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작별 인사는 없었다. 그냥 가을이 서슴없이 들이민 것이다. 며칠째 계속 비만와서 햇빛의 환한 풍경이 그리워진다. 날이 쨍쨍 덥기만 한 날은, 살짝 비가 오길 기다렸건만..

이런 책이 있었구나.. <신학과 기호학>이란 책을 찾았다. 제목이 좀 소박해 보이긴 한데, 차례를 보니까, 쉽지만은 않을 듯 싶다. 그러니까, 저자는 신학과 기호학의 만남을 급성사시키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심도를 높인, 그리고 약간의 지적인 개인기도 보여주는 것 같다. 특별히 신학에 관심이 없어도, 뭔가 기호학 접근의 새로운 방법론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티베트 불교는 하나의 권(圈)을 이룬다. 동양에서는 아마도 중국 불교와 더불어 서양 학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티베트에는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뵌교라고 하는 주술성이 강한 종교가 있었다고 하는데, 밀교 중심의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흡수된 면이 있다. <티베트 불교입문>은 티베트 불교의 특징인 실천-명상과 밀교의 흐름을 간략한 순서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사자의 서>는 몇 권이 번역되어 나왔는데,  <평화로운 죽음 기쁜 환생>은 그 책들보다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재구성한 책인 것 같다.

 

 

 

 

불교의 명상-숨 고르기도 중국,티베트 그리고 남방 불교에서 차이가 있다. 남방 불교에서는 위빠사나 수행법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탄트라 계열에 비해서 수행과정은 간결해 보여도, 숨 하나를 붙잡고 자기 안의 초점을 파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유혹에 발빠른 반응을 보이는 감각을 가진 일반인들에게는 다른 차원의 소박한 길로도 보겠다.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은 빨리어 경전 <호흡관법경>을 현대에 맞게 풀이한 책이다. 특정한 경전을 중심으로 정리된 위빠사나 책은 드문데, 이 책은 서양학자의 눈으로 경전 해석이 아닌 현대 대중의 실용적인 활용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가 연기(법)일 것이다. 그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관(觀)을 통해서 체득하는 것 하고는 큰 차이가 날 것이다. <12연기와 위빠사나>는 그 핵(12연기)에 위빠사나를 붙인 제목을 가진 책이다. 12연기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관법이 순관과 역관인데, 그 과정적인 흐름을 이 책은 구체적으로 그린 것 같다.

<대일경의 사상과 수행체계>는 논문형식의 책이다. 밀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인데, 이 책에선 대일경이 밀교의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천에까지 그 방향성을 가짐을 주장하는 듯 하다. 단행본으로 나온 대일경에 관한 연구서로서는 유일해 보인다. <대일경>, <금강정경>은 전에 동국역경원에서 합본으로 나왔는데, 2007년에 각기 분리해서 새로 출간했다.  밀교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찾아봐야 할 경전 중 하나다.

 

 

 

 

 뇌허 김동화(雷虛 金東華)의 <불교교리발달사>는 불교를 체계적으로 공부할 경우 꼭 보면 좋을 책으로 꼽힌다. 양도 많고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현재 구하기 어렵고, 이것을 간추린 책이 있다. <간명한한 불교교리 발달사>.   불교와 심리학의 만남이 예전보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선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유식을 중심으로 하는 것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유식을 현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과 비교, 혹은 (제한적이겠지만) 통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책은 보이질 않는다. <붓다의 심리학>과 <생각은 있으나 생각하는 자는 없다>는 같은 책의 다른 번역이다. 나는 <붓다의 심리학>으로 가지고 있는데, 정신과 전문의와 인도철학 전공자의 공저인 만큼, 이 책이 더 안전할 거란 예감이 든다.

 

 

 

 

 

 

 

 

 

 먼저 모리스 블랑쇼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의 책을 본 적은 없다. 그의 이름은 찾아 본 이유는, 어느 책을 보다가 이 사람을 칭찬하는 대목을 보고, 아! 이 익숙한 이 남자에 대해서 왜 무지한 것을 여태 방치했을까 하는 반성같지도 않은 반성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곧 모리스 블랑쇼의 글맛이 대체 어떤지 알아봐야 겠다.

화이트헤드의 책도 생각보다는 많다. <상징작용>이라는 무지 얇은 책에서부터 아주 두꺼운 책에 이르기까지.. 그러고 보니, <상징작용>은 <상징활동 그 의미와 효과>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와 있다. 나는 <과정과 실재>는 사 놓고 아직 보지도 못한 형편이다. 국내 학자의 접근으로는 문창옥씨의 책이 좋았다.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이해>, <화이트헤드 철학 읽기>, <화이트헤드 철학의 모험>이 좋을 듯 싶다. 김상일씨의 책은 개인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을 다방면에서 잘 추스리는 것 같은데, 깊이에서는 약간 서운했었다. 그래도 <화이트헤드와 동양철학>은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화이트 헤드의 유기체 철학과 불교>는 처음 부분만 약간 보다 잠시 쉬는 중인데, 이쪽 방면으로는 <화이트헤드와 화엄형이상학>이란 짤막한 책도 보인다.

 

 

 

 

<사고의 양태(Modes of Thought)>는 전에 고려원에서 <열린 사고와 철학>으로 나온 적이 있던 책이다. 같은 번역자(공역) 그대로 다산글방에서 2003년에 나왔는데, 약 40쪽이 늘었다. 제목과 부제목까지 순서와 쪽수도 같은데, 제4부 맺는말('철학의 목적')에서 늘어난건지는 잘 모르겠다.   스티브 오딘의 <과정형이상학과 화엄불교>는 부제가 '누적적 진입 대 상입의 비판적 연구'로 전문적인 연구서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과정 철학과 화엄불교를 비교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입김도 서려 있다. 한국인 교수의 도움도 있었고, 책에서는 의상의 '해인도海印圖(화엄일승법계도)'가 주요한 주제로 다루어진다.

화이트헤드가 러셀과 함께 <수학의 원리>를 썼을 정도로, 그는 수학에서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물리, 특히 양자역학에도 남다른 관심이 있었고,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과정과 실재>를 양자역학을 철학으로 풀이한 시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들뢰즈도 화이트헤드를 가끔 언급하기도 하는데, 종교에서 보자면, 신학에서는 '과정신학'으로, 최근엔 불교학자들이 화이트헤드의 무기를 들고 접근하기도 한다.  

 

-DVD-

 

 

 

 

<시간을 달리는 소녀>.. 정말 열심히 달리는 소녀, 그리고 이 공간 저 공간으로 내팽겨지기까지 한다. 뻔한 이야기 같은데 살짝 새로운 구석이 있다. 건강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애니여서 좋았다. 일본 (애니)는 자극적인 것에서도 우세하지만, 이런 순수한 쪽도 잘 만들어서 잠시나마 부럽다. <별의 목소리>는 아주 어마 어마한 시간을 통해서 남자와 여자의 메시지 전달을 그린 애니다. 그러나 참 안타깝다. 그런데 보고 나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지독함도 있다. <캐쉬백>은 원래 단편으로도 나온 것인데, 장편 영화로 선을 보였다. 누구나 꿈꾸는 세상의 정지, 물론 나만  빼고.. 그 멋진 환상이 담겨 있고, 그 정지된 환상 안에는 알몸의 이쁘장한 여자들도 있으니 음탕한 생각은 약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남자 주인공은 그 정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순진함이 있다. 참고로 이 남자는 그림을 잘 그린다. 

 

 

 

 

<스파이더 맨>을 보고 <이블 데드>를 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이런 감독이 또 하나 생각나는데 바로 피터 잭슨이다. <반지의 제왕>를 보고 <고무인간의 최후>를 보면 또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 맨'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스파이더 맨 3>는 감독이 무언가를 무겁게 삽입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썩 훌륭하게 성공하진 못한 것 같은데, 보는 사람이 새롭게 재구성한다면 써먹을거리는 있어 보인다. 스파이더 맨에게 검정을 부여하면서, 캐릭터에 중층성과 역동성의 조건을 만들었다. 여기서 어떤 방식으로 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냐가 문제인데, 약간은 아쉬웠다. 그래도 스파이더 맨이 전편과 다른 진화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 흔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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