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부교쇼
에도 시대 평민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는 최고 기구로, 특히 죄인을 구속해 죄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일을 담당했다

초메
마치가 골목으로 구획되어 있을 경우 각 블록을 초메라 불렀다

"누가 좋으면 내내 같이 있고 싶어지겠죠."

"음, 그리고?"

"그 사람과 즐겁게 지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고 어려움에 빠지면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없어도 상관없고 웃는 얼굴 따위는 보고 싶지도 않고 어려움에 빠져도 나 몰라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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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이나리 신의 전령이라 해서, 여우 상은 이나리 신사의 상징과도 같다. 이나리 신사는 일본 전역에 수없이 많은데, 오지의 이나리 신은 그 두령 격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오지의 이나리 신사는 여우불이 많이 나타나기로 유명했으며, 이는 하얀 여우들이 오지의 이나리 신사에 모여 있는 그림으로 묘사되곤 했다.

"예. 한때 친밀하게 지내던 존재가 어떤 이유로든 떠나가는 일, 그걸 못 견뎌 하는 것도 결국은 욕심이라고요. 그래도 그런 욕심 없이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욕심은 있어도 괜찮은 거다, 그러므로 헤어지는 일이 싫다고 동물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짓이 아니다―."

"‘사키치가 뎃핀 나가야 시절에 오토쿠니 오쿠메니 하는 중늙은이 부인들한테 호되게 단련되었다지만 제 처한테 단련되는 일은 또 다를 것이다. 부디 잘 야단쳐 주어라.’"

궁장
푼돈을 받고 화살 열 대를 쏘게 해서 성적에 따라 경품을 주는 업소. 시중드는 여자를 두면서 점차 매춘굴처럼 변질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세 번째로, 오로쿠는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하면서 사는 하루살이 생활로 돌아갔다.

"아니, 예전에는 정말 있었겠지. 집안 후손들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도 사실일 거야. 하지만 그건 누가 귀신 시늉을 낸 거겠지. 우리 같은 멀쩡한 인간이. 귀신이니 원령이니 하는 건 아닐 거다."

기뵤시
에조시와 유사하나 성인용 읽을거리에 말풍선을 곁들인 만화풍 그림을 곁들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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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작았을 때

사는게 지치고 힘들 때면
가끔 눈을 감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던 그때가
눈물 나게 그리운 지금,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동시 한 편을 읽어보라.
그러면 내가무엇으로 괴로워했고,
무엇으로 행복해야 할지 알게 되리라.
아까와는 다른 딴 세상이 오리라.
아무것도 손에 쥔 것 없이
동무들을 찾아해 저문 골목길을 달리며
행복했던 날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리라.
방바닥에 엎드려 발을 동당거리며
동시 한 편을 또박또박 눌러 써보라.
내가 무엇으로, 세상을 살았는지
무엇으로 살아야 할지 알게 되리라. - P4

문득,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벽 창문을 열게 되리라.
그러면 창문 너머 저쪽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살아보라! 살아보라! 살아보라!
그리고 말할 것이다.
생의 저쪽을 보라.
온몸으로, 온몸이 무지개처럼
찬란했던 그런 날들이
내게 있었으니.
내가 풀씨처럼
아주 조그마했을
그때.

2016년 1월 김용택 - P5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 P16


최승호

나쁜 말을 한 펭귄이
교실 한구석에서

벌을 서고 있네요
손들어!
손이 없는데요
그럼 날개 들어!

알았습니다. 선생님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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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달이 뜰거야
전주영

오늘도 아빠는 오지 않고
나는 나비를 그려요.

나는 나비를 따라갑니다.

아빠는 말했어요.
"이런 곳에 별꽃이 피었네?
있잖아, 별꽃의 꽃말은 추억이래."

"아이스크림 사 먹은 거, 엄마한텐 비밀이야."

"가위 바위 보!"
"아이쿠, 또 졌네. 이러다가 아빠는 못 올라가겠는걸?"

"남의 집 담에다 낙서하면 못써.
근데 참 잘 그렸다. 하하!"

아빠는 말했어요.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고.

내가 지치면, 아빠가 내 손을 잡아 주었어요.
"우리 동네가 얼마나 높은지, 한번 끝까지 올라가 보자."

내가 힘들어할 땐, 아빠가 나를 업어 주었지요.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이제 내려서 걸을까?"

"다 왔다! 우리 딸 잘 걷네!"
"근데, 아빠. 날이 어두워졌어요."
내가 무서워하면,
아빠는 나를 꼭 안아 주며 말했어요.

"걱정 말아라. 곧 달이 뜰 거란다."

나는 엄마 품에서 잠이 깨어요.
오늘도 아빠는 오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아빠가 언제 오냐고 묻지 않아요.

방 안에 달빛이 가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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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른 듯하오만."

고안 선생이 말했다.

"재첩은 자양강장에 좋아 더위를 타지 않게 해 주고 된장을 풀어서 끓여 마시면 이마에 솟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헤이시로도 매일 얌전히 재첩 된장국을 마시고 콩알만 한 조갯살을 알뜰하게 파먹긴 하지만 더위에 축축 늘어지는 데는 전혀 변화가 없다. 재첩 귀신의 앙갚음으로 코끝에 조개껍질이 피어나기 전에 장어로 바꿔 주었으면 싶다.

짓토쿠
기장이 짧은 남성용 검정 상의로 주로 의사, 학자, 다인(茶人) 들이 입었다

"여름은 더운 법입니다" 하고 의원은 대답했다.

"그래야 맞춰 사는 맛이 있지요. 더울 때는 덥게 지내야 합니다. 그게 건강에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뵈니 이즈쓰 나리가 더위를 심하게 타는군요."

이건 병이 아니다, 하고 의원은 대번에 짐작했다. 원래 호리호리하던 짱구는 며칠을 굶은 탓에 더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아픈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행수는 ‘누굴 외사랑 하나?’ 하고, 부인은 ‘엄마를 그리워하나?’ 하더이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여 주는 알맞은 본보기였다오.

웅덩이 같은 작은 수로에 걸린 나무다리를 건너자 마사고로네 판자 지붕이 땡볕에 바짝 말라 허옇게 떠 보이고 구수한 가다랑어 육수 냄새가 풍겨 왔다. 짱구란 놈, 이렇게 구수한 냄새가 솔솔 나는 곳에 살면서 어찌 밥을 안 먹고 버틸 수 있을꼬, 하고 새삼 의아하게 생각하며 쪽빛으로 염색한 포렴을 바라보는데 그것이 갑자기 홱 쳐들리더니 마사고로의 부인이 밖으로 나왔다. 고개를 깊이 숙인 것이 치통이라도 앓는 듯한 얼굴이다.

혼조 후카가와는 해안 저지대를 매립한 지역이라 양질의 우물물을 얻을 수 없고 상수도 시설도 없어서 다른 지역에서 우물물이나 강물을 길어다 파는 물장수가 많았다.

이런 괘씸한 말을 하며 유미노스케가 그려 준 그림은 콧구멍이 커다란 맥 빠진 늙은 말이 여물 먹은 것이 얹혀서 축 늘어진 인상이라고 해도 좋았다.

센소지浅草寺 문전 마을
참배객이 많은 대형 신사나 사찰 앞에 참배객을 상대하는 가게들이 생기면서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마을

다만 원조인 쇼분도에서 그려 주는 초상화는 손님의 실제 얼굴보다 ‘아주 쪼끔’ 잘나게 나온다는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그 ‘아주 쪼끔’ 잘나게 그려 주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쇼분도가 고용한 슈메이라는 화공은 서른 살이 채 안 되어 경력도 그리 오래지 않아 보이는데도 손님 얼굴을 살짝 잘나게 그려 주는 절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장사란 언제 어떻게 성공할지 예측할 수가 없다.

후나야도
물가에서 낚싯배나 놀잇배를 대여하고 객실과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

자신은 임시 순시관, 말하자면 예비 인력이다. 살인 사건을 수사해 본 적이 없다. 시키는 일만 하면 그만이므로 일단은 이후네에 얼굴을 비치기만 하면 소임을 마치는 셈이다.

일 각
낮과 밤을 각각 6등분 하여 한 단위를 각이라 했다. 부정시법을 취했으므로 낮이 긴 한여름에는 일 각이 두 시간 반 전후쯤 되었다

마치아이
밀회하는 남녀, 혹은 유녀를 만나 즐기려는 남자에게 자리와 음료, 간단한 음식, 침구 따위를 제공하는 업소

요미우리
천재지변, 대화재, 강력 사건, 정사 같은 흥미로운 사건을 평민들에게 알리던 정보지. 한 매 혹은 서너 매로 구성되는 목판 인쇄물로, 거리에서 큰 소리로 내용을 소개하며 팔았다

"이런 유행은 아마 수십 년 전에도 있었을 거예요, 이모부. 사람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이 그리 많지는 않거든요. 뭐 하나가 유행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완전히 잊히고 나면 나중에 또 누가 똑같은 것을 떠올리거나 예전에 유행한 것을 누구한테 전해 듣고서 다시 살려내는 거죠.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어요. 세상 이치가 원래 그렇거든요."

별종은 별종끼리 만나게 마련이다. 그것도 세상 이치다.

부랑자 수용소
18세기 말 막부가 에도 몇 군데에 설치한 수용소로, 부랑자와 전과자에게 일을 시켜서 기술을 익히게 했다

지신반
구역 자치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현재의 파출소, 동사무소, 마을 회관을 합친 역할을 했다

크게 놀랐다.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다는 말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렷다. 먹다 남은 정어리 뼈를 미끼 삼아 낚싯줄을 던졌더니 도미가 나온 격이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겁니까."
"암.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거든."
들은 대로 해 본 말인데, 하고 보니 기분이 괜찮다.

타고난 재주는 그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래도 뭐든 밥벌이가 될 만한 재주를 타고난 자는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후만주
후로 만든 피로 팥소를 싸서 만드는 떡. 후는 밀가루에서 얻는 식물성 단백질 글루텐을 가공하여 만든 식재다

밥벌이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고, 그 일이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래도 헤이시로는 문득 생각했다. 하쿠슈도 초상화 부채를 그리며 내가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도 괜찮을까, 하고 자문한 적은 없었을까.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나간다. 그 바람에 쓰기 연습을 하던 종이가 활랑 날아오르다 다다미 위에 내려앉았다. 헤이시로는 그것을 주웠다.

‘하루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번저
에도에 두는 영주들의 저택을 번저라 한다. 혼조 후카가와 지역에 있는 번저는 주로 영주의 가족이 이용하거나 별장처럼 사용하곤 했다

후도 폭포
아라 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샤쿠지이 강에는 일곱 개 폭포가 있어 흔히 ‘오지의 칠폭’이라 했는데 후도 폭포는 그중 하나이다. 현재는 나누시 폭포만 현존하고 나머지는 모두 물이 말랐다. 후도 폭포도 1950년대에 자취를 감췄다

미나토야 소에몬
야(屋)는 가게, 또는 그 가게의 주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미나토야란 미나토 상회, 또는 상회의 주인을 가리키는 호칭. 상인들은 이 호칭을 성처럼 사용했기 때문에 상인의 집안 자체를 가리키는 호칭이 되기도 했다

그해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 낙엽을 쓸고 겨울 서릿발을 밟으며 오케이는 때때로 사키치를 떠올렸다.

교체기
하녀살이나 머슴살이는 대체로 기한부 계약 아래 일손이 교체되었는데, 일 년 계약일 경우에는 봄, 반년 계약일 경우 봄과 가을이 교체기였다

나누시
에도 평민들의 자치 조직 계층 중 하나. 지주나 관리인들을 통솔했다

나가야
에도 시대에 평민들이 모여 살던 공동 주택 형식의 건물. 이웃들끼리 교류가 잦은 구조인지라 하나의 공동체와도 같아, 고유 이름을 가진 곳도 많았다

관리인
나가야 건물 및 주민들의 생활을 관리하는 사람. 마을의 촌장과도 같은 위치라 대개 연륜 많은 노인이 맡았다

삯일꾼
에도 시대의 직인은 대부분 주인에게 고용되어 일했다. 그러나 개중에는 독립하여 여기저기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삯일꾼들이 있었다. 삯일꾼은 기술이 좋아 급료는 높지만 자기 사업으로 출세할 길은 막혀 있었다

다스키
일할 때 옷소매를 걷어 올려 고정시키기 위해 어깨에 묶는 끈

"벌레가 쑤석거리는 거예요. 미움의 벌레가. 말없이 집을 나가서는 한동안 돌아오질 않아요. 살림 차린 지가 팔 년인데 그동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 집 내외는 좋겠어요. 서로가 좋아서 가시버시가 되었잖아요. 역시 부부는 그래야 하는 거예요."

간쿠로는 오케이와 사키치에게 중신아비 같은 존재였다. 그 영리한 까마귀가 없었으면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가시버시가 되기 전에 끊겼을 것이다.

그 중신아비가 죽어 버렸다.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다.

오케이와 사키치 사이에 있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무엇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간쿠로가 죽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마치 순시관
에도 시대에 평민들이 살던 동네를 ‘마치’라고 했다. 출입구를 설치하고 내부 자치 조직이 있는 등 폐쇄적인 공동체로, 소수의 관리가 자치 조직과 함께 마치를 관리했다

그 문신. 제대로 살아왔다면 등에 그런 걸 할 리가 없다.

사루와카마치
에도 곳곳에 흩어져 있던 가부키 극장은 풍기문란과 사치 문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막부의 골칫거리였다. 19세기 중반 막부는 아사쿠사 근처에 가부키 극장들을 강제로 모아 놓고 저명한 배우의 이름을 따서 그 지역을 사루와카마치라 명명했다

다코이치
사람 모양의 연을 화재 퇴치 신으로 받드는 축제로, 구경꾼들은 대개 그 연을 구입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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