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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구해줘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6
로맹 사르두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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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언제부터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았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원래부터 조금 무미건조한 성격이라 특별히 크리스마스라고 들뜨지도 무언가 계획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자연히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존재에 대한 믿음을 지켜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족만의 행사를 만들기도 하고(때마다 케익을 사다 먹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선물을 준비해주고, 이빨 요정의 선물도 준비하고...^^) 미리 함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아이만큼은 환상이나 마법 같은 아이다운 순수함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하는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라는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선물은 그날 밤에 겪었던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해도 왠지 크리스마스만큼은 어떠한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힘이 아닐런지!

<<크리스마스를 구해줘>>는 안타깝게도 내가 읽지 못한 <<크리스마스 1초전>>이라는 전작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산타클로스라는 존재를 만들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데, 그 1년 후의 이야기가 바로 <<크리스마스를 구해줘>>의 내용이 된다.

무엇이든지 처음...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의 의심을 받게 된다. 산타클로스의 존재 또한 누군가의 장난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무척이나 환상적이고 마법같은 존재인지 의견이 분분하던 그 다음 해의 크리스마스. 영국 런던의 글로리아는 자신의 딸을 비롯하여 온 세계 어린이들이 선물을 받지 못해 너무나 슬퍼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다 산타클로스 실종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며 자신이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글로리아는 무척이나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산타클로스를 찾는 일의 선두에 서며 겪은 일들은 그녀의 인생 지침에 모두 위배되는 것들이었다. 마법이 있고, 요정이 있으며 동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니....  과연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게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글로리아도 결국은 마법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 그 밑도끝도 없는 희망과 기대감에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다.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들뜨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고, 새해엔 원대한 꿈과 포부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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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의 천사 - 바나나 하우스 이야기 1 독깨비 (책콩 어린이) 5
힐러리 매케이 지음, 전경화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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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농담이 있다.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는 부모님의 말씀! 왜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를 공포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재미있다고 낄낄대며 웃으시곤 하셨는지... 이 말이 진실일까 고민하며 밤을 새던 아이들은 자라서 또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장난을 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집에서는 그런 농담이 금기사항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기나 할까? 지금이야 입양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주위 도움을 받아가며 "가족"이 되는 가정이 많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그리고 어쩌면 지금 또한 어느 가정에서는 쉬~ 쉬~하며 가족 구성원 중의 누군가가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을 숨기던 때가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이 아닐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자신은 데려온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절망감이란! 그것은 공포이고, 외로움이며, 자신의 정체성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한 혼란스러움일 것이다. 

엄마, 아빠 두분 다 화가이고 아이들의 이름이 모두 색상환 표에 나오는 색깔 이름을 지닌 바나나 하우스의 아이들. 이들은 무척이나 자유분방한 교육관을 지닌 부모님 밑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며 자라난다. 그 중 둘째 새피(새프론의 애칭)가 8살 때 자신은 이 색상환 이름에 나와있지 않으며, 사실은 자신의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고 형제들도 이종사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새피는 달라졌다. 그리고 다시 5년 후... 할아버지만이 자신의 진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며 무한한 애정을 보였지만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고 유언장이 공개되며 자신은 천사상을 유산으로 받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새피에게 천사상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현재의 가족들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무언가 홀로 자신만 이 진짜 가족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새피에게 이 천사상은 진짜 가족이 남긴 새피의 정체성이다. 친엄마와 살 당시에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던 물건(비록 3살이었다고 해도)을 되찾고 싶은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순리이다. 

그리고 사라의 존재는 언제나 바나나 하우스 세상에만 묶여 있던 새피를 바깥 세상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든 갖고, 모든 해내는 사라를 새피는 자신의 형제들에게도 빼앗기고 싶지가 않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족을 두 번이나 잃은 적이 있지 않는가. 첫 번째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는 색상표에서 자기 이름을 찾던 날. 새피는 평생 사람을 잃기만 하고 살아온 것 같았다. 처음으로 맘에 딱 드는 친구를 사귀었는데, 또 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다. 절대로."...91p

하지만 천사상을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그리고 그 여행의 의미를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할 때에도 다른 형제들은 그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사실과 이제 자신의 틀을 깨고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새피를 자신도, 가족들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어떤 물건에는 진짜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그것을 찾아가는 바로 그 행동에 "진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새피는 자신의 천사상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동했는지, 그 행동을 하며 모두 새피를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입양"이라는, 조금은 어두운 주제일 수도 있는 문제를 아주 즐겁고 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아이들 양육에 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새피의 부모도 사실은 깊은 믿음을 갖고 아이들을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과 각자의 재능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 카슨네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처음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대부분 방황..이라는 것을 하게 되나보다. 아무래도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겠지.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나면... 진짜 "가족"이란 꼭 핏줄로만 이어져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내 사촌동생처럼.^^ 진짜 가족이란 하루 하루 살을 맞대며 함께 싸우고 울고 장난치고 웃고...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잔뜩 생각나는... 바로 그런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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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크리스마스 -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
해리 데이비스 지음, 타샤 튜더 그림, 제이 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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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12월 초가 되면 창고에서 트리를 꺼내 마루를 장식하고 며칠을 설레어하며 아이 선물을 준비하고 아이와 함께 연말 분위기를 내곤 했는데..(주로 과자파티였지만..^^) 올해는 영~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트리는 꺼내지도 않았고 아이도 그리 설레어하지 않는 듯하다.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탄생일이지만, 꼭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이제 이 날은 온 세계 누구나가 즐기는 하나의 파티가 되었다. 그 어떤 날보다 더욱 설레이고 기쁜, 무언가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날... 이런 날을 어덯게 하면 더욱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내가 존경하는 타샤님께옵서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는다. 이 분의 크리스마스는 꼭 한 달 전부터 시작이 되니 그 준비가 조금 거추장스럽고 귀찮게 생각될 수는 있으나 그 준비를 하며 저절로 드는 기대감과 즐거움에 비하면 조금의 수고스러움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가끔 뭔가 기대하는 것 자체가 실제로 그 일을 겪는 것과 똑같은 법"...14p

기다리는 것 자체도 즐기라는 말씀이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직접 손으로 만들고 집안을 장식할 리스와 트리에 매달 진저브레드 등도 미리 만들어두면서 하나하나 준비하는 그 즐거움!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것은 이분의 모토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선물의 경우 무척이나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은 뻔하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아이는 마트에서 선물을 고르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하늘과 땅 차이인지... 

아이들을 위한 준비일지라도(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해줄 수 없는 때가 있다. 타샤는 이러한 때라도 아이들만의 흥밋거리를 제공하여 그 기다리는 시간조차 훌륭한 놀이와 행사가 되도록 만들줄 아는 센스를 지녔다. 이러한 놀이들은 어느새 가족들만의 행사가 되고, 또 그들만의 풍습으로 자리잡는다. 얼마나 멋진 광경인지! 아이들 몰래 트리를 장식하는 동안 아이들은 인형들을 위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이 인형들의 크리스마스는 전통이 되고... 무엇을 했느냐보다 누구와 했느냐가 더욱 중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누는 기쁨"을 위해 동물들과 인형들에게도 크리스마스를 즐기게 해줄 줄 아는 그 여유가 부럽다. 오랜동안 준비한 덕분에 매년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았을까.... 

꼭 이대로 따라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뭐, 워낙 문화 차이도 크고 손재주나 성격도 많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 여유와 마음만큼은 역시나 배우고 싶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늘~ 해마다 하는 전통들은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여유로운 연말을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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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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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설화가 무당의 조상이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의외였다. 그저 우리나라의 무수한 설화 이야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바리공주가 무당들의 조상이라니...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는 무당들과 바리공주는 역시 통하는 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옛날 어느 왕이 딸만 계속 낳다가 일곱째도 딸로 태어나자 갖다 버렸다. 후에 왕과 왕비가 죽을 병에 걸려 점을 쳐 보니 바리공주가 저승의 생명수를 가져와야만 살 수 있다고 하였다. 그예 바리공주가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저승에 가게 되고 저승의 수문장이 살림해주고 아들을 낳아주어야 생명수를 주겠다고 하였다. 바리공주가 그 조건을 모두 채운 뒤에야 생명수를 가져다 부모를 살려주고 한국 무당의 조상이 되었다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바리공주 설화이다. 

<<바리데기>>는 철저하게 이 바리데기 설화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바리공주처럼 똑같이 일곱째로 태어나 숲에 버려졌던 바리는 할머니처럼 무당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녀는 청진에서, 또 무산에서 가족과 함께 힘들고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결국 북한 내의 체제와 기아로 인해 가족과 뿔뿔이 흩어지고 중국으로, 그리고 다시 영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홀홀단신이 되었지만 그녀에게는 어려울 때마다 그녀를 도와줄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러면서도 쉽게 그녀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마치 바리공주의 업보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바리의 인생은 너무나 힘이 겹지만 한편으론 끊임없이 이어져있다. 

바리 자신이 무녀의 기질을 타고 태어났기에 이 소설은 무당과 바리데기 설화가 서로 얽혀들어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오가고 있다. 때로는 그녀의 넋과 몸이 분리될 수 있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숱한 경험들과 할머니와 칠성이의 도움으로(무척이나 수동적인 듯 보이지만 어쩌면 이 또한 자신의 의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씩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바리"라는 여인의 운명과 함께 세계의 숱한 정치, 경제, 사건들을 접할 수 있다. 그야말로 격동의 세기를 바리는 직접 경험하고 겪어냈다. 북한의 기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밀입국,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모든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든 바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더이상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가 자신들이 떠나온 나라에 대하여 말을 나누다보면 싸움과 굶주림과 질병과 무섭과 엄혹한 장군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는 데에서 끝나곤 했다. 아직도 세상 도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하루라도 맘 편히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217p

바리공주는 자신의 목숨을 저당 잡아 남(비록 부모일지라도)의 목숨을 살리려 한 모든 것을 품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온갖 고통을 짊어진 이들의 물음에 저승을 오가며 대답해준 이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바리"가 바리공주와 같은 운명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리인 것처럼 보인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고통들에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답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안타까움마저 느낀다.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쨌든 살아 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223p
"희망을 버리면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지. 네가 바라는 생명수가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286p

"희망"이라는 이 두 글자가 작가가 던지는 이 세계의 생명수가 아닐런지.... 또한 나 자신과 우리를 구할 생명수 또한 희망일 것이다. 2009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뉴스에선 오늘도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이 보도되고 있지만 내일은, 2010년엔... 나도, 우리 모두가... 더 큰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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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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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7살이다. 12월 초에는 신종 플루 확진을 받았고, 어제는 장염 진단을 받았다. 평소 워낙 건강한 편이고 열이 잘 나지 않는 아이인데 한 번 열이 오르면 조금 심하게 앓는 바람에 12월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노심초사했다. 그런데도 나는 아이가 좀 회복될라치면 이미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잔소리에... 잔소리에... 잔소리. 

이러한 시기에 <<남겨진 쪽지>>를 읽게 된 건 "엄마"로서 소홀했을지도 모르는 내게 무언가 가르침을 주기 위한 엘레나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나이의 딸을 둔 엄마이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엘레나와 딸을 계속 오버랩 시켰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충분히 사랑해주라고... 지금 바로 이 순간, 순간에 사랑한다고 말해주라고.... 이 책은 내게 그렇게 말한다. 

"그들 모두 이 단순한 일기가 자신들에게 자녀를 사랑하고 삶의 소소한 순간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이들은 이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 되었다고 했다. "...17p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너무 어린 동생 그레이시가 언니 엘레나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적기 시작했다는 이 부모의 일기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과 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큰 교훈을 준 것이다. 아이들이 더이상 귀찮은 존재가 아님을, 그리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여섯 살 작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질병이기에 엘레나가 어떻게 이 힘든 치료 과정을 버텼냈을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엘레나는 장난감보다,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보다, 자신을 빛나게 해 줄 그 어떤 아름다운 장신구나 드레스보다... 더 간절하게 자신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어린 아이가 왜 자신에게만 이런 병이 생긴 건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또한 자신이 언젠가는(생각보다 더 빨리)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나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레나는 가족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잔뜩 남겨놓았다. 엄마, 아빠, 그레이스를 사랑한다고... 엘레나가 떠나고 난 후 발견되는 이러한 쪽지들은 남은 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지! 

이 일기들을 읽다보면 엘레나가 얼마나 진지하고, 똑똑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인지 저절로 알 수 있다. 비극이 예견된 이야기임에도 일기 속에는 아주 소소한 행복이, 일상의 작은 발견들이 가득하다. 아이가 어떤 치료로 어떻게 허물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엘레나의 부어오른 뺨이 두드러지는 사진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꾸 눈물이 난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엘레나 부모의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아서... 또 눈물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언젠가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날이 올 것 같지 않다. 대신에 삶의 소박한 순간들을 소중히 하며 평화를 찾는다. 엘레나는 우리의 선생이었고, 그 아이가 남긴 교훈은 집 안 곳곳에 숨겨진 분홍색 하트 모양 쪽지들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엘레나는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며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야 한다고 가르쳐주었다."...293p

내 딸에게 미안하다. 잘 때마다 읽어주던 동화책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작은 포옹과 뽀뽀만이 남았다. 따스한 눈길로 진심으로 아이에게 마음을 전하던 때가 언제던가! 그저 가족이니까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대신했다.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일반 어른 대하듯 하지 않았나... 후회가 된다. 엘레나의 이야기가 최선을 다해 바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있다. 바로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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