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간이역 여행 1 경상도/충청도 편 - 작은 휴식을 꿈꾸다! ㅣ 간이역 여행 1
임병국 지음 / 팜파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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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간이역 여행 1』

1. 개요

• 『간이역 여행 1』은 임병국이 쓴 철도여행 산문이다.

• 원래 종이책은 1권짜리였으나, 현재는 전자책으로 나오면서 1·2권으로 나뉘어 있다. 종이책은 절판 상태이고, 전자책으로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 이 책은 이름난 관광지를 소개하는 일반 여행서라기보다, 전국의 작고 오래된 역, 지금은 사라졌거나 기차가 서지 않는 역, 역 주변의 마을과 풍경을 따라가며 간이역의 정취를 기록한 책이다.

• 책 속의 간이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통학길이고, 누군가에게는 군 생활의 기억이며, 누군가에게는 벚꽃과 바다와 장터와 오래된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다.

2. 책의 기본 내용

• 책은 경전선, 동해남부선, 경북선, 문경선, 장항선, 충북선, 호남선, 영동선 등 여러 철길을 따라 전국의 간이역을 소개한다.

• 원죽역, 평촌역, 하동역, 다솔사역, 송정역, 용궁역, 점촌역, 불정역, 진남역, 광천역, 청소역, 삼탄역, 연산역, 연무대역, 양원역, 승부역, 서생역, 선장역, 임피역, 심천역, 원창역, 구둔역, 동촌역 같은 역들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 역 자체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역 주변의 벚꽃길, 바닷가, 장터, 폐철도, 옛 선로, 문화재, 철도교, 터널, 먹거리, 영화 촬영지까지 함께 보여준다.

• 여러 역들은 지금은 역무원이 없거나, 기차가 서지 않거나, 선로가 이설되어 본래 기능을 잃은 곳으로 소개된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안내서이면서 동시에 사라지는 철도 풍경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3. 책의 특징

• 첫째, 간이역을 ‘작은 역’이 아니라 ‘기억의 장소’로 바라본다. 저자는 역의 규모보다 그곳에 남아 있는 시간, 사람, 풍경, 사연을 더 중요하게 본다.

• 둘째, 빠른 이동보다 느린 여행의 가치를 말한다. KTX나 고속도로처럼 빨리 목적지에 닿는 길이 아니라, 완행열차와 로컬선이 보여주는 굽은 풍경과 오래된 마을의 표정을 따라간다.

• 셋째, 계절감이 살아 있다. 봄의 벚꽃역, 여름의 바닷가역, 가을의 은행나무와 코스모스, 겨울의 깊은 산골역이 각각 다른 분위기로 펼쳐진다.

• 넷째, 철도와 지역사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선로 이설, 폐역, 무인역화, 협궤철도, 등록문화재, 관광자원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간이역이 한국 근현대사의 조용한 흔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 다섯째, 여행정보도 들어 있지만 책의 중심은 정보가 아니라 정서다. 어디서 무엇을 먹고 어디를 들르면 좋은지 알려주면서도, 결국 독자에게 남는 것은 “가보고 싶다”보다 “그립다”에 가까운 감정이다.

4. 읽어볼 만한 이유

•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단순한 여행안내서 이상으로 읽힌다. 역 이름 하나, 낡은 승강장 하나, 빨간 우체통 하나가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 사라져가는 지방 철도역의 풍경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다. 책 속의 많은 역들은 이미 기능을 잃었거나, 지금 모습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의 여행서라기보다 사라진 풍경을 붙잡아 둔 기록으로 읽힌다.

• 여행을 당장 떠나지 못하더라도 읽는 재미가 있다. 원죽역의 벚꽃, 하동역의 강과 산, 송정역의 바다, 용궁역의 순대국밥, 삼탄역의 물길, 양원역과 승부역의 산골 풍경 같은 대목은 독자에게 한 장면씩 남는다.

• 비둘기호 완행열차와 통일호를 타고 지방 역들을 오가던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잘 맞는 책이다. 이 책의 핵심은 새로운 관광지를 찾는 데 있지 않고, 예전에 지나왔으나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5. 종합 평가

• 『간이역 여행 1』은 간이역을 소재로 한 여행 산문이지만, 사라지는 장소와 남아 있는 기억에 관한 책이다.

• 이 책이 말하는 간이역은 역무원이 있는지, 열차가 몇 번 서는지, 관광객이 얼마나 찾는지로만 판단할 수 없는 공간이다. 어떤 역은 아직 기차가 서고, 어떤 역은 더 이상 기차가 서지 않으며, 어떤 역은 역사 자체가 사라졌거나 다른 용도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하나의 역으로 남아 있다.

• 책의 아쉬운 점은 시간이 흐른 지금 기준으로 일부 교통정보나 역의 현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의 의미를 더 분명하게 만든다. 변해버린 역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 변하기 전의 간이역을 붙잡아 둔 책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 책은 최신 여행정보를 얻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간이역이라는 작은 장소를 통해 한국의 철도, 지방의 마을, 느린 여행의 감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기차가 멈췄던 자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역들>

사라지는 간이역을 따라 읽는 느린 철도여행의 기록

보령 웅천 사람인 나에게 장항선은 단순한 철길이 아니다. 1970~80년대 외가에 가려면 웅천역에서 비둘기호인 완행열차를 타고 홍성역까지 가고, 다시 홍성에서 서산까지 시외버스, 서산에서 대산까지 시내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충남 안에서 움직이는 길이었지만, 그때는 하루가 꼬박 걸리는 여정이었다. 비둘기호 완행열차는 말 그대로 모든 역에 섰다. 이 책에 나오는 원죽역, 광천역, 청소역 같은 이름들이 낯설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역 하나를 지날 때마다 기차가 멈추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창밖 풍경이 조금씩 바뀌던 시간이 아직 기억 속에 남아 있다.

1990년대 대학 시절에는 방학 때나 명절 때 통일호를 타고 서울역과 웅천역을 오가던 기억도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느리고 불편한 길이었지만, 그 느림 속에만 남아 있는 감각이 있다. 그래서 『간이역 여행 1』은 단순히 남의 여행기를 읽는 느낌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책 속의 간이역들은 사라져가는 철도 풍경이면서, 동시에 한때 내 삶의 이동 경로와도 이어져 있던 장소들이다.

저자는 전국의 작은 역들을 따라가며 역의 역사, 주변 풍경, 마을의 사연, 계절의 아름다움을 차분히 보여준다. 벚꽃이 흐드러진 역, 바다가 가까운 역, 장터와 이어진 역,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역, 군 시절의 기억을 불러오는 역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어떤 역은 아직 기차가 서고, 어떤 역은 이름만 남았으며, 어떤 역은 문화재가 되었고, 어떤 역은 선로 이설과 함께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 그러나 책은 그런 역들을 낡고 쓸모없는 공간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이 잊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조용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결국 『간이역 여행 1』은 “어디를 가면 좋다”는 식의 관광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은 빠른 길이 당연해진 시대에, 느린 철길이 보여주던 풍경과 정서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이 많아지고, 역사가 사라진 곳도 생겨난 지금, 이 책에 담긴 역들은 더 애틋하게 읽힌다. 간이역은 사라지거나 변하지만, 한 번 그곳을 지나간 사람에게는 오래도록 마음속 풍경으로 남는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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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철길 하면 소백산맥과 죽령터널을 빠뜨릴 수 없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잇는 죽령터널의 길이는 4.6㎞로, 길이 16.2㎞짜리 솔안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는 일반 철도터널 중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할 만큼 지형이 험하다.

신탄리역은 처음부터 끝이 아니었다. 6.25 이후 신탄리역 북쪽 구간의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팻말과 함께 더는 달릴 수 없게 된 철길이 되었다. 원산까지는 131.7㎞로 철길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원산까지 철길을 통한 관광이 가능해진다면 새마을호를 타고 1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길이다.

영동선 철도의 종착역은 강릉역이다. 그런데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종착역은 강릉이 아닌 ‘경포대역’이었다. 예전 사진과 지도를 보면 철도는 강릉시내를 관통하여 경포호와 경포대 해수욕장 사이를 빠져나갔고, 현재의 경포대 백사장 위에 열차가 정차했었다. 물론 그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해북부선 철도가 양양역을 지나 원산까지 연결될 수도 있었다.

길이 441.7㎞로 서울에서 출발하여 멈추지 않을 것처럼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하는 곳이 바로 부산역이다. 열차는 부산역에서 멈춰 서지만, 부산역 구내에서 보면 끝없이 이어져 있거나 바다로 퐁당 빠져버릴 것 같은 철길의 마지막 끝 지점은 어디일까?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도 끝없이 달릴 것 같던 열차가 부산역을 코앞에 두고 긴장감이 절정에 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확한 끝 지점을 알고 나면 긴장감은 줄어들 것이다.

부산역에서 한참을 더 달려 마침내 철길이 끝나는 곳은 부산세관 앞,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 진입 직전 8차선 자동차도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말 기차가 제동기능을 잃고 계속해서 달리더라도 바다로 빠질 일은 없으니 안심하자.

경춘선 평내역
2006년 8월 31일에 선로 이설과 함께 역사도 철거되었다. 지금은 평내호평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인근 대형마트 가까운 곳에 미래 지향적인 감각과 시원한 크기로 새로 지어졌다. 통나무 벤치가 인상적이었던 간이역이다.

호남선 신흥리역
신흥리역은 역사 자체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특징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남 장성지방의 상징인 홍길동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현재는 벽화는 물론이고 역사까지 철거되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전라선 오류역
전라선의 개량으로 선로가 고가 위로 이설되면서 오류역도 그 기능을 다했고, 얼마 못 가서 철거되었다.

경원선 동안역
지금은 동두천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역사도 크게 새로 만들어졌지만, 불과 2005년까지만 해도 작고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로교통이 발달했다고 해도 여전히 철도교통이 우세한 곳이 있다. 이런 곳들의 공통점이라면 기차 타기가 차를 타고 다니기보다 수월하다는 점,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을 만큼 오지라는 점,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전국에 그런 간이역이 몇 곳 있다.

영동선 양원역
영동선의 양원역이 한참 먼저 만들어졌다. 교통이 불편하여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는 이곳에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간이역을 만들었다. 지금도 기차가 하루 2차례 정차하고 있어 간이역을 순례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성지聖地 같은 곳이다.

양원역의 바로 북쪽에는 승부역이 있는데 양원역과 함께 차로 가기 힘든 역사로 손꼽히며, 겨울철에는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질 만큼 깊은 산 속에 있다. 특히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는 영동선에서도 하이라이트라 할 만큼 터널도 많고 자동차도로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험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나 영동선 기차여행을 할 때는 꼭 승부역과 이웃한 양원역도 관심 있게 봐줄 필요가 있다.

태백선 자미원역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속한 자미원紫味院은 역원제 시절부터 교통이 험준하여 ‘스스로自 먹고味 자는 곳院’이라는 뜻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지명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여전히 자동차 교통이 불편한 곳이다 보니 한자 뜻에 상관없이 무언가 깊은 사연을 가진 마을처럼 고요하면서도 특별한 멋이 있다.

중앙선 매곡역
마을 주민들을 위해 지금도 왕복 5회가량 열차가 정차할 만큼 철도교통이 도로에 비해 우세한 곳이다. 인근 구둔역과 함께 서울에서 많이 멀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나무그늘과 간이벤치 몇 개, 역 구내에서 보이는 한적한 풍경이 간이역의 정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을 만하다.

구장항선 선장역
2008년 장항선이 현재의 선로로 이설되기 전까지는 무궁화호가 하루 8회 정차할 만큼 이용객이 적지 않은 간이역이었다. 역에 내려 도보로 10분이면 도고온천장에 도착할 수 있고 주위 풍경 사진을 찍고자 기차를 타는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 서생역
서생역 S라인은 철도를 주제로 한 사진 공모전에도 자주 등장하는 곡선이 아름다운 간이역이다.

구군산선 임피역
과거의 군산선과 장항선이 금강하구둑에서 이어지면서 군산선 임피역은 근 100년 만에 소속을 장항선으로 바꿨다. 군산선에 통근열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하루 10회 이상 기차가 서기도 했고, 근처 호원대학교 학생들이 통근열차를 통학 목적으로 많이 이용해왔다. 하지만 버스교통이 발달하면서 역무원도 철수하고, 지금은 역 입구가 폐쇄된 채 그냥 ‘남겨진’ 등록문화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용산선 서강역, 광주선 극락강역, 경춘선 백양리역처럼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높고 아름다운 간이역이 많이 있다. 이미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가 된 간이역들은 지자체의 노력과 관련 철도기관 등의 노력으로 그 보전 방법과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간이역도 구경하고 등록문화재도 공짜로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간이역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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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급수탑 중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면서 가장 원형 보존이 잘된 급수탑이 영천역에 있다. 아치형 입구와 나무 대문, 탑 내부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펌프, 물을 끓이기 위한 엔진룸 같은 시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지금이라도 증기기관차만 타고 오면 물을 내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규모가 큰 피난선이 전국에 4개 정도 있는데, 다행히 실제로 기차가 피난선으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대형 사고는 없었다. 피난선도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는 활용할 일이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철거될 수 있으니, 특별한 산책을 원한다면 횡천, 예미, 단성, 동점역에 내려 피난선을 구경해보자. 단 일반적인 시도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피난선을 둘러보려면 역무원들께 자초지종을 잘 설명해야 한다.

은하철도999의 우주정거장 진입로를 떠올리게도 하고, 철길 끝에는 커다란 동굴이 있어 대마왕이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피난선을 만나보자.

봄에는 염소가 철길 위에서 졸기도 하고 여름에는 밭 메던 농부 아저씨들이 낮잠을 자기도 한다. 기차가 올 확률은 별똥별 맞을 확률보다 낮을 것처럼 안전해 보이는 공간이다.

높이 1,573m의 함백산을 넘은 열차는 함백역이나 조동역을 지나 예미역을 향해 롤러코스터처럼 내려오게 되는데, 만약을 대비하여 예미역 피난선이 만들어져 있다. 평소에는 빨래하는 아줌마들과 불법주차 차량, 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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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대구나 서울에서 문경까지 가는 데 2~3시간이면 충분하고 접근성도 좋지만, 과거의 문경은 심산유곡의 산간지역으로 농업이 빈약하여 낙후된 지역이었다. 옛 묵객들이 문경의 산천을 두고 심향心鄕이라 부른 것은 마음의 고향이라는 뜻 외에도 심향深鄕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이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이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현재의 문경읍과 가은읍 지역에는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석탄 자원의 가치가 하락하고 도시를 향해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문경은 급격한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불정역 테마 펜션열차 입구에는 지붕이 뾰족하고 벽체에 자갈이 촘촘히 박힌, 마치 게임기에 등장할 것 같은 특이한 건축물이 서 있는데, 바로 1955년에 지어진 등록문화재 제326호 문경선 불정역이다.

등록문화재는 근대 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및 활용을 위한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과거 문경지역의 주요 산업이던 광업과 흥망성쇠를 함께 해온 역사驛舍라는 점, 아름다운 문경 지역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품고 있다는 점 때문에 2007년 4월 30일 326번째 국가 등록문화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 열차를 개조하여 펜션으로 꾸미는 사례가 지역별로 점차 늘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구절리역, 전남 곡성군의 가정역에 이어 오랜 기간의 준비 끝에 2008년 12월 2일 세 번째로 개장한 불정 테마 펜션열차는 과거 놀이방 객차 및 스넥카 등으로 쓰이던 실제 객차를 개조하여 만들었으며, 8개의 4인실과 2개의 단체실로 구성되어 있다.

진남역은 문경선과 가은선의 분기점에서 신호장으로 탄생한 목조 역사로, 문경선 열차가 더는 운행하지 않게 된 지금도 레일바이크의 출발점이 되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간이역이다. 처음부터 여객 업무를 목적으로 한 곳이 아니다 보니 맞이방대합실 규모가 2평 남짓할 정도로 좁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이곳을 더 아담한 간이역으로 만들고 있다.

1956년 영업을 시작한 가은역의 원래 이름은 은성역이었다. 주변에 규모가 크고 역사가 있는 은성광업소가 있었기 때문이며, 1959년에 지명을 따라 가은역으로 불리게 되었다.

경북선 열차를 타고 김천을 지나 상주역까지 이르는 길은 대체로 평평한 평야지대이면서도 구불구불한 곡선 철길이 유난히 많다. 눈을 감고 철길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흐름을 마음으로 읽어보자. S자도 있고, 5자도 있고 3자도 만들어질 것이다.

축제다운 축제 군항제가 열리는 진해역,
벚꽃과 함께할 수 있는 경화역,
1년에 단 열흘만 벚꽃을 만날 수 있다는 통해역…
꽃 피는 4월, 진해에는 볼 것도 많다.

1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축제가 몇 개나 될까? 많이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10개 이상의 축제명을 아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2009년 문화관광부에서 집계한 한국의 축제는 모두 942개라고 하니, 개수로만 보자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축제의 도시다. 인천 자장면축제10월, 대구 폭염축제8월, 광주 김치축제10월, 대전역 0시축제8월, 울산 고래축제5월, 양평 메뚜기축제10월, 안흥 찐빵축제10월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는 축제가 많다. 그러나 종류가 많아도 정작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1926년 11월 11일 준공된 진해역은 건축 연도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건축 당시의 일반적인 지방 철도역사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붕에 난 5각형의 창이나 뾰족한 굴뚝 등이 이색적인 모양으로 남아 있어 2005년 등록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되었다. 2002년에 한 차례 보수를 거쳐 지금도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역사로, 역 구내에 벚꽃이 피는 4월에는 역사의 붉은 지붕과 벚꽃이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원래는 경화역에도 진해역과 같은 날 태어난 정말 멋진 모습의 역사가 서 있었는데, 여객 수요 감소와 열차 무정차 통과, 관리 문제 등을 이유로 2000년에 철거되고 말았다.

진해역과 경화역 외에도 진해에는 바다가 보이는 멋진 철길이 있다. 여객열차는 다니지 않고, 화물열차도 거의 운행하지 않는 행암선이라는 철길인데, 진해시내를 가로질러 바다를 따라 한참을 뻗어 있어 주민들의 산책로로 주로 이용되고 있다.

1961년 ‘통제부역’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하여 1986년 지금의 이름인 통해역이 되었다. 2006년까지는 이곳까지 통근열차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진해역이 여객열차의 종점이 됨으로써 여전히 미지의 간이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통해역은 정말 아름답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든 터널 아래로 기차라도 들어올라치면 행선지가 지옥이라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간이역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봄뿐만 아니라 단풍이 물든 가을의 통해역도 무척 아름다운데,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기에 더더욱 보고 싶은 풍경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록 접근이 허가되지 않는 곳이지만, 간이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진다면 미지의 통해역에 걸려 있던 빗장도 서서히 풀리지 않을까?

통해역은 정말 아름답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든 터널 아래로 기차라도 들어올라치면 행선지가 지옥이라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간이역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봄뿐만 아니라 단풍이 물든 가을의 통해역도 무척 아름다운데,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기에 더더욱 보고 싶은 풍경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록 접근이 허가되지 않는 곳이지만, 간이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많아진다면 미지의 통해역에 걸려 있던 빗장도 서서히 풀리지 않을까?

장항선 새마을호 열차가 광천역에 진입하고 있다.
광천은 제법 큰 마을로, 장항선을 지나는 모든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곳이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기적소리 없는 아침이면 마주하고 노랠 부르네.
- 이규석의 ‘기차와 소나무’ 중에서

우리에게 ‘간이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역들 중 기차가 서는 간이역과 그렇지 않은 간이역, 어느 것이 더 많을까? 답은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기차가 다니기 시작한 1899년 이후 철도노선이 전 국토를 가로지르면서 크고 작은 기차역이 생겨났다. 가장 많을 때는 기차가 한 번이라도 서는 간이역만 500개가 넘을 만큼 많았지만, 지금은 200곳 정도의 간이역에만 기차가 선다. 결국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이 훨씬 많다는 것,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우선 없애지 않아도 기차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또한 얇은 쇠기둥 네 개에 나무벤치와 넝쿨로 이루어진 역사는 역사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단순하다. 거기다가 바로 앞의 마을 주민들이 일하다 쉬어가는 쉼터 역할까지 겸하기 때문에 멈춰 서는 열차가 없더라도 굳이 없애기보다는 남겨두는 것이 나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매력은 이곳의 역명판 디자인이다.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 정체모를 폰트로 쓰인 역명판이 몇 세대 이전 버전임을 느낄 수 있어 근대 철도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귀한 연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원죽역이 통과하는 장항선 신성~청소 구간은 이설 순위상 맨 꼴찌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 년간 더 볼 수 있는 간이역 풍경이다.

맛있는 김장김치의 비결은 좋은 배추와 소금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이겠지만, 김치맛을 결정짓는 핵심 재료는 젓갈일 것이다. 강경, 속초, 곰소 등 젓갈로 유명한 곳이 많지만 광천은 토굴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광천 하면 떠오르는 게 오서산과 김 그리고 새우젓일 만큼 새우젓이 유명한 곳이다.

섭씨 10~15도의 토굴 속에서 숙성시킨 새우젓은 음력 5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오젓,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육젓, 가을에 잡은 새우로 담근 추젓 등으로 구분된다. 그 중 살이 통통하게 오른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육젓이 품질도 으뜸이고 가격도 비싸다. 시세는 비슷비슷하니 토굴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깊은 맛의 새우젓을 살 수 있다.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인 청소역
임피역과 함께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중 하나이며, 등록문화재 제305호로 지정되었다. 주변 관광지는 없지만 멀리 오서산이 보이는 시원한 풍경과 하얀 벽돌 건물 역사, 굴뚝, 멍멍이와 시골마을 풍경이 어우러져 경관 좋은 문화재로 자리하고 있다. 임피역, 원죽역과 함께 장항선에서 가볼 만한 3대 역사로 손꼽을 수 있다.

원죽역에서 청소역 방향으로 달리는 기차는 김좌진 장군 묘를 지나면서 엄청난 상승경사를 만나게 되는데,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의식하지 않으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밖에서 보는 철길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엄청난 경사로 보이는 곳이다. 잠시 눈을 감고 상승경사를 느껴보자.

"나 다시 돌아갈래!"
아직 방황하고 있거나 돌아가야 할 순수를 찾지 못했다면,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가 있는 삼탄역으로 가보자.

충북선 철도는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일부러 타지 않는 이상 타보기 힘든 한반도의 가로축 철도 노선이다. 1928년 조치원에서 충주 구간이 개통된 후 1958년에는 봉양까지 개통되어 현재의 노선이 만들어졌다. 1980년 10월에는 시멘트 등의 물자 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복선화가 완료되었다.

삼탄유원지 주변은 예로부터 나라의 변란을 피해 숨어들어온 사람들과 화전민들이 땅을 일구던 오지였다. 1958년 이 구간에 충북선 열차가 다니고 사람들이 여행 목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 물 좋고 경치 좋은 유원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기차와 버스가 하루에 몇 차례 운행을 하고 있으며, 자동차보다는 기차로 접근하는 것이 쉬워 여전히 기차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열차도 하루 6회 삼탄역에 정차하고 있어 충북지역의 대표적인 기차여행지로 손꼽을 만하다.

삼탄은 천등산, 인등산, 지등산으로부터 흐르는 광청소여울, 소나무여울, 따개비소여울 등 세 개의 여울三灘이 합쳐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높고 푸른 산과 아름다운 물길에 둘러싸인 유원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중 삼탄역에서 출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등산로는 인등산이며, 인등산 정상해발 666m을 지나 동량역으로 내려가는 산행 코스3~4시간 소요는 기차를 이용해서 왕복 산행이 가능하다.

영화 <박하사탕>의 촬영지 진소천 철교
"나 다시 돌아갈래!"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영호설경구가 철교에 서서 달려오는 기차를 마주하며 마지막으로 외친 말이다. 외마디 외침과 함께 영화 속의 기차는 세월을 거슬러 순수했던 시절을 향해 2시간 내내 거꾸로 달린다.

<박하사탕> 중 ‘나 다시 돌아갈래!’를 촬영한 진소천 철교 찾아가기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철교는 삼탄역과 공전역의 중간쯤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차를 타고 가 면서 진소천 철교 위에서 보거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충주에서 평동리행 버스를 타고 평동리에서 하차 후 10㎞ 정도 걸어가야 하므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자.

특히 영화 <박하사탕>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나 아직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 순수했던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이다.

그런 점에서 삼탄역과 진소천 철교는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자연의 모습으로 인해 지친 일상을 쉬게 해주는 역할을, 어떤 누군가에게는 영화 <박하사탕>을 통해 순수했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반환점이 되어줄 것이다.

자양영당은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 유중교가 1889년고종 26년에 세운 <창주정사創州精舍>가 있던 자리에 유림이 창건한 서당의 이름이다. 또한 의병장 유인석이 팔도의 유림들을 모아 창의倡義의 비밀회의를 하던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공전역과 자양영당 일대는 평탄해 보이는 지형이지만 공전역에서 삼탄역으로는 차로 다닐 수 없고 철도로만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지형이 험준하다. 또 그런 만큼 주위 계곡이 아름다워 여름철에는 알 만한 사람들만 오는 경치 좋은 장소로 손꼽힌다. 기차가 무척 자주 다니니 철로로 다니지는 말자.

깊은 산 속에 숨어 있는 상상 속의 간이역, 원박역과 연박역

항상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철도와 간이역도 현실에서는 무척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사라지고 옮겨지고 바뀌고 있다. 삼탄~공전역 일대에도 이런 크고 작은 이설과 사라짐의 역사가 있다. 1958년 충북선 충주~봉양 구간이 개통될 당시에는 산척역과 원박역이라는 역명이 지도상에 존재했었고, 철도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단선 선로가 놓여 있었다.

동량역은 역무원들에 의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역 자체는 전형적인 충북선의 凸자 모양이지만, 역 구내에는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역무원분들에 의해 직접 가꿔지기도 하고, 스스로 자라나 철길 주변을 덮고 있어 작은 식물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역사 내부에는 수석이나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어 작은 전시관 같다.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으므로 충주시내에서 충주호를 따라 동량면소재지를 찾아오면 된다.

조용한 플랫폼으로 호송병이 타고 있는 8칸짜리 통일호 열차가 들어온다.
나는 내 손으로 어설프게 꿰맨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키만 한 더블백에 앉아 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연산역에는 철도문화체험을 위한 시설 외에도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급수탑이 있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가 운행하던 시절 기관차에 물을 대기 위한 시설인데, 연산역 급수탑은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 개통과 거의 동시인 1911년에 건설되어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20여 개 철도역 급수탑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기억 속 단편, 강경선 연무대역

1992년 9월 모일, 필자도 6주간의 논산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연무대역에서 기차를 이용하여 훈련병에서 이등병의 신분으로 ‘업글’되어 자대배치를 받았다. 평생 한 번뿐인 기회이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타본 수백 수천 번의 여행 중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가장 무서운 기차여행’이었다.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가 생활했던 군부대 쪽으로 ‘쉬~’도 안 한다고 하지만, 막상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힘들었던 기억들도 다 추억이 된다. 근처를 지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한 번쯤 훈련장이나 연무대역 쪽을 둘러보며 ‘그랬었지’ 하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연무대역은 2개다. 하나는 번듯한 역사가 아직 남아 있고 여객영업까지 하다가 현재는 화물영업만 하게 된 연무대역과 연무대역사에서 1.5㎞쯤 떨어져 있고 플랫폼에 비 피할 지붕뿐이지만 군 시절 한 번은 기차를 타게 되는 신연무대역이 그것이다. 연무대역이나 신연무대역은 역사 자체에서 매력을 찾기보다는 주로 과거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호남선 개태사역
연산역 북쪽 5㎞ 지점에 있으며, 여객열차가 정차하던 시절에는 개태사역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개태사가 위치해 있어 간이역과 사찰 구경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 좌우 균형을 이루는 지붕이 아담한 간이역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으며,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종류의 꽃이 피는 역 구내가 인상적인 곳이다. 개태사는 고려 태조가 후백제의 신검神劍을 무찌르고 삼국을 통일한 것을 기려 황산을 천호산이라 개칭하고 창건한 절로, 보물 제214호 석불입상과 충남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된 엄청나게 큰 철확철제 솥이 인상적이다.

글을 쓰는 내내 안타까운 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더는 기차로 갈 수 없게 된 간이역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 곡선과 덜컹거리는 레일의 마찰음을 들으며 떠날 수 있는 재래선 철도가 이설, 개량과 함께 자꾸만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금 남아 있는 간이역들은 하나둘 제 기능을 다하고, 언젠가는 거의 사라지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이 책도 기억 속의 자료집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극히 일부만 문화재나 관광지로 개발되어 달라진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 번이라도 간이역을 찾아 떠난 사람에게는 기억 속에 고이 남아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흔적이 되거나, 블로그 포스트, 사진, 일기가 되어 나만의 ‘여행세포’ 속에 남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철도의 폭은 1,435㎜짜리 표준궤가 쓰이고 있지만, 1995년까지는 수인선을 따라 762㎜짜리 협궤열차가 운행됐었다. 우리나라 협궤철도의 역사를 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에 폐지된 수려선수원~여주 구간 철도가 있고, 1930년대 이전으로 가면 지금의 대구~경주 구간도 협궤였다. 또한 경전선 삼랑진~마산 구간 개설 초기 철도와 현재의 군산, 전라선 일부도 협궤였다. 공통점이라면 더는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협궤철도는 없다는 것이다.

간이역이 가장 충격적으로 변신한 곳이 중앙선 승문역일 것이다. 사람이 살고 표를 팔던 간이역이 소 풀 먹이는 외양간으로 바뀐 경우는 세계 철도사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승문역은 그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경북 영주지방에 잘 남아 있다.

높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황지역의 배경이 된 곳은 실제 황지태백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중앙선 평은역이다. 이곳이 드라마 속에서 과거의 황지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형적인 간이역 모양의 역사와 실제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마을이나 풍경을 방해할 만한 것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랑진역 급수탑은 1923년에 설치되어 85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아래쪽은 돌로 만들어졌고 위쪽은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어, 앞서 지어진 연산역 급수탑과 1930년대 이후에 지어진 급수탑의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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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의 매력은 역시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역에 내려 도보로 1분이면 넓고 푸른 백사장과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 어쩐지 송정역은 부산의 정동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 위치한 정자인 송일정에서 느끼는 바닷바람이 왠지 백사장에서 느끼는 바람보다 조금 더 시원한 느낌이다. 바다에 좀 더 가까이 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떤가, 느낌이 중요할 뿐.

송정역은 등록문화재 제302호로 지정되어 앞으로도 그 원형을 유지하게 되었다.

송정역사松亭驛舍와 창고, 4,868m² 대지, 역사를 중심으로 좌우 철길 150m 등이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동해남부선이 이설된 후에도 그원형 그대로 바다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송정~해운대 바닷길 구간급격한 곡선을 따라 호랑이의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으로, 바다가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바다철길 구간 5분을 놓치지 말고즐겁게 감상하자.

주의: 송정-해운대 철길은 아름답지만 열차 운행 횟수도 많고 인명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므로 철길을 따라 걷는 무모한 일은 제발!

문화재도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깝고 예쁜 곳이 동해남부선 좌천역이다. 가을이면 역 구내에서 너무 크게 자라버린 은행을 따는 역무원들의 손길이 분주한 곳, 플랫폼 내부의 빨간 가로등이 70년 넘은 기차역과 조금은 부조화한 듯 보이지만 깔끔한 멋을 내는 곳, 벤치에 앉아 곡선을 따라 역 구내로 진입하는 기차를 보고 있노라면 CF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인상적인 간이역이다.

송정해수욕장 근처에 먹을 만한 해장국집이 몇 있다. 그 중 종가해장국집 사장님은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딴 그랜드슬래머인 만큼 국물맛이좋은 해장국을 만들어내고 계신다.

용궁역을 출발한 열차가 개포역을 향해 서서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뒤로 보이는 천마산 옆으로 회룡포와 내성천이 흐르고 있다.
가을이면 철길 주변이 모두 누렇게 물든다.

미포할매복국해운대에는 유명한 복국집 중 하나인 미포할매복국집은 적당한 가격에 시원한 복국물을 맛볼 수 있어 미포건널목이나 해운대 해변 끝까지 본 뒤에 들르기 좋다.

용궁역은 낭만적인 간이역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게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고도 방문할 만한 괜찮은 선택이다.

시원한 논두렁 뒤로 낮은 산이 이어지는 모습은 경북선 철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여느 작은 시골마을의 느낌과 별다를 것 없으며, 용궁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

문득 떠오른 그리운 얼굴 있어
철길 따라 더듬어보는 아련한 추억
한 장의 엽서에 내 마음 띄운다.
- 점촌역 우체통에서

역전에서 만나는 따끈따끈한 박달식당 순대국밥은 용궁역과 회룡포 여행의 ‘기본 코스‘다. 1인당 5,000원이면 순대 한 접시와 느끼함 없는 따끈한 순대국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부르기도 곤란한 ‘반구역‘, 산양은 없지만 ‘산양역, 학교 선생님 별명 같은 ‘개포‘, 뭘 가동하는지 몰라도 ‘가동역‘, 무척 저렴한 ‘백원역‘ 같은 역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아마도 ‘용궁역‘일 것이다.

경상북도를 가로지르는 경북선이라는 철도가 있다. 무궁화호가 하루 평균 3번 왕복하는 전형적인 ‘로컬선‘인데, 이 노선의 중간쯤 아이들을 위한 동화 속 기차역으로유명해진 점촌역과 회룡포로 유명한 용궁역이 있다.

용궁면소재지에서 2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로 10분 정도 가면 내성천 물줄기가 휘감고 도는 회룡포 입구에 도착한다.

회룡포에 가면 너른 백사장과 공사장에서 쓰는 구멍 뚫린 강판을 이어놓은 ‘뿅뿅다리‘가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물돌이마을까지 갈 수 있다.

회룡포에서 바라보는 강물의 아름다움, 스릴 넘치는 뿅뿅다리의 추억은 드라마 <가을동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사랑 이야기를 만든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회룡대와 장안사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혼자이거나 단체로 온 사진동호인들이고, 회룡포와 뿅뿅다리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점촌역에 붙은 슬로건은 ‘신나는 동화 속 세상‘이다.

장안사는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선사가 세운 사찰인데, 아담한 규모에 조용한 산사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장안사에서 계단을 따라 몇 분을 더 올라가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회룡대에 만들어진 정자에 앉아 도시락이나 음료수를 먹는 즐거움은 짧은 시간의 산행 치고는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매점이 근처에 없으니 음료수나 과자는 용궁역 앞 역전상회에서 구매하도록 하자.

기차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빨간 우체통이다. 라디오에 하루에 몇 장씩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고, 여행지에서 보고 싶은 사람에게 엽서 한장 남기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년에 손글씨로 된 편지 한 장 적어 보내는 일이 대단히 번거롭고 신기한 일이 되어버렸다.

추억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엽서 한 장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역무원들의 작은 배려가 흐뭇한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곳, 바로 경북선 점촌역의 모습이다. 우체통의 절반은 10년 뒤에 열어보는 타임캡슐로 쓰면 어떨까?

점촌역 명예역장 아롱이

동화 속 세상답게 이곳의 명예역장은 강아지다. 하얀 녀석이 명예역장 아롱이, 까만 녀석이 명예부역장 다롱이인데, 평일에는 유치원에서 놀러온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바쁘다.

주평역이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직까지 완목신호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목腕木이란 나무를 가로 댄다는 뜻이며, 완목신호기란 나무를 가로 대어 만든 재래식 수동 신호기를 의미한다. 즉 손으로 신호를 바꿔가며 열차와 열차 간 신호를 지키도록 만든 시설이 아직 주평역에 있다.

점촌역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석탄자원 운송을 위해 만들어진 문경선 철길이 분기하는 역이라는 점이며, 문경선으로 가면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곳이 주평역이다. 역무원은 근무하지 않으며,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과 주흘산이 인상적인 간이역이다.

시간이 된다면 회룡포를 보고 나오는 길에 잠깐 용궁향교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조선시대 지방의 주요한 교육기관인 만큼 건축물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공부하기좋게‘ 지어져 있다. 부석사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소수서원의 분위기를 닮은 듯한 용궁향교.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곳 향교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던 수백 년 전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흥미롭다.

경북선은 전체적으로 경북지역의 비옥한 곡창지대를 지나는 노선이라 산지보다는 논밭이 이어지는 구간이 많다. 예천역을 출발, 영주역 진입 전까지 내성천을 따라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철도 구간은 매우 아름답다.

용궁면에는 순대를 맛있게 만들어 파는 집이 몇 집 있는데, 박달식당은 순대 한 접시를 먹기 위해 용궁역을 찾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마니아가 형성될 만큼 유명한순대전문 식당이다. 순대 한 접시를 주문하면 머리 고기와 정통 순대가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오는데, 순대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분은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이곳을 찾는 분들은 ‘정통 순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차에서 내려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아도 좋고, 그냥 시내를 무작정 걸어 다녀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도시, 경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멋진 기차여행지이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잘 알려진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도시 중 하나다.

기차여행을 왔다면 경주시내나 보문관광단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는 것이 짧은 시간에 여유 있게 많은 것을 둘러볼 수 있는 효과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경주에 왔다고 해서 비슷한 왕릉만 구경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간이역을 살짝 방문해주는 것도 여행의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코스1: 경주시내 코스와 나원역
경주역 → 대릉원 → 첨성대 → 반월성 → 안압지 → 경주국립박물관 → 황룡사터 → 경주역

다만 2인용 자전거는 뒤에 탄 사람이 동력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힘들지 않고 사이좋게 다닐 수 있으니 밥 잘 먹고 체력을 비축한 뒤에 자전거를 빌리도록 한다. 간혹 동력공급 문제로 사소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경주역 관광안내소나 자전거 대여소에서 한 장짜리 여행지도를 제공하는데, 지도를 펴보면 여행 코스는 대부분 경주역을 등지고 왼쪽남쪽에 몰려 있다. 대규모 왕릉에 관심이 많다면 첫 코스는 경주역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릉원천마총을 먼저 둘러보고, 이웃한 첨성대, 반월성, 계림, 안압지, 경주국립박물관을 차례로 둘러보면 된다.

4~5월이면 첨성대와 반월성 주변의 넓은 터에는 그야말로 ‘작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7~8월이 되면 경주의 결혼식 야외 촬영장소 1순위인 안압지 뒤편 동해남부선 기찻길 옆으로 연꽃이 가득 피어난다. 유채꽃과는 달리 단아하고 소박한 매력이 있어 안압지와 함께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인상적인 PC 배경화면 한 장 만들기 위해 방문하여 셔터를 누르는 곳이다.

황룡사지에서 경주국립박물관 방향을 바라보면 경주시내 한가운데를 향해 동해남부선 철길이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길이 놓인 넓은 들판 위를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은 참 아름답지만, 일제시대 일본이 경주지역의 풍수침략을 위해 일부러 경주시내를 관통하도록 철도를 설계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적소리가 조금 안타까운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경주는 ‘땅만 파면 문화재’라는 말처럼 많은 문화재가 매립되어 있어 철도 이설은 쉽지 않다.

경주시내에는 서경주역, 나원역, 동방역 같은 기차역이 있는데 그 중 가볼 만한 간이역으로는 나원역을 추천한다. 우선 역사 진입로에서 바라보는 철길의 탁 트인 모습이 시원하다.

역 앞에는 닭과 토끼가 어울려 사는 토끼동산이 있는데, 많을 때는 100마리 넘는 토끼가 이곳에서 살았다. 직접 목격했음! @.@

코스2: 보문관광단지와 불국사역
불국사역 → 불국사 → 보문관광단지 자전거관광 → 경주역

불국사역은 목조에 기와를 얹은 외형이 깔끔하고 특이한 곳으로, 1930년대 중반에 지어져 70년이 넘는 기간을 한 자리에 서 있었다. 전국 관광지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던 불국사나 석굴암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고, 경주역과 쌍벽을 이루던 불국사역의 지위도 이제는 사람들이 그런 역명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 만큼 작아졌다.

지금은 믿기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1930년대 중반까지는 대구에서 경주를 지나 불국사까지 달리던 철길이 현재 궤도의 절반 크기인 762㎜ 협궤철도였고, 지금도 모량역 주변에는 그때의 흔적인 협궤철교 교각이 발견되고 있다.

1939년에 만들어진 모량역은 봄, 가을이 아름답다. 봄에는 역 앞 광장에 벚꽃과 개나리가 피고, 가을에는 역 구내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아름답다. 하지만 2008년부터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 역사로 바뀌면서 창문이 판자 등으로 가로막혀 조금은 답답한 모습으로 변했다.

동대구 → 경주 방향으로 건천역 진입 전 오른편 창밖을 보고 있으면 산세가 아름다우며 굴곡이 무척 특이한 풍경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여성의 중요 부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여근곡女根谷이다. 건천에서 경주 진입 전까지의 풍경은 전반적으로 평지를 달리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1박2일 정도 일정을 잡았다면 경주~포항을 연계하여 하루는 경주 문화관광, 하루는 동해바다구룡포, 감포, 포항시내 앞바다, 칠포해변를 보고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는 해변여행의 연계도 고려해보자.

비슷한 빵이 많지만, 황남빵은 하나뿐이다. 원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빵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경주빵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황남빵만이 가지는 특별한 맛이 있다.

낮에는 물과 산이 숨 쉬는 자연과 함께
밤에는 도시의 불빛 대신 별빛이 비치는 그곳,
하루쯤 쉬어갈 수 있는 산 속 간이역, 문경선 불정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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