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벡델은 여성 퀴어 서사 분야의 개척자로, 그래픽 노블 작가이다. 1983년부터 25년에 걸쳐 신문에 연재한 <주목할 만한 레즈비언들(Dykes to watch out for)>로 널리 알려졌고, 『펀 홈Fun Home』은 그의 영웅이자 영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이다. 『당신 엄마 맞아? Are you my mother?』 역시 자전적 서사이며 현대 여성의 표본인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이다.
기본 골격은 아주 어릴 적 어머니와의 추억을 시작으로 어머니에 대해 느끼는 복합적 감정과 창작의 어려움을 겪는 작가가 심리 치료를 받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머니와의 관계 변화가 그녀의 꿈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다.
버지니아 울프, 에이드리언 리치,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과 수전노, 소야곡, 로얄 패미리 등의 연극을 비롯해 도널드 위니캇과 앨리스 밀러, 프로이트, 라캉 등의 정신 분석학 개념들이 그녀의 고민에 어떤 답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목차는 이 책이 여성주의에 대한 저자의 연구 결과일 뿐 아니라, 스스로 환자인 자기 자신을 치료하려는 열정과 치열함을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이 읽는 책을 보여준다. 그대로 옮기고 그대로 그린다. 번역자는 그 부분을 한글로 바꾸는 수고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읽고 싶은 책이 쌓여간다.
인간으로 태어나 이 세상을 살 때(아무런 기억은 없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살게 되었을 때), 전폭적인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돌봐주는 외부의 존재가 없다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아기는 절대적으로 외부의 존재에게 의존한다. 외부의 돌봄은 물질적, 육체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젖, 분유, 우유, 빵과 밥, 그 이상이다. 외부 세계의 사람들 중 완벽한 존재가 되기를 강요 받는 엄마라는 입장에서 읽을 때, 내게 그런 존재였던 엄마를 생각했다. 딸을 둔 엄마로서, 평생 동안 엄마에게 인정받고자 애쓰는 딸의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짠했다.
엄마가 천재가 아니라서 감사했다.(사실 엄마에겐 천재성이 다분하다) 내가 천재가 아니라서(당연한 말씀을), 우리 딸이 천재가 아닌 것 같아서(10대니까 가능성을 아주 조금은 남겨두자) 감사했다. 그녀의 괴로움은 그녀가 천재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그걸 보여준다. 문제는 아버지도 천재, 어머니도 천재라는 것. 천재 병목 현상. 천재 쏠림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