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쓰시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들을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방침은 여전했다. 제3자의 눈에는 단순히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하는 아버지’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역시, 그 가면인 것이다.
그 가면. 미래를 보는 ‘마력’을 숨기고 있다는 그 가면.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떠올리게 되고 마는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 아무리 해도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느낌.
……희망과 실망, 기대와 환멸, 긍정과 부정, 호기심과 혐오, 집착과 회피.
그리고…… 그러니까.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가게야마 이쓰시는 줄곧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그럭저럭 6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다. 오카야마 산속에 지은 수차관…………. 저명한 환상화가 후지누마잇세이작품을 모아놓은 저택에서 일어난, 그 처참한 살인사건. 현경 조사1과의 니무라 경부의하고는 시시야가 그 사건의 해결에 크게 도움을 준 일로 알게 되었다.
참으로 기이한 가면의 아니, 기면의 모임이라고 해야겠지.
흔히 말하는 가면무도회와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핼러윈 같은가장 파티와도 또 달랐다. 사람이 모이면 많든 적든 ‘놀이‘의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이 모임에는 그 점이 상당히 미약했다. 놀이는커녕 어쩐지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참으로 기이한 이 기면의 모임. 바깥은 여전히 철 지난 눈보라가몰아치고, 게다가 이 저택은 그나카무라세이지의……….
뭔지 모를 불길한 상상에 더해, 타고난 호기심이 좋든 싫든 부풀어 올랐다.
"말씀드리자면, 저는 옛날부터 인간의 표정이라는 것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저는 저의 이른바 ‘표정 증후군‘을 큰 약점으로 자각하고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의 자신‘이 나타나면 복이 온다고 합니다. 가훈이라기보다 이것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살다 보면 언젠간 너는 또 하나의 너를 만날 것이다. 그것을 놓치지 마라. 그것이 나타나 너와 해후하면 크나큰 길조가 될 것이며너에게 행운을 가져올 것이다‘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머릿속에 ‘도플갱어‘라는 말과 개념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이 떠오를 것이다. 도플갱어. 이중신보는 환각 현상………… 다시 말해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것.
일본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에도시대에는 그림자 병影病"이니, 그림자 앓이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병‘이니 ‘앓이‘로 불릴 정도로 그건 역시 죽음과 연관된 흉조였던 것이다.
이런 일화는 가게야마 집안의 선조 때부터 많이 있었는데 여기서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또 하나의 자신은 일정한출연상황에서 나타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여러 형태로 말이죠."
이 기묘한 모임의 목적은 이를테면 그의 ‘또 하나의 자신 찾기‘란말이로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장이라면 유도 도장?" "유도가 아니라 유술"이라고 들었습니다. 신게츠류月流라는.‘ 유도의 모태가 된 일본의 옛 무술,
이 나라 최고의 가면 수집가
이것이 첫머리 제목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모든 가면이 발산하고 있는 어슴푸레한 힘에 매혹된 것 같습니다."
본문 중에 있는 그 문구가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 동서양 모든 나라에서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가면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찾으려 했던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조문, 주술, 통과의례, 비밀결사, 제사의식, 전투, 연극, 무용····.… 하지만.
거기에 담으려 했던 공통적인 마음을 고찰해보면 그것은 ‘초월에 대한염원‘이었다. 비록 그것이 ‘죽은 자의 가면‘이든, ‘산 사람의 가면‘이든, 사람 얼굴이든, 동물 얼굴이든, 도깨비나 귀신의 얼굴일지라도.………….
"이미 들어서 아시겠지만, 여러분이 쓰고 계신 가면은 보시다시피 모두 하나씩 더 같은 것이 존재합니다. 이것역시 신기하다면신기한 이야기지요. 저의 이런 행동을 예견하고 준비하기라도 한것처럼・・・・・・
참으로 삐딱한 심리이며 뒤틀린 논리였으나 시시야도 어느 정도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젯밤에도 그 꿈을 꾼 것 같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암흑. 그곳에서 시작하는 예의 무시무시한 꿈을.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언제부터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들어 어렴풋이 느끼는 점이 없지도 않았다. 생각해내려고 해도 좀처럼 이루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먼 기억. 그 안에 잠재한, 어쩌면 이것은………….
오늘 바로 이날에. 이 밤, 이 모임에 대해. 가게야마 이쓰시는 자문했다. 나는 만났을까? ‘또 하나의 나‘와.
쓰노지마 섬의 십각관 十角館. 오카야마의 수차관 水車館. 단고 반도의 미로관 迷路館. 가마쿠라의 시계관 時計館. 그리고 흑묘관 黑猫館.
공포와 숙명은 어느 세상에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말에 날짜는 필요 없겠지.
퍼붓듯 내리는 눈, 절단된 외부와의 연락수단……… 철 지난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장‘이란 말인가.
역시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은 저승사자를 끌어들이는 곳인가? 당연히 발생해야 할 참극이 발생했을 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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