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는 부엌에서 일이 바쁘면 푸성귀를 따오라며 손님들을 채소밭으로 내보낸다. 독일붓꽃, 안개꽃 등 꽃이 지천으로 핀 테라스들을 지나야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P111
2타샤의 집에 다닌 후로 여러 곳에서 차를 마셨다. 한동안은 작약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중간 테라스에서 인동덩굴과 으아리나무 밑에 앉아차를 마셨다. 등나무 줄기가 벤치를 타고 오르지만, 타샤의 정원은 너무 추워서 등나무꽃이 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동덩굴은 6월에서 9월까지 꽃을피우고, 늦여름이 되면 노란 으아리꽃이 치고 들어온다. 차를 마시기에 아늑한 자리였지만, 타샤가 찻잔 쟁반을 들고 꼬이고 엉킨 덩굴 사이를 지나기가 너무 힘들어져서, 요즘은 현관 앞자리를 선호한다. 식기실에서 편리하게 다과를 옮길 수 있는 자리니까. - P113
화분은 움직이기가 쉽고, 또 꽃을 어디나 두고 싶은 마음에타샤는 애지중지하는 꽃들을 화분에 심는다. 앉아서 차를 마실 때면 디기탈리스나다른 화려한 꽃들이 그녀 옆에서 꽃대를 곧추세운다. - P117
언젠가 비밀의 화원은 장미 천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름을 자주 풍성하게 받은 덕에 디기탈리스가 위용을 뽐낸다. - P118
타샤의 여러 정원 가운데 작약 정원만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 정원은 작약 꽃밭 두 곳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 난 잔디길을 따라가면 벤치에 이른다. 다른 정원사의 관점으로 보면 대단히 진지하게 구도를 잡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타샤의 영역이라서, 유머 감각과 패러디의 느낌까지 묻어난다. 작약은 다른 화초의 도움 없이 공간을 멋지게 이루긴 하지만, 정원의 가장자리에는 보랏빛 버베나가 피어, 드러난 발목 부분을 숨겨준다. 한쪽에서는 작약이 시들면 모습을 드러내려고 아시아 백합이 대기 중이다. - P120
타샤에게 폭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그녀는 ‘페스티바 맥시마 같은 폭탄 모양의 작약을 특히 아낀다. - P120
타샤는 어떤 꽃이든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몇 종류는 워낙 애지중지해서 그 종만의 정원이 따로 있다. 작약은 타샤의 마음을 쏙 빼앗는 꽃이고, 작약 정원은 그 매력을 증명한다. - P122
작약은 타샤의 자랑이요 기쁨이다. 한때는 작약 꽃밭 주변에 주목 울타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무가 크면서 타샤는 정원이 전화 부스처럼 보일까봐 속을 태우다가, 결국은 울타리를 없애버렸다. - P123
잡초 뽑기는 늘 해야 되는 일이고, 타샤는 직접 하겠다고 고집한다. 물망초와양귀비 같은 꽃들은 저절로 씨를 뿌리게 내버려둔다. 하지만 똑같이 번식력이 좋은 봉숭아는 뽑아서거름더미에 던진다. - P126
장미는 타샤에게 열정의 대상이기에,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곳에 유난히 향이 좋은 데이빗 오스틴‘ 교배종을 심어놓은 것도 이상할 게 없다. 타샤는 장미에 대해서라면 쉼없이 이야기한다. 장미는 그만큼 소중하다. - P129
장미는 비밀의 화원에서만 만발하지는 않는다. 어딜 가나 장미가피어 있다. 테라스 주변의 구불구불한 미로를 거닐 때, 길에 뻗은 장미나무에 긁히지 않으려면 이리저리 피해야 한다. - P131
리처드는 타샤의 로자 ‘윌리엄 배핀(영국의 해양탐험가, 제독. 타샤는 이 식물을로자 윌리엄 배핀이라고 자유롭게 부르는 모양이다. 옮긴이)에 반해서그의 정원에 옮겨 심었다. "여기서 드물게 위로 타오르며 자라는 식물이지요." 그 꽃을 좋아한다고 놀리면 그는 변명조로 그렇게 말하곤 한다. - P131
6월이면 패랭이가원을 이루며 초롱꽃을 에워싼다. 타샤의 세계 전체가 그렇듯 이 원도 순수한 환상을 안겨준다. - P132
"나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은정원 가꾸기와 신선한 염소젖이랍니다." - P137
2여러분도 짐작이 되겠지만, 타샤는 유별나게 부지런한 사람이다. 나이도 그녀의 추진력을 막지 못한다. 앉아서 유쾌하게 오래도록 수다 떠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과 자유와 층층이부채꽃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에 일거리를 들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7월이면 현관 앞에서 마법에 걸린 듯한 친지들을 앞에 두고, 테라스를 바라보는 타샤를 만나게 된다. - P138
타샤의 초지에서는 데이지가 위세를 떨치지만귀리와 노랑데이지, 말뱅이나물, 토끼풀, 나비나물, 오리새가 군데군데 피어 있다. - P140
누구나 쥐오줌풀을 좋아하진 않지만타샤는 그것이 ‘고운 허브이고 그 향이 좋아요‘ 라고말한다. 그래서 테라스 하단에 쥐오줌풀이무리지어 피어 있다. - P-1
타샤는 단지에 있는 덩굴식물은 뭐든 내력을 알고 있다. 집 옆의 파란 으아리가 뭔지 물으면 그녀는 대답한다. "아 그거요, ‘라모나지요. 재미난 노인한테 샀어요. 그 양반, 오래 전에 천국에 갔을 걸요." - P151
한여름이면 한때 원추리가 피었던 자리에 붓꽃이 피고, 현관 옆에 덩굴식물이 뒤엉켜 자란다. 라일락인 로자 ‘마담 하디와 으아리 ‘잭마니‘가 보기 좋게 엉겨 있다. - P152
당당하게 뻗은 참제비고깔을 떠받칠 때, 타샤는 흉한 막대기 대신 담에 기대게 하는 경우가 많다. 참제비고깔이 동자꽃, 작약과 함께 피어 있다. - P155
27월, 타샤의 정원은 풍성하다. 꽃송이가 풍성하고, 할 일이 넘친다. 해마다 다른 종류의 문제가 생겨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언덕 꼭대기를내리치는 천둥번개와 분투를 벌여야 되는 해도 있다. - P156
2정원사들이 8월에는 일을 슬쩍 제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을알고 있는지? 속도에 지치고 끝없는 정원 일에 지치거나, 여름의 흐드러짐에 약간 싫증이 나서 늦여름의 정원이 약간 지저분해져도 내버려두는 수가있다. 하지만 타샤는 다르다. 화초를 가꾸는 기간이 워낙 짧아서 매순간을아깝게 여긴다. 8월의 정원은 5월과 다름없이 눈부시다. - P164
수확할 때 돕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나무에서 딴나무딸기가 고스란히 식기실로 가지는 못한다. 개들도 나무딸기를 달라고 떼를 쓰고, 배불리 먹는다고 한다. - P167
타샤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기억해요. 토바가 나에게몬티첼로 산 검은 접시꽃을 나눠주기로 약속했어요. 그래도 가장 맘에 드는 종류는 이파리가 멜론빛인 종류예요." <애그웨이>에서 구입한 스위트피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 P173
스티브 데이비가 잔디를 깎아주지만타샤가 다른 사람에게 낫질을 시키지 않는 곳이 많다. 그녀는 아끼는 접시꽃 주변의 풀을 직접 깎고, 잘린 풀을 조심스럽게 갈퀴로 긁는다. - P174
타샤는 ‘임페리얼 실버‘ 백합을 유난히 좋아한다. 이 백합은 꽃송이가 크지만 2주일밖에 가지 않는다. 꽃이 많을 때는 족두리꽃, 안개꽃, 콘플라워, 야생당근과 함께 꽂는다. - P176
타샤는 엘윈 미더의 릴라이언스 복숭아의 팬이다. 특히 북쪽 정원에서 생산된 것을 좋아한다. 블루베리와는 달리 복숭아는 파이에 넣지 않는 것 같다. - P183
맛있는 식재료를 구할 목적으로만 채소밭을 가꾸는 것은 아니다. 금잔화와 딜, 양귀비. 데이지도 채소밭에서 자란다. 나팔꽃은 강낭콩 넝쿨과 뒤엉겨서 막대기를 타오른다. 서늘한 기후 때문에 키우지 못하는 채소도 있지만, 타샤는 대단한 양배추를 길러낸다. - P189
"어젯밤에는 서리가 내렸어요. 낡은 천으로 포도나무를덮어줘야 했지요." - P194
가을에 타샤의 정원을 색스럽게 하는 꽃은 사프란이다. - P195
9월, 화분을 온실에 들여놓을 때가 되면 타샤는 윈슬로를 부른다. 그 즈음이면 정원은 여름의 화려함을 맛보고, 옆바람과 햇살의 특혜를 누린 상태다. 화초를 실내로 옮기는 것은 큰일이고, 해마다 화초에 주는 거름이 점점 많아지면서, 화분을 옮기는 일도 커진다. 특히 월계수는 너무 커져서 타샤가 ‘그 총각‘ 이라고 부를 정도다. 앞에서 말했듯 타샤의 눈에는 모든 화초가 ‘아가씨‘ 이다. 튼튼한 고광나무를 말할 때도 아가씨가 온실의자리를 많이 차지하잖아요‘ 라고 말할 정도. - P198
타샤는 배가 아직 단단할 때 수확한다. "배나무의 품종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주 늦게 익어요." - P201
열매류는 타샤와 새들에게 먹거리가 된다. 매자 열매는 잼을 만드는 반면, 마가목 열매는 날개 달린 친구들의 먹이 - P203
한번은 타샤에게 가을에 견과류를 주우러 가냐고 묻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녀가 숨 쉴 새도 없이 단호하게 ‘난 견과류는 좋아하지 않아요‘ 라고 대꾸하는 바람에, 더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었다. 확실히 타샤의 정원에는견과류 나무가 없지만, 그녀는 검은 호두껍질과 히코리 (북미산 호두나무라의 나무: 옮긴이) 껍질을 염료로 쓴다고 한다. - P203
타샤는 뭐든 이용하는 재주가 있다. 가을이면 가장 붉고 큰 잎으로 단풍잎을 모아서 헛간에보관했다가, 추울 때 염소에게 먹인다. 쑥부쟁이는 모나크 나비들의 먹이가 된다. - P204
사계절 내내 타사의 차림새는 늘 비슷하다. 항상 무늬 있는 긴 팔드레스를 입는다. 몸통은 달라붙고 치마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드레스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옷을 덧입는다. 가을에는 진달래 정원 부근에 친빨랫줄에 숄, 망토, 속치마를 널어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거품을 한다. 빨간 플란넬 속치마와 검은 모 스타킹으로 옷 속을 따뜻하게 하고, 숄을 몇겹 두른다. 집안에 내려오는 예쁜 브로치로 숄이 어깨에서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한다. 계절이 깊어지면, 바깥에 일하러 가기 전에 후드 달린 망토를걸친다. 사실 망토 두른 모습은 꽤 화려하고 약간 별스러워 보인다. 그런차림새로 타샤는 밭에서 감자를 캔다. - P205
타샤는 ‘그린마운틴‘과 ‘카타딘‘ (메인주에 있는 산: 옮긴이)에서 나는 감자류를 좋아한다. 성심껏 감자밭을 일군 덕분에 매년 풍성한 수확을 한다. - P206
타샤는 언제든 대단한 꽃다발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을이면 현관에는 낙엽과 참제비고깔, 능금나무, 수국이 한 아름 꽂힌다. 해마다 이맘때면 브라마닭과코친닭이 돌아다녀도 해를 입을게 별로 없다. - P210
과일과 채소를 추수하는 한편 구근을 심는다. 매년 타샤는 심는구근의 종류를 늘린다. "겨울마다 들쥐들이 가져갈 몫도 챙겨줘야지요." 그녀는 구근을 많이 심는 것을 그런 식으로 변명한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면드라마틱한 구근식물 쇼가 펼쳐지고, 가을마다 타샤는 털옷을 껴입고 단단한삽을 들고 나가 구근을 심는다. - P214
타샤는 늘 구근을 더 많이 심는다. 특히 ‘욕심 사나운 들쥐들 몫으로 사프란을 많이 심는다. 구근 심는 시기가 되면, 겹겹이 껴입고 누빔 속치마까지 덧입는다. - P214
타샤는 늘 새를 위해 돌능금을 남긴다. 특히 능금이 발효되어 꿀술이 되면 새들은 타샤의 후한 인심을 만끽한다. 서리가 내리면 양치류 식물이 보기 좋게 얼지만, 정원에 손실을 입힌다. - P216
타샤는 난 온기가 있어야 된다고 믿어요‘ 라고말한다. 바깥 날씨가 추울수록 집은 포근하고따스하다. 그런 따스함을 위해그녀는 외눈 고양이와 함께 땔감을 줍는다. - P219
2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면서 가을이 깊어가도 타샤는 할 일이 여전히 많다. 한겨울에 꽃을 보려면 구근을 화분에 심어야 한다. 또 염소젖치즈는 세이지를 뿌리고 누른 다음 왁스를 발라서 간수해야 한다. 냉상(난방장치가 없는 프레임: 옮긴이)에 앵초 화분과 팬지 씨앗을 뿌린 판을 올려놓아야하고, ‘욕심 사나운 쥐떼‘ 를 막기 위해 모두 망으로 단단히 덮어야 한다. 한번은 타샤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년에는 제대로 된 냉상을 만들 작정이에요. <벤자민 버니 이야기> 영국의 동화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쓰고 그린 그림책 토끼들이 주인공으로 정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옮긴이)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걸로, 옆면에 단단한 벽돌을 쌓아 멋진 솜씨로 만든 냉상이지." 타샤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책들을 넘기면서, 더 훌륭한 정원사가 되기 위해 배우고 아이디어를 얻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지? - P221
계절이 깊어지면 타샤는 저녁 내내 불가에 앉아서, 흰 수선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 겨울에는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하고 옷을 입는다. 그녀의 손은 늘 분주히 움직이고, 머릿속에는 항상 꿈이 넘친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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