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철길 하면 소백산맥과 죽령터널을 빠뜨릴 수 없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잇는 죽령터널의 길이는 4.6㎞로, 길이 16.2㎞짜리 솔안터널이 뚫리기 전까지는 일반 철도터널 중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할 만큼 지형이 험하다.

신탄리역은 처음부터 끝이 아니었다. 6.25 이후 신탄리역 북쪽 구간의 철도 운행이 중단되면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팻말과 함께 더는 달릴 수 없게 된 철길이 되었다. 원산까지는 131.7㎞로 철길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원산까지 철길을 통한 관광이 가능해진다면 새마을호를 타고 1시간이면 다다를 수 있는 길이다.

영동선 철도의 종착역은 강릉역이다. 그런데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종착역은 강릉이 아닌 ‘경포대역’이었다. 예전 사진과 지도를 보면 철도는 강릉시내를 관통하여 경포호와 경포대 해수욕장 사이를 빠져나갔고, 현재의 경포대 백사장 위에 열차가 정차했었다. 물론 그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동해북부선 철도가 양양역을 지나 원산까지 연결될 수도 있었다.

길이 441.7㎞로 서울에서 출발하여 멈추지 않을 것처럼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하는 곳이 바로 부산역이다. 열차는 부산역에서 멈춰 서지만, 부산역 구내에서 보면 끝없이 이어져 있거나 바다로 퐁당 빠져버릴 것 같은 철길의 마지막 끝 지점은 어디일까?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서도 끝없이 달릴 것 같던 열차가 부산역을 코앞에 두고 긴장감이 절정에 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확한 끝 지점을 알고 나면 긴장감은 줄어들 것이다.

부산역에서 한참을 더 달려 마침내 철길이 끝나는 곳은 부산세관 앞,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 진입 직전 8차선 자동차도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말 기차가 제동기능을 잃고 계속해서 달리더라도 바다로 빠질 일은 없으니 안심하자.

경춘선 평내역
2006년 8월 31일에 선로 이설과 함께 역사도 철거되었다. 지금은 평내호평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인근 대형마트 가까운 곳에 미래 지향적인 감각과 시원한 크기로 새로 지어졌다. 통나무 벤치가 인상적이었던 간이역이다.

호남선 신흥리역
신흥리역은 역사 자체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특징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남 장성지방의 상징인 홍길동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현재는 벽화는 물론이고 역사까지 철거되어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전라선 오류역
전라선의 개량으로 선로가 고가 위로 이설되면서 오류역도 그 기능을 다했고, 얼마 못 가서 철거되었다.

경원선 동안역
지금은 동두천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역사도 크게 새로 만들어졌지만, 불과 2005년까지만 해도 작고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로교통이 발달했다고 해도 여전히 철도교통이 우세한 곳이 있다. 이런 곳들의 공통점이라면 기차 타기가 차를 타고 다니기보다 수월하다는 점,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을 만큼 오지라는 점,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전국에 그런 간이역이 몇 곳 있다.

영동선 양원역
영동선의 양원역이 한참 먼저 만들어졌다. 교통이 불편하여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는 이곳에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간이역을 만들었다. 지금도 기차가 하루 2차례 정차하고 있어 간이역을 순례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성지聖地 같은 곳이다.

양원역의 바로 북쪽에는 승부역이 있는데 양원역과 함께 차로 가기 힘든 역사로 손꼽히며, 겨울철에는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질 만큼 깊은 산 속에 있다. 특히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는 영동선에서도 하이라이트라 할 만큼 터널도 많고 자동차도로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험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환상선 눈꽃순환열차나 영동선 기차여행을 할 때는 꼭 승부역과 이웃한 양원역도 관심 있게 봐줄 필요가 있다.

태백선 자미원역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속한 자미원紫味院은 역원제 시절부터 교통이 험준하여 ‘스스로自 먹고味 자는 곳院’이라는 뜻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지명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여전히 자동차 교통이 불편한 곳이다 보니 한자 뜻에 상관없이 무언가 깊은 사연을 가진 마을처럼 고요하면서도 특별한 멋이 있다.

중앙선 매곡역
마을 주민들을 위해 지금도 왕복 5회가량 열차가 정차할 만큼 철도교통이 도로에 비해 우세한 곳이다. 인근 구둔역과 함께 서울에서 많이 멀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나무그늘과 간이벤치 몇 개, 역 구내에서 보이는 한적한 풍경이 간이역의 정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을 만하다.

구장항선 선장역
2008년 장항선이 현재의 선로로 이설되기 전까지는 무궁화호가 하루 8회 정차할 만큼 이용객이 적지 않은 간이역이었다. 역에 내려 도보로 10분이면 도고온천장에 도착할 수 있고 주위 풍경 사진을 찍고자 기차를 타는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 서생역
서생역 S라인은 철도를 주제로 한 사진 공모전에도 자주 등장하는 곡선이 아름다운 간이역이다.

구군산선 임피역
과거의 군산선과 장항선이 금강하구둑에서 이어지면서 군산선 임피역은 근 100년 만에 소속을 장항선으로 바꿨다. 군산선에 통근열차가 다니던 시절에는 하루 10회 이상 기차가 서기도 했고, 근처 호원대학교 학생들이 통근열차를 통학 목적으로 많이 이용해왔다. 하지만 버스교통이 발달하면서 역무원도 철수하고, 지금은 역 입구가 폐쇄된 채 그냥 ‘남겨진’ 등록문화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용산선 서강역, 광주선 극락강역, 경춘선 백양리역처럼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높고 아름다운 간이역이 많이 있다. 이미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가 된 간이역들은 지자체의 노력과 관련 철도기관 등의 노력으로 그 보전 방법과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간이역도 구경하고 등록문화재도 공짜로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간이역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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