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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니, "더블 테이크(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라는 말 자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내가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음에도 무심코, 혹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던 많은, 나와는 다른 분들에게 너무 죄송해졌다. 나는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한 것일까. 그렇다고 또다시 같은 상황에서 더블 테이크를 안할 자신은 없다. 아마도 내가 아는 분이라면 몰라도 거리에서 부딪히게 되는 새로운 만남에는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라는 제목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 책, 처음엔 한 장애 청년의 감동을 담은 성공기 같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너무나 담담하게 마치 소설처럼 툭툭 끊어낸 그의 이야기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미국의 한 청년의 성장기일 뿐이다. "장애"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의 내면 속의 "성장"이 이 책의 초점이다.
가족들 속에서 장애아...가 아닌, 아주 평범하고 독립된 자아로서의 한 아이로 자란 케빈은 자신이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리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애정을 받으며 자라왔다. 그의 곁에는 늘 홀로서기를 돕는 가족과 친구들, 선생님들이 가득했다. 자신을 전혀 모르는 대중들 사이가 아니라면 그는 그를 잘 아는 사람들 속에서 늘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왔던 것.
하지만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무언가 사연이 있을 거라는 무한한 호기심 혹은 동정심, 놀라움, 경악의 눈초리의 눈빛을 보내고 말을 걸어오는 대중들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끝도없이 설명해야 하는 그 불편함이 케빈은 너무나 지긋지긋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케빈은 바로 그 불편함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아내고자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놀라고 동정심을 보이고, 캐물어보려는 대중들에게서 케빈은 복수의 의미로, 자신을 찾기 위해 사진기를 들었다. 바닥에서 바라본 대중드르이 시선. 그의 사진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중들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 남기 위해 떠났던 여행과 사진 프로젝트는 그에게 처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론을 안겨주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여행 속에서 성장했고 대중들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자기 찾기를 하는 동안 소홀했던 많은 관계들에 대한 희생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내게 시선을 보내는지, 나는 이해했다. 나는 그들과 달라 보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마도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더러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것보다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존재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존재로 보이는 것이 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간단하고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방법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선택했다. 내가 나의 선택을 바꾼 데에는 나만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충격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212p
"보드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대변해주었다. 나의 세계는 미적인 가치보다 적응과 실용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붙잡아야 하는 세계였다. 스케이트보드가 없었다면, 나는 특별하거나 심지어 불가능해 보였던 그 모든 일들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213p
육체적 장애만이 장애라고 할 수 있을까...생각해본다. 케빈은 비록 다리가 없어 두 팔로만 활동할 수 있지만 그 외에 그가 도전하지 못한 과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하나씩 하나씩 자신을 가로막는 문들을 모두 통과했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것에 맞서 용감하게 싸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지가 멀쩡한 우리들은 간혹 새로운 모험이나 도전 앞에 얼마나 많이 망설이고 힘들어하는가! 그런 우리는 정신적 장애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대중의 시선에 맞서려 했기 때문에 케빈은 자신에게 정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무대나 인생이 오로지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 때문에 가족들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 그것이 그의 여행의 결론이 되지 않았을까. 그의 마지막 말이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너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라는 질문 대신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거야?"라고 묻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어떤 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이 아닐까. 겉으로 드러난 것에 대한 단순 호기심이 아닌, 진실로 당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호감을 표현하는 말. 당신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