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 때만 해도 사기충천해서 오늘에야말로사회주의 페미니즘』 읽은 부분이라도 정리하고 말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다. 가방에 책을 집어넣고 노트북을 챙겼다. 어제는 너무 더워 가족이 안방으로 피신, 엽기떡볶이착한 먹으며 스미스의 <맨인블랙> 보았다. 다양한 외계인 출현에, 내가 영화를 정말 봤었던가, 웃으며 소리지르며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장 기괴한 괴물은 바퀴벌레 형상이었는데, 일면 이해가 된다. 지구, 아니 우주에서 바퀴벌레가 제일 무섭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더위가 예상되는 , 아침 일찍 학교에 다녀온 큰아이를 독서실에 넣어 두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때까지만 해도 각오 100%, 오늘은 반드시! 외치고 노트북과 , 독서대를 들고 입실하였으나, 도서관에는 하나 누일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페미니즘 코너로 가서여자라는 문제』 꺼내 가볍게 재독하고, 『채털리 부인의 연인』 훑어 보고, 다이엘 스틸의 『The Promise』 꺼내온다. 



그리고 책을 발견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벌써 글자책 읽을 나이가 되었다니, 하며 슬픔에 잠길 시간이 없다. 사실 여러 글자책 읽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월에 독감을 앓은 기침이 낫지 않아 다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감기약을 먹으면서, 이제 같다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쳤는데, 책이! 글씨가! 책의 글씨가! 보이지 않는 거다. 그럴 쓰는 보통의 표현. 약간은 식상한,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 나는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글씨가 작아졌다. 작아진 글씨가 뿌옇게 보인다. 안경을 벗는다. 그나마 조금 보인다. 그것도 책을 약간 떨어뜨렸을 . , 노안이 찾아오려는가. 핸드폰의 글씨도 보였다. ‘노인특유의 포즈, 안경을 머리위에 얹고 이렇게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나서야 비로서 글씨가 보였다. 세상에그렇게 2주가 지났다. 2주가 지난 어느 , 나는 평소의 시력을 회복했다는 알았다. 평소처럼 글씨가 보였다. 책을 읽을 있었다. 그리고 3-4주가 지나고, 몸이 피곤한 어떤 , 똑같은 증세가 찾아왔다. 나는 그제야, 나의 노안 현상이진행 이라는 알았다. 나는 날부터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멀리하려 노력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가 원하는 때까지, 내가 원하는 속도로 책을 읽을 없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글자책의 특징은 표지이다. 제본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외양이다. 보통의 책과 글자책의 표지가 똑같은 보니 그건 아닌 싶다. 2008참을 없는 글쓰기의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2016년에 현재의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글쓰기책이라는 점에서, 원서에는 없던유혹 넣은 한글판 제목을 가졌다는 점에서, 스티븐 킹의유혹하는 글쓰기』 떠올리게 한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의 원제는 『On Writing』이고, 책의 원제는 『If you want to write: A book about art, independence, and sprit』이다.) 




<1. 누구에게나 재능, 독창성, 이야깃거리가 있다>에서부터 흥미진진한데, 이런 문단이 그렇다. 




독창성과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것을 표현하려는 욕구, 타인과 그것을 나누려는 욕구도 그렇다. 그런데 욕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욕구는 매우 여리고 민감해서 흔히 어린 시절에 받은 비평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튀어나가 버린다. … 어쩌다가 우리 안의 창조적 충동이 죽어 버리는 걸까? 당신 작문의 여백에다 파란색 펜으로진부함, 다시 이라고 사납게 써갈긴 국어 선생이 그것을 죽이는 도왔다. 비평가들도 그것을 죽이고, 가족들조차 일에 조력한다. 가족들, 중에서도 특히 남편은 창조적 충동의 탁월한 살해자이다. (18-19) 




글쓰기를 꿈꾸는, 특별히 창조적 글쓰기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말이 아닌가. 가족을 경계하라. 가까운 이들을 조심하라. 부모를, 그리고 남편을. 그럼 누구와 가까이 해야 하는가. 창조적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이 그들의 창조적 글쓰기를 도울 있는가. 




유일한 좋은 선생은 당신을 사랑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당신을 무척 재미있고 아주 중요하고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므로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다. 


내게 조금 말해 . 네가 있는 모든 이야기해 . 나는 네가 느끼거나 알고 있는 모든 , 너의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조금 이해하고 싶어. 많은 것을 쏟아내 .”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친구가 없다면, 그런데도 여전히 쓰고 싶다면, 상상 속에 친구 하나를 만들어 내라. (21)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친구를 만난 같은 느낌이다. 글씨책이여서 반가운가. 얼굴, 적당한 자간, 읽기 좋은 형태의 좋은 친구를 만났다. 물론 가방에서 기다리는, 내일이면 나를 떠날 친구사회주의 페미니즘』 좋은 친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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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8-0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서운 요즘 ‘애들‘께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죠?? 😲

단발머리 2019-08-07 08:12   좋아요 0 | URL
요즘 ‘애들‘은 날이 더워 자꾸만 안방으로 피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은 어제 체감기온 41.2도 찍었어요. 어제가 제일 더웠고 오늘은 비가 오네요.
서울이 대구보다 더울거라고 확신!합니다. 대구에서 안 살아봤는데, 자꾸 확신이 드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