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 - 불꽃처럼 살다 간 영웅
배정진 지음 / 세상모든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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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다운 위인전을 참으로 오랫만에 읽어보는 것 같다. 아이에게 본받을 만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아직은 어린 아이가 그 위인이 살았던 당시의 역사와 상황을 이해하기엔 버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어휘력이 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엄마"만의 생각이었던 듯하다. 잘 만들어진 책 한 권은, 오히려 아이의 생각을 키우고, 어휘력을 늘리고 그 누군가의 인생도 이해하도록 만든다. 

"<<안중근이 들려주는 애국>>은 안중근의 생애를 되짚어 보며 동학 농민 운동, 을미사변, 러일 전쟁, 을사조약 등 숨 가빴던 시대 상황을 재현해 보고자 합니다. 또 철없던 소년에서 구국의 신념을 가슴 깊이 품은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희미해지는 애국의 참 의미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머리말

말하는 화자가 바로 "안중근" 자신이다. "나"라고 표현하는 이 사람이 자신이 태어났을 당시의 시대 배경, 주변 상황 등을 설명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랐는지를 직접 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친밀감이 느껴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워낙에 성격이 불같았던 안중근은, 위기에 닥쳤을 때는 놀랄 만치 냉정함을 유지하고 심각한 일도 담대하게 넘어갈 수 있는 성품을 지녔다. 이러한 것들은 그가 벼랑에서 떨어졌을 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자신을 구하거나 자신의 잘못으로 손에 총상을 입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화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근심을 살 정도로 천방지축 같았던 안중근은 동학 농민 운동과 을미사변, 러일 전쟁 등의 시대 흐름 속에서 조금씩 조국을 걱정하며 "애국"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그의 애국 정신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는 힘 없는 조국 안에서 "믿을 것이라고는 우리 자신밖에 없다"(...69p)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 목격하고, 같은 민족끼리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탈취를 일삼는 불의에 맞서기도 하며 조금씩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갔던 것이다. 그러한 그의 모든 것들이 모여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게 된다.



그 이후 안중근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계획이 성공하고 재판 후에 사형을 당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사형에 이르게 되었고, 옥중 생활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다. 거사 후, 도망갈 수 있었음에도 나라의 설움을 알리기 위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잡힌 것이나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항소를 하지 않고 사형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 등은 큰 감동을 준다.

위인전에 역사 이야기는 그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지만, 자칫하면 읽는 아이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역사와 시대 배경 등이 안중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아주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조금 어려운 한자어나 어휘 등에 설명을 덧붙여 아이가 조금도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아이는 안중근이라는 위인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그 당시 우리나라의 설움과 "애국"이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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