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읽다가 도중에 탈락하는 아쉬운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지만, 항상 도전에 방점을 찍는다. 오전에는 읽기 어려운 책,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 형광펜 밑줄이 필요한 책을 위주로 읽는다. 대체로 페미니즘 책들이 선정된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영어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오후에는 좀 가벼운 책들을 읽고, 저녁에는 손에 잡히는 책을 읽는다. 주중 패턴은 이렇고, 주말에는 소설 또는 가벼운 책들을 읽는다. 『나의 사촌 레이첼』이나 『레베카』 같은 특별한 책들은 ‘위대한 고전’, ‘불멸의 역작’이기에 이런 패턴을 간단히 무시한다.
주중에는 강남순 교수님의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를 읽었다. 책의 물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가 쉽게 읽히지 않아 도중에 포기했는데, 이 책은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이 훨씬 더 작고 가볍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하릴 없는 생각을 해본다. 인덱스가 이정도면 구입각이다.
『초보자를 위한 페미니즘』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도서관에서 구입해 주었다. 삽화가 많이 나오고, 페미니즘의 개념과 주요 저서, 저자들에 대해 보기 좋게 설명해 놓은 책이다.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면 좋을 듯 싶어, 역시 구입각이다.
『사라진 후작』과 『왼손잡이 숙녀』는 비연님 서재에서 알게 된 ‘에놀라 홈즈 시리즈 1, 2권이다. 추리/미스터리소설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아직 애거서 크리스티도 한 권도 안 읽은 1인이지만 책 표지가 너무 예뻐 읽기를 시작했다. 『사라진 후작』에서 후작 말고 엄마가 사라졌다. 거기까지 읽었다.
페미니즘 친구가 ‘페미니즘 공부하는 사람들은 버지니아 울프를 기본으로 읽는데, 전체를 다 읽는다’고 알려줬다. 『댈러웨이 부인』에 실패했고, 『파도』를 실패했고, 『올랜도』를 실패해서, 그래서! 『등대로』를 대출했다. 될 때까지 가는 거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는 3. 비극의 전주곡, 죽음의 공포 ‘여자’ 파트만 읽어보았다. 야생의 엔키두는 6일 낮, 7일 밤 동안 진짜 ‘성교육’을 받은 후 직립 보행 인간이 된다고 한다. (342쪽)
오늘의 선택은 『야밤의 공대생 만화』. 다락방님 리뷰를 읽고 재미있을 것 같아 대출했는데, 너무 너무 재미있다. 역시 만화는 그림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다. 재미로 그렸는데 이런 방식으로 읽히고 소비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담주부터 중간+기말고사인 중딩 모르게 조심조심 읽어야겠다.
오늘의 구입은 나의 여신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자메이카 여인숙』과 『새』. 『새』는 절판되어 알라딘 중고로 구입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좋았으면 좋을 것을. 겉표지가 떨어지기 직전인데, 상태는 ‘상’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조금 아쉽다.
알라딘에는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읽고 있는지, 읽을 예정인지를 알고 있는 ‘빅데이터 친구군’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정확성은 <알라딘 추천마법사>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한다. 토요일 오후, 현재기온 30도. 구름많음. 선풍기가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