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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트 비밀클럽 ㅣ 비룡소 걸작선 51
트렌톤 리 스튜어트 지음, 김옥수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평점 :
아이는 아직 그림책 단계인데 어쩌다 청소년 도서를 읽게 된 나는, 훨씬 단순하고 재미있고 모험이 가득한 이 분야에 푹~ 빠지게 되었다. 단순하되 전혀 가볍지 않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좋다. 게다가 금방 읽을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 이건 <베네딕트 비밀클럽>을 접하기 이전까지의 이야기다. 컥!!! 이 책... 자그마치 700페이지나 된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최고 두꺼운 책인 듯하다. 어째서... 아이들 책을 이렇게 두껍게 만들어 놨을까. 안그래도 책 읽는 것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일텐데, 이 책의 두께만 보고도 이 책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을까? 라는 별별 생각을 해봤다. ^^
그렇게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책임에도 정말로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야기의 구성은 기-승-전-결을 잘 따르고 있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아이들을 괴롭히는 다양한 악당들도 등장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재능으로 악의 무리에 맞서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모험을 하게 된다는 극히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고아원에서 평범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레이니는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이다. 어느 날 신문에서 발견한 한 광고 문구를 보고, 레이니는 외로운 고아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혹시 당신은 특별한 기회를 원하는 천재 어린이인가요?"...12p
시험장에서 만나 최종 선발까지 함께 하게 된 아이들은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꼬챙이와 온갖 도구들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는 케이트, 고집이 엄청 세지만 아주 투명한 마음을 가져 팀에 합류하게 된 콘스탄스까지... 이들은 베네딕트 선생님의 주도 아래 모이게 되었다. 베네딕트 선생님은 지금 이 사회에 만연한 "긴급 사태"라고 알려진 사회 현상의 근원이 어떤 나쁜 사람들에 의해 보내지는 메세지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베네딕트 선생님은 강인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이 네 명의 아이들을 그 집단이 있는 섬의 학교로 위장 잠입 시키려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베네딕트 비밀클럽"이라고 명명하기로 한다.
사회의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한 수단이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금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굉장히 큰 희열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이야기가 아주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읽는 동안 전혀 위화감이 없다. 엉성한 듯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네 명의 아이들이 서로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서로를 지키려고 협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모두가 똑똑하고 완벽한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결점은 다른 친구가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것들을 직접 시행착오를 거쳐 깨닫게 되고 서로를 더욱 아끼고 보살피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거의 다 고아이거나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뿐이다. 외로운 아이들이 친구를 받아들이고 가족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고,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과정 또한 멋지다. 아이들은 악의 무리와 맞서며 많은 시험을 받는다. 이 시험은 편하고, 행복(진짜 행복이 아닌, 기계로 보상받는 행복)을 느끼기만 하고, 정의는 잊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수동적인 아이들로 남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등하고 흔들린다. 이러한 과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잘 묘사되어 있는지 모른다.
"계속 조심하고 지혜롭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은 너무 위험한 인물로 변하고 있었다. "...440p
"레이니는 등에 짊어진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끝났다! 이 말은 더 이상 시험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친구를 배신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519p
처음엔 어느 한 부분에서만 뛰어나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주어야만 한 팀이 될 수 있었던 아이들은 점차 자신이 부족한 점을 깨닫고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들이 된다.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가족을 만들게 된다. 아직은 누군가로부터 보호와 사랑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모험이 있고, 재미가 있는 이 긴~ 책은 교훈을 주고 감동을 준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주인공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