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작품 배경 추적] 『흑묘관의 살인』의 무대를 찾아서
― 홋카이도 아칸의 백묘관에서 타스마니아의 흑묘관까지


『흑묘관의 살인』은 첫 장부터 “1990년 7월 8일(일), 홋카이도·아칸”이라고 무대를 밝힌다.

가와미나미 다카아키와 추리작가 시시야 가도미, 그리고 기억을 잃은 노인 아유타 도마는 구시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아칸의 깊은 숲속에 있는 저택을 찾아간다. 대문 뒤에는 가문비나무 숲이 펼쳐지고, 자동차 한 대가 길을 반쯤 막을 정도로 좁은 진입로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이곳이 당연히 수기 속 사건의 무대인 흑묘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작품에 나온 구시로·아칸·국도 240호선·마리모 국도·서쪽 샛길이라는 단서를 따라 실제 지도를 뒤졌고,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의 산림까지 범위를 좁혀갔다.

그러나 1990년 시시야 일행이 찾아간 저택은 흑묘관이 아니라 백묘관(白兎館, 흰 토끼의 관)이었다. 1989년 아유타의 수기에 기록된 진짜 사건의 무대는 흑묘관(黒猫館, 검은 고양이의 관)으로, 일본이 아니라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섬에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낸 홋카이도 아칸의 백묘관을 기준점으로 삼아, 적도 반대편에 세워진 흑묘관도 현실 지도 위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1. 홋카이도 아칸의 백묘관

1990년 7월 8일 아침, 시시야 일행은 짙은 안개가 낀 구시로 시내를 출발해 국도 240호선을 타고 아칸으로 향한다.

아칸 본정에서는 주민들에게 저택의 위치를 묻지만 성과가 없다. 그러다 오래된 전파상 주인이 과거 깊은 숲속의 저택으로 전기제품을 수리하러 간 일을 기억해내고 약도를 그려준다.

작품에 나온 동선은 다음과 같다.

구시로 시내 → 국도 240호선 → 아칸 본정 → 주민 탐문 → 오래된 전파상 → 마리모 국도 북상 → 표지판에서 서쪽 샛길 진입 → 여러 차례 우회전·좌회전 → 비포장도로 → 깊은 가문비나무 숲 → 백묘관

따라서 백묘관은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에서 국도 240호선 서쪽으로 들어간 깊은 산림에 있어야 한다.

현재 지형도와 산림도로를 대조하면 가장 유력한 곳은 아쿠베쓰·시라미즈 산림대다. 아쿠베쓰 시라미즈 임도와 후레베쓰 시라미즈 임도 주변은 국도 서쪽 진입, 여러 갈림길, 장거리 산림도로라는 조건이 작품의 묘사와 잘 맞는다.

다만 현재 확인되는 상세 임도자료는 작품 시점인 1990년 이후의 것이므로, 현재의 도로 선형과 포장상태를 당시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백묘관의 현실 대응지역은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 국도 240호선 서쪽의 아쿠베쓰·시라미즈 산림대’로 비정한다.


2. 홋카이도라고 믿게 만든 수기와 그 안의 위화감

아유타의 수기에는 홋카이도를 연상시키는 장치가 곳곳에 깔려 있다.

항구도시, 감옥 터, 늑대, 호수의 거대생물, 토착민, 곰 등이 등장하고, 아모 박사가 구시로 부근 출신이라는 사실까지 확인된다. 히카와가 저택에 오기 전날 다녀온 ‘이곳의 명물이라는 감옥 터’도 처음에는 도로코 호숫가의 집치감 관련 유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수기를 다시 읽으면 홋카이도라는 전제와 맞지 않는 단서들이 나타난다.

· 구시로라면 흔한 여름 안개를 ‘보기 드물게’라고 표현함
· 젊은이들이 도로 표지판과 가게 간판을 큰 소리로 읽음
· ‘여기에는 처음 왔다’는 히카와가 과거 아바시리에는 가본 적이 있다고 말함
· 8월 1일 오후 5시 반 무렵 이미 어두워짐
· 새끼 양 요리가 자연스럽게 식탁에 오름
· 텔레비전 방송이 젊은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음
· 여름인데 실내 창문에 김이 서림
· 깊은 숲인데도 곰은 나오지 않는다고 함
· 정오 무렵 북향 창으로 강한 햇빛이 들어옴
· 경찰에 신고하려는 사람이 전화 다이얼의 0부터 돌리려 함
· 경찰차를 연상시키는 빛이 빨강과 파랑임
· 숲속 짐승들에게 ‘뇌들보가 없다’고 표현함

장소를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로 바꾸면 이 모순들이 한꺼번에 풀린다.

타스마니아의 8월은 겨울이고, 남반구에서는 정오 무렵 태양이 북쪽 하늘에 있다. 낯선 간판과 ‘이쪽 사투리’는 영어와 오스트레일리아 영어, 전화기의 0은 긴급전화번호 000, ‘뇌들보가 없는 짐승’은 유대류와 연결된다.

수기 속 위화감은 결국 진짜 무대를 감춰놓은 지리적 암호였다.


3. 적도 위의 거울 ― 백묘관과 흑묘관

아모 다츠야는 20년 전 나카무라 세이지에게 두 채의 저택을 의뢰했다.

한 채는 자신의 생가가 있던 구시로 부근, 다른 한 채는 젊은 시절 유학했던 타스마니아였다. 두 부지는 적도 위에 거대한 거울을 세운 것처럼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마주 보도록 선택되었으며,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지구 규모에서 위도와 경도가 상당히 가까웠다.

나카무라 세이지는 여기에 루이스 캐럴의 두 ‘앨리스’를 겹쳐 넣었다.

홋카이도의 백묘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흰 토끼, 타스마니아의 흑묘관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검은 고양이에 대응한다.

흰색과 검은색, 북반구와 남반구, 여름과 겨울, 실체와 거울에 비친 그림자.

따라서 백묘관의 현실 위치를 먼저 좁혀놓으면 그 ‘거울 반대편’을 찾는 것이 흑묘관 비정의 출발점이 된다.


4. ‘시내’는 호바트, 감옥 터는 포트 아서

작품은 수기에 나오는 ‘시내’가 타스마니아주의 주도 호바트(Hobart)라고 직접 밝힌다. 아모 박사가 젊은 시절 유학했다는 타스마니아대학교 역시 호바트에 있다.

아유타는 1989년 8월 1일 오후 3시 반쯤 호바트의 호텔에서 젊은이들을 태우고 출발해 오후 5시 반이 넘어서 흑묘관에 도착한다.

따라서 작품에서 직접 확보되는 거리조건은 ‘호바트에서 자동차로 약 두 시간 전후’다.

히카와가 전날 방문한 ‘감옥 터’는 포트 아서(Port Arthur) 형무소 유적이다.

다만 포트 아서는 흑묘관의 인접 지명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히카와가 전날 별도로 다녀온 관광지다. 따라서 포트 아서는 수기의 무대가 타스마니아임을 확인하는 강력한 단서이지만, 그것만으로 흑묘관을 타스만반도에 놓을 근거는 되지 않는다.


5. 가장 강한 단서 ― 북위 43도와 남위 43도

아모 박사가 두 부지를 고를 때 ‘위도와 경도가 상당히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는 설명은 흑묘관의 위치를 좁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일본 환경성 자료에 따르면 아칸코의 중심부는 북위 43°27′, 동경 144°06′이다.①

타스마니아 남부 사우스포트(Southport)는 약 남위 43°25′, 동경 146°58′에 위치한다.②

아칸코 북위 43°27′ / 동경 144°06′
사우스포트 남위 43°25′ / 동경 146°58′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거의 정확하게 마주 보고, 경도 차이는 약 3도다.

반면 포트 아서는 약 남위 43°09′, 동경 147°51′이다.③

따라서 작품에서 말한 ‘적도 위의 거울’이라는 조건을 적용하면 포트 아서보다 사우스포트와 그 북쪽 헤이스팅스 일대가 백묘관의 반대편에 더 가깝다.


6. 후보지 비교 ―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가 왜 1순위인가

가. 1순위 ―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산림대

가장 강한 근거는 아칸과 거의 정확하게 대응하는 남위 43도 20분대의 위도다.

여기에 호바트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고, 사우스포트 북쪽과 북서쪽 헤이스팅스 방면에는 넓은 산림이 이어진다는 조건이 겹친다.

현재의 내비게이션 주행시간을 1989년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았다. 타스마니아 정부가 제공하는 1981~1990년 항공사진과 1980년대 TASMAP 지형도를 확인한 결과, 호바트 남쪽에서 헤이스팅스 방면으로 이어지는 접근축은 당시에도 존재했다. 헤이스팅스 동굴로 들어가는 도로 역시 작품 시점보다 훨씬 이전인 1930년대부터 개발되었다.④⑤⑥

따라서 현재 가장 유력한 위치는 사우스포트 시가지 자체가 아니라 그 북쪽·북서쪽 헤이스팅스 방면의 깊은 산림이다.


나. 2순위 ― 포트 아서·타스만반도

포트 아서는 작품에 직접 등장하는 실제 장소라는 강점이 있고 남위 43도대에 위치한다.

그러나 작품에서 포트 아서는 히카와가 전날 방문한 관광지일 뿐 흑묘관으로 가는 동선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칸과의 위도·경도 대응도 사우스포트보다 떨어진다.

따라서 2순위로 본다.


다. 3순위 ― 사우스포트 남쪽·콕클크리크 방면

사우스포트에서 루ーン리버·아이다베이·콕클크리크 방면으로 내려가면 인가가 줄어들고 깊은 산림이 이어진다.

환경조건은 흑묘관과 잘 맞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아칸과의 거울 위도에서 멀어지고 호바트와의 거리도 늘어난다.

따라서 3순위로 본다.


7. 최종 비정

지금까지 확인한 작품 내부 단서와 실제 지리를 종합하면 두 저택의 현실 대응지역은 다음과 같이 비정할 수 있다.

백묘관(白兎館)
― 홋카이도 아칸의 아칸 본정과 아칸코 사이, 국도 240호선 서쪽 아쿠베쓰·시라미즈 산림대

흑묘관(黒猫館)
― 오스트레일리아 타스마니아 남부의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산림대

흑묘관의 2순위 후보는 포트 아서·타스만반도, 3순위는 사우스포트 남쪽·콕클크리크 방면이다.

이 가운데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를 1순위로 보는 가장 강한 근거는 사우스포트의 남위 43°25′가 아칸코의 북위 43°27′과 거의 정확하게 남북 대칭을 이룬다는 점이다.

호바트에서의 이동조건, 1989년 당시에도 존재했던 남부 접근도로, 깊은 산림이라는 조건까지 함께 놓으면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권역이 다른 후보보다 한 단계 앞선다.


8. 홋카이도 아칸에서 타스마니아까지

처음에는 홋카이도 아칸에서 흑묘관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좁혀간 곳은 아쿠베쓰·시라미즈의 숲이었다. 추적이 틀린 것이 아니라 찾아낸 관이 달랐다. 그곳은 백묘관이었다.

그리고 그 백묘관을 기준점으로 적도 반대편을 살펴보자 북위 43도대의 아칸과 남위 43도대의 타스마니아 남부가 마주 선다. 그 결과 진짜 흑묘관의 가장 유력한 현실 후보는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의 숲으로 좁혀졌다.

결국 『흑묘관의 살인』의 무대 추적은 홋카이도 아칸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적도라는 거울을 넘어 타스마니아까지 가야 완성되는 추적이었다.


[주]

① 일본 환경성, 아칸코 람사르 습지 자료
― 아칸코 중심부 북위 43°27′, 동경 144°06′.

②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 Southport 관측소 자료
― 남위 43.42°, 동경 146.97°. 1882~1994년 운영.

③ Marine and Safety Tasmania, Port Arthur 자료
― 약 남위 43°09′, 동경 147°51′.

④ TASMAP, Geeveston 1:25,000 지형도
― 1985년 제작. 작품 시점과 가까운 타스마니아 남부의 도로·취락 검토자료.

⑤ LISTmap, Aerial Photo 1981–1990 Historic / Aerial Photo Frames 1980–1989
― 타스마니아 정부의 1980년대 항공사진 자료.

⑥ Tasmania Parks and Wildlife Service, Hastings Caves State Reserve
― 헤이스팅스 접근도로와 관광기반시설은 1930년대부터 개발됨.

⑦ 강담사 공식 ‘관 시리즈’ 페이지와 아야츠지 유키토·아리스가와 아리스 대담도 확인하였으나,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는 타스마니아의 특정 장소를 흑묘관의 실제 모델로 지목한 작가의 직접 발언은 확인하지 못함.

※ 헤이스팅스·사우스포트 비정은 작품 내부 단서와 실제 지리 및 1980년대 자료를 대조한 결과임.


자료 조사·정리: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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