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책을 받는 데까지 보통 2주 정도 걸린다. 일주일 만에 처리되는 때도 있고, 3주가 걸릴 때도 있지만 보통이 2주다. 하지만, 희망도서 구입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 구는 3월부터 희망도서 신청을 받는다. 3월부터 10월까지. 한겨울은 알아서 버텨야 한다.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오래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서 책을 샀다. 이 문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갖고 싶어서. 그래서 샀다.
아롱이책이랑 같이 2권을 샀다. 도서관에 검색해 보니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2월의 도서 『보이지 않는 가슴』이 비치되어 있어 그 책으로 읽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다음달에 이사할 사람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버릴 수는 있어도 더 사면 안 돼. 그런데 어제 받은 한 통의 문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 및 예방을 위해 구립도서관 전체가 임시 휴관을 하겠단다. 그것도 2주간이나. 지하철 예약 대출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찌될지 모른다. 또 책 한 권을, 딱 한 권만 구입하러 간다. 보관함에 들어있는 신간들과 눈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20200204 <먹기사> 오늘의 공부, 챕터 22.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난 뭐든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 치열한 적이 없었고, 뜨거웠던 적이 없었다. 공부도, 연애도, 사랑도. 일도, 살림도, 믿음 생활도. 매사가 대충대충이었다. 아니, 매사가 대충대충이다.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남자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에 대해 읽어 내려가는데, You can have my time, my devotion … my dog’s money, my dog’s time에 피식 웃기면서도 아무튼 이 사람은 후회없이 뜨겁게 사랑하는구나, 사랑에 올인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부럽기도 했다.
무엇에든 열심히 하고 싶기는 한데 타고난 게으름으로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잘 안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어서. 지금은 소독, 방역, 격리, 이런 걸 잘 해야 하는 때인가. 아니면 정리, 정돈, 청소를 잘 해야하는 때인가.
금방 더러워지는 흰 운동화 두 켤레를 맡기며 크린토피아 ***점 사장님에게 다음달에 이사를 간다고 말했다. 겨울 패딩 맡기러 또 오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미리 말씀드리려고요. 저 안 오나 기다리시고, 궁금해 하실까 봐요. 사장님과 마주보며 웃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