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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 2012년 6월
평점 :
저자: 팀 파크스(1954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팀 파크스는 1980년 이탈리아로 영구 이주했다. ....)
옮긴이: 정영목(...《로드》,《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에브리맨》,《킬리만자로의 눈》,《서재 결혼시키기》,《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여행의 기술》,《불안》등)
출판사: 백년후(내가 읽은 백년후 출판사 책:『사계절 갈라 메뉴 303』,『천연 발효 빵』,『인디 커피 교과서』 그외:『음식과 요리』,『마유미의 캐크로비오틱 키친』,『유기농 선언』,『몸을 살리는 자연식 밥상 365』,『당신은 살 수 있습니다』,『청춘은 안녕하다』,)
책을 읽을 때 아니 읽을 책을 고를 때 제일 먼저 보는 건 제목과 표지다.
그 다음으로 저자와 번역서라면 번역자, 그리고 출판사를 본다.
그리고 거기서 결정이 안나면 목차를 보고
거기서도 결정이 안나면 머리말까지 자세히 읽어본다.
특이한 제목과 표지로 단번에 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 있다.
제목은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한 손엔 보라색 구슬(본문에 인용된 〈세비야의 물장수〉라는 그림과 연관짓자면 이 보라색 구슬은 다름 아닌 무화과 열매일 것이다.)이 든 유리컵, 다른 한 손엔 책을 들고 코를 박은채 읽기에 열중한듯 보이는 한 남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채로 공중부양하고 있는, '이건 대체 무슨 시츄이에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만화같은 표지를 본 나는 이미 책을 읽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표지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이 사람이 공중부양한 채 읽기에 열중한 곳은 강물 위다. 강물 한쪽에 난데없이 수도꼭지ㅡ그것도 물이 콸콸 나오는ㅡ가 나온다. 맑은 날 파란 하늘, 하늘엔 흰구름이 떠 가고 강물엔 유람선이 흐르고,는 아니지만 아무튼, 강물도 삐죽 삐죽 보이는 바위에 부딪히며 역동적으로 흘려가고, 그림엔 보이지 않지만 이런 정도 야외라면 온갖 새 소리 벌레 울음 소리 바람 소리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올것만 같다. 이런 환경에서 책읽기에 열중한 남자라... 으으 정말 궁금해 미치겠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말이다.
이 남자가 읽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인지 알면 답도 쉽게 나오겠지.
본문에 나온다. 이것이다.
『A Headache in the Pelvis(골반의 두통)』, 의사가(의사들이) 쓴 책.
아하, 이런 책을 저토록 열중해서 읽고 있는 것을 보니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를 쓴 사람이 어디가 아픈가 보다. 골반에 문제가 있나? 아니면 머리에? 가만.. 그건 그렇고 골반의 두통? 두통은 머리가 아픈거잖아. 근데 골반의 두통이라니. 어이쿠야. '가만히 앉아 있는 법'도 모자라서 이젠 '골반의 두통'까지 알아봐야 되는건가? 나 참..
실은 고맙다.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해 주는 책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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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다.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서 잠들기 전까지, 그리고 다음 날 오후에 잠깐 더.
이틀 걸린 셈이다. 만약에 휴일 아침에 읽기 시작했다면 아마 하루만에 다 읽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있다.
다 읽었는데, 다 읽은 책에 대해서 말하자니 이상하게 내 이야기를 하게될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하자니 너무 길어질것 같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따로 묶어 다른 데다 쓰기로 한다.
자 그럼 무슨 이야기를...? 음..
책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 유명 작가의 전립선비대증 투병기?
- 통증 극복기?
- 명상 입문기?
모르겠다. 정말.
출판전문가들도 이 책을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몰라서 애를 먹었다.
그런 책을 내가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저자 팀 파크스. 그가 한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작가가 괜히 작가겠냐고. 괜히 유명한 작가겠냔 말이지. ㅎㅎ)
"다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걸 어느 범주에 넣으면 좋겠습니까?" 출판사에서 묻는다. "건강, 심리, 뉴에이지, 전기, 비평ㅡ어디죠?" 나의 즉각적인 반응은 분노다. 바로 그 문제에 관해 내가 지금까지 써온 것 아닌가! 환원주의, 낙인을 찍는 것에 관해서.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사물을 범주로 나누어 놓지 않으면 우리가 찾는 것을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확실하다.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다 적어도 책을 읽을 때 최고의 경험은 자신이 찾던 것을 찾을 때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것이 나를 찾아내고, 나의 허를 찔러, 나의 취향을 새로운 영토로 옮겨갈 때라는 생각이 든다. "실화 쪽에 넣으시지요." 나는 출판사에 그렇게 말한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아우르는 것은 이야기뿐이니까.(14p.)
그렇다. 이 책은 '실화'다.
여기까지 허접한 나의 리뷰를 읽어오신 분이라면 이 책에 관심이 있는 분일테고 그렇다면 분명히 팀 파크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곧장 원작자의 이야기를 원작자로부터 직접 들으시면 될것을 여기까지 돌아오신 셈이라 안타까움마저 일어난다. 다른 분의 리뷰는 읽지 마시고 이제 그만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를!!!
참고로, 나는 여자라 전립선 문제가 생길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립선 문제로 고통받은 저자가 그것이 어떻게 왔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느꼈고 어떻게 생각했고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을 아주 흥미롭게 재미있게 끝까지 읽었고, 심지어 '이렇게까지 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해마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