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엔딩 크레딧 이판사판
안도 유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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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기는 활기차게 움직이며 오늘도 새로운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 책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스러져 갈 것이다.

우라모토는 생각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아닐까. 그것을 자문한 결과 책 만드는 일을 선택했다. 인연의 힘에 끌려 스스로 택한 길이다.

그리고 스러져 가는 것은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스러져 가는 책을 만드는 일을 선택하여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패배하는 일은 없다.

스러져 가는 것을 지키는 인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하지 않고서는 계속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비장감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긍지와 평소의 성취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 제작은 계속될 것이다. 우라모토의 눈앞에서 확실하게 계속되고 있다.

완성을 기다리는 책이 끊이지 않는 한 책이 없어진다는 공포에 떨고 있을 틈이 없다. 스스로 선택한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앞으로도 책을 만들어 갈 것이다.

책은 필수품. 그 말을 가슴에 새긴다.

거대한 재난을 보면서 무력감에 시달리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우라모토와 도요즈미인쇄 사람들에게 그 일이란 책을 만드는 것이다.

책은 바이러스를 없애지 못한다. 책은 역병을 고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 기나긴 비상사태 세상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 준다느니 용기를 준다느니 하는 그런 의욕은 내려놓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 우리는 책이라는 필수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책의 엔딩 크레딧 | 안도 유스케 저,이규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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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5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엔 아직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걸요. 굳이 의미를 찾지 않아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데 책은 그저 만들어져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