 떠났던 휴가는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거기다가 잠깐 쉬다왔다는 죄로 마음을 추스렸냐는 질문을 꼬박 꼬박 받아내야했다. 다 커서 서른을 코앞에 둔 주제에 엄마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죽겠다고,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나는 이 책을 아주 금방 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눈에 밟히는 문장들이 많은지- 앞 뒤를 건너 뛰며 마음에 드는 부분만 읽고,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서인지 생각보다 책을 다 읽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그렇게 힘들었을 때, 나는 누군가 딱 저 말을 해주길 원했다. 그냥 천천히 시간을 갖고 너를 돌아보라고- 어차피 소심한 내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할 수 있을리 없기 때문에- 그저, 누군가 위로성 발언이라도 해주길 바랬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말뿐이라고 모른 척 했던 그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에서 저 말을 보고 마음이 콱 막혀오는 듯 했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말들인데, 저 말 한마디 듣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같았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아는 언니가 아는 동생에게 주는 소소한 위로들이다. 그렇게 큰 성취나 좌절이 아니라, 의외로 소소한 일상이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큰 부분을 차지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면, 왜 이렇게 이 책이 마음에 와닿는지 이해가 된다. 

사실 별 기대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고 위로를 얻었다. 언젠가 나도 그녀처럼 나와 비슷한 길을 걸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만한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언니'가 되고 싶다.

믿었던 상사, 친구, 파트너에게 버림 받았을 때 등이 굽고 허리가 꺾일지언정 무릎까지 꺽지는 마라. 너를 일으켜 세울 누군가의 마음을 위해 최소한의 힘을 남겨둬. 그때 너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을 잊지마.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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