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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大田都市鐵道 一號線 驛舍 따라 걷기
죽어서야 누울 것이니, 살아 있으니 걸어라. (死臥生步)
— 스물두 역을 걷다 —
2026년 10월 10일, 토요일
ㅇ 걷기 코스: 유성온천역 → 반석역 → 시청역 → 대전역 → 판암역 → 대전역 → 시청역 → 유성온천역
(儒城溫泉 → 九岩 → 顯忠院 → 世界杯競技場 → 老隱 → 智足 → 盤石 → 智足 → 老隱 → 世界杯競技場 → 顯忠院 → 九岩 → 儒城溫泉 → 甲川 → 月坪 → 葛馬 → 政府廳舍 → 市廳 → 炭坊 → 龍汶 → 五龍 → 西大田四街 → 中區廳 → 中央路 → 大田 → 大洞 → 新興 → 板岩 → 新興 → 大洞 → 大田 → 中央路 → 中區廳 → 西大田四街 → 五龍 → 龍汶 → 炭坊 → 市廳 → 政府廳舍 → 葛馬 → 月坪 → 甲川 → 儒城溫泉)
ㅇ 걷기 기록
- 출발시간: 오전 6시 37분
- 총거리: 48.0km
- 소요시간: 9시간 39분 4초
- 이동시간: 8시간 54분 29초
- 휴식시간: 44분 35초
- 평균속도: 5.1km/h
- 총 획득고도: 904m
- 최고점: 해발 13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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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걷고, 다시 책을 읽기로 했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지도 며칠이 지났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는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이동한 거리만 놓고 보면 어마어마했지만, 정작 내 두 발로 걸은 거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었던 탓이다.
여행을 다녀오느라 한동안 책도 제대로 읽지 못했고, 평소 즐기던 걷기 운동도 소홀해졌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운동도 시작하고, 밀렸던 책도 펼쳐야겠다. 기왕이면 체중도 조금 줄였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으로 이번 주말에는 좀 길게 걸어보기로 했다.
어디를 걸을까. 산에 오를 수도 있고, 갑천을 따라 걸을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대전도시철도 1호선이 떠올랐다.
늘 익숙하게 지나치는 지하철역들을 지상에서 하나하나 찾아가며 걸어보면 어떨까.
유성온천역에서 출발해 북쪽 종점인 반석역을 찍고, 다시 동쪽 종점인 판암역까지 내려간 다음 처음 출발했던 유성온천역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이렇게 하면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스물두 역을 모두 찾아가게 된다.
지하철을 타면 어렵지 않을 길이지만 지상에서 걸으려면 제법 긴 거리가 될 것이다. 대략 50km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오늘의 걷기 코스를 정했다.
2. 고요한 아침, 반석을 찍고 돌아오다
오전 6시 37분, 유성온천역 4번 출구.
오늘 걷기의 출발점이다.
유성온천역에서 반석역까지는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구암, 현충원, 월드컵경기장, 노은, 지족을 지나 반석에 이른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선 탓인지 거리는 조용했다. 평소 차량과 사람들로 분주한 도심이지만 이른 아침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한산한 거리를 따라 걷는 기분이 좋았다.
지족역에서는 뜻밖의 일이 생겼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진 것이다. 다행히 지하철역이 있으니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장거리 걷기에서 지하철역은 이럴 때도 요긴하다.
그렇게 첫 번째 종점인 반석역을 찍었다.
이제 방향을 바꿔 대전의 동쪽 끝, 판암역으로 향한다. 반석에서 되돌아오는 길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한가로운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같은 길을 되짚어 걷지만 풍경은 달라 보인다. 진행 방향이 달라지면 거리의 표정도 달라지는 법이다.
정부청사 일대에 이르렀을 무렵, 걸음 기록은 17.3km를 가리켰다. 경과시간은 3시간 10분. 지족역에서 화장실에 들렀던 시간까지 포함해서다.
잠시 녹지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파란 하늘 아래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소나무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멀리 정부청사 건물들이 보였다. 마님이 싸준 사과를 꺼내 먹으며 잠시 쉬었다.
아침부터 걸었으니 사과 한 조각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평소 집에서 먹던 사과와 다를 게 없겠지만, 오래 걸은 뒤에 먹으니 맛이 한결 좋았다.
사과를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아침의 고요함도 어느새 지나가고, 대전의 중심부로 들어설수록 거리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30분, 대전역 통과. 누적거리 27.0km.
대전역 앞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렀다. 게토레이를 사려고 보니 마침 2+1 행사를 하고 있었다. 한 병을 사느니 세 병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 세 병을 구입했다.
그 자리에서 한 병을 마시고 나머지는 챙겼다. 아침부터 사과만 먹으며 걸어왔으니 수분과 당분을 보충할 때도 됐다.
다시 길을 나서 대동역과 신흥역을 지나니 마침내 판암역이 나타났다.
누적거리 30.6km.
두 번째 종점이다. 유성온천에서 반석을 거쳐 판암까지 왔으니 대전도시철도 1호선의 양쪽 끝을 모두 밟았다.
이제 처음 출발했던 유성온천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3. 판암에서 돌아서다, 그리고 사와생보
판암역 역사 안에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게토레이 한 병과 마님이 싸준 사과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30km가 넘도록 걸었으니 몸이 피곤할 법도 한데 아직은 걸을 만했다. 그렇다고 힘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장거리 걷기에서 중요한 것은 순간의 속도보다 자기 걸음을 유지하는 일이다.
오늘 걸으면서 ‘와사보생(臥死步生)’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뜻이다.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 네 글자의 순서를 바꾸고 싶었다.
사와생보(死臥生步).
죽어서야 누울 것이니, 살아 있으니 걸어라.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내가 담고 싶은 뜻은 조금 다르다.
와사보생이 건강을 위해 걸으라는 말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사와생보는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걸어야 할 이유라는 뜻이다.
언젠가는 누구나 영원히 누울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두 다리의 움직임도 세월이 흐르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쉽게 찾아갈 수 없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날을 미리 걱정하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미뤄둘 이유는 없다.
내가 해외여행을 자주 떠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올해 터키와 미국은 네 식구가 함께했고, 일본은 아내와 두 차례 다녀왔다. 먼 나라에서 낯선 풍경을 만나는 일이나, 익숙한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나 내게는 같은 즐거움이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 땅을 밟고 사람들을 만나며 눈앞의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은 또 다르다.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떠날 수 있을 때 떠나고, 읽을 수 있을 때 읽는 것.
내가 생각하는 사와생보는 그런 삶의 자세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신흥역과 대동역을 거쳐 대전역으로 돌아왔다. 같은 대전역을 오늘 두 번 지나간 셈이다.
4. 성심당의 긴 줄, 그리고 추억의 코다리냉면
중앙로역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뜻밖의 구경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성심당 케익부띠끄 앞이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끝나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았고, 햇볕을 피하려고 양산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 빵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줄을 선단 말인가.
물론 저 사람들에게는 성심당 빵을 사는 일이 대전 여행의 중요한 목적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마찬가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하철역 스물두 개를 찾아다니며 50km 가까이 걷겠다고 나섰으니,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면 똑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누군가는 도시를 걸어서 돌아본다. 즐거움을 찾는 방법이 서로 다를 뿐이다.
그렇게 혼자 웃으며 중앙로역을 지나 중구청역에 도착했다.
이제는 제대로 식사를 해야겠다. 아침부터 사과와 게토레이로 버텼으니 점심 한 끼는 든든하게 먹어도 될 것 같았다.
중구청역을 지나 속초 코다리냉면 식당에 들어갔다.
이곳은 내게 낯선 식당이 아니다. 예전에 문화동에 살 때 자주 들르던 냉면집으로, 지역에서는 제법 유명한 곳이다. 여름이면 어느 냉면집이나 손님이 많겠지만, 이곳은 특히 붐비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찾으니 반가웠다.
메뉴판을 보니 코다리냉면이 13,000원, 동태전이 15,000원이었다. 코다리냉면 한 그릇에 동태전 한 접시를 주문했다.
혼자 먹기에 적지 않은 양이지만 오늘 걸은 거리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나온 동태전은 큼지막하고 노릇노릇했다. 간장 양념에 찍어 먹으니 제법 맛있었다.
이어서 코다리냉면이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면이 담기고, 그 위에는 붉게 양념한 코다리와 오이, 배, 삶은 달걀이 올라가 있었다. 보기에는 무척 매워 보였지만 생각보다 맵지 않았고, 맛도 좋았다.
다만 욕심껏 주문한 동태전은 양이 너무 많았다. 배가 불러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어 결국 절반 정도는 포장했다.
아침에는 살을 빼야 한다며 사과와 게토레이로 버텼는데, 점심에는 코다리냉면에 동태전까지 시켜 먹고 남은 음식을 싸 들고 나서는 신세가 됐다.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걸음을 이어갔다. 서대전네거리역과 오룡역을 지날 무렵에는 슬슬 몸이 대근해졌다.
특별히 어느 한 곳이 아픈 것은 아니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피로가 쌓인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38km가 넘는 거리를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5. 40km를 넘어서 만난 또 하나의 성심당
용문역에 도착하니 마침내 누적거리 40km를 넘어섰다.
40.3km.
용문역 부근 롯데백화점 대전점 앞에서는 또다시 긴 행렬을 만났다. 이번에도 성심당이었다.
중앙로에서만 사람이 많은 줄 알았더니 이곳도 만만치 않았다. 백화점 건물 앞 경사로를 따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도로 사정도 비슷했다. 백화점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 때문에 주변 교차로가 복잡해졌고, 경찰관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도로에서는 백화점에 들어가려는 차량들이 기다린다.
대전의 토요일 오후가 참 부산스럽다.
걸어서 지나가는 내게는 그 혼잡마저 구경거리였지만, 차를 몰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닐 것이다.
성심당이라는 빵집 하나가 사람과 차량의 흐름까지 바꿔놓는 광경이 새삼 놀라웠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탄방역에 도착했다.
6. 바르게 살자, 그리고 가을 축제
시청역으로 향하던 중 커다란 돌 표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르게 살자’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바르게 살면 미래가 보인다.’
대전광역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에서 세운 표석이었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당연한 말도 돌에 새겨놓고 마주하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게는 오늘처럼 걷고, 보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내가 바라는 삶의 한 모습이다.
그렇게 시청역에 도착했다.
인근 보라매공원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제10회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
가을볕이 참 좋은 날이었다.
나무들은 아직 푸른빛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지만 군데군데 노랗고 붉은 잎들이 섞이기 시작했다. 공원 산책로에는 국화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길 양옆으로는 하얀 행사 천막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시와 체험행사를 구경하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들, 그늘에 앉아 쉬는 사람들까지 공원은 제법 활기가 넘쳤다.
잔디광장에는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객석에는 수많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을 풍경은 참 좋았지만 노랫소리는 내 귀에 영 거슬렸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차라리 조용한 가을 산책로가 더 좋겠다 싶었다.
조금 더 걸으니 행사 부스들이 길게 이어졌고,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볕이 길가의 국화꽃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멀리 여행을 떠나야만 좋은 풍경을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늘 생활하는 도시에서도 계절은 바뀌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자동차나 지하철을 타고 지나갔다면 이런 장면들을 얼마나 자세히 보았을까.
걷는 동안에는 거리의 모습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때로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때로는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오늘 ‘역사 따라 걷기’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을 것이다.
7.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오다
정부청사역을 다시 지날 때는 누적거리가 43.7km에 이르렀다.
아침에 마님이 싸준 사과를 먹으며 쉬었던 곳이 가까워졌다. 그때는 아직 17.3km를 걸었을 때였는데, 어느새 43km를 넘겼다.
같은 장소라도 아침과 오후의 느낌은 달랐다. 조용했던 아침 거리를 걸어 반석에 다녀온 일이 벌써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이어서 갈마역에 도착했다.
주변 가로수들이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햇살을 받은 나뭇잎들이 반짝였다. 오늘 찍은 수많은 역사 사진 중에서도 갈마역의 가을 풍경은 유난히 보기 좋았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월평역을 지나 갑천역에 이르렀다. 남은 역은 유성온천역 하나뿐이다.
아침부터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니 참 멀리도 돌아왔다. 유성온천에서 반석까지 올라갔다가 판암까지 내려왔고, 다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차를 타고 움직였다면 그저 몇 차례의 이동으로 끝났을 길이지만, 걸어서 지나온 거리에는 중간중간 쉬었던 자리와 길에서 만난 사람들, 눈에 들어왔던 장면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성온천역이 나타났다.
먼저 1번 출구를 지나면서 누적거리가 47.9km를 가리켰다. 이제 아침에 출발했던 4번 출구로 돌아갈 차례다.
유성온천역 4번 출구.
아침에 걸음을 시작했던 바로 그 자리다.
다시 돌아와 역 표지판을 사진으로 남겼다.
최종 누적거리 48.0km.
오늘 계획했던 대전도시철도 1호선 역사 따라 걷기가 끝났다. 반석역과 판암역을 모두 찍고 스물두 역을 따라 걸어 처음 출발한 자리로 되돌아왔다.
아침에 이곳을 떠날 때는 그저 오래 걸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밀린 책도 읽으며 일상의 리듬을 되찾겠다는 다짐이 출발의 이유였다.
하지만 하루를 걷고 돌아오니 거리의 숫자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마님이 싸준 사과, 지족역에서의 급한 화장실, 게토레이 2+1 행사, 예전에 자주 다니던 냉면집과 남아서 포장한 동태전. 성심당 앞의 긴 줄과 롯데백화점 주변의 혼잡,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가을 풍경까지.
빵을 사려고 긴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웃었던 나도, 누가 시키지 않은 48km를 걸었다. 남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아침에 출발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 길에서 보고 느낀 것들까지 출발할 때와 같지는 않았다.
역사 따라 걷기는 여기서 끝났지만 집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고 보니 하루 동안 걸은 거리는 어느새 51km가 되어 있었다.
미국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운동하고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었던 주말. 이제 밀린 책도 다시 펼치고, 기회가 닿으면 또 길을 나설 것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고, 읽지 못한 책도 많다.
언젠가는 마음이 있어도 떠나지 못할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죽어서야 누울 것이니, 살아 있으니 걸어라.
死臥生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