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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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d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따라서 이 책은 "희곡"이다. 일반적인 소설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희곡의 첫부분(윌리 집의 구조와 조명에 따른 구분을 설명하고 어떤 식으로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의 지문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내가 이 글에서 어떤 것을 이해해야 하는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사건의 중요한 점을 어떤 식으로 잡아내야 하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곡이란 그러한 배경에서 느끼고 알 수 있는 사실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가능한 연극을 보는 것처럼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어나갔다. 

윌리 로먼은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이제 60세의 나이로 아주 먼 곳까지 운전해서 성과가 없는 영업을 하고 봉급 없이 커미션만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극의 시작은 어느날 밤이다. 윌리와 대립 관계에 있는 큰아들 비프가 돌아와 있고, 그들은 마주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댄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들은 하는 일 없이 아직도 미래가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아버지 윌리가 큰아들 비프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나 터무니없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윌리가 젊고, 그의 영업이 승승장구를 이루어 주당 170달러의 커미션을 받고, 셰비 자동차를 몰고 온 가족이 화목했을 당시에는 비프도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로 세 군데의 대학을 골라서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촉망받고 있었다. 

희곡은 이 밤과 그 화려했던 과거를 오가며 그때에 가졌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지금,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변했는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세일즈맨 윌리의 허풍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가 아들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아들들의 현재 모습과는 더욱 큰 차이를 나타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가 아들들에 대해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 허풍을 떨수록 그가 현재 얼마나 비참한 모습인지가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린다  ...(중략)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윌리 로먼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 관심이 필요하다고. 너는 아버지를 미쳤다고 하지만.......   (...64p)

윌리 로먼이 얼마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루하루 가족을 위해 아둥바둥 살아왔으나 나이가 들고 이제는 그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는 허무함을 느껴버린 우리와 같다. 윌리는 아들들에게 기대를 걸지만 그 아들들 또한, 그냥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던 윌리는 자신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아들들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희곡을 읽고보니, 연극으로도 보고 싶어졌다. 배우마다, 연출자마다 표현 기법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세일즈맨"을 만나게 되겠지만 아마도 거의 비슷한 그런 감동을 받게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왜인지 이 작품은 하루하루를 아둥바둥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과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슬펐다. 세일즈맨으로서 그가 마지막에 택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 

25년간의 주택 할부금도 모두 갚고, 빚진 것도 없이 이제는 자유로운데 그 자유를 과연 누가 누릴 것인가.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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