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역의 매력은 역시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역에 내려 도보로 1분이면 넓고 푸른 백사장과 동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 어쩐지 송정역은 부산의 정동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 위치한 정자인 송일정에서 느끼는 바닷바람이 왠지 백사장에서 느끼는 바람보다 조금 더 시원한 느낌이다. 바다에 좀 더 가까이 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떤가, 느낌이 중요할 뿐.

송정역은 등록문화재 제302호로 지정되어 앞으로도 그 원형을 유지하게 되었다.

송정역사松亭驛舍와 창고, 4,868m² 대지, 역사를 중심으로 좌우 철길 150m 등이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동해남부선이 이설된 후에도 그원형 그대로 바다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송정~해운대 바닷길 구간급격한 곡선을 따라 호랑이의 엉덩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으로, 바다가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바다철길 구간 5분을 놓치지 말고즐겁게 감상하자.

주의: 송정-해운대 철길은 아름답지만 열차 운행 횟수도 많고 인명사고가 많이 나는 곳이므로 철길을 따라 걷는 무모한 일은 제발!

문화재도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깝고 예쁜 곳이 동해남부선 좌천역이다. 가을이면 역 구내에서 너무 크게 자라버린 은행을 따는 역무원들의 손길이 분주한 곳, 플랫폼 내부의 빨간 가로등이 70년 넘은 기차역과 조금은 부조화한 듯 보이지만 깔끔한 멋을 내는 곳, 벤치에 앉아 곡선을 따라 역 구내로 진입하는 기차를 보고 있노라면 CF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인상적인 간이역이다.

송정해수욕장 근처에 먹을 만한 해장국집이 몇 있다. 그 중 종가해장국집 사장님은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딴 그랜드슬래머인 만큼 국물맛이좋은 해장국을 만들어내고 계신다.

용궁역을 출발한 열차가 개포역을 향해 서서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 뒤로 보이는 천마산 옆으로 회룡포와 내성천이 흐르고 있다.
가을이면 철길 주변이 모두 누렇게 물든다.

미포할매복국해운대에는 유명한 복국집 중 하나인 미포할매복국집은 적당한 가격에 시원한 복국물을 맛볼 수 있어 미포건널목이나 해운대 해변 끝까지 본 뒤에 들르기 좋다.

용궁역은 낭만적인 간이역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게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고도 방문할 만한 괜찮은 선택이다.

시원한 논두렁 뒤로 낮은 산이 이어지는 모습은 경북선 철도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여느 작은 시골마을의 느낌과 별다를 것 없으며, 용궁의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

문득 떠오른 그리운 얼굴 있어
철길 따라 더듬어보는 아련한 추억
한 장의 엽서에 내 마음 띄운다.
- 점촌역 우체통에서

역전에서 만나는 따끈따끈한 박달식당 순대국밥은 용궁역과 회룡포 여행의 ‘기본 코스‘다. 1인당 5,000원이면 순대 한 접시와 느끼함 없는 따끈한 순대국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부르기도 곤란한 ‘반구역‘, 산양은 없지만 ‘산양역, 학교 선생님 별명 같은 ‘개포‘, 뭘 가동하는지 몰라도 ‘가동역‘, 무척 저렴한 ‘백원역‘ 같은 역들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아마도 ‘용궁역‘일 것이다.

경상북도를 가로지르는 경북선이라는 철도가 있다. 무궁화호가 하루 평균 3번 왕복하는 전형적인 ‘로컬선‘인데, 이 노선의 중간쯤 아이들을 위한 동화 속 기차역으로유명해진 점촌역과 회룡포로 유명한 용궁역이 있다.

용궁면소재지에서 2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는 군내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로 10분 정도 가면 내성천 물줄기가 휘감고 도는 회룡포 입구에 도착한다.

회룡포에 가면 너른 백사장과 공사장에서 쓰는 구멍 뚫린 강판을 이어놓은 ‘뿅뿅다리‘가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물돌이마을까지 갈 수 있다.

회룡포에서 바라보는 강물의 아름다움, 스릴 넘치는 뿅뿅다리의 추억은 드라마 <가을동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사랑 이야기를 만든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회룡대와 장안사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혼자이거나 단체로 온 사진동호인들이고, 회룡포와 뿅뿅다리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점촌역에 붙은 슬로건은 ‘신나는 동화 속 세상‘이다.

장안사는 통일신라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선사가 세운 사찰인데, 아담한 규모에 조용한 산사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장안사에서 계단을 따라 몇 분을 더 올라가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회룡대에 만들어진 정자에 앉아 도시락이나 음료수를 먹는 즐거움은 짧은 시간의 산행 치고는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매점이 근처에 없으니 음료수나 과자는 용궁역 앞 역전상회에서 구매하도록 하자.

기차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빨간 우체통이다. 라디오에 하루에 몇 장씩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고, 여행지에서 보고 싶은 사람에게 엽서 한장 남기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년에 손글씨로 된 편지 한 장 적어 보내는 일이 대단히 번거롭고 신기한 일이 되어버렸다.

추억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 엽서 한 장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역무원들의 작은 배려가 흐뭇한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곳, 바로 경북선 점촌역의 모습이다. 우체통의 절반은 10년 뒤에 열어보는 타임캡슐로 쓰면 어떨까?

점촌역 명예역장 아롱이

동화 속 세상답게 이곳의 명예역장은 강아지다. 하얀 녀석이 명예역장 아롱이, 까만 녀석이 명예부역장 다롱이인데, 평일에는 유치원에서 놀러온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바쁘다.

주평역이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직까지 완목신호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목腕木이란 나무를 가로 댄다는 뜻이며, 완목신호기란 나무를 가로 대어 만든 재래식 수동 신호기를 의미한다. 즉 손으로 신호를 바꿔가며 열차와 열차 간 신호를 지키도록 만든 시설이 아직 주평역에 있다.

점촌역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석탄자원 운송을 위해 만들어진 문경선 철길이 분기하는 역이라는 점이며, 문경선으로 가면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곳이 주평역이다. 역무원은 근무하지 않으며,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과 주흘산이 인상적인 간이역이다.

시간이 된다면 회룡포를 보고 나오는 길에 잠깐 용궁향교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조선시대 지방의 주요한 교육기관인 만큼 건축물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공부하기좋게‘ 지어져 있다. 부석사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소수서원의 분위기를 닮은 듯한 용궁향교.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곳 향교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던 수백 년 전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흥미롭다.

경북선은 전체적으로 경북지역의 비옥한 곡창지대를 지나는 노선이라 산지보다는 논밭이 이어지는 구간이 많다. 예천역을 출발, 영주역 진입 전까지 내성천을 따라강과 나란히 이어지는 철도 구간은 매우 아름답다.

용궁면에는 순대를 맛있게 만들어 파는 집이 몇 집 있는데, 박달식당은 순대 한 접시를 먹기 위해 용궁역을 찾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마니아가 형성될 만큼 유명한순대전문 식당이다. 순대 한 접시를 주문하면 머리 고기와 정통 순대가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오는데, 순대 특유의 냄새를 싫어하는 분은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이곳을 찾는 분들은 ‘정통 순대’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기차에서 내려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아도 좋고, 그냥 시내를 무작정 걸어 다녀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도시, 경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멋진 기차여행지이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잘 알려진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도시 중 하나다.

기차여행을 왔다면 경주시내나 보문관광단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니는 것이 짧은 시간에 여유 있게 많은 것을 둘러볼 수 있는 효과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경주에 왔다고 해서 비슷한 왕릉만 구경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간이역을 살짝 방문해주는 것도 여행의 흥미를 더해줄 것이다.

코스1: 경주시내 코스와 나원역
경주역 → 대릉원 → 첨성대 → 반월성 → 안압지 → 경주국립박물관 → 황룡사터 → 경주역

다만 2인용 자전거는 뒤에 탄 사람이 동력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힘들지 않고 사이좋게 다닐 수 있으니 밥 잘 먹고 체력을 비축한 뒤에 자전거를 빌리도록 한다. 간혹 동력공급 문제로 사소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경주역 관광안내소나 자전거 대여소에서 한 장짜리 여행지도를 제공하는데, 지도를 펴보면 여행 코스는 대부분 경주역을 등지고 왼쪽남쪽에 몰려 있다. 대규모 왕릉에 관심이 많다면 첫 코스는 경주역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릉원천마총을 먼저 둘러보고, 이웃한 첨성대, 반월성, 계림, 안압지, 경주국립박물관을 차례로 둘러보면 된다.

4~5월이면 첨성대와 반월성 주변의 넓은 터에는 그야말로 ‘작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7~8월이 되면 경주의 결혼식 야외 촬영장소 1순위인 안압지 뒤편 동해남부선 기찻길 옆으로 연꽃이 가득 피어난다. 유채꽃과는 달리 단아하고 소박한 매력이 있어 안압지와 함께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인상적인 PC 배경화면 한 장 만들기 위해 방문하여 셔터를 누르는 곳이다.

황룡사지에서 경주국립박물관 방향을 바라보면 경주시내 한가운데를 향해 동해남부선 철길이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길이 놓인 넓은 들판 위를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은 참 아름답지만, 일제시대 일본이 경주지역의 풍수침략을 위해 일부러 경주시내를 관통하도록 철도를 설계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적소리가 조금 안타까운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경주는 ‘땅만 파면 문화재’라는 말처럼 많은 문화재가 매립되어 있어 철도 이설은 쉽지 않다.

경주시내에는 서경주역, 나원역, 동방역 같은 기차역이 있는데 그 중 가볼 만한 간이역으로는 나원역을 추천한다. 우선 역사 진입로에서 바라보는 철길의 탁 트인 모습이 시원하다.

역 앞에는 닭과 토끼가 어울려 사는 토끼동산이 있는데, 많을 때는 100마리 넘는 토끼가 이곳에서 살았다. 직접 목격했음! @.@

코스2: 보문관광단지와 불국사역
불국사역 → 불국사 → 보문관광단지 자전거관광 → 경주역

불국사역은 목조에 기와를 얹은 외형이 깔끔하고 특이한 곳으로, 1930년대 중반에 지어져 70년이 넘는 기간을 한 자리에 서 있었다. 전국 관광지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히던 불국사나 석굴암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고, 경주역과 쌍벽을 이루던 불국사역의 지위도 이제는 사람들이 그런 역명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 만큼 작아졌다.

지금은 믿기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1930년대 중반까지는 대구에서 경주를 지나 불국사까지 달리던 철길이 현재 궤도의 절반 크기인 762㎜ 협궤철도였고, 지금도 모량역 주변에는 그때의 흔적인 협궤철교 교각이 발견되고 있다.

1939년에 만들어진 모량역은 봄, 가을이 아름답다. 봄에는 역 앞 광장에 벚꽃과 개나리가 피고, 가을에는 역 구내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아름답다. 하지만 2008년부터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무인 역사로 바뀌면서 창문이 판자 등으로 가로막혀 조금은 답답한 모습으로 변했다.

동대구 → 경주 방향으로 건천역 진입 전 오른편 창밖을 보고 있으면 산세가 아름다우며 굴곡이 무척 특이한 풍경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여성의 중요 부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여근곡女根谷이다. 건천에서 경주 진입 전까지의 풍경은 전반적으로 평지를 달리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1박2일 정도 일정을 잡았다면 경주~포항을 연계하여 하루는 경주 문화관광, 하루는 동해바다구룡포, 감포, 포항시내 앞바다, 칠포해변를 보고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는 해변여행의 연계도 고려해보자.

비슷한 빵이 많지만, 황남빵은 하나뿐이다. 원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빵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경주빵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황남빵만이 가지는 특별한 맛이 있다.

낮에는 물과 산이 숨 쉬는 자연과 함께
밤에는 도시의 불빛 대신 별빛이 비치는 그곳,
하루쯤 쉬어갈 수 있는 산 속 간이역, 문경선 불정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