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성행위는 사실상 여자를 남자와 종에 예속시킨다. (513)

 


많은 남자가, 잠자리를 함께하는 여자가 성교를 원하는지 혹은 그저 거기에 복종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죽어 있는 여자와도 동침할 수 있다. 성교는 남자의 동의 없이 일어날 수 없으며, 자연적 종료도 남자의 충족에 의해서다. (514)

 


초경 이후 여자는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흔해, 첫 번째 성행위에서 수치심과 두려움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남자에게서 자신의 몸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한다는 것(523), 남자의 먹이로 주어지는 것이 자신의 육체임을 인식하는 것(511), 사회적인 동시에 내면적으로 그토록 중시되어왔던 처녀성 상실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직 남자의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더욱더 그렇다. 성교하는 동안 남녀의 위치, 성행위 중 남자와 여자의 움직임조차 전적으로 남자에게 달려있다. 남자는 여자를 상대로 쾌락을 얻고, 그녀에게 쾌락을 준다. (529)

 



젊은 처녀의 첫 경험은 사실상 강간이며, 남자는 추악하고 난폭한 모습을 드물지 않게 드러낸다. (525)  

 


신랑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을 결심한 릴라가 첫날밤을 보낸 후 얼굴에 멍이 가득한 채로 나타났던 장면이 기억난다. 젊은 처녀의 첫 경험. 추악하고 난폭한 남편.



 














릴라는 자리에 앉지 않고 내내 서 있었다. 앉는 자세가 고통스러워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일행 중 그 누구도,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릴라의 어머니마저도 딸의 오른쪽 눈이 시꺼멓게 멍들어 부어 있고 아랫입술이 찢어지고 팔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57)

 



레즈비언 파트에서는 이 문단이 인상 깊다. 그녀들은 남자들과 싸우는 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그녀들은 상호 간의 유사성 때문에 서로에게서 완전한 친밀성을 발견한다.

 


여성 예술가와 작가 중에는 동성애자가 많다. 그녀들의 성적 특이성이 작품을 창조하는 에너지의 원천이거나 우월한 에너지의 존재를 드러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진지한 작업에 몰두해 있는 그녀들은 여자의 역할을 하거나 남자들과 싸우는 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녀들은 남자의 우월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560)

 


동성애는 더 진정성 있게 영위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그들이 부부일지라도 상대방 앞에서 다소 체면을 차린다. 특히 여자는 남자로부터 항상 명령을 받고 사는 처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여자는 남편과 애인이 있는 데서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다. 여자 친구 옆에서는 으스대지 않고 본심을 감추지 않아도 되며, 그녀들이 서로 닮았기 때문에 숨김없이 서로를 보여 줄 수 있다. (570)

 



아직도 많이 남았다. 더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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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0-15 0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1등 하긴 했는데...제 이름의 북플님이???ㅋㅋㅋ내 닉넴인데 낯설다!!!
기억나요..기억나!!!!!
최근 읽은 페이지라 기억 잘나고,잊고 있었던 릴라의 이야기도....ㅜㅜ
레즈비언이 선호되는 이유도 그녀들에게선 남성의 폭력이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도 좀 가슴 아프게 읽혔어요.
밤이 넘 늦어 일단 굿나잇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10-16 08: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등 축하드리고요.
릴라 이야기랑 최근 페이지까지 겹치니 책나무님과 저는 진정한 책친구 되겠네요. 릴라 이야기는 이번에 기억나서 찾아보는데 나폴리 시리즈에 푹 빠졌던 그 시간들도 막 떠오르고 하더라구요.
아침이 되고 벌써 주말이 되었네요. 즐건 주말 되세요, 책나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