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편을 읽음으로서 창비 세계 문학을 세 번째로 접하게 되었다. 된소리 발음의 표기법이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나는 이 전집이 참 마음에 든다. 평소 단편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점을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뿐.^^ 도대체 이 단편들의 무엇이 내 관심을 끄는 걸까. 러시아편은 무척이나 화려한 작가진이 눈길을 끈다. 알렉산드르 뿌슈낀에서부터 레프 똘스또이, 안똔 체호프, 막심 고리끼, 미하일 불가꼬프에서부터 니꼴라이 고골과 이삭 바벨, 나제쥬다 떼피와 예브게니 자먀찐, 이반 부닌과 안드레이 쁠라또노프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의 작품들은 한 작가당 두 세 편의 작품이 소개된 반면 러시아편은 거의가 한 작가당 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19세기 문학사를 이끈 유명 작가들이 러시아에 대거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전에 읽었던 일본편이나 영국편에 비해 러시아편의 단편들은 각 작가들의 특성을 가려내기가 쉽지가 않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간 밑바닥의 삶을, 인간 본연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고 작품마다 임팩트가 강하다. 너무나 교육적이어서 앞으로는 장편만 읽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똘스또이의 작품인 <무도회가 끝난 뒤> 조차 전혀 그의 단편인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한 흐름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을 엮은 분의 노력 덕이었는지 아니면 그 시대를 풍미하던 러시아 문학의 대표적 특성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창비 세계 문학을 읽게 만드는 힘인 것은 분명하다. 너무나 닮아있는 이 작품들 덕에 이 작품이 누구의 작품인지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읽었지만 그럼에도 각각의 단편들은 분명히 하나하나 잘 살아있다. 짧지만 강렬해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갑자기 불쑥 생각나게 만든다고나 할까. 아마도 내가 이 전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힘 때문일 것 같다. 다음엔 또 어떤 나라의 작품을 읽을까