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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쪽지 - 여섯 살 소녀 엘레나가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키스 & 브룩 데저리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딸은 7살이다. 12월 초에는 신종 플루 확진을 받았고, 어제는 장염 진단을 받았다. 평소 워낙 건강한 편이고 열이 잘 나지 않는 아이인데 한 번 열이 오르면 조금 심하게 앓는 바람에 12월 들어 벌써 두 번이나 노심초사했다. 그런데도 나는 아이가 좀 회복될라치면 이미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잔소리에... 잔소리에... 잔소리.
이러한 시기에 <<남겨진 쪽지>>를 읽게 된 건 "엄마"로서 소홀했을지도 모르는 내게 무언가 가르침을 주기 위한 엘레나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나이의 딸을 둔 엄마이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엘레나와 딸을 계속 오버랩 시켰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충분히 사랑해주라고... 지금 바로 이 순간, 순간에 사랑한다고 말해주라고.... 이 책은 내게 그렇게 말한다.
"그들 모두 이 단순한 일기가 자신들에게 자녀를 사랑하고 삶의 소소한 순간들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이들은 이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 되었다고 했다. "...17p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너무 어린 동생 그레이시가 언니 엘레나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적기 시작했다는 이 부모의 일기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과 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큰 교훈을 준 것이다. 아이들이 더이상 귀찮은 존재가 아님을, 그리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여섯 살 작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질병이기에 엘레나가 어떻게 이 힘든 치료 과정을 버텼냈을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엘레나는 장난감보다,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보다, 자신을 빛나게 해 줄 그 어떤 아름다운 장신구나 드레스보다... 더 간절하게 자신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어린 아이가 왜 자신에게만 이런 병이 생긴 건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또한 자신이 언젠가는(생각보다 더 빨리)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나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레나는 가족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잔뜩 남겨놓았다. 엄마, 아빠, 그레이스를 사랑한다고... 엘레나가 떠나고 난 후 발견되는 이러한 쪽지들은 남은 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지!
이 일기들을 읽다보면 엘레나가 얼마나 진지하고, 똑똑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인지 저절로 알 수 있다. 비극이 예견된 이야기임에도 일기 속에는 아주 소소한 행복이, 일상의 작은 발견들이 가득하다. 아이가 어떤 치료로 어떻게 허물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엘레나의 부어오른 뺨이 두드러지는 사진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꾸 눈물이 난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엘레나 부모의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아서... 또 눈물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 거라고, 언젠가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날이 올 것 같지 않다. 대신에 삶의 소박한 순간들을 소중히 하며 평화를 찾는다. 엘레나는 우리의 선생이었고, 그 아이가 남긴 교훈은 집 안 곳곳에 숨겨진 분홍색 하트 모양 쪽지들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엘레나는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며 끈끈한 가족애로 뭉쳐야 한다고 가르쳐주었다."...293p
내 딸에게 미안하다. 잘 때마다 읽어주던 동화책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작은 포옹과 뽀뽀만이 남았다. 따스한 눈길로 진심으로 아이에게 마음을 전하던 때가 언제던가! 그저 가족이니까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대신했다. 아이는 아이일 뿐인데, 일반 어른 대하듯 하지 않았나... 후회가 된다. 엘레나의 이야기가 최선을 다해 바로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있다. 바로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