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박수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기면관의 살인』

가면을 쓴 얼굴, 훼손된 지문, 단절된 동선. 신원을 확인하는 모든 수단을 하나씩 무너뜨린 끝에 ‘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누가 죽은 것인가’를 묻게 만든다. 관 시리즈를 처음 접한 나를 단숨에 아야츠지의 세계로 끌어들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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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묘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부록 1] 『흑묘관의 살인』 등장인물의 서사적 기능과 역할


1. 사건의 중심인물

가. 아유타 도마 / 아모 다츠야(60세)

ㅇ 기억상실에 걸린 전 흑묘관 관리인 ‘아유타 도마’로 등장하여 자신이 쓴 것으로 보이는 수기의 진실과 자신의 정체를 밝혀달라고 시시야에게 의뢰하는 사건의 출발점

ㅇ 실제로는 흑묘관의 원래 주인이자 진화론을 연구한 생물학자 아모 다츠야로, ‘아유타 도마’라는 인물 자체가 수기와 기억상실을 이용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정체 트릭

ㅇ 조카이자 양녀인 리사코에게 뒤틀린 집착을 품고 그녀가 성장해 여성이 되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살해한 뒤 시신을 관의 숨겨진 공간에 감춘 과거의 살인자

ㅇ 홋카이도 구시로 부근과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에 서로 거울상처럼 대응하는 백묘관과 흑묘관을 짓게 한 장본인으로, 작품의 인물 트릭과 장소 트릭을 동시에 연결하는 핵심인물

ㅇ 레나가 살해된 것이 아니라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과거와 흑묘관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밝히지 않아, 히카와가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게 만드는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

ㅇ 독자가 ‘아유타는 누구인가’라는 인물의 정체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아유타는 어디에 있었는가’라는 더 큰 공간적 수수께끼를 놓치게 만드는 작품 전체의 미스디렉션을 담당


나. 시시야 가도미 / 시마다 기요시(41세)

ㅇ 추리작가로서 기억을 잃은 아유타의 의뢰를 받아 가와미나미와 함께 수기를 분석하고 흑묘관의 위치와 아유타의 정체를 추적하는 탐정 역할

ㅇ 관계자들의 증언과 수기에 남은 단서를 따라 구시로와 아칸까지 이동하며, 독자가 수기 속 사건의 무대를 홋카이도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현재 시점의 탐색을 주도

ㅇ 수기 속에 흩어져 있던 일몰시각, 태양의 방향, 언어, 긴급전화번호, 동물, 경찰차 등의 단서를 다시 연결하여 사건의 실제 무대가 홋카이도가 아니라 남반구의 타스마니아였음을 간파

ㅇ 아유타 도마와 아모 다츠야가 동일인이라는 인물의 정체뿐 아니라, 아칸에서 발견한 관이 흑묘관이 아니라 백묘관이라는 사실까지 밝혀 작품의 ‘사람의 정체’와 ‘관의 정체’를 동시에 해결

ㅇ 범죄의 진상을 밝혀낸 뒤 아유타에게 자수 여부를 맡기는 태도를 보여, 관 시리즈에서 반복되는 시시야 특유의 ‘진실의 해명과 법적 책임의 분리’를 다시 드러냄


다. 가와미나미 다카아키(25세)

ㅇ 기단샤 편집자로 아유타의 편지를 처음 받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시시야에게 사건을 연결하는 현재 시점의 주요 관찰자이자 독자의 대리자

ㅇ 시시야와 함께 관계자들을 만나고 홋카이도까지 이동하여 흑묘관의 실재 여부를 추적하며, 독자가 시시야의 추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사건의 탐색과정을 전달

ㅇ 시계관 사건을 이미 경험한 인물로서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또 하나의 관이라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며 ‘관 시리즈’의 연속성을 담당

ㅇ 시시야와 달리 수기 속 장소를 홋카이도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작품이 독자에게 심어놓은 공간적 선입견을 그대로 공유하는 인물


2. 흑묘관 수기 속 젊은이들 ― 록밴드 ‘세이렌’

가. 가자마 유키(22세)

ㅇ 흑묘관 당시 소유자의 아들이자 해체를 앞둔 록밴드 ‘세이렌’의 기타리스트로, 친구들을 흑묘관으로 데려와 수기 속 사건이 벌어질 인적 조건을 형성

ㅇ 사촌인 히카와 하야토와 기노우치 신, 아사오 겐지로를 흑묘관에 모이게 하고, 기노우치와 함께 여행 중이던 레나를 만나 흑묘관으로 데려옴으로써 이후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

ㅇ 레나의 죽음과 아사오의 죽음을 직접 경험한 수기 속 주요 인물이지만, 이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

ㅇ 가자마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함께 사망함으로써 저택의 소유관계가 변하게 되고, 이후 히카와의 어머니가 저택을 상속하는 배경을 형성

ㅇ 수기 속 사건의 직접적인 생존 증언자가 될 수 있었던 인물이 현재 시점에는 이미 사망해 있다는 점에서, 시시야와 가와미나미가 과거의 진상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간적 단절을 보여줌


나. 히카와 하야토(23세)

ㅇ 가자마 유키의 사촌이자 대학원에서 형태학을 연구하는 학생으로, ‘세이렌’의 피아니스트

ㅇ 생물학자인 아모 다츠야의 연구와 학설에 관심을 보여 흑묘관과 아모의 과거를 생물학과 진화론의 문제로 연결하는 인물

ㅇ 자신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으로 여기지만, 술과 약물에 의해 이성을 잃고 기억까지 끊긴 경험 때문에 자신이 레나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견디지 못함

ㅇ 그 가능성을 지워버리기 위해 아사오 겐지로를 살해한 뒤 ‘레나를 죽이고 자살한 범인’으로 위장하는 실제 살인자

ㅇ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이성적으로 진짜 살인을 저지른다’는 역설을 통해 작품의 살인동기를 구성


다. 기노우치 신(22세)

ㅇ 가자마 유키의 친구이자 ‘세이렌’의 드러머로, 흑묘관에 머무는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

ㅇ 가자마와 함께 여행 중이던 레나를 만나 흑묘관으로 데려와 이후 사건이 벌어지는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

ㅇ 술과 약물이 뒤섞인 젊은이들의 일탈에 참여하여 흑묘관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혼란과 기억의 공백을 함께 경험

ㅇ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밖으로 뛰어나가는 모습 등 수기 속 행동을 통해 독자가 당시 계절을 ‘홋카이도의 여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생활묘사의 한 축

ㅇ 살인의 핵심 당사자는 아니지만 레나의 죽음 이후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불안정한 집단 상황을 구성하는 인물


라. 아사오 겐지로(21세, 피살자)

ㅇ ‘세이렌’의 베이시스트로, 가자마, 히카와, 기노우치와 함께 흑묘관에 머무는 젊은이

ㅇ 레나의 죽음 이후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심과 불안에 휩싸임

ㅇ 실제로는 레나를 죽이지 않았음에도 히카와가 자신의 범행 가능성을 지우기 위한 희생양으로 선택하면서 살해됨

ㅇ 히카와에 의해 ‘레나를 살해한 뒤 죄책감 때문에 자살한 범인’으로 조작되어, 진짜 살인자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범인 역할을 담당

ㅇ 아무런 살인도 저지르지 않았으면서 히카와의 자기보존 논리 때문에 목숨을 잃어, 범인의 개인적 사정 때문에 죄 없는 사람이 희생되는 구조를 보여줌


3. 흑묘관에 들어온 외부인

가. 츠바키모토 레나(25세)

ㅇ 여행 중 가자마와 기노우치 일행을 만나 흑묘관으로 따라온 여성으로, 원래 관이나 아모 다츠야의 과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외부인

ㅇ 젊은이들과 함께 술과 약물이 뒤섞인 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숨진 채 발견되어 수기 속 사건을 본격적인 ‘살인사건’처럼 보이게 만드는 인물

ㅇ 실제 사인은 타살이 아니라 심장마비에 의한 급사이지만, 아유타가 이를 밝히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이 자신들 가운데 살인자가 있다고 오해하도록 만드는 사건의 도화선

ㅇ 레나의 죽음 자체는 살인이 아니지만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오해가 히카와의 아사오 살해를 촉발하므로, ‘살인이 아닌 죽음이 진짜 살인을 만들어내는’ 구조의 중심

ㅇ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이 우연히 흑묘관에 들어왔다가 죽음을 맞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우연성과 비극성을 보여줌


4. 아모 다츠야의 과거

가. 아모 리사코(피살자)

ㅇ 아모 다츠야의 조카이자 양녀로, 외부에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인물로 제시되어 아모의 과거에 숨겨진 비밀을 형성

ㅇ 성장하며 소녀에서 여성이 되어가는 모습을 아모가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그의 뒤틀린 집착과 살인의 대상이 됨

ㅇ 결국 아모에게 목 졸려 살해된 뒤 흑묘관의 숨겨진 공간에 시신이 감춰져, 관 자체가 오랜 범죄를 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과거 사건의 피해자

ㅇ 현재의 수기 속 젊은이들 사건보다 이전에 벌어진 진짜 살인을 드러내어, 독자가 레나의 죽음에 집중하는 동안 또 하나의 살인이 이미 관 속에 묻혀 있었음을 보여줌

ㅇ 아모의 광기와 흑묘관의 어두운 과거를 연결하는 핵심 피해자


5. 아모 다츠야의 과거를 증언하는 인물

가. 구마시로 슌노스케(70세)

ㅇ 아모 다츠야가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인물로, 시시야와 가와미나미가 아모의 과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

ㅇ 아모의 성격과 과거, 인간관계 등에 관한 기억을 전달하여 수기 밖에서 사건의 배경을 복원하게 하는 핵심 증언자

ㅇ 나카무라 세이지와도 인연이 있어 아모와 나카무라를 연결하고, 흑묘관과 백묘관이 만들어진 과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인적 연결고리를 형성

ㅇ 현재의 ‘아유타 도마’와 과거의 ‘아모 다츠야’를 이어주는 외부 조사축의 주요 인물


나. 구마시로 히로요

ㅇ 구마시로 슌노스케의 손녀로, 시시야와 가와미나미가 구마시로를 방문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보조적 인물

ㅇ 사건의 진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노년의 구마시로와 외부에서 찾아온 두 사람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


다. 다치바나 데루코(63세)

ㅇ 아모 다츠야와 같은 대학에 재직했던 관계자로, 대학 시절의 아모를 알고 있는 과거 인물

ㅇ 시시야와 가와미나미에게 아모의 연구와 대학생활, 인간관계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여 기억을 잃은 ‘아유타’와 과거의 ‘아모 다츠야’를 연결하는 증언자

ㅇ 아모가 단순한 기괴한 저택의 소유자가 아니라 실제 대학사회에서 활동했던 생물학자였음을 확인시켜 그의 과거를 구체화

ㅇ 구마시로와 함께 서로 다른 방향에서 아모의 과거를 복원하여 시시야가 아유타의 정체에 접근하도록 돕는 인물


6. 흑묘관의 소유·관리와 현지 관계자

가. 히카와 하야토의 어머니

ㅇ 가자마 유키의 가족과 친족관계에 있는 인물로, 가자마와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저택을 상속

ㅇ 수기 속 사건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가자마 일가의 사망 이후 저택의 소유권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설명하는 인물

ㅇ 흑묘관 사건의 주요 인물인 히카와 하야토의 어머니이기도 하여, 가자마 일가와 히카와 가문 사이의 가족관계와 저택의 소유관계를 연결


나. 아다치 히데아키

ㅇ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에 있는 흑묘관의 토지와 가옥을 현지에서 실질적으로 관리하던 일본인 관리대리인

ㅇ 저택 소유자를 대신해 흑묘관의 관리 실무를 맡았으며, 가자마 유키 일행이 저택을 이용하기에 앞서 관리인 아유타 도마에게 연락해 준비하도록 지시

ㅇ 아모 다츠야가 ‘아유타 도마’라는 가짜 신분으로 흑묘관에 계속 은둔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현지에서 실질적인 거주와 관리를 뒷받침한 인물로, ‘과거를 숨긴 관리인’이라는 사건의 기본 설정을 가능하게 만든 필수적인 조력자

ㅇ 1990년 시시야 일행은 수기에 나온 ‘아다치’를 찾으면 저택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아칸의 전화번호부를 조사하지만 그의 전화번호를 찾지 못함

ㅇ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결과로, 히데아키는 아칸 주민이 아니라 실제 흑묘관이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에 살고 있었음. 전화번호부에서 ‘아다치’를 찾지 못한 사실 자체가 뒤늦게 보면 사건의 무대가 일본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됨


다. 성명 미상의 전파상 주인

ㅇ 아칸초에서 오래전부터 전파상을 운영해온 인물로, 시시야와 가와미나미가 숲속 저택의 위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현지의 핵심 증언자

ㅇ 과거 인가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 저택의 전자제품을 수리하기 위해 직접 방문했던 경험이 있어, 다른 지역 주민들이 알지 못하는 관의 존재와 대략적인 위치를 기억하고 있음

ㅇ 처음에는 오래전 기억을 더듬지만, 당시 저택까지 찾아갔던 길을 떠올려 약도를 그려줌으로써 시시야 일행이 관으로 향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


7. 아다치 가문과 관 시리즈의 연결

가. 아다치 모토하루

ㅇ 아다치 히데아키의 형으로, 아모 다츠야가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구마시로 슌노스케의 지인

ㅇ 아다치 데루미의 남편

ㅇ 사건에 직접 관여하는 인물은 아니며, 히데아키와 데루미를 가족관계로 연결하는 인물


나. 아다치 데루미

ㅇ 아다치 모토하루의 아내로, 『시계관의 살인』에서는 고가 미치노리의 여동생이자 고가 유키야의 후견인으로 등장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

ㅇ 『흑묘관의 살인』 마지막 설명에서 모토하루의 아내이며, 흑묘관을 관리했던 아다치 히데아키와도 가족관계로 이어져 있음이 밝혀짐

ㅇ 『시계관의 살인』에서도 나카무라 세이지가 설계한 관과 얽혀 있던 인물이, 이번에는 또 다른 세이지의 관인 흑묘관과 가족관계를 통해 다시 연결됨

ㅇ 세이지가 설계한 서로 다른 관에 같은 인물이 연이어 얽혀 있다는 기묘한 현실을 보여주며, 『시계관의 살인』과 『흑묘관의 살인』을 이어주는 관 시리즈의 연결인물


8. 두 개의 관을 만든 건축가

가. 나카무라 세이지(향년 46세)

ㅇ 아모 다츠야의 의뢰를 받아 홋카이도와 타스마니아에 서로 대응하는 두 채의 저택을 설계하여 작품의 가장 거대한 장소 트릭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한 건축가

ㅇ 북반구의 구시로 부근과 남반구의 타스마니아라는 서로 반대되는 지리적 조건을 이용해 계절, 태양의 방향, 일몰시각까지 뒤집히는 ‘지구 규모의 거울관’을 만들어냄

ㅇ 백묘관(白兎館, 흰 토끼의 관)의 흰 토끼와 흑묘관(黒猫館, 검은 고양이의 관)의 검은 고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대응관계를 건축 속에 구현하여 작품 전체의 상징체계를 완성

ㅇ 독자는 시시야가 찾아간 홋카이도 아칸의 저택을 당연히 수기의 흑묘관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곳이 백묘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카무라 세이지의 건축 자체가 작품 최대의 반전이 됨

ㅇ 다른 관 시리즈에서 비밀통로, 시간장치, 기하학적 구조 등이 살인 트릭을 가능하게 했다면, 『흑묘관의 살인』에서는 두 건축물을 지구 반대편에 배치하는 발상 자체가 트릭이 되어 ‘관’이 단순한 무대를 넘어 작품의 핵심으로 기능


9. 인물구조의 종합적 의미

가. 두 개의 ‘정체’가 병행되는 구조

ㅇ 아유타 도마가 사실 아모 다츠야라는 ‘인물의 정체’와 아칸에서 찾아낸 관이 사실 흑묘관이 아니라 백묘관이라는 ‘공간의 정체’를 병렬적으로 배치

ㅇ 독자가 아유타의 기억상실과 아모의 행방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사람의 정체를 가장 큰 미스터리처럼 보이게 한 뒤, 마지막에는 그보다 훨씬 큰 장소의 반전을 제시

ㅇ 결국 “아유타가 누구인가”보다 “아유타가 어디에 있었는가”가 작품 전체를 뒤집는 더 큰 수수께끼로 기능


나. ‘살인이 아닌 죽음’이 ‘진짜 살인’을 만드는 구조

ㅇ 레나는 살해당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급사가 살인으로 오해되고, 그 오해를 견디지 못한 히카와가 아사오 겐지로를 실제로 살해

ㅇ 아유타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침묵함으로써 자연사 → 살인 의혹 → 실제 살인이라는 인과관계가 형성

ㅇ 현재 사건의 핵심은 범인의 치밀한 살인계획이라기보다 인물들의 은폐와 오해, 자기보존이 연쇄적으로 새로운 범죄를 낳는 과정에 있음


다. 관의 트릭과 인물의 비극

ㅇ 나카무라 세이지와 아모가 만든 두 관은 북반구와 남반구, 여름과 겨울, 흰 토끼와 검은 고양이, 실체와 거울상의 관계를 정교하게 구성

ㅇ 등장인물들은 살인사건 자체뿐 아니라 ‘누가 어디에 있었는가’, ‘어느 관에서 사건이 벌어졌는가’를 감추고 밝히는 장소 트릭의 구성요소로 기능

ㅇ 특히 아유타, 히데아키, 아칸의 전파상 주인처럼 서로 다른 공간에 속한 인물들이 하나의 저택을 가리키는 것처럼 배치되면서 독자의 장소 인식을 홋카이도로 고정

ㅇ 결국 『흑묘관의 살인』에서는 사람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뿐 아니라 인물들이 어느 공간에 속해 있는지를 밝히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핵심적인 추리구조를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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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렘브란트, 루벤스, 페르메이르, 벨라스케스17세기 거장들의 빛과 어둠의 축제
30만 독자가사랑한양정무 교수가 안내하는 바로크 세계 
사회평론 - P-1

미술은 원초적이고 친숙합니다.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지식이 없어도 미술 작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미술은우리에게 본능처럼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술의 역사는 그 자체가인류의 역사라고 할 만큼 길고도 복잡한 길을 걸어왔기에 어렵게느껴지기도 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미술에도 역사의 무게가 담겨있고, 새롭다는 미술에도 역사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말이며,
그 시대의 영광뿐 아니라 고민과 도전까지도 목격한다는 뜻입니다. - P4

미술비평가 존 러스킨은 ‘위대한 국가는 자서전을 세 권으로 나눠쓴다. 한 권은 행동, 한 권은 글, 나머지 한 권은 미술이다. 어느 한권도 나머지 두 권을 먼저 읽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그중 미술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했습니다. 지나간 사건은 재현될수 없고, 그것을 기록한 글은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술은 과거가 남긴 움직일수 없는 증거입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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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묘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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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묘관의 살인』 독서감상 보고서 ― 관의 트릭에 감탄하고, 살인의 이유에 실망하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흑묘관의 살인』을 다 읽고 나니, 이 작품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살인사건이 아니라 ‘관을 찾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흑묘관을 찾는다. 기억을 잃은 노인 아유타 도마가 남긴 수기를 바탕으로 시시야 가도미와 가와미나미 다카아키는 과거 사건이 벌어진 저택을 찾아 홋카이도 아칸의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관을 찾아낸다.

그런데 그곳은 흑묘관이 아니다.

백묘관(白兎館, 흰 토끼의 관)이다.

그렇다면 수기에 기록된 살인사건이 실제로 벌어진 흑묘관(黒猫館, 검은 고양이의 관)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이 소설에서 내가 끝까지 풀지 못했던 가장 큰 수수께끼는 ‘누가 죽였는가’보다 ‘어디에서 죽였는가’였다.


1. 나는 끝까지 홋카이도 아칸에서 헤맸다

아야츠지는 처음부터 독자를 홋카이도 아칸으로 몰고 간다.

아유타의 수기에는 항구도시, 안개, 감옥 터, 늑대, 호수의 거대생물, 토착민, 곰처럼 홋카이도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아모 다츠야 박사가 구시로 부근 출신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수기 속 사건 역시 당연히 홋카이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완전히 그렇게 믿었다.

더구나 시시야 일행이 실제로 구시로를 거쳐 아칸의 깊은 숲으로 들어가 관을 찾아내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여기까지 읽고서 수기 속 사건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작가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속았다.

특히 내 머릿속에 ‘홋카이도의 여름’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박아버린 장면이 있었다.

아유타가 한 손에는 비닐봉지, 다른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해가 진 캄캄한 정원을 지나 소각로로 향하는 장면이다. 날씨는 거센 폭풍이 친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험악해지고, 우산은 거의 쓸모가 없으며,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에 푹푹 빠진다.

기노우치가 앞뜰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장면에서도 모두 옷이 흠뻑 젖는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여름철 폭우를 떠올렸다.

사실 그 어디에도 ‘비가 온다’라는 말은 없다. 바람이 거세며 땅이 질척거린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8월이라는 날짜와 홋카이도라는 선입견이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었으니 나는 스스로 나머지를 채워버렸다.

여기에 결정타가 하나 더 있었다.

“에어컨 온도 좀 낮춰줘.”

이 말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냉방을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에어컨은 냉방만을 뜻하지 않는다. 난방을 하고 있는 방이 너무 더워 설정온도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작가는 냉방이라고 쓰지 않았다. 독자인 내가 냉방이라고 받아들였을 뿐이다.

나는 여기서 완전히 넘어갔다.

8월, 폭풍, 흠뻑 젖는다, 에어컨.

이 네 가지를 내 머릿속에서 연결해 ‘여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8월은 북반구에서는 여름이지만 남반구에서는 겨울이다.

돌이켜보면 오후 5시 반 무렵 이미 어두워지는 것, 난방 때문에 창문에 김이 서리는 것, 정오에 북향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것까지 모두 단서였다.

작가는 계절을 속이지 않았다.

장소를 숨겨놓고 독자가 계절까지 스스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2. 사람의 정체는 알아챘는데, 관의 정체는 몰랐다

반대로 아유타 도마의 정체는 비교적 일찍 의심했다.

수기를 읽으면서 아유타와 아모 다츠야 박사가 동일인일 가능성을 생각했고, 아모 박사의 양녀 리사코의 죽음에도 아유타가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후반부에 밝혀지는 아유타의 정체 자체는 나에게 가장 큰 반전이 아니었다.

진짜 뒤통수를 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장소였다.

시시야 일행이 힘들게 찾아낸 아칸의 관이 수기 속 살인사건이 벌어진 관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 관은 백묘관이었다.

진짜 흑묘관은 일본에조차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에 있었다.

이 순간 앞서 별다른 의문 없이 지나쳤던 장면들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젊은이들이 도로 표지판과 가게 간판을 큰 소리로 읽었던 이유, ‘이쪽 사투리’라는 표현, 8월의 이른 일몰, 북향 창으로 들어오는 한낮의 햇빛, 긴급전화번호 000, 빨강과 파랑의 경찰차 불빛, 곰이 없는 숲, 유대류에 관한 표현까지 모두 타스마니아라는 한마디로 설명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을 읽으면서 거의 문제 삼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넘어갔다.

나중에 시시야가 하나씩 짚어줄 때도 “아, 그랬던가?” 싶을 정도였다.

결국 작가가 단서를 숨긴 것이 아니라, 단서를 눈앞에 내놓았는데도 내가 그것을 단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셈이다.

감옥 터 역시 홋카이도의 유적이 아니라 포트 아서였다.

아유타가 누구인지는 의심하면서도 아유타가 어디에 있는지는 끝까지 의심하지 못했다.

『흑묘관의 살인』에서 내가 완전히 패배한 지점은 바로 여기였다.


3. 북반구와 남반구, 적도를 거울로 삼은 두 개의 관

그리고 밝혀지는 백묘관과 흑묘관의 관계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모 다츠야 박사는 나카무라 세이지에게 두 채의 저택을 의뢰했다.

한 채는 자신의 생가가 있던 홋카이도 구시로 부근, 다른 한 채는 젊은 시절 유학했던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

두 저택은 적도 위에 거대한 거울을 세운 것처럼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마주 보도록 만들어졌다.

백묘관과 흑묘관.

흰 토끼와 검은 고양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북반구와 남반구.

여름과 겨울.

실체와 거울에 비친 그림자.

이건 정말 끝내주는 설정이다.

단순히 마지막에 “사실은 외국이었습니다”라고 장소만 뒤집는 트릭이 아니다. 처음부터 두 개의 관을 지구 규모의 거울상으로 만들어놓고, 그 차이에서 생기는 계절과 태양, 동물, 언어, 생활문화까지 수기 속에 단서로 흩뿌려놓았다.

살인범의 알리바이를 깨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서 있는 세계 자체를 뒤집는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에서 살인사건보다 관을 찾는 과정이 훨씬 재미있었다.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4. 그런데 살인의 이유가 밝혀지자 맥이 빠졌다

문제는 이렇게 훌륭한 관 안에 집어넣은 살인사건이다.

관의 비밀이 밝혀질 때까지는 감탄했는데,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맥이 빠졌다.

특히 아모 다츠야에게 붙여놓은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모는 자신의 조카이자 양녀인 리사코에게 집착한다. 그것도 아이가 성장해 여성이 되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와 소아성애를 연상시키는 뒤틀린 욕망이다. 결국 그는 성장해가는 리사코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흑묘관 지하에 시신을 숨긴다.

대학교수까지 지낸 인물의 어두운 과거를 결국 이런 성적 집착으로 끌고 가야 했을까 싶었다.

레나는 이 사건과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녀는 여행 중이던 여성으로, 젊은이들이 여행 중 만나 흑묘관으로 데려온 사람이다. 그날 밤 술과 약물이 뒤섞인 난잡한 시간을 보낸 뒤 다음 날 아침 죽은 채 발견된다.

그런데 레나는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이 아니었다.

심장마비로 죽은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아유타는 레나가 살해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찰에 신고할 경우 자신의 과거와 흑묘관의 비밀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자신들 가운데 누군가가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레나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불안이 다시 진짜 살인으로 이어진다.

히카와는 자신을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약물에 취해 이성을 잃었던 자신이 혹시 레나를 죽인 것은 아닐까 하는 가능성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아사오 겐지로에게 레나를 죽인 범인이라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 그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한다.

이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성적으로 생각한 끝에 실제 살인을 저지른다?

그게 과연 이성적인 해결인가.

아모의 리사코 살해와 히카와의 아사오 겐지로 살해 모두 동기는 어줍잖지만 설명은 된다.

하지만 설명된다는 것과 납득된다는 것은 다르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뒤집고 태양의 방향과 계절까지 계산한 작가가 살인의 이유에 와서는 왜 이렇게 억지스러워지는지 모르겠다.

관의 트릭에 쏟은 정교함과 살인사건을 만드는 데 들인 정교함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


5. 죽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이다.

죽는 사람들이 살인자에게 죽을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복수를 당할 만큼 살인자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건에 휘말리고, 범인의 계획에 걸려들고, 하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말 그대로 재수 옴붙어서 죽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은 『흑묘관의 살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 시리즈를 계속 읽으면서 반복해서 느꼈다.

『십각관의 살인』에서는 그나마 범인의 원한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이해할 만한 과거가 있다. 그렇다고 그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복수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인형관의 살인』의 히류 역시 살인을 저지르는 쪽이지만, 그가 가진 사정이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수차관의 살인』과 『시계관의 살인』에서도 피해자들이 범인의 목적과 사정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다.

특히 『미로관의 살인』은 읽고 나면 이런 생각까지 든다.

도대체 그 사람들이 왜 죽어야 하는가.

내가 보기에는 거의 ‘미로관에 초대받은 죄로 사형에 처한다’는 수준이다.

살인자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피해자가 죽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이 둘은 전혀 다른 문제다.


6. 그리고 또, 살인자에게는 왜 이렇게 관대한가?

그리고 또,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야츠지가 살인자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관 시리즈에서는 사람을 죽인 범인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죽거나, 사라지거나, 스스로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살인자에게도 묘하게 선택권을 남겨준다.

특히 시시야가 그렇다.

『미로관의 살인』에서도, 『시계관의 살인』에서도, 이번 『흑묘관의 살인』에서도 시시야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누가 사람을 죽였는지까지 알아낸다.

그런데 그 다음이 희한하다.

자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살인자에게 맡긴다.

한 번이면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반복된다.

범인을 밝혀내는 데에는 그렇게 집요한 사람이 정작 범인을 밝혀낸 뒤에는 “자수할지는 당신이 결정하시오”라는 식으로 물러난다.

도대체 시시야에게 살인사건의 해결이란 무엇인가.

누가 죽였는지만 알아맞히면 끝나는 것인가.

법적으로 일반인이 살인범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범인은닉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불편한 것은 법조문보다 시시야의 태도다.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었다.

그런데 정작 살인자에게는 자신의 범죄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까지 주어진다.

나는 바로 이 불균형이 불편하다.


7. 아야츠지는 왜 살인자의 사정에 더 가까이 서는가

처음에는 그저 아야츠지가 살인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관 시리즈를 여러 작품 읽고 비슷한 결말을 반복해서 만나고 나니, 작가가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아야츠지의 관은 대개 일상적인 사회에서 떨어져 있다.

섬, 외딴 저택, 폐쇄된 건축물처럼 바깥 세계와 단절된 공간 안에서 오래된 기억과 원한, 욕망과 죄책감이 뒤엉키고 살인이 벌어진다.

그곳에서는 경찰이나 법원 등 사법권력이 사건을 중심에서 해결하기보다 개인이 개인에게 죄를 묻고, 복수하고, 진실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이것이 아야츠지가 관이라는 폐쇄공간에서 살인사건을 만드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사회의 법과 제도보다 한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원한과 죄의식, 욕망과 광기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왜 살인자의 사정이 그렇게 자세히 설명되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아야츠지는 ‘살인의 사회적 책임’보다 ‘살인의 개인적 사정’에 방점을 찍는 작가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범인의 내면은 선명해지지만, 피해자의 억울함과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은 상대적으로 흐릿해진다.

나는 아야츠지가 왜 그런 서사를 선택하는지는 이해해보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불균형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8. 그렇다면 어떻게 썼어야 했을까

그렇다고 모든 추리소설의 마지막에 경찰이 나타나 범인에게 수갑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범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고통과 원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충분히 보여주는 것도 문학의 역할이다.

살인자를 인간으로 이해하려는 시선 자체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살인자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그가 저지른 살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

특히 시시야의 태도는 조금 달랐어도 좋았을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모두 밝힌 뒤 범인을 이해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자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까지 살인자에게 맡길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제부터는 당신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선 정도는 그을 수 있지 않았을까.

반드시 경찰에 넘기는 장면이나 재판 결과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다.

살인에는 개인적인 원한과 고통만으로 끝낼 수 없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사실만 분명히 남겼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살인자의 내면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이 살인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9. 관의 트릭에 감탄하고, 살인의 이유에 실망하다

그래서 『흑묘관의 살인』에 대한 내 평가는 분명하게 갈린다.

관의 트릭은 일류다.

나는 완전히 속았다.

홋카이도 아칸이라는 장소를 믿었고, 8월이라는 날짜를 여름이라고 믿었고, 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을 여름 폭풍우라고 생각했으며, “에어컨 온도 좀 낮춰줘”라는 말을 냉방이라고 받아들였다.

작가는 여름이라고 하지 않았다.

냉방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백묘관과 흑묘관이라는 두 개의 관을 적도를 사이에 놓인 거울상으로 보여주면서 그동안의 단서들을 한꺼번에 뒤집는다.

이 트릭에는 감탄했다.

반면 살인사건은 실망스럽다.

성장하는 양녀를 받아들이지 못해 죽였다는 아모의 뒤틀린 욕망과, 자신이 레나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아사오 겐지로를 실제로 죽여버리는 히카와의 논리는 관의 트릭만큼 정교하게 설득되지 않았다.

트릭은 일류인데, 사건은 삼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흑묘관의 살인』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관이다.

나는 흑묘관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며 홋카이도 아칸의 숲속까지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찾아낸 것은 백묘관이었다.

진짜 흑묘관을 찾으려면 일본을 떠나 적도를 넘어 타스마니아까지 가야 했다.

살인사건의 동기에는 실망했지만, 독자를 지구 반대편까지 끌고 가는 관의 트릭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야츠지는 살인사건보다 관을 더 잘 지었다.


10. 흑묘관… 아니 백묘관을 찾아 다시 홋카이도로

이렇게 『흑묘관의 살인』을 덮고 나니 또 하나의 여행지가 생겼다.

구시로다.

나는 2018년 12월 30일부터 2019년 1월 3일까지 닷새 동안 삿포로에 머물며 홋카이도의 겨울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오타루, 노보리베츠, 비에이를 돌아다녔다.

오타루에서는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며 눈 덮인 거리를 걸었다.

삿포로에서는 아이누와 홋카이도 개척시대의 흔적을 생각하며 도시를 거닐었다.

비에이에서는 하늘이 열린 듯 눈이 펑펑 쏟아졌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많은 눈을 한꺼번에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금세 어깨와 머리 위에 눈이 내려앉았고, 눈앞의 들판과 길과 집들은 순식간에 흰빛 속으로 묻혀갔다. 눈을 피하기보다 그대로 맞으며 걷고 싶었다. 그때 비로소 ‘홋카이도의 겨울’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했던 것 같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홋카이도는 내가 이전까지 알던 일본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 여행을 다녀온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시 홋카이도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빙을 보러 아바시리로 갈 계획이다.

그런데 『흑묘관의 살인』을 읽고 나니 홋카이도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하나 더 늘었다.

구시로와 아칸이다.

처음에는 흑묘관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알고 있다.

홋카이도에 있는 것은 흑묘관이 아니다.

백묘관이다.

물론 백묘관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저택이다. 실제 구시로와 아칸의 숲속을 아무리 뒤져도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흰 토끼의 관을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

구시로에서 출발해 아칸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가 보고, 국도에서 벗어나 깊은 숲으로 이어지는 풍경도 직접 보고 싶다.

시시야와 가와미나미가 아유타의 수기를 들고 관의 흔적을 찾아 헤맸던 그 공간을 현실의 풍경으로 불러내오고 싶다.

2018년 겨울에는 『러브레터』를 떠올리며 오타루를 걸었다.

내년에는 유빙을 보러 아바시리로 갈 계획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흑묘관의 살인』을 들고 구시로와 아칸으로 가야겠다.

흑묘관을 찾아 홋카이도로.

아니,

백묘관을 찾아 홋카이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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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묘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작품 배경 추적] 『흑묘관의 살인』의 무대를 찾아서
― 홋카이도 아칸의 백묘관에서 타스마니아의 흑묘관까지


『흑묘관의 살인』은 첫 장부터 “1990년 7월 8일(일), 홋카이도·아칸”이라고 무대를 밝힌다.

가와미나미 다카아키와 추리작가 시시야 가도미, 그리고 기억을 잃은 노인 아유타 도마는 구시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아칸의 깊은 숲속에 있는 저택을 찾아간다. 대문 뒤에는 가문비나무 숲이 펼쳐지고, 자동차 한 대가 길을 반쯤 막을 정도로 좁은 진입로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이곳이 당연히 수기 속 사건의 무대인 흑묘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작품에 나온 구시로·아칸·국도 240호선·마리모 국도·서쪽 샛길이라는 단서를 따라 실제 지도를 뒤졌고,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의 산림까지 범위를 좁혀갔다.

그러나 1990년 시시야 일행이 찾아간 저택은 흑묘관이 아니라 백묘관(白兎館, 흰 토끼의 관)이었다. 1989년 아유타의 수기에 기록된 진짜 사건의 무대는 흑묘관(黒猫館, 검은 고양이의 관)으로, 일본이 아니라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섬에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낸 홋카이도 아칸의 백묘관을 기준점으로 삼아, 적도 반대편에 세워진 흑묘관도 현실 지도 위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1. 홋카이도 아칸의 백묘관

1990년 7월 8일 아침, 시시야 일행은 짙은 안개가 낀 구시로 시내를 출발해 국도 240호선을 타고 아칸으로 향한다.

아칸 본정에서는 주민들에게 저택의 위치를 묻지만 성과가 없다. 그러다 오래된 전파상 주인이 과거 깊은 숲속의 저택으로 전기제품을 수리하러 간 일을 기억해내고 약도를 그려준다.

작품에 나온 동선은 다음과 같다.

구시로 시내 → 국도 240호선 → 아칸 본정 → 주민 탐문 → 오래된 전파상 → 마리모 국도 북상 → 표지판에서 서쪽 샛길 진입 → 여러 차례 우회전·좌회전 → 비포장도로 → 깊은 가문비나무 숲 → 백묘관

따라서 백묘관은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에서 국도 240호선 서쪽으로 들어간 깊은 산림에 있어야 한다.

현재 지형도와 산림도로를 대조하면 가장 유력한 곳은 아쿠베쓰·시라미즈 산림대다. 아쿠베쓰 시라미즈 임도와 후레베쓰 시라미즈 임도 주변은 국도 서쪽 진입, 여러 갈림길, 장거리 산림도로라는 조건이 작품의 묘사와 잘 맞는다.

다만 현재 확인되는 상세 임도자료는 작품 시점인 1990년 이후의 것이므로, 현재의 도로 선형과 포장상태를 당시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백묘관의 현실 대응지역은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 국도 240호선 서쪽의 아쿠베쓰·시라미즈 산림대’로 비정한다.


2. 홋카이도라고 믿게 만든 수기와 그 안의 위화감

아유타의 수기에는 홋카이도를 연상시키는 장치가 곳곳에 깔려 있다.

항구도시, 감옥 터, 늑대, 호수의 거대생물, 토착민, 곰 등이 등장하고, 아모 박사가 구시로 부근 출신이라는 사실까지 확인된다. 히카와가 저택에 오기 전날 다녀온 ‘이곳의 명물이라는 감옥 터’도 처음에는 도로코 호숫가의 집치감 관련 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수기를 다시 읽으면 홋카이도라는 전제와 맞지 않는 단서들이 나타난다.

· 구시로라면 흔한 여름 안개를 ‘보기 드물게’라고 표현함
· 젊은이들이 도로 표지판과 가게 간판을 큰 소리로 읽음
· ‘여기에는 처음 왔다’는 히카와가 과거 아바시리에는 가본 적이 있다고 말함
· 8월 1일 오후 5시 반 무렵 이미 어두워짐
· 새끼 양 요리가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름
· 텔레비전 방송이 젊은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음
· 여름인데 실내 창문에 김이 서림
· 깊은 숲인데도 곰은 나오지 않는다고 함
· 정오 무렵 북향 창으로 강한 햇빛이 들어옴
· 경찰에 신고하려는 사람이 전화 다이얼의 0부터 돌리려 함
· 경찰차를 연상시키는 빛이 빨강과 파랑임
· 숲속 짐승들에게 ‘뇌들보가 없다’고 표현함

장소를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로 바꾸면 이 모순들이 한꺼번에 풀린다.

타스마니아의 8월은 겨울이고, 남반구에서는 정오 무렵 태양이 북쪽 하늘에 있다. 낯선 간판과 ‘이쪽 사투리’는 영어와 오스트레일리아 영어, 전화기의 0은 긴급전화번호 000, ‘뇌들보가 없는 짐승’은 유대류와 연결된다.

수기 속 위화감은 결국 진짜 무대를 감춰놓은 지리적 암호였다.


3. 적도 위의 거울 ― 백묘관과 흑묘관

아모 다츠야는 20년 전 나카무라 세이지에게 두 채의 저택을 의뢰했다.

한 채는 자신의 생가가 있던 구시로 부근, 다른 한 채는 젊은 시절 유학했던 타스마니아였다. 두 부지는 적도 위에 거대한 거울을 세운 것처럼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마주 보도록 선택되었으며,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지구 규모에서 위도와 경도가 상당히 가까웠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여기에 루이스 캐럴의 두 ‘앨리스’를 겹쳐 넣었다.

홋카이도의 백묘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흰 토끼, 타스마니아의 흑묘관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검은 고양이에 대응한다.

흰색과 검은색, 북반구와 남반구, 여름과 겨울, 실체와 거울에 비친 그림자.

따라서 백묘관의 현실 위치를 먼저 좁혀놓으면 그 ‘거울 반대편’을 찾는 것이 흑묘관 비정의 출발점이 된다.


4. ‘시내’는 호바트, 감옥 터는 포트 아서

작품은 수기에 나오는 ‘시내’가 타스마니아주의 주도 호바트(Hobart)라고 직접 밝힌다. 아모 박사가 젊은 시절 유학했다는 타스마니아대학교 역시 호바트에 있다.

아유타는 1989년 8월 1일 오후 3시 반쯤 호바트의 호텔에서 젊은이들을 태우고 출발해 오후 5시 반이 넘어서 흑묘관에 도착한다.

따라서 작품에서 직접 확보되는 거리조건은 ‘호바트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 전후’다.

히카와가 전날 방문한 ‘감옥 터’는 포트 아서(Port Arthur) 형무소 유적이다.

다만 포트 아서는 흑묘관의 인접 지명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히카와가 전날 별도로 다녀온 관광지다. 따라서 포트 아서는 수기의 무대가 타스마니아임을 확인하는 강력한 단서이지만, 그것만으로 흑묘관을 타스만반도에 놓을 근거는 되지 않는다.


5. 가장 강한 단서 ― 북위 43도와 남위 43도

아모 박사가 두 부지를 고를 때 ‘위도와 경도가 상당히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는 설명은 흑묘관의 위치를 좁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일본 환경성 자료에 따르면 아칸코의 중심부는 북위 43°27′, 동경 144°06′이다.①

타스마니아 남부 사우스포트(Southport)는 약 남위 43°25′, 동경 146°58′에 위치한다.②

아칸코 북위 43°27′ / 동경 144°06′
사우스포트 남위 43°25′ / 동경 146°58′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거의 정확하게 마주 보고, 경도 차이는 약 3도다.

반면 포트 아서는 약 남위 43°09′, 동경 147°51′이다.③

따라서 작품에서 말한 ‘적도 위의 거울’이라는 조건을 적용하면 포트 아서보다 사우스포트와 그 북쪽 헤이스팅스 일대가 백묘관의 반대편에 더 가깝다.


6. 후보지 비교 ―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가 왜 1순위인가

가. 1순위 ―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산림대

가장 강한 근거는 아칸과 거의 정확하게 대응하는 남위 43도 20분대의 위도다.

여기에 호바트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고, 사우스포트 북쪽과 북서쪽 헤이스팅스 방면에는 넓은 산림이 이어진다는 조건이 겹친다.

현재의 내비게이션 주행시간을 1989년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았다. 타스마니아 정부가 제공하는 1981~1990년 항공사진과 1980년대 TASMAP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호바트 남쪽에서 헤이스팅스 방면으로 이어지는 접근축은 당시에도 존재했다. 헤이스팅스 동굴로 들어가는 도로 역시 작품 시점보다 훨씬 이전인 1930년대부터 개발되었다.④⑤⑥

따라서 현재 가장 유력한 위치는 사우스포트 시가지 자체가 아니라 그 북쪽·북서쪽 헤이스팅스 방면의 깊은 산림이다.


나. 2순위 ― 포트 아서·타스만반도

포트 아서는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실제 장소라는 강점이 있고 남위 43도대에 위치한다.

그러나 작품에서 포트 아서는 히카와가 전날 방문한 관광지일 뿐 흑묘관으로 가는 동선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칸과의 위도·경도 대응도 사우스포트보다 떨어진다.

따라서 2순위로 본다.


다. 3순위 ― 사우스포트 남쪽·콕클크리크 방면

사우스포트에서 루ーン리버·아이다베이·콕클크리크 방면으로 내려가면 인가가 줄어들고 깊은 산림이 이어진다.

환경조건은 흑묘관과 잘 맞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아칸과의 거울 위도에서 멀어지고 호바트와의 거리도 늘어난다.

따라서 3순위로 본다.


7. 최종 비정

지금까지 확인한 작품 내부 단서와 실제 지리를 종합하면 두 저택의 현실 대응지역은 다음과 같이 비정할 수 있다.

백묘관(白兎館)
― 홋카이도 아칸의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 국도 240호선 서쪽 아쿠베쓰·시라미즈 산림대

흑묘관(黒猫館)
―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 남부의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산림대

흑묘관의 2순위 후보는 포트 아서·타스만반도, 3순위는 사우스포트 남쪽·콕클크리크 방면이다.

이 가운데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를 1순위로 보는 가장 강한 근거는 사우스포트의 남위 43°25′가 아칸코의 북위 43°27′과 거의 정확하게 남북 대칭을 이룬다는 점이다.

호바트에서의 이동조건, 1989년 당시에도 존재했던 남부 접근도로, 깊은 산림이라는 조건까지 함께 놓으면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권역이 다른 후보보다 한 단계 앞선다.


8. 홋카이도 아칸에서 타스마니아까지

처음에는 홋카이도 아칸에서 흑묘관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좁혀간 곳은 아쿠베쓰·시라미즈의 숲이었다. 추적이 틀린 것이 아니라 찾아낸 관이 달랐다. 그곳은 백묘관이었다.

그리고 그 백묘관을 기준점으로 적도 반대편을 살펴보자 북위 43도대의 아칸과 남위 43도대의 타스마니아 남부가 마주 선다. 그 결과 진짜 흑묘관의 가장 유력한 현실 후보는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의 숲으로 좁혀졌다.

결국 『흑묘관의 살인』의 무대 추적은 홋카이도 아칸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적도라는 거울을 넘어 타스마니아까지 가야 완성되는 추적이었다.


[주]

① 일본 환경성, 아칸코 람사르 습지 자료
― 아칸코 중심부 북위 43°27′, 동경 144°06′.

②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 Southport 관측소 자료
― 남위 43.42°, 동경 146.97°. 1882~1994년 운영.

③ Marine and Safety Tasmania, Port Arthur 자료
― 약 남위 43°09′, 동경 147°51′.

④ TASMAP, Geeveston 1:25,000 지형도
― 1985년 제작. 작품 시점과 가까운 타스마니아 남부의 도로·취락 검토자료.

⑤ LISTmap, Aerial Photo 1981–1990 Historic / Aerial Photo Frames 1980–1989
― 타스마니아 정부의 1980년대 항공사진 자료.

⑥ Tasmania Parks and Wildlife Service, Hastings Caves State Reserve
― 헤이스팅스 접근도로와 관광기반시설은 1930년대부터 개발됨.

⑦ 강담사 공식 ‘관 시리즈’ 페이지와 아야츠지 유키토·아리스가와 아리스 대담도 확인하였으나,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타스마니아의 특정 장소를 흑묘관의 실제 모델로 지목한 작가의 직접 발언은 확인하지 못함.

※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비정은 작품 내부 단서와 실제 지리 및 1980년대 자료를 대조한 결과임.


자료 조사·정리: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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