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정리를 했다. 찾아야 할 책이 있어서, 하는 김에 정리도 한 것인데, 사 놓고 세워 놓기만 해서 얇고 얇은 먼지 옷을 입은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손끝 지문(부위)에 거무스름한 먼지를 묻히고서야 일이 대충 끝났다. 볕과 공기가 잘 드나드는 커다란 서재를 한번 꿈꿔본다. 

 

 

 

 

 

 

 

 

 

루돌프 아른하임은 꽤 오래전부터 시각과 회화(예술), 시지각에 관한 연구로 어떤 수준의 단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지금은 새로운 이론들로 인해서 비판적인 (과거 연구로써) 검토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각과 주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요즘, 한 번 제대로 겪어봄직한 텍스트의 저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각적 사고>와 <미술과 시지각>, <예술 심리학> 그리고 특이하게도 물리학적 접근(엔트로피를 중심으로 무질서와 질서, 구조)을 한 <엔트로피와 예술>이 있다.

시각과 결부된 주체가 회화에서 노니는 책을 잠깐 보았다. 이번엔 주체와 욕망 그리고 (문자)텍스트와의 진득한 엉킴을 구경할 만한 책이 보인다. <기호 주체 욕망>이란 책인데, 박찬부 씨는 전에 '라캉과 현대정신분석학회'를 이끌기도 했는데, 여기서 나온 얇은 학술지를 몇 번 본 기억이 난다. 정신분석과 문학에 대한 연구는 예전에 주로 프로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이젠 라캉이 자연스럽게 어떤 유용한 도구로, 이러한 접근을 다시 한번 부추기는 것 같다.

마르틴 졸리의 <영상 이미지 읽기>는 얇은 책이긴 하지만, 이미지 기호에 대한 이론과 실제 분석까지, 하나의 과정을 담은 실용적인 책이다. 뒤에 참고문헌에는 달랑 책 이름만 있는 게 아니라, 간략하게 책의 특성을 설명, 초보자들에게 선택의 길잡이도 한다. 마르틴 졸리의 책은 이것 말고 동문선에서 나온 <이미지와 기호>도 있다. 

 

 

 

 

 

<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는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보던 대상-여자에서 (반대로 전환만 하면 그뿐인) 남자라는 대상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룬 것이지만, 이러한 전환을 생각해낸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봐서도 매우 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여성과 미술에 대한 책들은 페미니즘 시각 등을 통해서 자주 다루어지고 있다.

 

 

 

 

 

 

 

 

미디어가 과거와 달리 비약적인 변화를 보이게 되면, 그 아찔한 격차 만큼 어떤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것이 예술과 화학 반응을 한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렇게 변화가 왕성한 시기(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그것들을 몸소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메뉴얼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험 정신이 붙게 되고, 이것이 흡사 '실험 정신'이라는 칭송을 듣게도 한다. <뉴미디어 아트>란 바로 그러한 첨단 미디어가 예술에 흘러 들어가 여태 보지 못한 새로운 섬광(이미지)을 연출하는 모습들이 담긴 책으로 보인다. 

이젠 너무도 유행에 뒤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것이 책방에 떠돌고 있다. 이 사조가 한때는 젊은 두개골을 바싹 긴장시켰던 적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차이를 마치 도식처럼 암기하던 사람들도 있었을테고, 너무도 극단적인 외침들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 핑계를 대가면서 그칠 줄 모르는 사유의 광란을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잠잠하고 아무도 건드려주지 않는 이 시기에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군불 지피기는 어떨까?

 

 

 

 

 

 

<이성의 파괴>

 

 

잠깐 잊고 있었던, 루카치.. 전에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와 <이라크>를 읽으면서 "맞아! 루카치가 있었지"라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기억이 난다. <역사와 계급의식>은 판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살아 있는 그의 책이고, <이성의 파괴>도 그 도도한 제목을 가지고 버티고 있다. 다만 <청년 헤겔>과 <레닌>, <영혼의 형식>, <미와 변증법> 같은 책들은 보이질 않는다.  하여튼 루카치에 대한 약간의 불씨에 자극을 받아 찾아보니까, <루카치 미학>이란 4권짜리 책이 눈에 띈다. 나는 '미메시스'라는 말이 들어가면 약간 지적 흥분을 느끼는데, 1, 2, 3권에 걸쳐 이 '미메시스'가 퍼져 있다. 어서 이 책부터 차근 차근 모아야겠다.

 

-DVD-

스탠리 큐브릭

 

 

 

 

 

 

 

 

스탠리 큐브릭의 박스세트(Stanley Kubrick Collection)가 곧 나올 모양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후기 작품인 <2001 : A Space Odyssey, 1968>부터 실린 거 같은데, 구태여 이 감독의 영화들에 대해 "봐야 한다, 이것만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킬링>은 큐브릭의 초기 영화에 속한다. 나는 여태  <킬러스 키스 ,1955>를 맨 처음 영화로 알았는데, 찾아보니까 그 전에 <공포와 욕망 ,1953>이 있다. <공포와 욕망>에 대해선 금시초문인지라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하여튼 큐브릭 감독은 <영광의 길>에서 마이클 더글러스의 아버지인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와 만나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커크 더글러스를 주연으로 대작 영화 <스파타커스 , 1960>를 만들었는데, 영화는 지금봐도 상당히 잘 만든 영화지만, 정작 감독 본인은 그렇게 좋아하질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커크 더글러스에게 있다. 아무래도 힘과 돈이 있는 배우라서 간섭이 심했다고 하는데, 이를 계기로 큐브릭 감독은 그 후에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의 독자적인 힘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영화 만드는 걸 꺼려했다고 한다. 하여튼 이 영화에서, 수많은 전투병들이 열을 맞추어 진을 짜는 풍경은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광경 중 하나다.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1964>는 대단히 현대적인 시각이 깃든 영화로써, 그의 독특한 영화적인 풍자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하늘에서 추락하는 카우보이는 압권이다. 거대하고 지루한 우주 묵시록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최근 <썬샤인>에도 그 영향력을 확인 할 수 있고, 너무도 유명한 그의 대표작 <시계태엽 오렌지>의 엽기성은 카메라의 과감한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안에서의 '빛(조명)'에 대한 실험적인 탐구가 돋보였던 <배리 린든>과 미친 아버지와 복도의 피바다가 인상적인 <샤이닝>도 빼놓을 수 없는 큐브릭의 영화다. <폴 메탈 쟈켓>은 더 한층 현대적인 영화의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렇게 빼어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즈 와이드 샷>도 그러한 주제나 분위기는 다른 영화에서도 맛볼 수 있기에, 약간 시기적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무거운) 잔영을 남기기엔 불리했다고 보여진다.  

하여튼 그가 누구인가? 스탠리 큐브릭..  이렇게 건성 건성 그의 영화를 건드리기엔 너무도 탁월한 감독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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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든 뭐든 대체로 풍성했던 추석도 지나고, 다시 평상의 시간이 이 짙은 밤을 넘기면 찾아 올 것이다. 며칠 동안 배는 팽팽하게 계속 채웠지만, 머리와 마음, 그리고 몸은 게으른 리듬으로 흘러 들어갔었다. 맥주도 많이 마셨고..  이젠 또 여러모로 긴장된 일들을 마주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난케 출판사에서  무게감 있는 정신분석학 책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조엘 도르의 임상에 관한 책들을 통해서 라캉(그리고 프로이트)에 대한 좀 새로운 맛(접근)을 보여줬는데, 이번에 '아난케 정신분석 총서 5'로 <강박증: 의무의 감옥>이 나왔다. 이 책 역시도 홍준기 씨가 번역했는데, '강박증'에 대한 깊이감 있는 내용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알라딘에는 같은 총서 시리즈 4권에 해당하는 <멜라니 클라인 정신병 모친살해 그리고 창조성>이 보이질 않는다.

 

 

 

 

 

 

 

 

<프로이트 예술미학>은 문학과 예술 등에 관한 프로이트의 생각과 그의 정신분석학과 관련지어 서술된 책이다. 역시 프로이트와 깊은 관련이 있는(그러나 진전된 논의로 우리가 알 만한 사람으론 멜라니 클라인) '대상관계 이론(Object Reatons Theories)'에 대한 책들도 보인다. 유아 성장 과정에서 대상(타자, 특히 엄마)과의 관계성에 주목한 이론인데, 결국 개인 내면의 독자적인 구성력보다 타자들의 이미지, 힘에 의한 영향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라는 책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이론과 실제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대상관계 이론과 정신병리학>은 좀더 세부적으로, 대표적인 학자들의 연구을 중심으로 꾸며진 책이다.

 

 

 

 

 

 

<액션 시어터>는 독특한 책이다. 무대 위에서의 '즉흥 몸짓'과 관련해서 그러한 것들을 산발적이지 않게 모아서 개념으로 묶어 엮은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어떤 책인지는 감이 오지 않는다.     <열린 예술작품>에서 에코의 비판적인 미학 냄새(아방가르적인 것도 포함해서)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기호학과 정보이론은 물론,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에 대한 그의 견해가 실렸다고 한다. 나는 에코의 책들이 어떤 건 재미있는 반면, 의외로 진도가 안 나가는 책들도 있는터라, 약간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위대한 영화>는 영화의 역사적인 순서로 꾸며진 책이 아니다. 그래서 왠지 지리한 시간의 순서도를 견디는 투쟁과도 비슷한 독서는 아닐 것 같다. 저자인 로저 에버트는 영화와 관련된 글로 퓰리쳐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미국에서 인정받는 영화에 대한 글쓰기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다. 흑백 초기 영화에서부터 대중 영화에 걸친 200 편의 목록들이 눈에 우선 들어온다.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와 같은 작가주의 영화도 있는데, 이 영화를 과연 어떻게 평했을지 우선 보고 싶어진다.    지금도 우리 시대에 여린 뿌리가 박혀 있을 '전자시대?', 이때의 인간을 그럼 '전자인간'이라 부르기라도 할까?  <전자시대의 예술(Art of the electronic age)>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에 주목한 책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은 예술에 새로운 (첨단 과학) 기술이 적용되는 탄력이 어느 정도 유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기에 그냥 기술에 정묘한(정신적인 것들?) 살(질)들이 붙으면서 생겨난 예술에 이제는 새로운 뼈대(기술)가 이식되는 순간인가?

 

 

 

 

 

 

 

 

약 150쪽에 가까운 분량을 가진 대중들을 상대로 한 <예술 교양서 시리즈>를 찾았다. 나온 지는 몇 년이 흘렀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그래도 쪽수가 많지 않음에도 목차를 보니까, 다루는 항목들은 알차고 엄선한 느낌이 난다. 나는 기회가 되면, 미술, 사진, 영화, 음악, 재즈를 다룬 걸 골라 볼 생각이다.

 

-DVD-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대단히 밀도가 높은 편이다. 빈 공간들도 그냥 빈 것이 아니라, 뭔가 표현되지 않는 잡음 형태의 입자들이 채워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두 시간 걸리는 길을 버스 안에서 서서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특전 유보트>로 유명한 볼프강 피터슨 감독의 <트로이> 확장판이 곧 나온다고 한다. 30분 정도가 추가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의 브래드 피트의 이미지는 마음에 든다.    예전에 로마 시즌 1(롬)을 거침없이 보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처음보다 재미가 점점 줄어든단 느낌이 있었다. 요새도 케이블 TV에서 나오는데, 진한 장면들도 있는터라, 삭제나 작은 안개 출몰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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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웃드하 불교
나카무라 하지메 외 지음, 혜원 옮김 / 김영사 / 1990년 10월
평점 :
절판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는 무엇인가?"

불교를 믿음의 종교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테고, 수행에 필요한 가르침을 얻으려는 이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방대하고 다양한 사상의 세계에 매력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그러한 여러 접근에 대해 불교는 맞춤형 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바라보지만, 그들 시선의 방향이나 강도는 상당히 다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불교의 넓다란 포용력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삐딱하게 말한다면, 딱 부러지는 정체성이 과연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것이 정통과 이단을 가르는 엄격성이 약한 탓에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진 종교-사상의 다발이라고까지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 초기 불교, 가령 상좌부의 강한 계율과 후기 밀교에서 세속의 욕망을 정면에서 긍정하는 몸짓을, 같은 범주로 보기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불교 안에 反불교적 성향을 찾는 건 어렵지가 않은데, 어떤 종교나 사상에서 뒤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생길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불교가 그것들과 다른 것은, 그러한 서로 다른 층들이 과격하게 배격하거나 단절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여튼 괜한 말이 길어졌다.

나까무라 하지메와 사이구사 미쯔요시는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교학자다. 이 책의 제목이 <바웃드하 불교>인 것은, 불교에 대한 새로운 기획, 즉 농후한 종교적 색채에서 본래 불교의 모습에 더 윤곽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인도에서는 불교를 '바웃드하 다르샤나(Bauddha darsana)'라고 부르며,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의 사상(체계)라는 의미가 짙다. 즉 우리가 흔히 '불교'를 '불교'라고 부른 것은, 일본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근대적 용어이고, 예전에는 '불법'이나 '불도'라고 불렀다. 

더우기 중국, 한국, 일본 같은 북방(북전) 불교는 대승이 강한지라, 초기 불교 텍스트인 아함경의 직접적이고 커다란 영향권에 벗어나 있다. 거기다 인도로부터 직접 불교가 온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문명(문화) 여과기를 거쳤기에, 어쩔 수 없는 오해와 왜곡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재, 스리랑카와 같은 남방 불교와 우리나라 불교를 비교해 보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서로 다른, 그러나 공통점이 있는 종교라고 볼 여지도 있다. 즉 남방불교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승 경전들이 영향력이 없고,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소승이라 비하하지만, 그들은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니 순진하게 우리가 불교를 그냥 불교라는 이름으로 한 무더기로 덥석 잡는 다는 건 무모한 일이다. 그리고 최소한 그러한 엇갈림이 생겼던 배경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종교로서의) 불교, (사상으로서의) 불교학에 입문하는 자세가 아닐까?

<바웃드하 불교>, 이 책은 그러한 어지러운 불교의 형국을 잘 헤아리게 하는 분별력을 제공한다. 나까무라 하지메는 이 책 저자로 맨 앞에 이름이 올라와 있지만, 처음과 끝장에 짤막한 단서를 주고 있을 뿐이며, 전체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사이구사 미쯔요시다. 사이구사 미쯔요시는 이 책에서 문헌학적인 접근도 보여주는데, 용어에 대해서도 한자, 산스끄리뜨어, 빨리어를 표기하고, 중요한 부분은 '어근'까지 다루면서 정확한 전달에 신경을 쓴다.

특히 초기불교의 본래 모습인 <아함경>과 '아함경 사상'을 큰 줄기와 작은 줄기로 번갈아가며 짚어내고, 이러한 것이 어떻게 대승불교로 발달했는지 역사적인 이유와 사상적인 차이를 드러내며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대승의 중요한 사상인 '중관'과 '유식'에 대해서도 간결하지만, 핵심을 잘 요약해내고 있으며, '보살'과 '밀교'에 대한 정리도 깔끔하고 유용하다.

어떻게 보면, 불교개론서라도 볼 수 있지만, 불교의 기초보다는 불교의 기본을 되짚는 어떤 힘을 갖춘 책이라 생각한다. 360쪽에 가까울만큼 두툼한 분량에다, 글자도 작은 편이라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불교에 대한 간결한 기초를 쌓으려고 본다면, 약간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막연함이 아니라 좀더 분명한 입체감으로 감지하고 싶다면, 이 책은 좋은 시각을 줄 것이라 믿는다. 눈에 띄지 않는 투박한 책이지만, 머리 속에 들어가면, 뭔가 듬직한 알갱이 하나는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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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Budda)'는 보통명사이지만, 여기서 붓다는 석가모니 부처, 즉 고따마 붓다(가우따마 붓다)를 가리킨다.

붓다의 호흡수행이 담긴 경전은 <안반수의경(佛設大安般守意經)>과 <대념처경(大念處經)>이 있다. 안반수의경은 '아나파나사티'를 한역한 것으로, '아나'는 들숨을 말하고 '아파나'는 날숨 그리고 '사티'는 집중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호흡의 수를 유념하고 깊이 들어간 상태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집중하여 '보는(觀)' 수식관(數息觀)을 강조한다. 따라서 단순한 명상하고도 다르고, 정신을 잃는 망아 상태의 엑스터시하고도 차이가 있음을 알겠다.

<대녀처경(아나파나사티)>은 <안반수의>보다 더 나아간 수행으로 볼 수 있는데, '대상을 그 자체로 관(觀)'하는 것을 담고 있다고 한다. 처음을 사념처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사념처(四念處)'란 몸(身), 감각(受), 마음(心), (정신적-물질적) 대상(法)을 말한다. 그리고 번뇌, 오온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깊이 꿰뚫고 들어가는) 나가는 식이다.

 

 

 

 

                                                                      <붓다의 호흡과 명상>

이와 관련된 책으로는 대념처경을 다룬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가 가장 눈에 띈다. 최근에 나오기도 했지만, 이론과 실제 수행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로 옮긴 김열권 씨는 예전부터 위빠사나 관련 책들을 꾸준히 소개, 번역해 오기도 했다.   <붓다의 호흡법>은 안반수의경을 해설한 책이고, <붓다의 호흡과 명상>은 두 권으로 나왔는데, 원래부터 두 권을 염두한 것 같지는 않고, 후에 추가할 것들이 생겨서 새로 한 권을 따로 내 놓은 것 같다. 여기에는 다행히 <안반수의경>과 <대념처경>이 함께 다루어진다. 나중에 나온 <붓다의 호흡과 명상 2>에는 <안반수의경> 나머지 하권을 마저 다루고, <입출식념경>도 덧붙였다.

<붓다의 호흡과 명상>은 한역을 해설한 것이기 때문에, 빨리어를 토대로 한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나 <들숨 날숨에 마음 챙기는 공부>와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방불교의 위빠사나도 역시 위의 경전에서 생겨난 것이고, 요새는 이러한 수행법 혹은 비슷한 것들을 우리말로 '마음챙김'이라 부르는 것 같다. 

 

 

 

 

 

 

 

 

 

 

 

 

 

 

 

-최근에도 불교 명상, 호흡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전을 쉽게 우리말로 해설한 것들도 있지만, 호흡을 통해 마음을 챙기는 방법을 설명한(가령, <들숨 날숨에 마음 챙기는 공부>) 책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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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 2007)으로 맷 데이먼'(버림받은) 특수요원 정체성 시리즈'(내 마음대로 지은 말임)는 3부작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나는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 2004)>를 먼저 보았다. 그걸 보고 반한 나머지, 그 전에 만들어진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를 찾아서 보게 된 경우이다. 그러니까 순서대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제일 먼저 본 것이 제일 재미가 있었고, 그 다음이 <본 아이덴티티>다. 본 얼티메이텀은 어쨌든 완결을 지으려는 회귀성이 짙은 결과물로 보이는데, 그 대신 공간 스케일과 진행의 굴곡은 전편들보다는 작다.

 

 

 

 

만약 본 얼티메이텀을 그 전편들을 보지 않고 접한다면, 더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모로코(항구도시 '탕헤르')에서 거무스름한 요원과 벌이는 일대일 결투는 압권이다. 아마 이 시리즈(세편)에서 일대일 대결 장면에서 가장 긴 시간과 대등한 실력의 몸싸움을 보여줬던 것 같다. 특히 서로 맞서기 전에 허름한 주거 건물들과 빽빽한 골목에서 세 명이 쫓고 쫓는-이동 장면은 감각적인 카메라 움직임이 돋보였다.   이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차 추격신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특히 건물 옥상 주차장에서 뒤로 떨어지는 장면과 도로에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추격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자동차가 교각에 쭈욱 밀려가다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뒤집히는 건 상당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시각적인 흥분을 자극하는 것으로만 보자면, 자동차 추격 장면도 역시 본 슈프리머시가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지하지 않고 도로 주행을 복잡한 연결 고리들(충돌)을 감안해서 실감나게  잘 담아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건, 단지 액션이나 고단수 첩보 영역의 비밀을 제공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주인공의 정체성-그 기억의 뿌리를 건드린다는 데 있다. 그것이, 겉으로는 그토록 강한(훈련된 육체와 정신) 그에게 어떤 인간적인 결핍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무언가를 채워서 좀더 진지한 공감을 하게 된다.   관객에게 이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인데, 시각적인 재미, 긴장감과 더불어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더듬는 그 과정에서 쓰린 무언가를 염두해 둘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어떤 무게감도 함께 가지게 되고, 그 재미와 무게의 벌어진 사이에는 두터운 질감이 채워진다.

 

 

 

 

 

본 아이텐티티의 덕 라이먼(더그 라이만, Doug Liman) 감독은 최근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가 있고, 과거에 고(Go, 1999)라는 영화가 유명하다. 그 이후에 만들어진 시리즈에는 기획으로 참여한 것 같다.   이번 영화 본 얼티메이텀와 본 슈프리머시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 2002)>라는 영화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유혈진압(영국군이 시위하는 시민들에게 총기를 사용)을 다룬 것으로, 비슷한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도 공감가는 바가 있다. 이러한 배경을 잘 알려면,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맷 데이먼이 나온 영화들- 

우리의 멋진 친구? 맷 데이먼(Matt Damon)은 하버드에서 공부를 했었다고 한다. 요새 학력위조로 곤혹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졸업은 안 한걸로 알고 있다. 다른 영화들에선, 이렇게 강하고 고독한 캐틱터를 보여주진 않았던 거 같은데, 꽤 훌륭하게 제이슨 본 역을 소화를 했다. 개인적으로 이미지가 약간 마크 웰버그(Mark Wahlberg)와 비슷해 보인다.

 

 

 

 

영화 <스쿨 타이>에서는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 벤 애플렉과 함께 나온다. 둘은 <굿 윌 헌팅>에서 같이 출연은 물론 각본을 쓰기도 했는데, 이 각본으로 아카데미에서 상을 거머쥔다. 밴 애플렉이 보기보다는 똑똑한 친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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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2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읽었습니다. 본 얼티메이텀, 이번에 볼까해요^^

TexTan 2007-09-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미있게 보시길 바래요. 아 그리고 추석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