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들은 손에 잡히는 진짜를 다루게 된다. 키보드와 스크린뿐만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 그리고 곰팡이 같은 근본적인 무언가를 접하는 것이다. 이들은 물과 불, 흙과 공기 같은 태곳적 원소들과 함께 일하며, 이들을 이용해ㅡ이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ㅡ최상의 맛의 조합을 이루어내는 것이다.-머리말 13쪽
우리 사회는 우리에게 적은 역할마을 할당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한 가지만 생산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수많은 상품들을 소비하며, 1년에 한두 번쯤은 투표라는 시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사실상 우리는 모든 욕구와 욕망을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있다. 식사는 식품산업에, 건강은 의료인에게, 오락은 할리우드와 미디어 업계에, 정신건강은 테라피스트나 제약회사에, 자연을 돌보는 일은 환경운동가에게, 정치는 정치인에게.....등등. 이런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머지않아 우리는 스스로 뭔가ㅡ뭐든지, 그러니까 ‘생계유지’를 제외한 모든 일ㅡ를 할 생각조차 못 하게 될 것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우리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거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머리말 30쪽
복잡한 경제에서 분업의 한 가지 문제점은 일상의 행위와 결과의 연결고리, 책임의 한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전문화로 인해 우리는 새로 산 컴퓨터 화면을 밝혀주는 화력발전소의 쓰레기나 내가 먹는 시리얼에 들어갈 딸기를 따는 데 드는 고된 노동, 또는 내가 먹는 베이컨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살다 죽어간 돼지의 고통을 쉽게 잊는다. 또한 지구 반대편의 이름 모를 전문가들이 우리를 위해 하는 모든 일들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끗이 잊어버린다.-머리말 31쪽
요리는 동식물을 변형시키는 심보가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 역시 요리로 인해 단순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한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생산 쪽으로 조금만 비중을 옮기기만 해도 예상 밖의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 이 책은 미미하나마 우리 삶에서 생산과 소비의 비율을 변화시키자고 권유한다.-머리말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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