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 다 되어가는 해러웨이가 병상의 아버지에게 반려견 카옌과의 어질리티(장애물 넘기를 포함한 인간과 개의 협동 게임) 경기에 대해 설명한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수 없었다. 스포츠 기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의 관심을 원했고, 아버지의 인정을 원했고, 내가 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주시길 바랐다. (220쪽) 











재가 된 사체를 땅에 묻는 것은, 떠나는 것이 단순히 그 사람이나 그 영혼만이 아니라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신체라고 부르던 매듭으로 묶여있던 것이 떠났다. 그것은 풀려버렸다. 내 아버지가 풀려버렸다. 그것이 내가 그를 기억re-member *해야만 하는 이유다. 나를 비롯해서 아버지와 얽혀 살았던 모든 것들이 아버지의 육신이 된다. 우리는 죽은 자와 친척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체가 우리를 접촉해왔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신체는 내가 딸로서 알았던 신체이다. 나는, 내가 물질적 기호론과 기호론적 물질성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텍스트와 신체를 연결하는 육신으로서, 물질적 문채와 물질적 실수로 아버지의 신체를 계승한다. - P204

사업가이자 지역의 명사이기도 했던 할아버지는 덴버에 베이브루스와 루 게릭 같은 스포츠 명사들을 오게 했다. 그들은 꼼짝 못 하고 누워 있는 아버지를 위해 집에까지 와서 야구공에 사인을 해 주었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지역의 사업가 동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프로농구보다 훨씬 이전에 백인 농구 리그를 만들었다. BF 굿리치, 에크론 굿이어, 피글리 위글리를 비롯한 중서부와 서부의 실업 농구팀 선수들은 모두 중간관리자의 지위가 약속된 백인남성이었다. 인종화라는 신체적 실천은 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 P208

가족, 스포츠, 비즈니스가 뒤섞인 계보는 그 전형일 것이다. 아버지는 스포츠 기자였다. 그것은 나의 백인으로서의 존재 방식이나 게임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인종과 돈은 아버지가 스포츠 기자가 된 경위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 P209

나는 신체성을 통해서 아버지와 관계를 맺고 아버지의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은 말의 관능성과 쓰는 행위를 통해서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말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말장난을 하고, 저녁 식사로 말을 먹었다. 그 말들은 우리의 음식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요리를 해 주시는 가운데, 그녀의 외로움과 우리가 거의 눈치채지 못한 그 신체적인 허약함 속에서, 우리가 그녀의 마음-몸을 먹고 있는 사이에도, 그 말들은 우리의 음식이었다. - P215

중년 여성과 재능 있는 개가 함께 몰두하는 스포츠, 지금은 월요일 밤의 황금시간대를 아메리카 풋볼이라 불리는 인간을 깨부수는 그 스포츠가 차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시간에 방영하게 될 경기. 아버지가 고통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진통제 때문에 환각을 보고 있을 때도 나는 국제 수준의 상급코스 도판을 보여드리고, 기술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미국 개 어질리티 협회> USDAA 전국 대회 비디오를 보여 드렸다. 그리고 카옌과 나의 희비가 교차하는 자초지종도 적어서 보내 드렸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수 없었다. 스포츠 기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의 관심을 원했고, 아버지의 인정을 원했고, 내가 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주시길 바랐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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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8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1-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질리티라고 해서 또 책상 어지르는 이야기인줄 알고 들어옴요. ㅠ.ㅠ

단발머리 2022-11-08 21:48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고요. 혹시나.... 해서 사진 넣어보았습니다. 강아지랑 호흡 맞춰서 같이 달리는 게임인가 봐요.

다락방 2022-11-09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것은 반려종 선언에서도 언급된 바로 그것이 아닙니까! 저 오늘 임소연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읽었는데 거기에도 도나 해러웨이 언급되더라고요. 사이보그 선언 얘기하는데 그전에 사이보그 선언 읽어둔 게 어찌나 좋던지요. 당시에 이해하지 못해도 다른 책에서 언급될 때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11-10 17:59   좋아요 0 | URL
임소연의 책에도 어질리티가 나온다는 거에요? 신기하네요. 읽었던 해러웨이 책 중에 이 책이, 이 챕터가 제일 쉬웠어요.
저는 해러웨이 아버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해러웨이 더 많이 읽기를 다짐했습니다.
사이보그 선언 미리 읽어두기 진짜 잘했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