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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적 같은 일 - 바닷가 새 터를 만나고 사람의 마음으로 집을 짓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송성영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6월
평점 :
누군가 그랬습니다. 빚 내지 말고 지원금 받아 마을 도서관 형식으로 지으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똥배짱 하나로 겁 없이 살아왔듯, 그냥 이런저런 간섭받지 않고 힘닿는 대로 짓고 싶었습니다. 뭔가 지원받게 되면 그만큼 간섭이 따르고 책임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면 흥에 겨워 시작한 일이 나중에는 지루하고 재미없어질 것입니다.(229p. _비우니까 채워진 '사랑방 도서관')
♪바닷가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
엄마, 아빠, 큰 아들, 작은 아들. 네 식구가 낯선 땅에 집 짓고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바닷가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 사는 어릴 적 내 친구~' 노래 「영일만 친구」를 꿈꾸고 있는 저라서, 이런 책을 보면 꼭 읽어봅니다. 사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출판사 책소개 글에서 본 '5000만 원으로 땅 사고 집 짓기… 지리산 좋은 터도 마다하고 전남 고흥까지 간 까닭'이라는 문구 때문입니다. '5000만 원으로 땅 사고 집도 지었다'는 말에 끌린 것이지요.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요. 이 책은 그저 '욕심 버리고 시골 가서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슬만 먹고 사는 신선처럼 그렇게 도 닦듯 사는 삶'에 대한 이야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를 실천해가는 피터지고 속터지는 처절한 이야기 입니다. '넓은 길' 마다하고 '좁은 길'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였던 것입니다.
생각도 나고 눈물도 나고
최고의 요리사가 유기농 재료만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차린 한 상을 받아 꼭꼭 씹어 먹는 느낌입니다. 감동입니다. 엄마 생각도 나고 아빠 생각도 나고 어릴적 뛰어놀던 뒷동산 생각도 납니다. 이상하지요. 울컥 울컥 눈물도 납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저를 이렇게 감동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를 이렇게 울컥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 첫부분에서 너무 유별나게 혼자서만 독야청청하는 사람인것 같다고 오해했던 점, 미안합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돈 좀 모으면 바닷가에 가서 작은 집 짓고 살겠다고 하면 친구가 장난 섞어 꼭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20대 때 같이 읽었던 책 제목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힘들어도 가족들 곁에서, 친구들 곁에서 볶닥거리고 사는 게 사는 거지,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 가서 집만 지으면 그냥 살아진다디? 그게 어디 사는거디? 도 닦는 거지." 걱정 반, 핀잔 반 섞은 소리도 합니다. 그런 소릴 들으면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가 직접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삶을 '아직' 살지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어떤 답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책 속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지은이와 지은이 가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지 내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말문은 막혀있지만, 책을 읽은 덕분에 생각 길은 열렸습니다. 만만치는 않겠지만 길은 있겠구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고 '용기'구나 싶습니다. '살아지는대로 생각하기' 대신 '생각하는대로 살아가기' 위하여, 아자아~!!!!
"혼자서 재미있게 잘 살았네요."
언젠가 한 진보 단체의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 네 식구가 그동안 적게 벌어 잘 먹고, 잘 싸워가며, 잘 살아온 얘기를 늘어놨더니 누군가 제게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 부조리한 세상을 등지고 시골에서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껴 살면서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당한 말씀이었습니다. 맞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와 접근 방법이 달랐습니다.(224p. _비우니까 채워진 '사랑방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