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수레바퀴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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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되신 장영희 선생님께서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내게 말했다, '살아라.'"라고 하셨다. 그러니 어찌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았을까. '호스피스의 어머니'이며 '의학계의 여신', '죽음학의 세계적인 대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평생토록 연구해온 "죽음"을 직접 눈 앞에 두고 집필한 이 자서전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진실할지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내가 걸어온 기대였다. 

어째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남들이 모두 꺼려하는 '죽음'을 연구해 온 걸까. 또 나는 아직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적도 없으면서 왜 이 여의사에게 끌린건지... 어쩌면 나는 '죽음'이라는 것을 그 의미 자체로 국한시키지 않고 넓은 의미의 '상실'로 보았을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잘 잃을 수(놓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는지도...  너무나 많은 내 마음 속의 욕심을 비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세쌍둥이의 맏이로 태어났다. 언제나 같은 옷, 같은 침대, 같이 활동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그녀에게 첫 죽음은 같은 병실에 있던 소녀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와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의식 교환을 통해 죽음이란 꼭 고통스럽지만은 않다는 것과 더 좋은 세계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됨으로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정의를 키워나갔던 것 같다. 

그녀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 시절을 보면, 매우 자립심이 강하고(역시나 세 쌍둥이 사이에서 살아나고자 했던 생존본능이 아니었을까! ) 좌절이나 슬픔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주변 여러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죽음은 반드시 본인이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과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되겠다는 신념 하나로 가출을 감행하고 자신만의 힘으로 연구실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구호단체에서도 열심이었던 그녀의 밑바닥엔 넘치는 박애주의와 정의로움, 강한 정신력이 뒷받침한다. 컨트리닥터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다른 의사들은 하지 않는 "환자와의 대화"를 하게 된다. 그녀가 특히 더 관심을 갖는 환자들은 그당시 의사들이 "죽음"에 대해 말하기 꺼리고 인정하지 않았던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죽음학" 연구가 시작된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다. 삶의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다. 뛰어난 의사들도 죽음이 삶의 일부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영위하지 못한 사람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156p

그녀가 죽음을 앞둔 수많은 환자들과의 대화와 연구를 통해 얻은 메세지는 충실히 살라는 것이었다.

"뒤돌아보고 삶을 헛되이 보냈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해온 일을 후회하지 않도록, 또는 다른 삶을 바라지 않도록 살아가세요
정직하고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세요.
살아가세요."...163p

죽음이란 삶의 끝이 아닌, 또다른 삶의 연장선... 즉 삶을 소중히 마감하는 삶의 한 절차라는 것을 이해하고나면 더이상 죽음이 두렵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의 전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선택이 아니겠는가! 

사실 책의 중반을 넘어서며 채널러라든가 영이라든가 하는 존재들의 등장에 너무나 의아하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신이라는 존재를 믿고 안믿고를 떠나서 또다른 영의 존재와 접신, 유체이탈 등 나로선 이해불가능한 것들을 이 여의사는 직접 체험하고 분명히 믿고있다고 하니 그 전까지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삶 모두가 거짓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경험과 체험들은 그녀만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녀는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충족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지 않았는가! 

자서전이라는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자신의 삶에 객관적으로 서술할 수 있느냐에 따라 책의 진실성이 생기는 것일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진실해 보인다. 그녀의 불가사의한 체험이 온전히 그녀만의 것이라해도 그녀는 분명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고, 또한 그녀 자신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평생 자신이 연구해 온대로 실천하려 했기 때문이다. 삶에서 자신이 배워야 할 것을 모두 배워야만 삶을 끝낼 수 있다고 믿은 그녀가, 인내와 순종(그녀의 투병생활)을 모두 배우고 그녀가 꿈꾸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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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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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다운 위인전을 참으로 오랫만에 읽어보는 것 같다. 아이에게 본받을 만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가 그 위인이 살았던 당시의 역사와 상황을 이해하기엔 버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어휘력이 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엄마"만의 생각이었던 듯하다. 잘 만들어진 책 한 권은, 오히려 아이의 생각을 키우고, 어휘력을 늘리고 그 누군가의 인생도 이해하도록 만든다. 

"<<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은 안중근의 생애를 되짚어 보며 동학 농민 운동, 을미사변, 러일 전쟁, 을사조약 등 숨 가빴던 시대 상황을 재현해 보고자 합니다. 또 철없던 소년에서 구국의 신념을 가슴 깊이 품은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희미해지는 애국의 참 의미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머리말

말하는 화자가 바로 "안중근" 자신이다. "나"라고 표현하는 이 사람이 자신이 태어났을 당시의 시대 배경, 주변 상황 등을 설명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랐는지를 직접 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친밀감이 느껴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워낙에 성격이 불같았던 안중근은, 위기에 닥쳤을 때는 놀랄 만치 냉정함을 유지하고 심각한 일도 담대하게 넘어갈 수 있는 성품을 지녔다. 이러한 것들은 그가 벼랑에서 떨어졌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자신을 구하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손에 총상을 입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화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근심을 살 정도로 천방지축 같았던 안중근은 동학 농민 운동과 을미사변, 러일 전쟁 등의 시대 흐름 속에서 조금씩 조국을 걱정하며 "애국"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그의 애국 정신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는 힘 없는 조국 안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우리 자신밖에 없다"(...69p)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 목격하고, 같은 민족끼리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탈취를 일삼는 불의에 맞서기도 하며 조금씩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갔던 것이다. 그러한 그의 모든 것들이 모여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게 된다.



그 이후 안중근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계획이 성공하고 재판 후에 사형을 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사형에 이르게 되었고, 옥중 생활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다. 거사 후, 도망갈 수 있었음에도 나라의 설움을 알리기 위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잡힌 것이나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항소를 하지 않고 사형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 등은 큰 감동을 준다.

위인전에 역사 이야기는 그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지만, 자칫하면 읽는 아이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역사와 시대 배경 등이 안중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아주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조금 어려운 한자어나 어휘 등에 설명을 덧붙여 아이가 조금도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아이는 안중근이라는 위인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그 당시 우리나라의 설움과 "애국"이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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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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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d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따라서 이 책은 "희곡"이다. 일반적인 소설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희곡의 첫부분(윌리 집의 구조와 조명에 따른 구분을 설명하고 어떤 식으로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의 지문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내가 이 글에서 어떤 것을 이해해야 하는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사건의 중요한 점을 어떤 식으로 잡아내야 하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곡이란 그러한 배경에서 느끼고 알 수 있는 사실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가능한 연극을 보는 것처럼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어나갔다. 

윌리 로먼은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이제 60세의 나이로 아주 먼 곳까지 운전해서 성과가 없는 영업을 하고 봉급 없이 커미션만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극의 시작은 어느날 밤이다. 윌리와 대립 관계에 있는 큰아들 비프가 돌아와 있고, 그들은 마주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댄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들은 하는 일 없이 아직도 미래가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아버지 윌리가 큰아들 비프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나 터무니없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윌리가 젊고, 그의 영업이 승승장구를 이루어 주당 170달러의 커미션을 받고, 셰비 자동차를 몰고 온 가족이 화목했을 당시에는 비프도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로 세 군데의 대학을 골라서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촉망받고 있었다. 

희곡은 이 밤과 그 화려했던 과거를 오가며 그때에 가졌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지금,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변했는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세일즈맨 윌리의 허풍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가 아들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아들들의 현재 모습과는 더욱 큰 차이를 나타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가 아들들에 대해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 허풍을 떨수록 그가 현재 얼마나 비참한 모습인지가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린다  ...(중략)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 관심이 필요하다고. 너는 아버지를 미쳤다고 하지만.......   (...64p)

윌리 로먼이 얼마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루하루 가족을 위해 아둥바둥 살아왔으나 나이가 들고 이제는 그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는 허무함을 느껴버린 우리와 같다. 윌리는 아들들에게 기대를 걸지만 그 아들들 또한, 그냥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던 윌리는 자신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아들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희곡을 읽고보니, 연극으로도 보고 싶어졌다. 배우마다, 연출자마다 표현 기법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세일즈맨"을 만나게 되겠지만 아마도 거의 비슷한 그런 감동을 받게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왜인지 이 작품은 하루하루를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과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슬펐다. 세일즈맨으로서 그가 마지막에 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 

25년간의 주택 할부금도 모두 갚고, 빚진 것도 없이 이제는 자유로운데 그 자유를 과연 누가 누릴 것인가.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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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비밀클럽 비룡소 걸작선 51
트렌톤 리 스튜어트 지음, 김옥수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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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직 그림책 단계인데 어쩌다 청소년 도서를 읽게 된 나는, 훨씬 단순하고 재미있고 모험이 가득한 이 분야에 푹~ 빠지게 되었다. 단순하되 전혀 가볍지 않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좋다. 게다가 금방 읽을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 이건 <베네딕트 비밀클럽>을 접하기 이전까지의 이야기다. 컥!!! 이 책... 자그마치 700페이지나 된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최고 두꺼운 책인 듯하다. 어째서... 아이들 책을 이렇게 두껍게 만들어 놨을까. 안그래도 책 읽는 것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일텐데, 이 책의 두께만 보고도 이 책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을까? 라는 별별 생각을 해봤다. ^^

그렇게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책임에도 정말로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의 구성은 기-승-전-결을 잘 따르고 있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아이들을 괴롭히는 다양한 악당들도 등장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재능으로 악의 무리에 맞서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모험을 하게 된다는 극히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고아원에서 평범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레이니는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이다. 어느 날 신문에서 발견한 한 광고 문구를 보고, 레이니는 외로운 고아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혹시 당신은 특별한 기회를 원하는 천재 어린이인가요?"...12p

시험장에서 만나 최종 선발까지 함께 하게 된 아이들은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꼬챙이와 온갖 도구들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케이트, 고집이 엄청 세지만 아주 투명한 마음을 가져 팀에 합류하게 된 콘스탄스까지...  이들은 베네딕트 선생님의 주도 아래 모이게 되었다. 베네딕트 선생님은 지금 이 사회에 만연한 "긴급 사태"라고 알려진 사회 현상의 근원이 어떤 나쁜 사람들에 의해 보내지는 메세지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베네딕트 선생님은 강인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이 네 명의 아이들을 그 집단이 있는 섬의 학교로 위장 잠입 시키려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베네딕트 비밀클럽"이라고 명명하기로 한다. 

사회의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한 수단이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굉장히 큰 희열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이야기가 아주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읽는 동안 전혀 위화감이 없다. 엉성한 듯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서로를 지키려고 협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모두가 똑똑하고 완벽한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결점은 다른 친구가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것들을 직접 시행착오를 거쳐 깨닫게 되고 서로를 더욱 아끼고 보살피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거의 다 고아이거나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뿐이다. 외로운 아이들이 친구를 받아들이고 가족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고,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과정 또한 멋지다. 아이들은 악의 무리와 맞서며 많은 시험을 받는다. 이 시험은 편하고, 행복(진짜 행복이 아닌, 기계로 보상받는 행복)을 느끼기만 하고, 정의는 잊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수동적인 아이들로 남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흔들린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잘 묘사되어 있는지 모른다. 

"계속 조심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은 너무 위험한 인물로 변하고 있었다. "...440p
"레이니는 등에 짊어진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끝났다! 이 말은 더 이상 시험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친구를 배신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519p

처음엔 어느 한 부분에서만 뛰어나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주어야만 한 팀이 될 수 있었던 아이들은 점차 자신이 부족한 점을 깨닫고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들이 된다.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가족을 만들게 된다. 아직은 누군가로부터 보호와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모험이 있고, 재미가 있는 이 긴~ 책은 교훈을 주고 감동을 준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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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알라딘 3기 서평단 활동 안내

•  서평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서평에도 썼지만,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에 언제나 감동받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어린 주인공에 온전히 공감하게 되니까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아직도 철부지 같은 이 딸이 엄마를 생각하며   

  잠깐 눈시울을 붉혔던, 그런 책입니다.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정확하게 말하면 '듣기능력'이란 배경 지식을 동원하여 받아들인 정보를 이해, 해석,  

 종합하여 자신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추상적 이해능력이다. 또한 올바른 듣기를  

 위해서는 충분한 어휘력과 배경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녀야 한다."...37p
 

 

 

...지금까지 우리 아이는 무엇보다 듣기능력만큼은 뛰어나다고 생각해 왔는데,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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