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주일에는 온라인 예배를 드렸는데 평소처럼 중고등부 영상예배를 드렸다. 어제는 설교를 메모하는 다이어리에 <중고등부 예배>라고 쓰고, 그 위에 이렇게 큼지막하게 썼다. 우리 부활하겠네 할렐루야! 찬송가 164예수 부활했으니의 후렴구이다. 나는 부활신앙을 가진 사람이다.

 

 

어제밤부터 읽고 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 세계적 화제가 된 과학교양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생각은 아니었고 관심 가는 대목은 아인슈타인의 우주‘, ‘모두에게 작별을’, ‘신비로운 양족 동물’, ‘부지런했던 유인원정도. 그랬는데, ‘서문을 읽다가 마음이 동해 차근히 읽어볼까 하고 생각한다.

   


당신을 환영하고 축하한다. 나에게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다. 나는 당신이 이곳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우선,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학적으로 볼 때 생명체는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약간의 칼슘, 소량의 황, 그리고 다른 평범한 원소들이 조금씩만 있으면 된다. 동네 약국에서 찾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다.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경우, 유일하게 특별한 점은 그것들이 당신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물론 그것이 바로 생명의 기적이다. (11-12)

 



가장 크고 놀라운 신비는 탄생과 죽음의 신비이다.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는 것.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나라를 선택할 수 없고, 모두 다 한 세상을 살고 그 후에는 죽게 된다는 것. 불멸이 상용화되기 전까지, 최고의 부자들이 미이라로 변신하기 전까지, 인간 뇌의 다운로드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질때까지,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 평등하다. 태어나고 죽는다.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알지 못하고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인간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빌 브라이슨이 말한다. 원자. 당신은 엄청나게 많은 원자의 놀라운 결합이다.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다. 당신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집 앞 동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평범한 원소들과 큰 차이가 없다.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원자들과 똑같은 원자들이 우주의 다른 곳에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원자의 오묘한 조합이 당신에게서, 당신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그것이 바로 생명의 기적이다. 그게 바로 나이고, 그게 바로 당신이다. 저기, 각자 자기 방에 잠들어 있는, 희고 아름다우며 커다란 북극곰 두 마리, 아니 사람 2. 두 명의 인간들도 그렇다. 생명의 기적, 생명의 신비.    

 

 


교양과학서를 읽으면서 제일 짜릿할 때는 과학이 발견한 사실들이 얼마나 정교하지 확인할 때다. 과학자들이 어떻게 이런 사실까지 알아냈을까,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엄청난 양의 계산과 입자 가속기에서 생기는 일을 관찰해서 창조의 순간으로부터 10-43초까지의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주는 그때까지만 해도 너무 작아서 현미경이 있어야만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처음 보는 이상한 숫자에 겁을 낼 필요는 없고, 가끔씩 그런 숫자에 친숙해져서 우리가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얼마나 엄청나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43초는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 1초의 1조의 1조의 1조의 1,000만 분의 1이다. (26)


 

이 모든 일을 우연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생명과 죽음이, 삶이, 인생이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긴 시간, 억겁의 시간이 주어진대도 우연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우주가 지금과 같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는 과정이 정밀하면서도 비교적 잘 정해진 방법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될 때는 질량의 0.007퍼센트가 에너지로 바뀌어야만 한다. 만약 그 값이 0.007퍼센트에서 0.006퍼센트로 조금만 바뀌면, 그런 변환은 절대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우주에는 수소만이 존재하게 된다. 그 값이 0.008퍼센트로 조금만 커지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수소는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숫자들이 조금만 바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 (29)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새표지, 새옷을 입고. 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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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1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발머리 님의 관심은 정말 넓게 뻗어있네요. 저도 이런 교양서적도 좀 읽고 그래야 하는데. 저는 너무 편애가 심하고 편협하고 ㅠㅠ

그런데 이렇게 단발머리 님이 써준 페이퍼 읽으면 되니까 괜찮아요. 후훗. (혼자 문제 인식하고 해결까지 다 함)

저 이 책 사려고 단발님께 땡투했는데 품절이네요...

단발머리 2020-04-14 09:26   좋아요 0 | URL
전 정말 과학은 모르니까요. 거의 백지상태죠. 읽으면 다 모르는 것 투성이라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이 책은 빌브라이슨이 쓴 거 잖아요. 중간중간 유머도 제 스탈이라서요.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조금 더 읽어보려고요.

아, 그 점이 아쉽지요. 저도 어제밤에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찾아봤는데 그것도 품절이라 지하철 예약 신청했어요. 알라딘 중고에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사 둔 책이라서요. 땡투 기회 아쉽네요 ㅠㅠ

다락방 2020-04-14 09:55   좋아요 0 | URL
4/20에 판매 예정이라고 떠있어서 알림 신청해뒀어요. 그러니 기다려봐요, 땡투! 후훗.

단발머리 2020-04-14 10:0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산 거여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쩜쩜쩜

다락방 2020-04-14 10:51   좋아요 0 | URL
페이퍼나 리뷰에 링크된 책은 구매자 아니어도 땡투 받을 수 있어요. 구매자여야만 되는 건 백자평 입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0-04-14 13:02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이게 참 헷갈려요 호호호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십시일반 땡투로 큰 부를 이루어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다락방 2020-04-1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단발님! 이게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페이퍼에 땡투를 해도 단발님께 적립금이 안가요.
시간 나실 때 이 페이퍼에 개정판도 추가 좀 해주세요.
마지막에 한 줄을 추가하는 거죠.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하고 링크를 뽝-

단발머리 2020-04-14 15: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정판이 나왔군요!! 알겠습니다, 다락방님^———————^

다락방 2020-04-14 15:40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 굿굿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부자가 되실 차례입니다. 으하하핫

감은빛 2020-04-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이 나왔군요. 다 읽지 못한 구판이 책장 어딘가에 있을텐데 왜 저는 갑자기 개정판을 사고 싶어지는 걸까요? 책은 수집하는 게 아니라 읽어야 하는거데, 저는 마치 수집가처럼 모으기만 하네요

단발머리 2020-04-16 15: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다락방님이랑 이야기 나누다 알게 됐어요.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ㅎㅎㅎㅎ 개정판이 나왔더라구요. 책사기 뿐 아니라 책수집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어제밤에 책주문을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