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지 숨을 쉬고 심장의 고동을 울리는 것만으로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리고 지구 전체의 대기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44)

 

 

어제 기사를 읽다가 일반인 인터뷰를 보았다. “공적인 장에서 애도를 하는 글을 올리고 고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반복해 적는 것은 피해자를 향한 폭력이라는 글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모르는 일이다. 처벌받지 않았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무책임했다는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지.

 

하지만, 묻고 싶다. 내 슬픔이 피해자를 향한 폭력인가. 알라딘은, 알라딘 서재는, 이 공간은 공적인 공간인가. 아니면 나 혼자 일기 같은 걸 끄적이는 나만의 공간, 사적인 공간인가. 나는 여기에, 슬프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고인을 물어뜯기 전 숨고르기를 하는 언론의 작태를 바라보면서, 그의 공적과 희생과 평생을 부인하기 위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는 언론의 야만적 얼굴 바로 앞에서, 나는 슬퍼할 수도 없단 말인가.

 


고마웠던 사람의 죽음을, 의지했던 사람의 죽음을, 그의 심장 고동이 멈추고, 우리의 세계와 우주 속에서 영원히 사라졌음을, 슬퍼할 수도 없단 말인가. 슬퍼해서도 안 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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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7-11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다른 인간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것마저 비난하는 것은 정의라는 이름이 폭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이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각자의 감정 역시 같은 이유로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단발머리 2020-07-12 16:43   좋아요 1 | URL
조용한 하루, 딱 하루가 이렇게 어려운건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불어닥칠 일들이 걱정스럽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