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피델 카스트로가 직접 선택한 오스왈도 살라스와 로베르토 살라스 부자의 렌즈를 통해 풍성하게 짜여진, 혁명의 주인공들과 사건이 연대기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담긴 내막을 아는 자의 섬세함과 휴머니티는카스트로와 쿠바에 관한 어떤 책도 필적할 수 없다. 1백 장이 넘는 사진들은깨끗이 면도한 얼굴로 맨해튼에서 혁명을 위해 모금을 하던 초기부터 체 게바라와 함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험준한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에서 유명한 반군을 이끌기까지의 카스트로를 따라가고 있다.

꺾이지 않는 세계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끝나지 않은 아름다운 혁명 이야기가 사진작가인 살라스  부자의 포토그라피와 함께 펼쳐진다!

로베르토 살라스의 회상은 각 사진들에 더 많은 숨은 이야기를 제공한다. 그의 회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아찔한 고산지대의 오솔길을 혁명가들과 걷게 만들기도 하고, 시가 연기로 가득찬 방 안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를 엿보게도 하며, 위기감이 흐르는 유엔 총회장으로 이끌기도 한다.

쿠바의 재발견
20세기의 지도자들 가운데 피델 카스트로만큼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현대사에서 그를 권좌에 앉힌 1959년의 쿠바혁명만큼 독특한 정열을 보여준 정치적 사건역시 흔하지 않다. - P6

여기서 우리는 피델 카스트로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깨끗이 면도한 변호사, 수염이 덥수룩한 게릴라 지도자, 가장 좋아하는 운동인 야구를 하는 모습,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 장면, 헤밍웨이와의 만남, 혁명동지인체게바라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 - P6

이 사진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이 사진들만큼이나 오래 되었지만 매우 생생한 사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아바나와 워싱턴 간의 냉전이 떠오른다. - P10

이 책은 그 정신과 아버지와 아들로서 나란히 카메라 뒤의 삶을 살았던 그들의 인생에 대한 증언이다. 로베르토는 지금도 여전히 작업을 하며 자신의 나라, 카스트로의 쿠바에서 지속되고있는 삶과 그가 보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존리 앤더슨 - P11

1959년 카스트로의 혁명이 성공한 후, ‘최고 지도자(카스트로)는 새정부의 기관지인 <혁명>지에 살라스 부자를 수석 사진기자로 임명했다. 살라스 부자는 쿠바 포토저널리즘 (1959-65)의 황금기 동안 셀 수없이 많은 유명한 사진들로 쿠바의 가장 극적인 기간을 기록했다. 오스왈드 살라스는 1992년 사망했다. 로베르토 살라스는 현재 아바나에살고 있으며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P13

혁명이란 본래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 P18

그러나 혁명에는 변하지 않는 하나의 진실이 있다. - P18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극적으로, 영구히 변화시킨다는점이다. 쿠바혁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 P18

"뉴욕에서 당신이 사업가가 아니라 단지 예술가일 뿐이라면당신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라고 로베르토 살라스는 말한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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陸史詩集 초판본 오리지날 영인본 序


陸史가 北京 獄舍에서 永眠한 지 벌써 二年이 가차워온다.
그가 世上에 남기고 간 스무여편의 詩를 모아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詩의 巧拙를 이야기함은 評家의 일이나 한평생을 걸려 쓴 詩로는 意外로 수효가 적음은 故人의 生活이 辛酸하였음을 이야기하고도 남는다.
作品이 哀切함도 그 까닭이다.
서울 下宿房에서 異域夜燈아래 이 詩를 쓰면서 그가 模索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實生活의 孤獨에서 우러나온 것은 항시 無形한 憧憬이었다.
그는 한평생 꿈을 追求한 사람이다.
詩가 世上에 묻지 않는 것은 當然한 일이다. 
다만 안타가이 空中에그린 無形한 꿈이 形態와 衣裳을 갖추기엔 故人의 목숨이 너무 짧았다.
遺作으로 發表된 「曠野」「꽃」에서 사람과 作品이 圓熟해 가는 途中에 夭折한 것이 한층 더 깨달음은 이 까닭이다.
肉身은 없어지고 그의 生涯를 彫刻한 悲哀가 맺은 몇 편의 詩가 우리의 手中에 남아 있을 뿐이나 한사람의 詩人이 살고간 痕跡을 찾기엔 이로써 足할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는 故人의 死因까지도 자세히 모르나 陸史는 저 世上에서도 分明未盡한 꿈으로 詩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幽明의 안개에 가려 우리가 그것을 듣지 못할뿐이다.

1946.8.21.
申石艸
金光均
吳章煥
李庸岳


육사가 북경 옥사에서 영면한 지 벌써 이년이 가차워온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스무여편의 시를 모아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시의 교졸를 이야기함은 평가의 일이나 한평생을 걸려 쓴 시로는 의외로 수효가 적음은 고인의 행활이 신산하였음을 이야기하고도 남는다.
작품이 애절함도 그 까닭이다
서울 하숙방에서 이역야등아래 이 시를 쓰면서 그가 모색한것은 무엇이었을까?
실생활의 고독에서 우러나온 것은 항시 무형한 동경이었다.
그는 한평생 꿈을 추구한 사람이다.
시가 세상에 묻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안타가이 공중에 그린 무형한 꿈이 형태와 의상을 갖추기엔 고인의 목숨이 너무 짧았다.
유작으로 발표된 「광야」「꽃」에서 사람과 작품이 원숙해 가는 도중에 요절한 것이 한층 더 깨달음은 이 까닭이다。
육신은 없어지고 그의 생애를 조각한 비애가 맺은 몇편의 시가 우리의 수중에 남아 있을 뿐이나 한사람의 시인이 살고간 흔적을 찾기엔 이로써 족할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는 고인의 사인까지도 자세히 모르나 육사는 저 세상에서도 분명미진한 꿈으로 시를 쓰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유명의 안개에 가려 우리가 그것을 듣지 못할뿐이다.

1946.8.21.
申石艸 신석초
金光均 김광균
吳章煥 오장환
李庸岳 이용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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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다 마시고 슬슬 일어설 즈음에 그는 남몰래 털어놓듯이 말했다. "다니무라 씨, 내가 지금 가장 두려운 건, 그리고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건, 내 안에 있는 일종의 분노예요."

강제수용소. 그렇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정확한 예견을 했던 것이다. 나는 대체 무엇인가, 요즘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죄송합니다. 한심한 꼴을 보여드렸네요."
누군가를 위해 우는 것은 한심한 일이 아니라고나는 말했다. 특히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고토 청년은 내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조금은 마음이 풀립니다."

모든 여자는 거짓말을 하기 위한 특별한 독립기관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 는 것이 도카이의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하바라와 성교할 때마다 그녀는 흥미롭고 신기한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천일야화』의 왕비 셰에라자드처럼. 물론 그 이야기에서와는 달리 하바라는 날이 밝으면 그녀를 참수하겠다는 생각 같은 건털끝만큼도 없다(애초에 그녀가 아침까지 그의 곁에머물렀던 적도 없었다).

유능한 주부인 듯 그 과정 내내 무척 능숙했고 불필요한 동작이 없었다. 일을 끝낼 때까지는 거의 말도 하지 않고시종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작업을 마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에 실려가듯 두 사람은 자연스레 침실로 이동했다. 셰에라자드는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옷을 벗고 하바라와 함께 침대에 올랐다.
두 사람은 거의 말하는 법 없이 서로를 안고, 마치 주어진 과제를 협력하여 해치우듯이 일련의 절차를밟으며 섹스를 했다. 생리중이면 그녀가 손을 써서 목적을 달성했다. 그 능숙하고도 조금은 사무적인손놀림은 그녀가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전생에 칠성장어였어." 언젠가 셰에라자드는 침대에서 말했다.

"로마 시대에는 사방에 칠성장어양식장이 있었다. 말 안 듣는 건방진 노예들이 산 채로 그곳에 내던져져서 칠성장어의 먹잇감이 되었다던데."

칠성장어는 매우 칠성장어다운 생각을 해

현관문은 물론 잠겨 있었다. 셰에라자드는 시험 삼아 현관 매트 밑을 뒤져보았다. 열쇠는 그곳에 있었다. 평화로운 지방도시 주택가에는 범죄 같은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단속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열쇠를 깜빡 잊고 나간 가족을 위해 현관 매트나 근처 화분 아래 열쇠를 감춰두는 일이 많다.

이상하게도 헤어진 아내나 그녀와 동침한 옛 동료에 대한 분노와 원망은 일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큰 충격을 받았고 한동안 제대로 뭔가를 생각할 수없는 상태가 이어졌지만, 이윽고 ‘뭐 어쩔 수 없는일이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이런 날을맞닥뜨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아무런성취도, 아무런 생산도 없는 인생이다.

어쩌면 그 고양이가 행운을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조금씩이나마 ‘기도‘에 손님이 들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미리 동작의 순서를매긴다. 상대가 채 준비하기 전에 잽싸게 때려눕힌다. 상대가 쓰러지면 망설임 없이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그대로 사라진다. 아마추어에게 승산은 없다.

인간이 품는 감정 중 질투심과 자존심만큼 골치 아픈 것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기노는 왜 그런지그 양쪽 모두에서 심심찮게 곤욕을 치러왔다.

"당신과 잘 지낼 수 있는 여자가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렇게 찾기 어렵진 않을 거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어서 못할 짓을 해버렸어.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우리 사이는 처음부터 잘못끼운 단추 같았어. 당신은 좀더 평범하게 행복해질수 있는 사람이야."

잘못 끼운 단추, 기노는 생각했다.

"그래도 뱀은 무척 지혜로운 동물이야." 이모는 말했다.  "고대신화에서 뱀은 곧잘 사람을 안내하는역할로 나와 신기하게 전 세계 어떤 신화에서나 공통되는 점이야. 다만 그것이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는 직접 목적지까지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 아니, 대부분의 경우 선한 것이면서 동시에 악한것이기도 해."

가미타는 말했다. "기노 씨는 제 스스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잘 알아요.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경우도 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그런 공백을 샛길처럼 이용하는 자도 있어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눈을 떴을 때, 그는 침대 위에서 그레고르 잠자로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봐요, 나한테도 분명히 가슴 두 짝이 달려 있고, 그걸 브래지어로 잘 고정해줄 필요도 있어요. 무슨 젖소도 아니고, 덜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싶진 않다고요."

"등이 앞으로 굽었으니까 뒤에서 넣기에 딱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가씨가 말했다. "그런 변태 같생각을 하는 인간이 세상에 꽤 많더라니까. 그리고 그런 놈들은 나 같은 여자는 금세 대줄 거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마음대로 되진 않을걸."

"아까도 말했지만, 원래는 아버지나 오빠가 오기로 했었어요." 아가씨는 현관 앞에서 말했다. "하지만 온 시내에 총을 든 병사들이 우글거리고, 곳곳에 엄청 큰 탱크가 진을 치고 있어요. 다리마다 검문소가 생겼고 수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다니까요. 그래서 우리집 남자들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어요. 일단 끌려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정말이지 위험해요. 그래서 내가 대신 온 거예요. 나혼자 걸어서 프라하 거리를 가로질러 왔죠. 나한테는 분명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거래요. 가끔은 나 같은 여자도 써먹을 데가 있어요."

"뭐, 그건 됐어요. 신은 분명 며칠 전에 프라하를 떠난 모양이에요. 다른 중요한 볼일이라도 이나보죠. 그러니 신에 대해서는 잊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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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결혼생활 동안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럴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딱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이따금 다른 남자와 잤다. 가후쿠가 아는 한, 상대는 모두 네 명이었다. 최소한 정기적으로 성적인 관계를 가졌던 남자가 네 명이었다는얘기다. 

물론 아내는 그런 얘기를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겼다는 것을 그는 금세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나면 다양한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열성적으로 나누었고 서로를 신뢰하고자 노력했다. 우리부부는 정신적으로나 성적으로나 잘 맞는 편이라고그는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도 그들을 사이좋은 이상적인 커플로 인정해주었다.

그런데도 왜 다른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했는지,
아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이유를 마음먹고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는 자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삶의 자세였다. 설령 아무리 극심한 고통이 닥친다 해도 나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을통해서만 인간은 강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상상보다 더 괴로운 것은, 아내가 품고 있는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안다는 걸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었다.

연기를 하면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끝나면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지. 그게 좋았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른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하지만 결국 나는 그녀를 잃었어. 살아 있을 때부터 조금씩 잃다가 결국에는 모조리 잃고 말았어. 침식으로 깎여가던 것이 마침내 큰 파도에 송두리째뽑혀나가는 것처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가후쿠는 말했다. "내가그녀를-적어도 중요한 일부를ㅡ진정으로 이해하지못했다는 거야. 그리고 그녀가 죽어버린 지금, 그건아마도 영원히 이해되지 못한 채 끝나겠지. 깊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작고 단단한 금고처럼. 그 생각을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명줄 줄이는 짓이야." 가후쿠가 말했다.
"사는 것 자체가 명줄 줄이는 거잖아요." 미사키가 말했다.

"하지만 부인이 왜 그 사람과 섹스를 했는지, 왜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었는지, 가후쿠 씨는 아직 모르는 거죠?"

"그건 병 같은 거예요, 가후쿠씨. 생각한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죠.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고 간 것도, 엄마가 나를 죽어라 들볶았던 것도, 모두 병이한 짓이에요.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봤자 별거 안 나와요. 혼자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꿀꺽 삼키고 그냥살아가는 수밖에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 가후쿠가 말했다.

"잠깐 잘게." 가후쿠는 말했다.
미사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말없이 운전을 계속했다. 가후쿠는 그 침묵에 감사했다.

내가 아는 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에 일본어로(그것도 간사이 사투리로) 가사를 붙인 인간은 기타루 한 사람밖에 없다. 그는 목욕할 때면 곧잘 큰소리로 그 노래를 불렀다.

어제는/내일의 그저께고
그저께의 내일이라네

옵라디 옵라다
비틀스의 노래 제목. 나이지리아 부족의 말로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무가 늠름하게 자라나려면 혹독한 겨울을 통과해야 하는 것처럼. 항상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에서나이테도 안 생기겠지."

"시간의 속도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어긋날 수도있어." 나는 말했다.

"뭐랄까, 좀더 다른 무언가를찾아보고 싶다는, 좀더 많은 것들을 접해보고 싶다는 강한 바람도 있어. 호기심이랄까, 탐구심이랄까,
가능성이랄까. 그것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서억누르려 해도 채 억눌러지지가 않아."

"키스 같은 거 했냐?"
"할 리가 있냐." 나는 말했다.
"했어도 화 안 내." 그는 말했다.
"아무튼 안 했어."
"손도 안 잡았어?"
"손도 안 잡았어."
"그러면 뭘 했냐?"

"구리야 에리카의 팬티에 손을 넣고 싶지 않다면 안  넣으면 돼. 네 인생이야.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다른 누구한테도 신경쓸거 없어."

기타루는 감탄한 듯 입을 반쯤 벌리고 내 얼굴을찬찬히 바라보았다. "야, 다니무라. 넌 정말로 좋은놈이다. 가끔 좀 지나치게 일반적인 데가 있긴 하다만."

우리는 누구나 끝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가만있었다. 좀 있어 보이는 말을 너무 자주 하는 것도 내가 가진 문제점 중 하나다.

덴버에서 (혹은 어딘가 또다른 먼 도시에서) 기타루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나는 기도한다. 행복하다고까지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오늘 하루를 부족함없이, 건강하게 보내기를. 내일 우리가 어떤 꿈을 꿀지, 그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니까.

내적인 굴곡이나 고뇌가 너무도 부족한 탓에, 그몫만큼 놀랍도록 기교적인 인생을 걷게 되는 부류의사람들이 있다. 그 수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우연한기회에 눈에 띄곤 한다. 도카이 의사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예전에 다정하게 애무했던 멋진 젖꼭지로 지금쯤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카이는 그건 그것대로 기쁘게 생각했다.

한편 부모들의 머릿속에는 아이를 명문학교에 보낼 생각뿐이라 노상 학교 성적에 안달복달했고,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느라 부부간에 말다툼도 끊이지 않는 듯 했다.

"신사는 자기가 낸 세금 액수, 그리고 같이 잔 여자에 대해 말을 아끼는 법이죠."언젠가 그는 내게말했다.

"그거 누가 한 말이죠?" 나는 물었다.
"내가 지어낸 말이에요." 도카이는 표정을 바꾸지않고 말했다. "물론 세금 이야기는 가끔 세무사와 자세히 나눠야 하지만."

여자들과의 약속이 자칫 겹치지 않도록 솜씨 좋게교통정리도 해주었다. 도카이가 현재 만나는 여자들한 사람 한 사람의 월경주기까지 - 선뜻 믿기 어려운얘기지만-대충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무리하게 서두르지 말 것,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말 것, 꼭거짓말을 해야 할 때는 되도록 단순한 거짓말을 할것, 그 세가지가 조언의 요점이었다(대체로 갈매기에게 하늘 나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지만, 일단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뜻에서).

"여자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요. 이를테면 어떤 남자가 문을 열었는데 안에서 여자가 알몸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에요. 그때 ‘실례했습니다. 마담‘이라고 말하고 얼른 문을 닫는 게 예의바른사람입니다. 반면 ‘실례했습니다, 무슈‘라고 말하고얼른 문을 닫는 게 재치 있는 사람이죠.‘

지금껏 금전적인 고생이라고는 거의 해보지 않은 인간이 대부분 그렇듯 도카이 의사도 기본적으로 자기자신밖에 생각할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앞서 말했듯이 즐겁고 흥미롭게 대화할 수 있는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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