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교회에서 아멘을 마치고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10 25.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고, 널고 개기를 지시 & 부탁하고, 보이는 것만 정리하고 씻고 식탁에 앉으니 11시가 되어간다. 남아 있는 12쪽을 마저 읽었다. 마지막 , 마지막 챕터까지 눈을 수가 없다. <Acknowledgement> 마지막 문장이 이렇다. 



And as always to Graeme Gibson, my partner in many strange and wonderful adventures for almost fifty years. (419) 



페미니즘에 관한 또는 페미니스트의 자서전들을 읽어오면서, ‘학문적으로’ ‘지적으로탁월한 여성들이 가정생활에 위기를 겪거나 이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녀들이 특별히 이상해서도, 남편들이 유달리 못나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뛰어난 아내를 감당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남편들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나이, 지식, 경험, 경제적인 면에서 남자가 여자를 압도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란 남자라면 어쩔 없는 일이다.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시대의 천재, 비범한 여성과 거의 50년을 함께해온 Graeme Gibson 라는 분이 궁금해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분은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다. 그런데, 2019 9 18. 그는 세상을 떠났다.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2019 9 10일이고, 내가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9 20일인데, 시간,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다. 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장소에서 쓰였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출간되었다. 출간에 맞춰 진행되었던 여행에서, 축하받고 환영받는 시간 속에서 그는 떠났고, 작가님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욱 슬프고 외로웠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마치면서 느끼는 기쁨과 뿌듯함 만큼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어제 홍콩 시민들에게 전해주고도 내게는 에너지가 남아 있으니, 에너지의 일부를 감사한 마음과 함께 포장해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께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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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2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0-1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이걸 다 읽으셨다니!! 애트우드 너무 천재인 거 잘 알지만 단발머리님도 정말 대단합니다! 게다가 이런 작가의 뒷이야기 들려주셔서 참 감사해요!

단발머리 2019-10-13 18:32   좋아요 0 | URL
다 읽었다는 점에서 저도 좀 뿌듯합니다. 시작만 하고 마치지 못한 원서들이 워낙 많다보니...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른 책들을 많이 못 읽어서 그게 좀 안타까운.... 헤헤

psyche 2019-10-13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이 책은 좀 실망이었어요. ㅜㅜ 리뷰 쓸까 하다가 기다리시는 분들 김새게 할까 해서 망설이고 있었어요. 단발머리님은 어떠셨나요?

단발머리 2019-10-13 18:33   좋아요 0 | URL
전 뭐랄까요? 많이 기대를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기대보다는 애트우드의 신작을 읽는다는 사실만으로 좀 기뻐서요.
끝부분 구성이 좀 느슨하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