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쟁이 며느리 옛이야기 그림책 6
신세정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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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자가 있는디 참 고와。
아주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지。
근디 이 처자가 말여、 방귀를 참말로 잘 뀌어。

사흘마다 한 번씩 시원하게 뀌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지。
하지만 이건 비밀이여、비밀。

근디 이웃 마을 부잣집 외아들이랑 혼담이 오가더니
이 처자가 그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네。

시집을 가고 보니 어른들 앞에서는 신랑 곁에서는
방귀를 뀔 수가 있나。
참고 참고 또 참다 보니
갈수록 얼굴이 누렇게 변해 가지고는
그 뽀얗게 곱던 얼굴은 간데없고
누런 메줏덩이가 되었네 그려。

『우리 며늘아기가、 뭔 음식을 잘못 먹었는가、뭔 병이 들었는가。
얼굴이 누우런 것이 영 거시기허구나。』
시아버지가 걱정이 되어서 한 번 묻고、
며느리는 할 수 없이 말을 해 줬지。
『아、그런 것이 아니라.......』
『그려、그런 것이 아니라、뭣이냐?』
『방귀를 못 뀌어서 그라요。』
『뭣이라? 다른 것 없이、
방귀를 못 뀌어서 그라는구나。에헴!』

『방귀를 참으면 쓰간디? 뀌어라, 뀌어。』
『그라면 방귀를 뀔라니께,
아버님은 가마솥 저놈을 꽉 붙잡고
어머님은 저기 문고리 꽉 붙잡고
서방님도 아무거나 꽉 붙잡고 계시오. 잉!』
그렇게 시켜 놓고 몇 발짝 물러나서 방귀를 뀌는디,

어찌나 세게 뀌어 대는지
문고리 잡은 시어머니 펄럭펄럭 정신 못 차리고,
가마솥 잡은 시아버지 핑그르르 방귀 바람에
어디로 간지도 모르게 날아가 버리고
서방님도 영 정신을 못 차려。
『아이고, 야야! 고만 뀌어라, 고만 뀌어라。』
『이제 시작인디...... 뀌는 김에 조금만 더.......。』

뿡, 뽕, 빵

『고만 뀌어라, 고만 뀌어라아!』

그레야 겨우 방귀를 멈추니
펄럭이던 시어머니는 문고리 놓고 탁 떨어져 버리고,
날아갔던 시아버지는 가마솥 짊어지고 닷새만인지,
엿새만인지 비실비실 들어왔더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어。

하루빨리 이 며느리를 돌려 보내야지
방귀 한 번 더 뀌었다가는 집터만 남게 생겼거든。
부랴부랴 보낼 짐을 싸는디,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가 있간디?
떡 쪼끔 해 가지고 손에 들려서 시아버지 앞장세워
친정으로 보냈어。

가는 길에 미끈한 청실배나무 한 그루가 있는디,
엄청나게 높아。그 배나무에 잘 익은 배가 주렁주렁
열렸는디 너무 높아서 누가 되었든 딸 수가 있어야지。

저 고개 넘어 온 비단장수, 놋그릇 장수가
그 비싼 짐을 그득 가지고 지나다
배나무 아래 앉아 쉬게 되었는디,
먹음직스러운 청실배를 두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 그려。

『에헤이, 누가 저 청실배 맛보게 해주면
여기 비단이랑, 놋그릇이랑 반 갈라 줘도 안 아깝겄네。』
『저거 한 입만 베어 먹으면 원이 없겄네, 원이 없겄어。』

며느리가 들으니 솔깃하거든。
그래서 시아버지보고 가 물어보라 했지。

『이보시오。아까 당신들 여기 배나무 보고 뭐라고 혔소?』
『아, 여기 배나무가 높아서 따 먹을 수가 있간디요。
누가 저놈 하나씩 따주면 우리 비단이랑 놋그릇이랑 절반씩
딱 갈라 준다 했지요。』
『참말로 그럴라요?』
『허허, 이 양반이 속고만 살았나。참말이요, 참말!』

며느리가 성큼 다가가 말했지。
『내가 그 배를 딸 수 있소。저리 쪼께 비켜서시오, 잉。』

그러고는 배나무에다가 엉덩이를 대고,

뿌웅뽕빵뺑삥

방귀를 뀌어 대니
후두두둑, 배가 쏟아져 내리네。

『자, 여기 배를 따 드렸으니 얼마든지 잡수시고
짐이나 갈라 주시오。』
그래서 그 귀한 물건들을 반씩, 반씩 갈라 받았네。
『에헤야, 가자。우리 며늘아가야。』

그래, 왔던 길 되돌아 집으로 가서
비단이랑 놋그릇이랑 팔아 가지고
부자로 잘 먹고 잘살았더래。




허허 그 며느리 참 시집 한 번 잘~ 갔구나!
허허 그 며느리 참 방귀 한 번 시원하게 잘 뀌네!
허허 허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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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1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민화스러우면서 곱네요

잘잘라 2011-05-16 11: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민화같아요. 표정도 생생하게 살아있고 선도 곱고 색도 곱고요^^

cyrus 2011-05-1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책,, 어른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이 정말 민화 같은 분위기가 나면서 재미있네요. ^^

잘잘라 2011-05-16 11:21   좋아요 0 | URL
이야기도 재밌구요. 그림도 재밌구요^^
무엇보다 '방귀쟁이 며느리'라니, 참 인간적이지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1-05-14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이 참 고운 그림책이예요.
난 저 이야기 들을 때 궁금한게, 배에 방귀 냄새 안 배었을까 싶더라구요. 캬캬.

잘잘라 2011-05-16 11:22   좋아요 0 | URL
크크.. 마고님 다운 소감이십니다.
그래도 저어기 배 들고 침 흘리는 총각 표정 좀 보세요.
행복해 보이지요? ㅎㅎ

따라쟁이 2011-05-1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에 있는 며느리가 너무 요염해요 ㅎㅎ

잘잘라 2011-05-16 11:24   좋아요 0 | URL
요염하구요, 또 자신감 넘쳐요.
높이 높이 매달린 배를 따겠다고 옷 벗고 나서는
며느리 저 표정좀 보세요. 훗!

pjy 2011-05-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방구쟁이로서 참 본받을만한 능력입니다^^

잘잘라 2011-05-17 19:53   좋아요 0 | URL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저도
최근 들어 더욱 잦은 횟수를 자랑하는 방구쟁이로서!!!
동경하며 읽었다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