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작별 인사는 없었다. 그냥 가을이 서슴없이 들이민 것이다. 며칠째 계속 비만와서 햇빛의 환한 풍경이 그리워진다. 날이 쨍쨍 덥기만 한 날은, 살짝 비가 오길 기다렸건만..

이런 책이 있었구나.. <신학과 기호학>이란 책을 찾았다. 제목이 좀 소박해 보이긴 한데, 차례를 보니까, 쉽지만은 않을 듯 싶다. 그러니까, 저자는 신학과 기호학의 만남을 급성사시키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심도를 높인, 그리고 약간의 지적인 개인기도 보여주는 것 같다. 특별히 신학에 관심이 없어도, 뭔가 기호학 접근의 새로운 방법론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티베트 불교는 하나의 권(圈)을 이룬다. 동양에서는 아마도 중국 불교와 더불어 서양 학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티베트에는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뵌교라고 하는 주술성이 강한 종교가 있었다고 하는데, 밀교 중심의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흡수된 면이 있다. <티베트 불교입문>은 티베트 불교의 특징인 실천-명상과 밀교의 흐름을 간략한 순서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몇 권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평화로운 죽음 기쁜 환생>은 그 책들보다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재구성한 책인 것 같다.

 

 

 

 

불교의 명상-숨 고르기도 중국,티베트 그리고 남방 불교에서 차이가 있다. 남방 불교에서는 위빠사나 수행법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탄트라 계열에 비해서 수행과정은 간결해 보여도, 숨 하나를 붙잡고 자기 안의 초점을 파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유혹에 발빠른 반응을 보이는 감각을 가진 일반인들에게는 다른 차원의 소박한 길로도 보겠다.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은 빨리어 경전 <호흡관법경>을 현대에 맞게 풀이한 책이다. 특정한 경전을 중심으로 정리된 위빠사나 책은 드문데, 이 책은 서양학자의 눈으로 경전 해석이 아닌 현대 대중의 실용적인 활용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가 연기(법)일 것이다. 그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관(觀)을 통해서 체득하는 것 하고는 큰 차이가 날 것이다. <12연기와 위빠사나>는 그 핵(12연기)에 위빠사나를 붙인 제목을 가진 책이다. 12연기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관법이 순관과 역관인데, 그 과정적인 흐름을 이 책은 구체적으로 그린 것 같다.

<대일경의 사상과 수행체계>는 논문형식의 책이다. 밀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인데, 이 책에선 대일경이 밀교의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천에까지 그 방향성을 가짐을 주장하는 듯 하다. 단행본으로 나온 대일경에 관한 연구서로서는 유일해 보인다. <대일경>, <금강정경>은 전에 동국역경원에서 합본으로 나왔는데, 2007년에 각기 분리해서 새로 출간했다.  밀교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찾아봐야 할 경전 중 하나다.

 

 

 

 

 뇌허 김동화(雷虛 金東華)의 <불교교리발달사>는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경우 꼭 보면 좋을 책으로 꼽힌다. 양도 많고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현재 구하기 어렵고, 이것을 간추린 책이 있다. <간명한한 불교교리 발달사>.   불교와 심리학의 만남이 예전보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선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유식을 중심으로 하는 것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유식을 현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과 비교, 혹은 (제한적이겠지만) 통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책은 보이질 않는다. <붓다의 심리학>과 <생각은 있으나 생각하는 자는 없다>는 같은 책의 다른 번역이다. 나는 <붓다의 심리학>으로 가지고 있는데, 정신과 전문의와 인도철학 전공자의 공저인 만큼, 이 책이 더 안전할 거란 예감이 든다.

 

 

 

 

 

 

 

 

 

 먼저 모리스 블랑쇼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의 책을 본 적은 없다. 그의 이름은 찾아 본 이유는, 어느 책을 보다가 이 사람을 칭찬하는 대목을 보고, 아! 이 익숙한 이 남자에 대해서 왜 무지한 것을 여태 방치했을까 하는 반성같지도 않은 반성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곧 모리스 블랑쇼의 글맛이 대체 어떤지 알아봐야 겠다.

화이트헤드의 책도 생각보다는 많다. <상징작용>이라는 무지 얇은 책에서부터 아주 두꺼운 책에 이르기까지.. 그러고 보니, <상징작용>은 <상징활동 그 의미와 효과>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와 있다. 나는 <과정과 실재>는 사 놓고 아직 보지도 못한 형편이다. 국내 학자의 접근으로는 문창옥씨의 책이 좋았다.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이해>, <화이트헤드 철학 읽기>, <화이트헤드 철학의 모험>이 좋을 듯 싶다. 김상일씨의 책은 개인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을 다방면에서 잘 추스리는 것 같은데, 깊이에서는 약간 서운했었다. 그래도 <화이트헤드와 동양철학>은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화이트 헤드의 유기체 철학과 불교>는 처음 부분만 약간 보다 잠시 쉬는 중인데, 이쪽 방면으로는 <화이트헤드와 화엄형이상학>이란 짤막한 책도 보인다.

 

 

 

 

<사고의 양태(Modes of Thought)>는 전에 고려원에서 <열린 사고와 철학>으로 나온 적이 있던 책이다. 같은 번역자(공역) 그대로 다산글방에서 2003년에 나왔는데, 약 40쪽이 늘었다. 제목과 부제목까지 순서와 쪽수도 같은데, 제4부 맺는말('철학의 목적')에서 늘어난건지는 잘 모르겠다.   스티브 오딘의 <과정형이상학과 화엄불교>는 부제가 '누적적 진입 대 상입의 비판적 연구'로 전문적인 연구서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과정 철학과 화엄불교를 비교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입김도 서려 있다. 한국인 교수의 도움도 있었고, 책에서는 의상의 '해인도海印圖(화엄일승법계도)'가 주요한 주제로 다루어진다.

화이트헤드가 러셀과 함께 <수학의 원리>를 썼을 정도로, 그는 수학에서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물리, 특히 양자역학에도 남다른 관심이 있었고,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과정과 실재>를 양자역학을 철학으로 풀이한 시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들뢰즈도 화이트헤드를 가끔 언급하기도 하는데, 종교에서 보자면, 신학에서는 '과정신학'으로, 최근엔 불교학자들이 화이트헤드의 무기를 들고 접근하기도 한다.  

 

-DVD-

 

 

 

 

<시간을 달리는 소녀>.. 정말 열심히 달리는 소녀, 그리고 이 공간 저 공간으로 내팽겨지기까지 한다. 뻔한 이야기 같은데 살짝 새로운 구석이 있다. 건강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애니여서 좋았다. 일본 (애니)는 자극적인 것에서도 우세하지만, 이런 순수한 쪽도 잘 만들어서 잠시나마 부럽다. <별의 목소리>는 아주 어마 어마한 시간을 통해서 남자와 여자의 메시지 전달을 그린 애니다. 그러나 참 안타깝다. 그런데 보고 나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지독함도 있다. <캐쉬백>은 원래 단편으로도 나온 것인데, 장편 영화로 선을 보였다. 누구나 꿈꾸는 세상의 정지, 물론 나만  빼고.. 그 멋진 환상이 담겨 있고, 그 정지된 환상 안에는 알몸의 이쁘장한 여자들도 있으니 음탕한 생각은 약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남자 주인공은 그 정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순진함이 있다. 참고로 이 남자는 그림을 잘 그린다. 

 

 

 

 

<스파이더 맨>을 보고 <이블 데드>를 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이런 감독이 또 하나 생각나는데 바로 피터 잭슨이다. <반지의 제왕>를 보고 <고무인간의 최후>를 보면 또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스파이더 맨 3>는 감독이 무언가를 무겁게 삽입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썩 훌륭하게 성공하진 못한 것 같은데, 보는 사람이 새롭게 재구성한다면 써먹을거리는 있어 보인다. 스파이더 맨에게 검정을 부여하면서, 캐릭터에 중층성과 역동성의 조건을 만들었다. 여기서 어떤 방식으로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냐가 문제인데, 약간은 아쉬웠다. 그래도 스파이더 맨이 전편과 다른 진화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 흔적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월달에 구한 책들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읽을 것들이 많아서였을까? 8월에 구한 책들 중에서 몇 권을 추려보았다.

 

 

 

 

 

<라캉의 정신분석>은 4.6판형(127x188mm) 크기를 가진 약간 아담한 책이다. 신구 가즈시게라는 일본 사람이 쓴 것인데, 역시나 동양인의 감성이 묻어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정취이고,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한 아담한 느낌의 도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라캉을 고대로 택배(집 배달)라도 하듯 건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틀에서 검소하게 소화시킨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라캉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볼 때는 약간 밋밋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캉 기본서 몇 권을 보고 난 후 보면 좋겠다. 다른 책들이 주지 못하는 정적이면서도 묘한 컨셉의 흐름을 가진 책이다. 

<들뢰즈>는 이미 서평에서 밝혔듯이 이미지(영화와 회화)를 중심으로 엮은 들뢰즈 핵심 접근법이 실려 있다. 특히 주석이 없어서 번거롭게 눈의 시선을 아래 위로 옮길 필요 없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그라나 들뢰즈의 거대한 두뇌 냄새를 맡기엔 양이 작을 수밖에 없다.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의 철학사상>, 이 책은 좀 더 분석적으로 들뢰즈를 탐색한다. 베르그송-니체-스피노자로 이어지는 들뢰즈 자신의 초점 이동을 추적하듯 구성한 책인데, 스피노자를 다룬 부분이 비중이 크다. 들뢰즈에 관심이 있다면, 어렵더라도 구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왜 어렵냐하면, 현재 품절이다.

*덧붙임*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의 철학사상>이 품절이지만, 같은 출판사에서 <들뢰즈 사상의 진화>로 나와 있다. 이 책은 <들뢰즈의 철학사상(Gilles Deleuze : An Apprenticeship in Philosophy)>을 다시 새롭게 번역하고, 이 원서 내용과 다른 것을  2부에 추가한 꼴이다. 만약 먼저 나온 책보다 번역이 잘되었다면, 당연히 <들뢰즈 사상의 진화>를 보는 것이 더 유리할 것 같다. 

 

<논개>, 색동치마 같은 표지를 가진 책이다. 작가의 손끝에 많은 무게가 실렸는지, 단어들이 종이에 꽂히듯 사나워 보인다. 뼈마디가 거칠고 굵은 사람의 한 서린 춤을 보듯이 말이다. 그 기운을 다소 좀 죽이고 시간 속에서 감내하고 다시 내뱉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승기신론'은 원효대사와도 인연이 깊은 책이다(<대승기신론소>). 여기서 '론'은 불교 삼장(三藏, tri-pitaka)-경율논(經律論)에서 '논(론)'에 해당한다. '경'이 붙은 것은 붓다의 말씀과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뜻한다. 그러니 직접성이 있다 하겠다. '율'은 계율과 관련된 것들이고, '논'은 그 후 심화된 불교의 다양한 해석과 연구들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이 책, <대승기신론 이야기>는 제목처럼 전설따라 삼천리를 가듯, 대승기신론에 얽힌 인물들과 이야기들을 쉽게 간추렸다. 즉 대승기신론 텍스트 자체를 해석하는 책은 아니다. 준비운동겸 읽기에 좋아 보인다. 거기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부분이 자주 나온다.

 

 

이즈쓰 도시히코는 한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무명의 천재를 합쳐 놓은 사람이라는 말은 과장이라 하더라도, 분명 동과 서를 회통하는 사유의 힘이 있는 보기 드문 사람으로 보인다. 원래 이슬람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로 유명한 사람인데, 영어나 프랑스어는 물론이고 희랍어, 라틴어, 아랍어, 산스크리트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학자들이 직접 접하기 힘든 텍스트들을 중력장처럼 끌어당기는 솜씨가 대단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의미의 깊이>에서는 '언어 아라야식'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신조어 같은데, 이렇게 불교 유식을 언어학적으로 끌어오는가 하면, 데리다, 이슬람, 수피즘 그리고 진언 밀교가 하나의 장(場)에서 이색적인 스침을 시도한다. 원래 이 책은 오래전에 <동양철학의 심층분석>이란 제목으로 나온 적이 있다. 지금은 읽어버려서 없지만, 기억해 보건대 번역이 거칠었던 것 같다. 다행히 이렇게 세련된 표지를 입고 다시 나타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책은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아까도 말했듯이 회통의 축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돌아가니까,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호기심을 앞세운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즈쓰 도시히코의 책 한 권을 발견해서 이 페이퍼에 덧붙인다. <의식과 본질>이란 책인데, 일본에 이즈쓰 도시히코 전집이 있을 터인데, 이렇게 계속 더 나오길 기대해 본다. 특히 불교 관련 책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2013년 9월 덧붙임)

 

 

 

 

 

<파라켈수스> ...이 미스터리한 남자에 관한 유일한 책이 아닐까? 물론 그를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책들은 빼고. 책을 잠깐 넘겨 보니까, 적당한 두께에 심심하지 않게 그림들이 있어서 약간 시간을 내면 금방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리 로트만의 <영화 기호학>은 예전부터 찾던 책인데, 용케 구했다. 민음사에서 나온 [뉴미디어총서] 1권이기도 한데, 환상, 쇼트, 몽타주, 플롯, 시간-공간과의 투쟁 등의 내용들이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시각영화(Visionary Film)>는 며칠 전에 구했는데, 그래서 2장까지 보는 중이다. 먼저 560쪽에 달하는 두툼함과 분홍빛이 감도는 세련된 표지는 일단 풍족감을 준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본문의 글자크기도 작은 편이다. 보기엔 좀 불편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내용이 담겼으니까 감수할 만하다. 이 책은 1974년에 처음 나왔는데, 그 후에 넣고 빼고하는 다듬기를 해서, 세 번째 판이 나왔고, 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앞에서는 <안달루시아의 개>와 <오후의 올가미>에 대한 흥미로운 비교가 눈에 띈다. 저자는 일종의 초현실주의와 몽환의 대비로 보고 침착하게 다른 자료들을 활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얹는다. 특히 이 책에서 아방가드르 영화를 다루는 방식은 짧은 정보가 아니라 줄거리나 화면 분석, 작가(감독)의 언급(이야기) 등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이해라는 균형감각이 보인다. 그러나 번역에서는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앞부분만 잠깐 보는 와중에도 틀린글자(오자)와 매끄럽지 않은 문장, 그리고 쉼표의 남발이 보인다. 네 명이 공동번역을 한 것인데, 문외한들도 아니고 영화를 전공한 사람들이라 더 아쉬움이 든다. 아마 각자 맡은 부분이 다를 것이고, 역자에 따라 좀 더 잘 된 곳도 있겠지만, 누군가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톤을 맞추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 거기다 이런 아방가르드 영화 같이 드문 전문서적의 경우는 그런 성실함과 책임감이 더 요구될 것이다. 그래도 영화작가나 영화제목 옆에 꼼꼼하게 원어를 표기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아방가드르 영화와 관련된 책으로 꽤 드물고 그 중에서도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미국 위주로 짜여진 책이지만, 나중에 보탰는지 유럽 영화에 대해서도 짧게 다루는 장이 있다. 번역상에 다소 약점이 있지만, 이쪽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서점에서라도 훑어보길 권한다.

 

=======================본문과 관련된 책들=====================

-대승기신론-

 

 

 

 

 

 

 

 

 

마명(馬鳴)보살이 지은 <대승기신론>은 쉬운 책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책들도 논서치고는 꽤 많은 편이다.  <대승기신론에 대한 원효.법장의 주석비교>는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와 법장의 <기신론의기>를 비교, 분석한 책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기신론의 기본을 다진 후에 볼만한 책으로 보인다.   <대승기신론 통석>은 기신론 본문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인 책인데, 그 해석이 과거의 정해진 틀에 안주하지 않고, 저자의 개인적인 새로운 해석도 가미된 것 같다.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썼다고 하니, 나중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세계사에서 나온 <대승기신론>은 불교 관련 고전들을 꾸준히 번역해 온 송찬우씨가 옮긴 책이다. 기신론의 기본서로도 볼 수 있는데, 중국 감산대사의 <대승기신론직해>를 바탕으로 나머지 빠진 부분은 보완한 책이라고 한다. 기시론을 텍스트로 접할 경우, 고려해 볼 만한 책 중 하나로 보인다.

 

-이슬람-

 

 

 

 

 

 

 

 

 

 

 

 

 이즈쓰 도시히코가 번역한 <코란>이 일본에서는 표준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슬람(신비주의 포함)에 관한 책도 많이 쓴 편이다. 그에 대해서는 나카자와 신이치의 <불교가 좋다>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슬람도 결국엔 불교와 닮은 부분이 있다고 한다. 물론 "종교들도 알고 보면 다 뿌리는 같다"라는 말은 어느 신비주의자들의 흔한 감상적인 말로도 들리긴 하지만, 그것을 도출해 낸 과정이 타당성이 있다면, 그냥 한 귀로 넘길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그러한 것이 드러난다고 해서 과연 이 종교적인 엇나감이 부드럽게 맞춰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그것을 품을만한 사람의 개인적인 성찰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동양인으로서 이슬람에 대해서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의 책이니만큼, 그의 책 <이슬람>에도 한번 손때를 묻혀야 할 것 같다.  그 외 이슬람에 관한 많은 책들 중에서 대충 고른 것들이다. 우리에게 이슬람의 모습은 포용과 공격성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대개 하는 약간 불안정한 그 무엇이다. 알고보면 대단히 포용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외곽에서는 텁한 먼지들이 가끔 바람에 날리는 듯한 불협화음 같은 이미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에서도 또 유별나게 기독교와 이슬람은 서로간에 적대적인 기류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그것이 국제정세에도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반발력이 강한 대극을 형성하고 있음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아방가르드 혹은 실험 영화 그리고 유리 로트만-

 

 

 

 

아방가르드-실험 혹은 전위 영화에 관한 책은 찾기가 힘들다. 아보스 보겔의 <전위 영화의 세계>도 우리가 접하기 힘든 좋은 영화들을 많이 소개한다. 그러나 절판이라 구하기는 어렵다.   '아방가르드'라는 말은 그냥 그 자체로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레나토 포지올리의 <아방가르드 예술론>은 아방가르드 전반에 대해서 무난하게 잘 다룬 책으로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방 가르드 연극의 흐름>은 주목할 만한 책이다. 책 제목이 마치 연극에만 한정된 느낌을 주지만, 신화, 제의, 인류학, 성(性), 정신분석, 예술에 걸친 매우 지적인 자극을 머금고 있다. 나는 앙토네 아르토의 잔혹극 부분을 참고하려고 구한 책인데, 꽤 마음에 든다.

유리 로트만의 책들도 아쉽게도 품절이 많다. 품절된 책 중에 <영화의 형식과 기호>는 유리 로트만은 물론 야콥슨 등 거물들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유리 로트만의 글 '영화 기호학과 미학의 문제'는 <영화 기호학>과 겹치는 내용이다. 아마 분량으로 볼때는 <영화 기호학>에 (역자에 의해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보태어진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사진 자료는 <영화의 형식과 기호>에 실린 '영화 기호학과..'가 더 크고 선명하다.  

 

 

-들뢰즈에 관한 책 몇 권-

본문에서 말했다시피 품절된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의 철학사상>은 <들뢰즈 사상의 진화>로 봐도 되니까 다행이다. 그리고 이정우씨를 비롯한 소운서원 학자들이 <들뢰즈 사상의 분화>라는 책을 내놨다. 여러 사람의 글을 모은 것 치고는 두껍지가 않은데, 국내 학자들의 글이니 만큼 우리 인문학의 흡수-배설 능력(역량)을 느껴 볼 수 있는 결과물로 봐도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들뢰즈 사상의 분화』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7-09-03 11:13 
    <리좀총서란 무엇인가?><리좀총서>는 ‘들뢰즈 이후’(After Deleuze)의 독창적인 사유의 결과물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자 마련된 연구집합이다. 하나의 중심에 매이지 않고 무한대로 증식하는 생성의 개념인 리좀(rhizome, 뿌리-줄기)처럼 이 총서는 들뢰즈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관점에서 들뢰즈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총서는 들뢰즈의 문제의식을 밀고나가, 다채로운 주제로 우리..
 
 
 

매미 소리, 그 無音의 여운이 창밖을 서성인다. 나머지는 귀뚜라미 몫이다. 터(땅)는 한 곳인데, 곤충들의 자리 이동은 재빠르다. 계절마다 이루어지는 정권교체마냥..

 

 

 

 

미술치료에 관한 책은 처음에 접한 것은 융과 관련된 책이고, 이어서 만다라 미술 치료였다. 생각이 나서 좀 찾아보니, 미술치료에 관한 책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 분야의 폭넓은 개론서 수준의 책으론 <미술심리치료 총론(Art of therapy)>이 보인다. 미술재료에서부터 심리치료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리고 실제 치료로서의 미술과 임상부분까지 다룬다. <미술치료의 이해>는 독일에서 게슈탈트와 미술치료를 공부한 우리나라 사람의 책이다. 이 책도 기본적인 사항을 담은 개론적인 책으로 보이는데, 특히 3장 '미술 치료와 상징' 그리고 5장 '미술치료의 계획과 진행'은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미술치료기법>은 개론서가 아닌 좀 더 실제적인 기법을 소개하는 약간 정리된 내용들이 보인다. 특히 나(자아, 치료받는 주체)의 어떤 심리적 발전 과정의 전체적인 순서에 맞추어 진행한다.  <미술치료를 위한 평가도구(Tools of the trade-a therapist’s guide to art therapy assessments)>는 다양한 사람들(환자)에게 맞는 유용한 미술치료 도구들과 검사들을 설명하는 책인데, 미술치료에 관한 책들 중에서 차별적인 내용을 가진 것 같다.     <이구동성 미술치료(Approaches To Art Therapy Theory and Technique)>는 체계적인 구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특히 정신역동적(프로이트, 융), 인본주의적(아들러, 게슈탈트), 행동주의적, 인지론적 접근으로 나누어서 이론에 더 비중을 둔 것 같다.

 

 

 

 

 

 

 

 

 

미술치료는 특히 아동들에 관해서 시행되는 걸 볼 수 있다. 특히 우리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장면들을 심심찮게 보기도 한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아동기가 상당히 중요한 시기인데, 확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치료법이 오히려 대단히 심각한 문제-심리적 매듭을 더 꼬이게 하거나 고착-를 일으킬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악영향이 아동기에는 바로 드러나기 보다 잠복기를 거쳐 나중에 표면화되기에, 즉 부작용에 대한 판단을 바로 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라고 본다.

 

 

 

 

 

미술치료도 위에 아동에서부터 청소년, 노인, 가족을 대상으로 분류된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노인에 대한 미술치료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그 방법에 따라 효과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치매'와 관련해서이다. 그래서 그런지 노인 치매에 대한 미술치료에 관한 책도 몇 권이 보인다.

 

 집단미술치료에 관한 책 중에서는 <집단미술치료 방법론 1>이 약간 전문적인 느낌이 난다. 이 책은 특히 정신역동(집단역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상에 관해서는 따로 분류되어 나오고 있다. <임상미술치료의 이해>는 미술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과 본격적으로 정신병리, 노인치매, 명화, 컬러테라피는 물론 만다라, 미술치료와 뇌 등 폭넓은 주제들을 담고 있다.    <임상미술의 이해>는 일본책을 번역한 것인데, 기본 개념이나 이론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바로 사례 중심으로 순발력 있게 설명하는 진행을 보여준다. 뇌 활성화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오고, 특정 사례로 알츠하이머,치매 개선에 대한 내용도 보인다.

 

 

 

 

<몸과 마음을 살리는 미술치료>는 체계적인 구성보다는 미국적 대중 감성에 맞는 워크북 형태의 책으로 보인다. 특히 힐링 차원에서 마음. 신체, 영혼이라는 뉴에이지 성격도 얼핏 드러난다. 그 외의 책들 중에는 미술치료와 직접적인 연관은 아니지만 확장 차원으로 점토, 명화 그리고 영화를 통한 치료에 관한 책들이 보인다. 특히 <시네마테라피>는 일종의 영화치료 가이드인데, 과연 심리치료가 영화를 통해서도 가능할지가  궁금하다. 목차를 보니까, 저자가 어느 정도 자기 경험과 이론들을 모양새 있게 만드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새로운 시도에 늘 따라다니는 비전과 문제점들이 있으리라 예상하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훑어봐야 할 것 같다.  

사람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들이 있다. 여태 미술치료에 관한 책만해도 잠깐 찾아 본게 이렇게 많다. '치료받는 인간' '치료받아야 할 인간'.. 인간은 왜 이다지도 치료가 필요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와 비슷한 날씨.. 낮에는 매미 소리가 들리고 밤엔 귀뚜라미로 추정되는 곤충의 소리가 난다. 가끔은 이 두소리가 중첩되서 들리기도 한다. 여름과 가을이 엇갈리기 시작하는 징후인가 보다.

---------

 

 

 

 

                                                                            <산해경 목천자전> <목천자전 신이경>

어제는 <회남자> 책들을 둘러봤는데, 오늘은 <산해경(山海經)>이다. 아무래도 정재서씨가 옮긴 산해경에 눈이 간다. 신화와 지리, 괴물이나 방사(方士), 내단술에 얽힌 신기한 것들을 좋아한다면, 이런 책을 놓치면 아까울 것 같다. 서왕모 이야기가 나온다는 <목천자전(穆天子傳)>과 산해경과 유사한 <신이경>도 독립된 형태는 아니지만 드물게 나와 있다. 서양의 오디세이와 다르게 동양은 특히 산에 얽힌 이야깃거리가 많은 것 같다.

불교적 오디세이라고 해야하나.. 일본인 구법승 엔닌의 순례가 담긴 <입당구법순례행기>는 전에 출판사 정신세계사에서도 나오기도 했는데,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들도 나온다고 한다. 그럼 이와는 전혀 다른 현대적 오디세이는 맛이 어떨까? 같은 일본인인 이시가와 나오키의 <청춘여행, 길 위에서 꿈을 찾다>는 고등학교 때 처음 인도 여행을 감행한 후 나중엔 열기구로 태평양을 건너기도 하는 모험을 즐기는 여행가다. 현장의 사진이 곁들여진 정말 개인적 체험의 여행서란 느낌이다.

어제도 '도교와 여성-여신'에 관한 책을 잠깐 꺼냈는데, <중국 여신 연구>라는 근사한 책이 보인다. 여기도 자료로서 <산해경> 등이 나온다. 중국 여신이 남신에 비해 유독 많고, 또 다양성을 가지는 이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라고 한다. 인도와 중국의 여신을 비교하는 책도 나오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    리쩌허우는 전에 동문선에서 나온 <미의 역정>, <화하미학>이란 책을 통해서 꽤 저명한 학자란 감을 잡았었다. 한마디로 철학, 미학에 걸친 자기만의 시각을 텍스트에 녹여낼 수 있는 학자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중국고대사상사론>도 따라서 개론서와는 다른 차원의 중국사상사가 담겼으리라 예상한다. 중국고대사상에 관한 책하면 개인적으론 곽말약(꾸어뭐르우어?)의 <중국고대사상사, 까치>가 생각난다. 지금도 집에 잘 모셔져 있지만, 이 책도 잘만 읽으면 그 얻는 바가 클 것 같은 책 중 하나다.      <소설로 읽는 도덕경>이라니, 과연 소설로 가능할 지 궁금하다. 도덕경은 문고판에서부터 도올의 <노자철학 이것이다> 등등 몇 번 읽어봤지만, 체득하기에는 아직 가물가물한 그 무엇이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어 현대적 감각으로 썼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다.

 

 리쩌허우의 다른 책들 <학설>, <역사본체론>, <중국미학사>, <미의 역정> 등이다.

 

 

 

브라이언 페이건은 고고학과 인류학 박사로 이쪽 분야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사람으로 통하는 것 같다. <람세스의 눈>은 오랜 흙먼지 같은 과거를 단지 과거의 이야기마냥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감각-프레임으로 풀어낸 고고학 이야기로 보인다.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는 기후와 문명의 관계를 다룬 연구서다. 그렇게 생소한 접근은 아닌데, 이와 비슷한 책으로 전에 고려원에서 나온 <환경과 자연인식의 흐름>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첫사랑 피카소>는 그냥 단순한 책 제목인가 했더니, 실제로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훼르낭드 올리비에의 일기를 모아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나누던 여자의 눈에 한 남자로서 피카소의 모습이 어떠할지 꽤 궁금하다.    <어떤 이의 악몽>은 재기넘치는 상상의 단편들이 이어지는 책인듯 하다. 짧은 호흡과 자극의 글이 읽고 싶어 이 책을 고른다면, 과연 그 결과는 악몽일까? 아니면 단꿈의 감상을 남길까..

아사다 지로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철도원>의 작가로 알고 있을 뿐, 자세히 몰랐는데, 꽤 많은 책들이 번역된 걸 보고 놀랐다. <창궁의 묘성>이란 제목이 참 근사해서 읽어보고픈 마음도 불러 일으킨다. 다른 책들이 비해 약간 썰렁해 보이는 책을 몇 권 골라봤다.

<메피스토>는 이스트반 자보 감독이 만든 영화도 꽤 유명하다.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받기도 했는데,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의 이름이 암시하듯, 어떤 진한 개인적 갈등과 악마적 전이(물듦) 등을 한 예술가(연극배우)를 통해 그려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메피스토>의 작가 클라우스 만이 토마스 만의 아들이란다. 이 책도 역시 전에 고려원에서 나온 적이 있다. 이 메피스토의 기운과 맞물려 <포르노 작가의 시>도 얼추 예상되는 분위기다.

 

-DVD-

전에 마틴 스콜세지의 인터뷰를 보니까, 한국 영화들도 꽤 보는 것 같았다.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부드러운 인상은 여전하다. <좋은 친구들>이 어떤 조사에서 최고의 영화로 뽑혀서 약간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수많은 영화를 제칠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에 알던 사람도 그랬는데, 나는 기대치를 높게 잡고 봤는지 생각보다는 썩 좋지는 않았다. 그 유명한 <분노의 주먹(성난 황소)>도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로버트 드니로의 젊고 단단한 육체와 거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거..아울러 작고 시끄러운 사고뭉치 조 페시와의 콤비 플레이 정도.  <순수의 시대>는 다른 영화들과 다른 맛이 있다. 어떤 폭력의 제스처가 아닌 묘한 심리를 그린다는 면에서. 그리고 초기 미국 귀족 사회의 화려한 볼거리(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영국이나 유럽에 대한 콤플렉스도 엿보이지만)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미션>은 음악과 함께 여전히 강한 인상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 물론 더 깊이 들어가면 종교와 타문명에 관한 비판적인 읽기도 가능한 영화지만, 여기서 구태여 꺼낼 얘기는 아닌 듯 하다. 롤랑 조페도 그러고 보니 다양한 쟝르의 영화를 찍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4. 4. 4.>는 아마 보고 나면, 롤랑 조페가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그냥 가볍게 즐길 만한 반전이 있는 스릴러이긴 하지만, 감독의 역량보다는 헐리우드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 가능한 영화 중 하나로 보였다. 차라리 에로틱이 가미된 스릴러인 <굿바이 러버>가 나을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7-08-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44라는 영화의 감독이 롤랑조페라는 사실을 알고 아주 약간 놀랐었습니다.^^
초면이네요 반갑습니다.^^

TexTan 2007-08-26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펠레스님 저도 반갑습니다. 방금 서재를 구경갔는데, 잘 꾸며놓으셨더군요. 자주 놀러가서 눈동냥좀 하겠습니다.
 

아침은 좀 선선하다 싶었는데, 오후의 꼬리에 질긴 더위가 끌려가듯 잔열이 남는다. 저녁 일곱시가 넘었는데도 그렇다. 오늘은 밖에서 <루이스 부뉴엘의 은밀한 매력>이란 책을 구했다. 품절이라 구하기 어려운 것인데, 운이 좋았다. 한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평균 이상의 영화를 계속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히치콕도 가끔 수준 이하의 영화들이 보이질 않던가?

 

 

 

 

다윈도 생물학에서는 헤겔처럼 또 하나의 망령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가끔 이 진화론에 큰 타격을 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윈은 자신의 파편들을 새롭게 구축하는 후예들을 바라본다. 분명, 진화론적 시각과 창조론적 시각은 어느 편에서 확실히 끝장낼 수 있는 이론이나 무기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어쩌면 양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성과는 달리 세상의 참 실상은 야누스의 미소를 머금고 그냥 그렇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예민한 지적인 문제, 그리고 상당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한 축을 차지하는 이 분야에 대해서는 한번 긴 호흡의 독서로 말끔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다윈의 대답>에서 아마 그런 '대답'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40억 년 간의 시나리오>는 일종의 '생명의 역사'에 해당하는 생물학 책으로 보인다. 그런데 좀 더 유전자에 초점을 둔 긴 시나리오가 담긴 것 같다.

 

 

 

 

 

아니메, 미국산 만화도 움츠려 들 수 밖에 없는 그 만화 이미지의 강박증을 유발하는 힘!

-인문학으로 읽는 제패니메이션- 부제가 붙은 <아니메>는 몇 가지 큰 얼개를 통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째로 엮어 내고 있다. 아마 저자의 오랜 관심의 시간과 경험에서 나오는 정리 기술로 보인다. 특히 제2부 '신체, 변신, 정체성'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장이다. 되도록 많은 아니메를 동원해서 자신의 콜렉션을 자랑하는 식이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이 큰 여러 갈래의 줄기 안에 도드라진 대표성을 가진 것들을 추려서 큰 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으로 보인다.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는 제목만 봐도 (어쩔 수 없이?) 친근하다. 나는 상상을 자극하지 않고 너무 과장된 걸 들이미는 광경을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터라, 이런 류의 만화를 즐기진 못한 편이다. 이왕이면 실사가 낫다는... 하여튼 요괴나 괴물까지 등장해서 여자를 줄기차게 괴롭히는 성깔을 가진 만화도 보이던데,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보기 힘든 일본만의 풍경인 듯 하다. 그 지나친 과잉에 대해서 한번 연구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지도..     <박인하의 아니메 미학 에세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다. 8가지 미학 코드로 아니메 읽기를 시도하는데, 이것 말고도 여러 주제들로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위의 책 <아니메>에 비해서 '정리의 기술'이 좀 우왕좌왕해 보인다.

 

 

 

 

 <뇌는 스크린이다>를 번역하고, <들뢰즈> <디지털 영화의 미학> 등을 지은 박성수씨의 <애니메이션 미학>은 아무래도 저자의 특성상 인문학적인 풍취가 강한 책일 것 같다. <움직임의 미학>은 애니메이션의 작업 과정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애니메이션 미학', 즉 애니메이션과 수용자와의 관계와 그 효과등도 아울러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기호학과 만화의 만남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책이 두 권 눈에 띈다. <만화 기호학>과 <기호학적 만화론>인데, 영화와는 어떤 차별적인 특색이 있는지 기회가 있으면 들여다 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오시이 마모루에 관한 책, <아니메의 시인 오시이 마모루>도 눈에 보인다. <공각기동대>로 정말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는데, 극장판이 흥행에서 저조한 반면, TV 시리즈는 꽤 인기가 있었던 걸로 안다. <공각기동대 2> 극장판에서 어느 정도 타협을 했다는데도,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난해했다. 원래 실험적인 실사 영화들도 찍었는데, 너무 주관적이고 저예산인지라 시각적으로 흥미를 끌기엔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나로서는 '공각기동대 3'에 해당하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게 또다른 낙이다.

외국사람의 눈으로 쓴 우리나라에 대한 책을 아직 읽어보질 못했다. <은자의 나라 한국>은 책 제목과는 사뭇 다르게 우리나라의 고대사부터 을사조약에 이르는 긴 역사를 건드린 책이다. 일본에서 연구 활동을 많이 한 걸로 봐서, 그의 역사 시각이 어떠할지는 약간 짐작이 갈 뿐이다. 이에 반해 <조선풍물지>는 외교관으로 온 외국인이 19세기 조선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지은 책인데, 그들의 눈에 우리가 얼마나 이국적이었을지 궁금하다.   

 

-DVD-

<12 몽키즈>와 <브라질>로 유명한 테리 길리엄은 그 전에 <몬티 파이톤...> 같은 이상하게? 웃긴 영화들로 인정을 받았다. 나한테는 '브라질'이 더 친근한 제목인 <여인의 음모>, 이 영화를 가장 잘 봤다. <12 몽키즈>는 크리스 마르케의 짧은 실험작 <환송대('활주로' 혹은 '통로'라고도 함)에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알 수 있고(넓게 보자면 매트릭스까지도), 또 역으로 <여인의 음모>는 스티브 소더버그 감독의 <카프카>에서 그 영향 관계를 알 수 있다. 이 두 편 외에는 그 후로 테리 길리엄의 이름 값을 톡톡히 해내는 영화는 안 보인다. <그림형제>는 모니카 벨루치를 구경하는 재미와 거울 앞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풍경 말고는 그리 큰 재미는 없었다. 왜 감독의 예술가적 재능은 누적이 되질 않는 것일까?

레오 까락스는 너무 어린 나이에 등장해서 고다르의 관심까지 받은 천재감독이었으나 왠일인지 <폴라 X>라는 영화가 나오기까지 공백이 길었고, 그 이후에는 더더욱 길다. 그가 찜해서 스타가 된 줄리 델피와 줄리엣 비노쉬만이 영화에서 활동이 많았을 뿐..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흥행하는 바람에 레오 까락스를 놀래켰다고 한다. 그래서 방한까지 했다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줄리엣 비노쉬의 멋진 노숙자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밤에 강물을 타고 수상스키를 타는 장면도 기억에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감독이 귀가 얇은지라 결말을 자기 고집대로 하지 않고, 줄리엣 비노쉬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서로 사이가 좋았다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진도가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