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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ㅣ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평점 :
서점이나 도서관의 예술 서적 코너를 살펴보면, 선사시대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시대 순으로 미술사를 살펴보는 미술 통사(通史)는 매우 흔하다. 그런데도 이 책의 제목에는 ‘난생 처음’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어떤 점에서 다른 미술 통사와 다르기에 ‘난생 처음’이라는 말을 자신 있게 제목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일까?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2권의 두 페이지. 저자와 청자의 대사가 다른 색으로 인쇄되어 있다. 사진 출처: http://www.artinculture.kr/online/2781
우선 이 책은 가상의 청자와 저자 사이의 대화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이러한 대화 형식은 저자 혼자 줄줄이 설명하는 형식과 달리, 독자가 청자의 입장에 이입해 저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 청자의 대사와 저자의 대사는 각각 다른 색으로 인쇄되어, 청자(에게 이입한 독자)와 저자의 대사를 구분하기 쉽게 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2권에 실린 연대표. 책의 시각적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www.artinculture.kr/online/2781
그리고 텍스트의 흐름에 맞게 시각자료가 꼼꼼히 배치되어 있다. 저자는 ‘오른쪽 페이지의 그림을 보시면’, ‘뒤쪽의 그림을 보시면’ 등 책의 판면 어디에 시각자료가 위치해 있는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실제로 저자가 가리키는 위치에 시각 자료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텍스트와 시각자료의 위치를 고려해 기획과 집필, 편집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 도판과 지도, 일러스트, 그래프, 연대표 등 다양한 시각자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독자들은 책의 시각적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깔끔한 편집과 다채로운 시각 자료들은 독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고, 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또 하나의 독특한 요소는 한 소단원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요약정리 ‘난처하 군의 필기 노트’이다. ‘공부하는’이라는 제목에 맞게 독자들은 한 소단원을 다 읽을 때마다 ‘필기 노트’를 보면서 그 단원에서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 정리하게 된다. 이 코너는 학생들의 필기 노트처럼 줄이 그어져 있는 공책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어, 그냥 미술사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강의를 듣고 필기하면서 공부하는 느낌을 더해준다.
프랑스 라스코 동굴의 황소를 그린 벽화. 약 1만 7천 년 전. 저자는 현생 인류가 다른 인류와 달리 정교한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를 지속시키고 지식과 지혜를 축적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미술은 언어와 함께 정교한 의사 소통의 도구 역할을 해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생존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동굴 벽화는 그 의사소통의 가장 오래된 증거이다. 사진 출처: http://www.ancient-wisdom.com/francelascaux.htm
무엇보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해 참신하고 깊이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미술사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미술 통사들은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미술 통사들이 지나쳤던 지점들을 짚어보면서 '미술은 삶의 부속이나 장식이 아닌 생존의 비결이다' 등의 참신한 시각을 제시한다. 청자가 (독자들이 던질 만한) 질문을 던지면 저자가 답하는 형식은 이 참신한 시각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낸다. 청자(그리고 독자)는 기존의 시각이나 상식,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질문을 하면, 저자는 청자와 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며 대답한다. 질문과 대답을 통해 독자가 또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는 1권이 21쇄까지 증쇄되고, 다음 권들도 계속해서 증쇄되고 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인터넷 서평들은 대부분 지식과 재미 모두를 잡았다는 호평이다. 이제 중세 미술까지 다루었으니 앞으로 다룰 내용이 더 많을 것이다.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가 지금의 참신함을 끝까지 잃지 않고, 계속해서 독자들을 미술 공부의 즐거움으로 이끌기를 바란다.
"의사소통이 없으면 협력할 수 없으니,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언어라든지, 미술이야말로 생존의 비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맞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미술은 삶의 부속이나 장식이라는 편견이 있지요. 하지만 미술이야말로 두 발로 걷고 도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우리가 타고난 생존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p.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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