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란 뭘까. 책내용보다 먼저 선보이는, 예상하게 하는, 매력을 느끼게 하기도, 멀어지게 하기도 하는 책제목은, 책에게 어떤 의미일까. 



책제목으로서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화제성이라는 측면에서 120% 효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뜨거운 의제가오빠허락이라는 단어의 한정 안에서 움직이다니. 페미니즘이라면 오빠가 허락하지 않을 한가지 아닌가. 오빠가 허락하는 페미니즘이라면, 그것은 진짜 페미니즘인가. 아니면 페미니즘의 허울을 다른 형태의 도덕률인가. 진짜와 가짜는 누가 판단하는가. 판단의 주체는 누구인가. 오빠는 누구인가. 혈연관계의 친오빠인가. 애칭으로서의 애인오빠인가. 진짜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오빠는 누구인가. 오빠인가 아니면 오빠인가.  



제목을 보자마자 생각난 책은헬페미니스트 선언, 그날 이후의 페미니즘』이었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끝까지 읽지 했는데, 표시해 두었던 구절이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맞아 떨어진다. 





남성은오빠가 허락한페미니즘, 착한 페미니즘 아닌 페미니즘은 남성혐오와 대결을 조장하는나쁜 페미니즘으로 분류합니다. 이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이성 아니라 남성의기분입니다. 여성은 피해자로서 항의하거나 호소할 때도 남성의 기분을 거슬러서는 됩니다.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해라”, “흥분하지 말고 부드럽게 말해라라고 지시하는 남성은 아무런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판단과 행동의 준거로 정당화합니다. (<헬페미니스트 선언>, 74)





위의 설명에 따르면오빠가 허락한 ‘착한 페미니즘 피해자로서 항의하거나 호소할 때도 흥분하지 말고우아한 언어로이성적인 태도를 요구한다무엇보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오빠의 기분을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오빠의 가치오빠의 기분오빠의 판단에 ‘적합해야 한다 범위를 벗어난 페미니즘은 ‘메갈년’, ‘극렬 페미 주창하는 ‘나쁜 페미니즘 된다. 



오빠는 누구인가. 이는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른바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사포(삼포+취업 준비로 인한 인간관계 포기)세대’, 오포(사포+ 마련 포기)세대라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로 청년들의 삶은 어려워졌는데(105), 문제는 이런 고통이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건만, 묘하게도 청년은 남성으로만 대변되었다는 것이다. 다시헬페미니스트 선언』이다. 





헬조선에서 고통받는 진정한 주체는보통 남자’, 남성 청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헬조선의 시민성은 원래 누려야 공적, 사적 영역에서의 특권이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억울함과 원한의 메아리로 구성됩니다. 남성과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차등 임금을 받아온 여성 노동자, 가정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을 비롯한 숱한 노동을 노동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 그저 아무것도 하며 기생하는 자로 취급당해온 여성 개개인의 초상화 따위는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자신이 대적할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굴욕감을 덜어내기 위하여 자신이 짓밟을 있는 소수자-여성을 혐오함으로써 통렬한 복수의 서사와 카타르시스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헬페미니스트 선언>, 26)





산아제한 정책과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한국의 성비 불균형은 이런 분노를 가중시켰다. 가장 심했던 1990년에는 성비가 116.5까지 치솟았고, 성비가 110 넘긴 해도 13번이나 되었다. 남자 10 1명은 짝이 없는 거대한 남성잉여세대가 탄생했다는 것이다.(120) 이는 궁국의 여성 혐오 단어김치녀 화려하게 결실을 맺는다. 



2015 9 17시사인』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탄생’>여성 혐오 담론 지도 의하면, ‘여성(‘여자 유사 단어 포함)’ 1 159차례 등장하는 동안김치녀 8,697차례 등장했으니, ‘김치녀 한국의 여성 혐오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기사는 짝짓기 시장, 결혼까지 포함해서연애 시장에서의 환멸 여성 혐오의 뿌리라고 진단한다. 




천관율은 여성 혐오자들이 보기에 사랑이야말로 연애 시장에서 유통되어 마땅한 유일한 화폐다. ‘김치녀 연애 시장의 화폐를 사랑에서 남자의 경제력으로 바꿔놓는 시장 교란자다. 이렇게 해서 극적인 가치 전도가 일어난다 말했다. (120)



















온라인 상에서 여성 혐오로 놀이하는 오빠들은 강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강한 성격적 결함을 보여준다. 노회찬 의원이 선물하고 금태섭 의원 손에 들린 『82년생 김지영』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가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힌 , <무한도전>에서 얼핏 보인 유재석 책상 위의 『82년생 김지영』 레드벨벳 아이린이 읽은 『82년생 김지영』 다른 책인가. 정말 다른 책인가. 유재석이 읽으면 양서이고 아이린이 읽으면 불온서인가. 랩몬스터는 읽어도 되는 책이고, 아이린이 읽으면 되는 책인가. 남자는 가능하고, 여자에게는 불가능한 일인가. 『82년생 김지영』 읽는 일이, 읽었다고 말하는 일이 그러한 일인가.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아이린 페미니스트 논란 아니라, ‘남성 우월자들의 사이버 테러라고 해야 옳다. 페미니스트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포토카드를 잘라 인증하고 사진에 불을 지르며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몰려가 악성 댓글을 퍼붓는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이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303)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전망은 어떠할까. 강준만은 이것이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부단한 투쟁 외에는 답이 없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만, 가부장제에 찌든 남자들이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결국 역사의중단 없는 전진 막을 수는 없을 거라는 말이다.(371) 오빠 아닌 누이가 허락한 페미니즘. 누이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원하지 않는다. 상호 소통하는 페미니즘을 원하는 것조차 지금으로서는 사치일 있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페미니즘은 어떤 페미니즘인가. 나는 어떤 페미니즘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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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접하는 독자의 본질은 다를 게 없는데,
어떤 안경을 끼고 보느냐에 평가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책을 접하는 이에 따라 폭력적으로 대하는
댓글러의 태도, 아니 테러가 기가 막힙니다.

단발머리 2018-09-11 20:39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아이린 인터뷰 기사 보면, 아이린은 책 제목도 정확히 기억을 못 했던것 같아요. 소설 속 여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공감했다거나 이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거나 그런 대답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남성 우월주의자들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신들의 신념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일부라고 하기에는 그런 남자들이 너무 많고요. 기막힌 일이지요.



‘82년생 김지영‘ 읽고 페미니스트 논란 휩싸인 아이린…어떤 소설? ‘페미니스트‘ 뜻은?

앞서 아이린(레드벨벳 리더)은 지난 18일 리얼리티 프로그램 ‘레벨 업 프로젝트 시즌2‘의 1000만 뷰 돌파를 기념 팬미팅 자리에서 ˝최근 어떤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82년생‘ 그거 읽었고. 또 제목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별일. 별일 아닌 것. 주황색 표지인데 제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휴가 가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답했다. <중부일보. 201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