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아빠는 일요일 밤마다 연필을 깎아 주었을까.
엄마의 엄마는 자기 딸을 으스러질 것처럼 꼭 끌어안아 주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랑을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이런 것들이 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것은 또 얼마나 놀라운일인지. 부모가 된다는 건 어쩜 이렇게 신기한 일인지.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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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 (빅북) 풀빛 지식 아이
모니카 우트닉-스트루가와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김영화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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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아주 옛날, 5,6세기부터 담벼락을 따라 땅이 패여 있어 집에서 버린 더러운 물들이 흘러가는 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굉장히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신경썼구나..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옛날의 우리 조상들 삶이 상상된다. 그런가 하면 유럽 중세에는 그런 하수도 시설이 없어 거리가 무척 더러웠다고 들었다. 그런 더러움이 쥐들을 불러왔고 패스트가 생겨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고 결국 하이힐도 생겨났다고. 이렇게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남긴 어떤 단서들로부터 그들의 삶을 추측하고 역사를 거꾸로 추적해 나가는 것이다.


"역사"라고 하면 우린 사건이나 인물에 무척 집중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가며 무엇이 원인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차분히 따라가는 것이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과 사건을 잇는 중요한 단서가 생활사이다. 우리와 다르게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았는지를 아는 건 신기하고 재미있고 흥미롭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라면 더욱!


처음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받아들곤 환호성을 올리며 자기는 똥도 좋고 방구도 좋은데 어쩜 이런 책이 있냐고 했다. ㅋㅋ 자기가 딱! 좋아하는 이야기라나~ 하지만 몇 장을 넘기더니 우와~ 이렇게 더러운 이야기는 처음이란다. ㅎㅎ처음엔 진짜인 줄 알았는데 막상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보니 사실 아이에겐 조금 어려웠기 때문에 허세를 부린 것 같다. <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는 다양한 "더러움"을 설명함으로서 각 지역의 다른 시대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더러움의 분야가 무척 다양해서 신기했다. 아이처럼 어떤 오물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말이다.


더러운 사건을 표현하는 관용어에서부터 무덤 속에 존재하는 위생용품, 목욕탕에서는 어떤 일들을 했는지 목욕 의식이나 다양한 목욕법, 화장실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다룬다.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재 우주선에서의 위생까지 정말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 역사 사이사이의 생활사 빈 구멍을 메워주고 잡학다식한 지식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즐겁게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더러워 #냄새나는세계사 #풀빛 #지식아이 #초등도서 #역사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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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몰리맨디 이야기 3 - 티 파티를 열어요 모든요일클래식
조이스 랭케스터 브리슬리 지음, 양혜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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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에 출간되었다는 <밀리몰리맨디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물론 읽다 보면 뭔가 미묘하게 다름을 깨닫긴 하지만 '아~ 조금 옛날 이야기구나'정도이다. 10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정말 깜짝 놀라게 된다. 이렇게 전혀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밀리몰리맨디가 우리 아이들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소소한 행복을 깨달을 줄 아는 아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어른들도 함께 읽으며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


1, 2편에 이어 3편의 큰 제목은 "티 파티를 즐겨요"이다. 12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3권에서 밀리몰리맨디는 앞의 그 어떤 이야기보다 모험 가득한 일이 펼쳐진다. 삼촌이 무심한 듯 전해진 선물(티 팟 세트)로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깨닫는가 하면 숲에서 우연히 찾게 된 고슴도치를 돌보며 생명의 소중함도 깨닫고 누군가에게 새로 생긴 자전거나 캠핑 장비 등을 막연히 부러워하지 않고 자기들 스스로 대안을 만들면서 최대한 즐거움을 누린다.


이런,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아주 큰 즐거움을 준다. 아주 작은 것에도 즐거워할 줄 알고 친구의 자랑에도 질투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할 뿐이다. 그런 마음들이 어찌나 이쁘던지! 아이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이 요구하면 뚝딱! 나오던 것들이나 자신들이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 곳에서 느낌는 밀리몰리맨디의 감정들을 읽으며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밀리몰리맨디 이야기>는 "빨간 머리 앤"이나 "하이디"를 잇는 걸 클래식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읽고나면 가끔 생각나는 책이라서 왜 고전 클래식이라고 불리는지 잘 알 수 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이 읽을 땐 조금 밋밋하다고 느끼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 행복이야말로 정말로 너희가 갖고가야 할 즐거움, 행복이라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밀리몰리맨디이야기 #주니어RHK #조이스랭케스터브리슬리 #걸클래식 #소확행 #진정한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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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이 아니라 분홍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정현혜 지음, 전명진 그림 / 오늘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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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었던 "눈높이 아동문학상 당선작" <눈물 파는 아이, 곡비>도 정말 훌륭한 책이었는데, 우수작이라는 <진홍이 아니라 분홍> 또한 너무나 아름다운 책이다. 어쩌다 올해 당선작이 모두 역사를 배경으로 했을까 싶었는데 읽어 보니 너무나 좋은 책이어서 역사를 배경으로 했든 말든 상관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홍이 아니라 분홍> 속 주인공 란이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는 과정에 폐족이 된 가문의 딸이다. 폐족이기에 오빠인 학무는 과거에 응시할 수도 없어 어머니의 삯바느질로만 근근히 살아갈 뿐이다. 란이는 너무 어렸기에 자신의 가문이 그렇게 대단했었는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아름다운 옷을 입을 수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은 배가 고플 뿐이다.


"사람은 밥으로 살아지는 게 아니다. 의지로 살아가는 것이다."...13p


란이는 의지니 떳떳함이니 하는 것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어떻게 살면 이 시대를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그것만 고민한다.


<진홍이 아니라 분홍>엔 "염장"이라는 직업이 나온다. 천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는 직업, 그 중 장인의 경지에 이른 홍염장 할아범은 대부분 홍화꽃으로 붉은 염색을 한다.


책은 폐족이 된 가족의 분함, 억울함으로 시작하지만 곧 "란이"라는 주인공의 당당함, 어리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생명력으로 옮아가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거기에 성실함과 영특함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함께 응원하며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뒷부분 태종과의 만남과 견제, 또다른 만남 등은 한 인물을 다각도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마지막 진홍이 분홍이 되는 과정 또한 숨은 뜻을 숨겨두어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한다.


스토리가 굉장히 탄탄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읽었다. 자세한 역사 설명이 덧붙여지지는 않기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읽기 전 조금의 배경지식을 습득 후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진홍이아니라분홍 #오늘책 #정현혜 #눈높이아동문학상당선작 #동화우수상 #초등도서 #고학년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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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아저씨의 개 책마중 문고
세실 가뇽 지음, 이정주 옮김, 린느 프랑송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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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는 그저 이웃집과의 소통을 그려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사실 거의 막판에 이르기까지는 그렇게 흘러간다. 막판에 알게 되는 진실은 훨씬 더 큰 감동과 뭉클함,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어린이 책이고 80페이지 정도의 저학년 책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계단에 앉아 엄마와 이웃집 아줌마가 하는 말을 듣는 아이는 어느날 파벨 아저씨의 개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자신과 언제나 함께였던 고양이 푸푸피두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아이는 파벨 아저씨를 위로해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파벨 아저씨는 아이의 위로를 받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의 독백체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아이의 시점으로 들은 대로, 본 대로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잘못 듣기도 하고 오해도 생기는데 그럼에도 아이가 이웃 아저씨를 위로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과정이 이미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감동에서 끝나지 않는다. 난민 신청을 하고 딸까지 불러오려던 파벨 아저씨의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강한 감정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라면 조금 힘든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민 이야기는 바로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알려주고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정책이니 아니니 하는 건 둘째치고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삶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파벨아저씨의개 #세실가뇽 #어린이작가정신 #난민 #이웃 #감동 #초등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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